파도가 닿는 미래

파도가 닿는 미래

$16.00
Description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중ㆍ단편 대상, 예열된 작가 서윤빈의 첫 소설집
미래가 불안하다면, ‘지금 당장’ 읽어야 할 적당한 온도의 SF
“독자를 가뿐히 들어 올려 불가능한 시공간으로 옮겨주는 소설.”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2022년, 「루나」로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중ㆍ단편 대상을 차지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서윤빈은 심사위원으로부터 ”한국에서밖에 나올 수 없는 SF“, ”나의 기원을 탐색하는 우주 동화“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루나」에서는 우주를 유영하며 광물을 채취하는 해녀들이 주인공이다.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우주로 차출된 해녀들에 대한 이야기. 이 이야기는 공주와 왕자가 만나 사랑을 이루는 전형적인 전래동화 서사를 과감히 비틀어 내며 새로운 미래 동화로 자리매김했다. 그렇게 서윤빈은 화려한 데뷔 이후 『림- 쿠쉬룩』에 「마음에 날개 따윈 없어서」를 발표했고 「페가수스의 차례」를 통해 이달의 장르소설에 선정된 바 있다. 또 밀리로드에 「이번 생의 고양이」를 연재하고 윌라 오디오북에 「인플레이션 우주론」을 발표한 뒤 ”흥미진진하고 신선한 SF“라는 호평을 받는 등, 만 일 년 만에 다양한 지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뜨거운 관심을 받는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의 예견된 행보이기도 하다.
공학도였던 서윤빈 작가는 문득 전깃줄이 하늘을 일곱 조각으로 잘라놓은 걸 보고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현실과 미래는 맞닿아 있다는 걸 순간 깨달은 것처럼. 그렇게 그는 첨예한 과학적 세계관을 창조하며 그곳에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그리고 선언한다. “마음에 날개 따윈 없으니, 열심히 달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미래 세계에 분명 우리가 머무를 자리가 있다고 믿는다. 작가의 그 마음은 적당히 과감하며 믿음직스럽다. 그렇기에 이 책은 급격히 발달하는 기술 개발로 인해 하루하루 불안에 떠는 현대인에게 ‘지금 당장’ 필요하다.
다양한 과학기술이 몰아치는 시대에 인간은 설 자리를 빠르게 잃어간다. 서윤빈은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된 시대, 알파카가 세계 경제를 휘두르는 시대 등 발랄한 상상력으로 압도적인 미래 배경을 제시한다. 그런데도 꿋꿋이 우리가 설 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현재 세계는 AI 기술이 인간을 배제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한 세계에서 우리가 가닿을 수 있는 미래를 창조하는 서윤빈의 소설은 ”통과한 다음에도 휘발되지 않는 잔여 감정이“ 남는다. 이는 서윤빈의 소설이 명백한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세계에서도 우리는 ‘빈 곳’을 찾아가게 될 거라는 미약한 낙관. 그것이 『파도가 닿는 미래』의 지배적 세계관이다. 심완선 SF문학평론가의 말마따나 서윤빈이 주지하는 미래의 ‘빈 곳’은 ”지금은 없는 새로운 양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낯설지만 그럴싸하고, SF로서 읽기에 즐겁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기술 발전 자체를 막을 수는 없으니 결국 우리가 어떻게 규칙의 지형도를 짜는지가 문제가 될 것이다. 비록 3D 프린터로 뽑은 조악한 날개로 날아야 할지라도, 하늘에 빈 곳이 남은 세계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그러니까, 서윤빈은 우리가 가닿을 수 있는 미래를 이야기한다. 하늘을 조각낸 전깃줄, 그 사이 너머 빈자리를 향해 날아가는 것이다.

저자

서윤빈

고려대학교에서전기전자공학을전공했다.전깃줄이하늘을일곱조각으로잘라놓은걸보다가문득소설을쓰게되었다.완전힙합같은글을쓰고자하며,유머를잃지않기위해늘수련하고있다.2022년「루나」로제5회한국과학문학상중·단편부문대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페가수스의차례-007-

루나-041-

유전자가위시대의부모되기-087-

마음에날개따윈없어서-117-

인플레이션우주론-161-

알파카월드-201-

그낮은별과유물들-231-

NELL의갑작스러운발매중단을둘러싼전말-259-

작가의말-293-

해설-299-

출판사 서평

“서윤빈의소설은다방면으로미래를거꾸러뜨린다.”
-심완선(SF문학평론가)

“한국에서밖에나올수없는”젊은작가,서윤빈의“우주동화”
젊은작가가바라보는청년의현실과미래,낙관의힘이돋보이는힐링SF

낯선세계안에서친숙한무언가를마주칠때,우리는반가움을느낀다.미래세계에도여전히존재하는미약한개인들.그개인의서사를포착하고자하는서윤빈의소설은어김없이소설속타인들에게손을내밀어준다는점에서서정적이다.소설에는다양한인물들이나온다.해물대신광물을채취하는우주해녀,멸종위기직전의페가수스를관리하는노인,AI로인해일자리를잃은미술가,돈을벌기위해우주로향하는젊은파이어족…이들이독자에게더없이반갑게느껴지는이유는,“독자의현재”를이야기하기때문이다.

심완선평론가는서윤빈의소설이“다방면으로미래를거꾸러뜨린다”고말하며“작중의‘미래없음’미래에서두드러지는요소는‘일자리없음’”이라고말한다.미래세계에서방황하는존재들은현실의우리와닮아있다.현재취업을포기한청년들은50만명에이른다.이들에게있어미래는전혀희망적이지않다.『파도가닿는미래』의인물들은미래와현실이뒤섞인혼란스러운자리에위치하고있다는점에서현실의청년들과닮아있다.

「페가수스의차례」에서주인공은멸종위기직전의페가수스를돌보는일을하게된다.원래는미술학원에서아이들을가르쳤지만,AI가디자인에필요한대부분의업무를대체한시점에서해고된다.그곳에서만난공포영화에나올법한노인은한쪽날개가없는페가수스를돌본다.그들은서로에게낯선타인에불과하다.하지만한쪽날개가없는페가수스를통해그들의인연은미약하게나마이어진다.그들은날개없는페가수스를통해서로의삶을들여다본다.그리고노인은말한다.“모든페가수스는날고싶어합니다.”

서윤빈의신비한이야기는흡사‘우주동화’를연상시킨다.적당히재기발랄하고어떨땐잔잔하며들여다보면먹먹하다.소설은전부한국을배경으로하며인물들이모두한국적이라는점에있어서친숙하지만,그소재는조금낯설다.바로그소재에서윤빈의재기발랄한상상력이녹아있다.그리고이야기를무심코읽어보면어쩐지치유받는기분이드는것이다.이는우리와닮은인물들이새로운시공간에서적당한사건을겪으며안착하게되는이야기들을지금우리가원하고있기때문일것이다.

이소설을새로운힐링SF라고일컫는이유는미래를도모하며동시에불안해하는이들에게기꺼이“알맞은자리를찾도록지지해”주기때문이다.자기삶의어두운부분을조금씩꺼내어보여주는인물들은어쩐지우리에게미래가다가오더라도,우리는어떤방식으로든삶을찾을거라고말해주는듯하다.그리고타인과함께현재를살아내는이야말로미래를움켜쥘수있다고선언한다.그런점에서심완선평론가의해설은날카롭고적절하다.서윤빈의“인물들은불안정과불합리가넘실거리는세상에서,새로운일자리에맞춰자신을변모시켜야한다는어려움을겪는다.적자생존각자도생이라고하지만타인과의연결은인물이자신의자리를긍정하도록돕는다.”

“선인장의따가움보다,그연약함에주목하는소설”
-전청림(문학평론가),「실격당한자들을위한동화」,『림-쿠쉬룩』중에서

흥미로운과학적세계관속에서포착되는정동
경계에선존재들의연약한마음에대하여

문학평론가전청림은서윤빈의소설「마음에날개따윈없어서」의인격AI가“시스템과자아,인공지능과인격,최적과최선,규칙과사명,비인간과인간사이에서움직이는”존재라고설명한다.이소설의배경은자율주행자동차가상용화된미래이다.주인공‘한소임’은보험회사에서일하며자율주행자동차의사고를파헤친다.이소설은과학의가치중립성에대한의문과동시에도덕적딜레마에대한문제를제시하기도한다.하지만이소설에있어가장중요한것은인격AI인연화의‘마음’이다.전청림평론가는서윤빈이연화의마음을선인장을메타포로하여설명하고있다고서술한다.“선인장이가진식물성과종(種)적특성은기계같은인간인‘나’와인간같은기계인연화의사이를횡단하며인간이가진‘마음’의특성을돌아보게한다.”

가만보면서윤빈의작품들은모두‘마음’에대한이야기를하고있다.따가운가시를품고있지만속은무르디무른선인장처럼,모두연약한마음을가진존재들이다.「유전자가위시대의부모되기」에서는유전자조작으로아이들의능력치가상향평준화된시대이다.주인공의딸‘라일라’는필수적인유전자조작선택지외아무것도선택하지않고낳은아이이다.사춘기를겪는라일라는유난히도월등한아이들무리에서“섞이기어려운재료들을그라인더에넣고갈듯이마음이곤죽이”된다.

「루나」에서‘나’는피요르트와함께지구로갈것인지,우주에남을것인지갈등하며“사랑이뭐냐”고묻는다.그리고그들은함께“원앤드투앤드스리앤드”박자를타며춤을춘다.마치그것이사랑이라도되는것처럼.그것은선택의문제가아니다.“우주에홀로버려진외로운생명을구하기위해서”뛰어드는그마음과같은것이다.

그렇게연약한마음들이모여이룬파도는놀랍게도생명력이넘치는푸른파도이다.그들은파도에몸을맡기고「페가수스의차례」에나오는한쪽날개가없는‘호리’의날갯짓처럼각자의자리에서힘찬도약을시도한다.심완선평론가는그들의도약을서핑에비유한다.“『파도가닿는미래』에는뛰어내린사람을받아주는사람이나온다.명줄을잡아주듯,악수를권하듯,요리를준비하듯,조금씩내어주는사람들이다.손을뻗을줄아는사람들이겹치고더해지면크라우드서핑이일어난다.뛰어내린사람이알맞은자리를찾도록지지해줄,안전한파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