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이름의 숲

너라는 이름의 숲

$16.80
Description
희귀 식물처럼 독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며 자생하는 아밀의 세계
이 세계의 소녀들은 나무처럼 자기 안의 소녀를 견디며 자란다.
‘꽃이 핀 줄 알고 꺾으려 들었다가 심연까지 뻗은 뿌리와 하늘을 가릴 줄기에 오히려 달려 갈 것이다.’ (SF 편집자 최지혜), ‘무덤에서 돋아난 싹이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번식하는 것처럼 확장될 것이다.’ (SF 소설가 구한나리)
자신만의 생태계를 구축하며 자생해온 희귀 식물처럼, 매번 독보적이고 신비로운 작품 세계를 선보여온 작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아밀이다. 2018 〈SF 어워드〉 우수상 수상(「로드킬」), 2020 〈SF 어워드〉 대상 수상(「라비」)으로 우리에게 강렬한 자취를 남긴 아밀의 신간 『너라는 이름의 숲』이 허블에서 출간되었다.
아밀의 전작 『로드킬』이, 여성이라는 인류가 절멸한 미래 사회의 ‘소녀’라는 새롭고 특별한 종種의 출현을 예감케 했다면, 『너라는 이름의 숲』에서는 조금 더 보편적인 소녀가 찾아온다. 바로 모두가 사랑하는 ‘소녀 아이돌’이다. 아이돌을 사랑하는 팬 역시 ‘소녀’다.
기후 위기로 전 지구에 찾아온 디스토피아, 폐허가 된 지구. 흙먼지가 날리고 모래비가 내리는 서울에서도 맑은 이슬을 머금은 꽃처럼 저 혼자만 싱그러운 아이돌 ‘이채’, 그리고 ‘이채’를 사랑하는 평범한, 아니 평범보다 조금 더 평균 이하인 소녀 ‘정숲’. 전교에서 따돌림당하는 숲의 희망은 오로지 이채뿐이다. 이채의 춤추는 모습, 이채의 음악, 그것들만이 숲에게 작은 위안이 된다.
아밀이 그려내는 디스토피아는 단순히 기후 위기뿐만이 아니다. 외부의 디스토피아가 기후 위기로 인한 환경파괴라면, 내부의 디스토피아는 소녀들이 직면하고 있는 삶 그 자체다. 서울에서 다소 가난한 고등학교로 묘사되는 연강고등학교의 교실 안,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녀들의 권력관계와 알력 다툼이 이 소설의 또 다른 디스토피아다. 우리가 모두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고교 시절을 재현한 것처럼. ‘허다온’을 위시한 연극반 패거리들은 끊임없이 숲을 괴롭힌다. 비밀을 공모하고 소문을 퍼트리며 숲을 곤경에 빠트린다. 나머지 친구들은 허다온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밉보이지 않기 위해 숨을 죽이며 희망 없는 생존에만 몰두한다.
『너라는 이름의 숲』은 소녀 시절을 마냥 아름답게만 그리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소녀 시절이 돌아가고 싶은 아련한 시간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훼손된 마음과 상처들로 얼룩진 ‘야만의 시절’이기도 할 것이다. 아밀은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희망 없는 소녀들을 야만적이고, 음험하게, 그리하여 너무나도 인간적으로 그려낸다. 소녀들은 간질거리는 귓속말을 통해 우정을 나누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우정을 나누던 귓속말을 통해 비밀을 공모하고 어두운 소문을 퍼트리기도 한다. 친구가 다른 친구와 어울리는 것에 묘한 질투심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우정을 넘어서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숲은 먹이사슬의 최하위에서 하루하루를 희망 없이 버티던 소녀였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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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아밀

소설가이자번역가,에세이스트.
‘아밀’이라는필명으로소설을발표하고,‘김지현’이라는본명으로영미문학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창작과번역사이,현실과환상사이,여러장르를넘나들며문학적인담화를만들고확장하는작가이고자한다.고려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전문번역가로활동중이다.소설가이자영미문학번역가.단편소설「반드시만화가만을원해라」로대산청소년문학상을,단편「로드킬」로S...

목차

Track1사계절의그대007
Track2만나자,지금93
Track3너라는이름의빛213
Track4너라는이름의숲281

작가의말297

출판사 서평

시선과검열사이에서흔들리는‘아이돌’이라는환상을지우고
서로에게체온이닿는존재로다가가기위해서

우리에겐과연우리를온전히봐줄누군가가있을까?혹여그존재가다른누구도아닌나스스로는될수없을까?-이희영(소설가,『테스터』저자)

얼마전걸그룹아이돌‘공원소녀’의전멤버‘미야’의기사가화제를모았다.일본인인미야는청운의꿈을안고한국에와공원소녀의멤버로서아이돌생활을했다.그런데미야는여러언론사와의인터뷰에서한국에서의아이돌생활은마치감옥같았다고폭로함으로써파장을몰고왔다.매일이어지는식단관리와체중보고,무언가를입에넣을수있는시간은고작하루2회.당연히돈과자유시간도없었으며휴대폰도압수당해매니저의전화로만가족하고통화할수있었다.

『너라는이름의숲』에서어마어마한인기아이돌로등장하는이채역시다르지않다.이채는식단관리,체중보고는기본이고아티스트관리라는미명하에‘홈시스템접근키’를가지고있는매니저미경에게실시간으로감시당하며모든생활을간섭받는다.몸무게가고작4킬로그램증량된것만으로도세상이망한것처럼절망하고,폭식증에시달리며음식들을먹고토하길반복한다.오직먹을때만이모든것을잊을수있고세상에서제일행복하다.이채는끊임없이치고올라오는버추얼아이돌과,더어린아이돌에게질투심과위기감을느끼며일부러살쪘다는악플을찾아보는등극한의스트레스상황으로자신을몰아간다.

『너라는이름의숲』에서이채의진짜무대는춤추고노래하는화려한스테이지가아니다.루키즘으로얼룩진대중들의시선,냉혹한엔터테인먼트산업의현실,한시절소모적으로이용당하고더어린아이돌이나오면버려질것을두려워하는감각,대중의사랑과질타를동시에받아야하는아이러니함,‘4킬로그램씩이나’살이쪄버린자신에대한열패감이진짜아이돌의무대다.

작가아밀은작가의말에서자신이여자아이돌,즉‘여돌’의팬임을밝히며이렇게말하고있다.‘누군가를향한지극히개인적인사랑과진심이거대한폭력적산업을지탱할수도있다는것은나에게풀리지않는숙제입니다.그럼에도그사랑이진실이아니게되는것은아니라는점또한신비로운일이지요.’
누군가를향한깨끗한진심이그를착취하는폭력의기반이된다는것은아이돌산업의가장강력한모순이다.그럼에도그사랑이끝까지‘깨끗한’진심이라는것도비극이다.

한편이채의모습은작금의우리현실과도크게다르지않다.10대여성청소년들사이에서는‘나비약’이라는식욕억제제가유행한다.또‘프로아나’라는신조어가새로생겼다.극단적으로마른몸을선망하고따르는섭식장애환자를일컫는말이다.남모르게폭식증과거식증에번갈아시달리며외부의시선에전전긍긍하는소녀들,벼랑끝까지몰릴대로몰린소녀들의모습이이채로부터거울처럼비친다.

소설가이희영의추천사처럼“우리에겐과연우리를온전히봐줄누군가가있을까?혹여그존재가다른누구도아닌나스스로는될수없을까?”이런질문을『너라는이름의숲』은계속해서우리에게던지고있다.어쩌면이세계자체가거대한무대고,우리는서로라는대중들에게매사검열당하며상처받는이채가되어버린것은아닐까?자기자신을온전히보듬고사랑할수는없는걸까?『너라는이름의숲』은이렇게답하고있다.이채와숲이가상현실이아닌진짜현실에서마주하며체온을나눈것처럼‘인간은가공된이미지가아닌,따뜻한체온을사랑할수밖에없는존재라는걸.’

‘널생각만해도난강해져,울지않게나를도와줘’
누군가를사랑하는마음이곧자기안의힘으로빛을발하는순간

아무래도고작사랑따위로세상은바꾸지못할테지만어떤순간을,그리고그것들의총합인한사람의인생은바꿀수있다는것을『너라는이름의숲』을읽으며여실히느낀다.-천선란(소설가,『천개의파랑』저자)

『너라는이름의숲』에서이채를사랑하는숲의진심과마주하면서우리는무엇인가를‘사랑한다’는감각이얼마나충만한지를깨닫게된다.소설가천선란의추천사‘사랑이세상은바꾸지못할테지만어떤순간을,그리고그것들의총합인한사람의인생은바꿀수있다.’라는말에지극히공감하게될것이다.

주인공숲은작중에서근미래에새롭게발발한병인‘가상현실저항증’을앓고있다.이채는주로가상현실을통해팬들과소통한다.거리와상관없이가상현실에접속할수만있다면촉각이나후각같은감각도생생히느낄수있다.그렇다면가상현실에접속이불가능해이채를만날수조차없는숲은어떻게이채를사랑하게되었을까?바로‘음악’이라는매개체덕분이다.단순히아이돌을동경하는마음을넘어서,숲은이채가어떤심경으로이런곡을썼을지,이채의그순간을절절히상상하고한음한음조심스럽게음계를짚어나가는이채의목소리에감동하며타인을향한공감을배운다.이채역시마찬가지다.처음으로자신의아름다운육체성이나빛나는상품성에열광하는팬이아닌,순수하게자신의음악을즐기고사랑하는팬에게감격하며마지막에는오로지숲을위한노래를부르고자한다.

숲은이채덕분에‘가상현실저항증자’로낙인찍혀전교생에게따돌림을당하는상황에서도끝까지자신을,그리고이채를포기하지않는다.이채는숲덕분에처음으로타인의검열에서벗어나흙비를맞으며숲과함께자유롭게춤을춘다.누군가를사랑하는마음은곧자기안의힘으로바뀐다.숲과이채의사랑은자기스스로빛을내며자신을강하게만든다.마치아이돌소녀시대가부른〈다시만난세계〉라는곡의가사처럼‘널생각만해도난강해’지게되는것이다.
우리는모두소녀들이었다.소녀들은서로를미워하고,질투하고,동경하다가마침내그시절이지나고나서야그것이사랑이었음을뒤늦게깨닫는다.아밀이앞으로도써내려갈‘소녀문학’의계보가이어지길바란다.『너라는이름의숲』은누군가를치열하게사랑했던그때그소녀의시간으로우리를단박에되돌려놓을것이다.

추천사

아무래도고작사랑따위로세상은바꾸지못할테지만어떤순간을,그리고그것들의총합인한사람의인생은바꿀수있다는것을『너라는이름의숲』을읽으며여실히느낀다.점점좁아지는‘정상인간의규정‘에서끝내그밖으로쫓겨난인물들이여기,이곳에우리가있노라고외치고있다.존재만으로나를살게하는사람과그사랑을통해.소설의마지막장을넘기고나서사랑이세상을바꿀수있느냐고다시묻는다.그리고어쩌면,한사람의인생을바꾸듯세상을바꿀수도있지않을까,하고희망한줌이생긴다.
-천선란(소설가,『천개의파랑』저자)

마지막페이지를덮은후문득생각한다.우리에겐과연우리를온전히봐줄누군가가있을까?혹여그존재가다른누구도아닌나스스로는될수없을까?환상을지워버리고필터를걷어내면비로소눈앞에눈부신현실의‘숲’이펼쳐진다.이책은그실존을찾아가는데좋은이정표가될것이다.『너라는이름의숲』을통해다시한번깨닫는다.인간은가공된이미지가아닌,따뜻한체온을사랑할수밖에없는존재라는걸.
-이희영(소설가,『테스터』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