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치백

헌치백

$12.00
Description
“내가 임신하고 중절하는 걸 도와주면 1억엔을 줄게요”
2023년 일본을 강타한, 중증 장애 당사자의 파격적 자전소설

아쿠타카와상이 만장일치로 선정한 최초의 중증 장애인 수상자
출간과 동시에 판매부수 30만 부를 돌파하며 일본을 뒤흔든 화제작
지난 7월 19일에 열린 제169회 아쿠타가와상 시상식. 일본 최고 권위 문학상답게 현지 언론들은 앞다퉈 시상식장으로 몰려들었고, 수상자가 무대에 오르자 평소와 다른 풍경에 기자들은 홀린 듯 플래시를 터트렸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기자들 앞에 선 수상자. 바로, 이치카와 사오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목에 꽂힌 기관절개 호스를 누르며 기자들의 질문에 유머러스하게 답했고, 수상 소감을 밝히는 순서가 되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째서 2023년에 이르러서야 중증 장애인이 최초로 수상하게 됐는지 모두가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장애인을 배제한 종이책 중심의 일본 출판계를 비판하면서 전자책과 오디오북 추가 보급 등 ‘독서 배리어 프리’를 호소하는 그의 모습은 실시간으로 보도되었고,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국내 언론과 SNS 커뮤니티에서까지 화제를 일으켰다. 이러한 화제의 열기는 온라인상에서 그치지 않고 판매로까지 이어지면서, 출간 당시부터 화제작이었던 『헌치백』은 출간 한 달 만에 20만 부가 판매되는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이치카와 사오가 수상 소감에서 밝혔던 것처럼, 중증 장애인 작가가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최초이며 이 역사적 사건이 『헌치백』을 뜨거운 감자로 만든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화제의 크기를 본격적으로 키운 요소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수상작의 파격적인 줄거리와 작품성이다. 『헌치백』은 중증 척추 장애인 샤카가 남성 간병인에게 “내가 임신하고 중절하는 걸 도와주면 1억 엔을 줄게요”라고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심사위원 일부가 난색을 표할 만큼 위악적인 상상력을 숨김없이 표출하는 작품이다. 이렇듯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작품이지만, 9명의 심사위원 모두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헌치백』을 만장일치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약자인 작가가 약자의 이야기를 썼을 터인데도 이곳에는 털끝만큼의 약함도 없다.”
_ 요시다 슈이치(소설가)

“상식적인 사고를 휘저어 버리는 언어의 전개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으로 인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소설이 소설로서 낳아준 것이다.”
_ 호리에 도시유키(소설가)

위 두 심사평을 비롯한 심사 경위를 살펴보면, 일본 문학계가 『헌치백』에 주목하는 이유는 작가의 장애가 아닌 작품의 파격성과 문학성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아쿠타가와상 발표 당시 생방송으로 진행된 서평가 좌담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서평가들은 이치카와 사오의 장애 당사자성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그것과 무관하게 『헌치백』의 문학성은 가히 압도적이라며 입을 모았다.
중증 장애 당사자가 중증 장애인 주인공을 진실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는 점만으로도 『헌치백』은 당사자 문학으로서 훌륭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이 작품이 선보이는 문학적 실험은 그 훌륭한 문학성을 배가시킨다. 파격을 과감히 도전하는 작가를 발굴함으로써 문단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기로 정평이 난 아쿠타가와상의 수상작답게, 『헌치백』은 시사성 넘치는 풍자적 표현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인터넷 밈과 은어를 과감히 차용해 뛰어난 문학적 실험성을 보여준다. 전반부에 등장하는 주인공 샤카의 액자소설이 후반부엔 현실의 층위를 전복하면서 메타픽션에 대한 실험으로까지 발전해 나가는데, 이에 『헌치백』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자 양윤옥은 “특히 마지막 부분의 짧은 글로 소설 전체를 뒤엎는 또 다른 세계가 입체적으로 변환하면서 전혀 다른 가정을 펼쳐갈 수 있다는 게 대단합니다. (…) 기적의 명작이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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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치카와사오

(市川沙央)
1979년생.와세다대학교인간과학부통신교육과정인간환경과학과졸업.「장애인표상과현실사회의상호영향에관하여」라는제목의졸업논문은오노아즈사기념학술상을수상했다.2023년중편소설「헌치백」으로제128회《문학계》신인상을수상하며데뷔했고,나아가이작품의제169회아쿠타가와상수상으로문학계는물론사회적대반향을불러일으키며일약스타작가로떠올랐다.선천성근세관성근병증의중증장애인으로인공호흡기와전동휠체어등에의지하고,집필에는태블릿을사용한다.아쿠타가와상시상식에서수상소감으로전자책과오디오북추가보급등‘독서배리어프리’를호소했다.자신이할수있는가장쉽고편한일로서20대때부터소설을쓰기시작해지난20여년동안해마다각문학상에SF,판타지등의장르소설과라이트노벨을응모해왔다.절박한심정으로집필한첫비장르소설이「헌치백」이었다.존경하는작가로노벨문학상수상자오에겐자부로,일본문학대표작가시마다마사히코,라이트노벨작가와카기미오등을꼽았다.

목차

한국어판에부쳐5

헌치백11

제169회아쿠타가와상수상인터뷰108

옮긴이의말132

출판사 서평

“약자인작가가약자의이야기를썼을터인데도이곳에는털끝만큼의약함도없다.”
_요시다슈이치(소설가)

“상식적인사고를휘저어버리는언어의전개는주인공이처한상황으로인해생겨난것이아니라소설이소설로서낳아준것이다.”
_호리에도시유키(소설가)

위두심사평을비롯한심사경위를살펴보면,일본문학계가『헌치백』에주목하는이유는작가의장애가아닌작품의파격성과문학성에있다는것을알수있다.이와비슷한사례는아쿠타가와상발표당시생방송으로진행된서평가좌담회에서도확인할수있는데,서평가들은이치카와사오의장애당사자성을중요하게여기면서도그것과무관하게『헌치백』의문학성은가히압도적이라며입을모았다.
중증장애당사자가중증장애인주인공을진실하고생동감있게그려냈다는점만으로도『헌치백』은당사자문학으로서훌륭한가치를지니고있지만,이작품이선보이는문학적실험은그훌륭한문학성을배가시킨다.파격을과감히도전하는작가를발굴함으로써문단에새바람을불러일으키기로정평이난아쿠타가와상의수상작답게,『헌치백』은시사성넘치는풍자적표현을전면에내세우면서인터넷밈과은어를과감히차용해뛰어난문학적실험성을보여준다.전반부에등장하는주인공샤카의액자소설이후반부엔현실의층위를전복하면서메타픽션에대한실험으로까지발전해나가는데,이에『헌치백』을우리말로옮긴번역자양윤옥은“특히마지막부분의짧은글로소설전체를뒤엎는또다른세계가입체적으로변환하면서전혀다른가정을펼쳐갈수있다는게대단합니다.(…)기적의명작이아닌가싶습니다.”라고극찬하기도했다.

척추장애인의등뼈처럼휘어지고뒤틀린,육체와욕망의목소리
김초엽,정지아소설가가강력추천하는헌치백괴물의인간선언문

“온몸으로돌진하는소설.‘살기위해파괴되어가는몸으로,욕망하는내가여기있다.’읽는내내그렇게말하는주인공샤카의목소리가들려왔다.”
_김초엽(소설가)

“비장애여성처럼임신과중절을꼭해보고싶다는,이치카와사오를꼭닮은주인공샤카의고백앞에서나는차마울지못했다.(…)연민에맞서는그녀의위악에,타락을꿈꾸는발칙한상상력에박수를보낸다.”
_정지아(소설가)

앞서설명했던것처럼『헌치백』은수많은매력을가진,양윤옥번역자의표현을빌리자면,“문학의보물창고”같은작품이다.그수많은보석중에서최고의가치를지닌보석은의심의여지없이당사자문학.그렇기에이작품을가장온전히읽는방법은소설속주인공‘이자와샤카’에게‘이치카와사오’를투영해읽는것일터다.
주인공이자와샤카는작가이치카와사오가가진거의모든것을물려받은인물이다.이에대한근거는작가의〈수상인터뷰〉에나오는데,작가는『헌치백』엔자신의개인적경험이30퍼센트정도들어갔다고설명하면서,“『헌치백』은거의단번에써내려간작품이라서의식할만한시행착오라는것도없이제감각과머릿속이미지를그대로출력해낸느낌이에요”라며자기자신과작품이얼마나밀착돼있는지를드러내기도했다.작가는중증장애인으로서자신이할수있는일인소설집필을20살부터시작해서지난20여년동안라이트노벨을비롯한각종문학상에해마다빠짐없이응모해온이력을가지고있다.즉,양윤옥번역자의표현을빌리자면,“작가의타고난재능이오랜세월독서와집필의단련을거쳐고통스러운몸의언어와결합했을때,마치둑이터지듯이단숨에쏟아져나온”작품이바로『헌치백』이다.
작가와작가가투영된주인공은공통적으로‘중증척추장애’와그장애를발생시키는요인인‘근세관성근병증’이라는난치병을앓고있으며,그로인해하루종일5평남짓의좁은방안에서침대위에누워시간을보낸다.펜조차제대로쥘수없는몸으로할수있는일이라곤태블릿을엄지로눌러가며글을쓰는것뿐.그리하여작가는소설을집필하기시작했고,소설속주인공도마찬가지로글을쓰기시작했는데,두사람이쓰는글의성격은서로굉장히비슷하면서도다르다.주인공샤카가쓰는글이란다른누구에게도밝힐수없는“다시태어나면고급창부가되고싶다”“비장애여성처럼임신과중절을하고싶다”등과같은패륜적망언이기때문이다.(결국그패륜적망언을작가인이치카와사오가소설의문장으로쓰고,그걸30만명이상의독자앞에선보였다는점은굉장히아이러니하다)샤카가창부가되고싶고임신과중절을하고싶어하는건그녀가몰상식하거나반사회적인인간이라서는아니다.그녀또한작가인이치카와사오와마찬가지로와세다대학교라는명문사립대에다니고있을뿐더러,심지어작가와달리막대한재산을물려받은덕분에상류층에속해있다.게다가일할필요가없는데도성인소설과양산형기사를써서돈을벌고그전액을불우이웃에게기부하는등건실하게살아가는여성이다.이토록건실한그녀가남몰래망언을일삼고,결국막대한재산을이용해남성간병인의몸을사서‘임신과중절’을시도하는것은어째서일까?이에그녀는‘건실한여성이자와샤카’로남기위해서,‘헌치백괴물’이아닌‘인간’이되기위해서라고답한다.휘어지고뒤틀린등뼈때문에인공호흡기와담을빼내는흡인기없이는살수없는육체.타인의손을빌리지않고선식사와목욕이불가능할뿐더러당연히평범한연애도섹스도불가능한삶.강제로장애를가진아이를중절하거나장애인에겐임신할권리를주지않았던이전의역사.그리고지금까지도책을읽을권리조차제대로주어지지않은지금의현실.이모든것앞에서그녀는아래와같이독백한다.

“(…)실제생활에서는젊고성실하며과묵한장애여성이자와샤카(釋華)씨로지냈고,그렇기때문에〈Buddha〉와〈샤카(紗花)〉는지금까지상스럽고유치한망언을거침없이공개할수있었다.연꽃주위의진흙탕처럼질퍽한실을그리는,늪에서태어나는말들.하지만진흙탕이없으면연꽃은살아갈수없다.”
-본문p.67

소설속인물인이자와샤카가남성간병인의몸을사서‘임신과중절’을시도하는것은당연히허구이지만,그행위를욕망하고결국행동하게만든근간인휘어지고뒤틀린육체는이치카와사오의몸으로서실제존재하기때문에,『헌치백』의이진실하고생동감넘치는이야기는결코허구처럼읽히지않는다.샤카의표현을빌리자면,“매일매일살아가기위해육체와정신이파괴되어가는”중증장애인의삶.정지아소설가가추천사에서말한것처럼,이치카와사오는“살기위해파괴되고살아낸시간의증거로서파괴되어가는삶”을“위악을떨면서,타락을열망하면서,치열하게견디고”있으며,그렇기에그가쓴『헌치백』은“몸조차제맘대로움직일수없는중증장애인의치열한생존기가아니라발칙하고도발적인인간선언문”으로읽을수밖에없다.
이헌치백괴물의인간선언문은김초엽작가가추천사로쓴것처럼읽는사람으로하여금“해방감을느껴지게”하면서도,“재미있다고말해도될지모르겠고,그런혼란까지도샤카는‘저쪽의오만’이라고비웃어버릴것같다는상상을하게”만들어끝까지마음편하게읽지못하게한다.『헌치백』은장애인의입장에서우리사회의기만을비평하고해체하고재구성을촉구한다.그리고이러한사회적변화에대한촉구와질문앞에서우리는결코편해질수없다.그이유는,심사위원인히라노게이치로의표현을빌리자면,“이책이우리에게들이미는질문의기백은독자에게안이한대답을허락하지않기때문이다.”

사회장벽을부수고인간존엄을지키기위한위악과타락의고백
장애인과여성의인권운동역사를뒤잇는중증장애인의글쓰기

“『헌치백』이문학상을타기까지일본사람들은그장벽을깨닫지못했습니다.『헌치백』은우리사회에서그존재가제대로보이지않는사람의,하나의작은목소리입니다.”
_〈한국어판에부쳐〉중에서

“제1세대로서평생장애인인권보장과여성운동에헌신해온요네즈도모코,리프로덕티브라이츠(임신출산피임등에관해개인,특히여성스스로결정할권리)를이끌어낸아사카유호와그녀의딸우미,그이름을이자리에기록해두고자합니다.“
_〈옮긴이의말〉중에서

이치카와사오는〈수상인터뷰〉에서“(장애인표상역사의과거와현재에대한정형적인분석,장애인표상의가능성을논하는내용의)졸업논문을쓰는동안에장애당사자작가나중증장애인이주인공인순수문학을거의찾아볼수없었다는것이『헌치백』으로이어졌습니다”라고말하면서,자신의창작동기가문학계와출판계에남아있는사회적약자에대한차별에있다고밝히고있다.장애인을묘사하는일이드물뿐더러그렇기에언제나스테레오타입의역할만맡기는기존문학작품,지성인을자처하면서도장애인에대한배려는스포츠계보다못한문학계,그리고중증장애인은읽기어려운종이책만을고집한출판계.위세가지부분에대한비판과풍자는작품내내드러나며,이는곧주인공이자와샤카의위악과타락의고백을탄생시키는토대가된다.
하지만그렇다고사회장벽을부수고인간존엄을지키기위한이치카와사오의노력이위악과타락의고백만으로이뤄지는것은아니다.장애인과여성인권운동사에잠들어있던여성장애인활동가‘요네즈도모코’‘이와마고로’‘아사카유호’등의목소리를다시불러내서,우리사회에서그존재가제대로보이지않는사람인‘이자와샤카’의목소리에힘을실어주는것에대해서도그는굉장한노력을쏟는다.여기서한가지더주목할지점은그가〈한국어판에부쳐〉에서“『헌치백』을쓸수있었던건한국문학이가진현실사회를이야기하는임파워먼트힘덕분”이라고밝힌만큼,이자와샤카의목소리에장애인여성인권을위해내질렀던한국문학의목소리도포함돼있다는점이다.그리고이렇듯서도다른나라의여러목소리가힘을나눠준덕분에등장한『헌치백』이한국독자에게전달되어그들의창작원천이되는현재.중증장애여성의글쓰기가만들어낸이진보의선순환은책한권이줄수있는감동을아득히뛰어넘는경이로움을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