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라 : 2024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작

스파이라 : 2024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작

$14.00
Description
나는 앞날만 생각했기 때문에 불안했던 거야.
현재를 마주 보지 않아서.
내가 어디를 걷고 있는지 몰라서.
“흩뿌려진 슬픔들을 원사 삼아
거미줄처럼 방사형으로 정교하게 직조해 낸 동아시아 SF.”

「스파이라」가 올해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작으로 허블에서 출간되었다. 천선란, 청예 등 현재 활발히 활동하며 또렷한 성취를 일구고 있는 작가를 탄생시킨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이 올해 일곱 번째를 맞아 김아인이라는 걸출한 신인 소설가를 냈다. “‘장편감’에 걸맞은 중량감”(김성중 소설가) “추리 구도를 만들고 낭만적인 서사를 엮어”낸 “완성도 높은 장편소설”(인아영 문학평론가)이라는 찬사를 받은 「스파이라」의 배경은 에피네프라는 치명적인 전염병이 휩쓴 근미래다. 인간이 죽은 후에도 정신은 전산화되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면? 소설은 이러한 의문과 설정에서 시작해 팬데믹 상황의 디스토피아이면서도, 기술이 발달하여 제2의 가상 인생 서비스가 제공되는 세계상을 그린다.
소설은 그 정신 전산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AE라는 거대 기업을 둘러싼 인물들의 첨예한 입장 차와 대립을 다룬다. ‘디스토피아 상황에서 죽음이 없는 영원한 삶은 과연 유토피아일까?’라는 질문에 다각도로 접근한다. 그러면서도 추리 스릴러와 로맨스 서정을 정교하게 가미한 게 이 소설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AE의 배후를 파헤쳐나가면서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스파이라’의 실체에 다가가기까지, 작품은 놀랍도록 세밀한 짜임새와 숨 막히는 몰입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아울러, 작가는 펜데믹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로맨스, 오묘한 불안감, 과거 일상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섬세하고 먹먹한 필치로 그려내며, 아름답고도 유려한 웰메이드 SF 세계를 창조해냈다.
수상내역
2024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작

저자

김아인

저자:김아인
1997년생.광주대학교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열한지역을떠돌며열두군데의학교에다녔고,열여섯곳의집에서살았다.그러고도늘낯선공간과낯선시간,낯선사람들을상상하며소설을쓴다.

목차

스파이라007
작가노트208
심사평211

출판사 서평

전염병이창궐한디스토피아,
기술발달로이후의삶을선택할수있다면?
불안속에서대치하고마주하고흔들리는사람들

디스토피아속죽음이없는영원한삶은유토피아일까?

“4억9572만5423명의고객님들이제2의삶을….”_24쪽

전염병이창궐한세계,인류의절반이죽고남은후5억명가량의사람들은AE라는기업이자공간혹은서버에입주해이후의삶을살아가고있다.이른바정신전산화기술이개발되어인간의기억과인격이데이터화될수있었던것.‘나’인웨이쉬안은AE에서고객의뇌와척수를들어내고남은신체인‘반송체’를폐기하는업무를한다.정신이서버에연결되려면수많은유선케이블을연결해야하므로뇌와척수를적출할수밖에없는탓이다.“다양한인종이언어권별로무리이뤄다니는”(25쪽)하나의도시나마찬가지인AE.이를둘러싼흥미로운인물들은서사의중축이다.각기저마다매력적이고개성강한인물들은죽음이후의새삶에대한저마다의입장차를여실히드러내며,실행하고협력하고대치하면서갈등은확산되기때문이다.
하라바야시가스미는뇌과학연구원으로AE의실질적인브레인이다.정신전산화기술은근시안적인“도피의길”(68쪽)이라고비판하면서도,AE가독점한기술을활용해펜데믹을타개할수있다고믿기때문에그존재에대해서는다소온건하고유보적인입장이다.반면,페이는그대척점에있다.

“하지만수명이다할때쯤에는AE가주는가짜영생을다시바라게될거야.현재삶을덜진지하게바라볼테고.그런게희망이라면없는게나아.”_206쪽

페이에게AE의서비스는가짜천국같은곳에목숨을의탁하는일이다.그로인해사람들이현실의삶을덜충실하게살아간다고,AE가세상을더망치고있다고페이는생각하며비밀스러운일을실행에옮긴다.한편,황신부세력은AE를적극적으로거부하는과격한집단을대변하며물리적폭력행위도서슴지않는다.“한기업이만든인공적인천국과영생은종교와배치될수밖에없”(89쪽)기때문이다.그리고무엇보다AE의초기개발자중한명의인격데이터인‘신’이라는독특한캐릭터는흥미와재미를더한다.디스토피아상황에서죽음이없는영원한삶은과연유토피아일까?이를둘러싼첨예한논란과대립은어떻게어디까지이어질까?<스파이라>가구축해놓은짜임새있는전개와기막히고신선한결말에독자는소설읽기의생생한즐거움을만끽할수있을것이다.

추리스릴러와로맨스서정이만난정교한SF

“그기억들은좋다고하기에는차고건조했고,나쁘다고하기에는너무도형형하고아름다운색을띠고있었다.”

이SF소설의독특한요소는추리스릴러와로맨스서정을조화롭고도정교하게가미했다는점일것이다.“박진감넘치는사건들이긴장감있게전개”(김희선소설가)된다는평과“흩뿌려진슬픔들을원사삼”(강지희문학평론가)는“낭만적인서사”(인아영문학평론가)라는수식이동시에붙을수있는이유이다.

“아니,원해서온게아니라는걸…확인하러왔다고해야겠네요.”
“원해서온게아니라면…끌려온건가요?가족분들에게?”
“아뇨.AE에게요.”
그가단호하게말했다.
_56쪽

<스파이라>는AE에입주하는일이자발적선택이아니라강제적인경우가있다는의혹이불거지면서서사를꾸려나간다.업무하는도중웨이쉬안은그의연인이었던페이의반송체를발견한다.너무놀라운일이었지만더욱납득할수없는건페이가정신전산화기술을한사코거부해왔었기때문이다.그리고그날,괴이한영상이하나도착한다.“새빨간입자.꿈틀거리는땅.마지막의비명소리.”(61쪽)소설은세계를잠식하다시피한AE라는거대기업의배후를파헤쳐나가는구조를띠며종국에는소설의제목이기도한‘스파이라’의실체를향해다가가는데,치밀한구성과뛰어난완성도덕에훌륭한추리미스터리장르를읽는기쁨역시선사한다.그리고그과정에서스릴러적요소도두드러진다.AE에강제입주되었다고의심되는또다른인물인유즈키를확인하기위해찾아간‘보관소’와황신부세력의근거지인‘기도원’,황신부세력과극렬히대치하는공간인‘호텔로비’등로케이션을옮겨가며,추적하고찾아내고도착하여대치하고가까스로살아남아돌아오는,다시붙잡히고도망치는일련의흥미로운서스펜스적상황과일촉즉발의숨막히는전개는소설에긴장감과활력을불어넣는다.

“그기억들은좋다고하기에는차고건조했고,나쁘다고하기에는너무도형형하고아름다운색을띠고있었다.”_72쪽

그럼에도<스파이라>는시종일관노스탤지어가풍기는어떤낭만적분위기로가득하다.웨이쉬안과페이,그리고하라바야시가스미와의관계에서“사랑을잃고다시사랑하게되는로맨스”(강지희문학평론가)를읽어내며어렴풋한감정의뒤척임을감각할수도,디스토피아에서살아가는사람들의적실하게잘형상화된불안을체감할수도있겠지만,무엇보다이소설에매혹적인분위기를더하는것은전염병에휩싸이기전일상에대한노스탤지어다.그러니까“다시는돌아갈수없는생활과삶의한층계들”(72쪽).소설은“아주먼우주에서부유하며지구를내려다보는기분”(73쪽)으로현재보다온전했던세계의과거를서술한다.여기에는어떤먹먹한서정이자리하는데,웨이쉬안과페이가처음사랑에빠졌던홍콩에서의장면들을묘사할때는더할나위없이그러하다.세계가파탄나기전,그때는모르고누렸던평온한세계를충분히그려내는것만으로도,그세계가얼마나소중했는지넌지시일러주는것만으로도<스파이라>는지금의우리에게주요한메시지를환기한다.짜임새와흡입력뿐아니라서정적이고아련한누아르와로맨스의감각….<스파이라>우리가읽고느낄만한거리로가득하다.아름답고도섬세한필치로그려진이동아시아SF를,김아인의첫소설세계를독자에게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