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16.80
Description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우수상 수상 작가
최이아의 블랙 코미디 SF
기자의 눈과 활동가의 심장을 가진 소설가, 최이아의 첫 소설집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가 허블에서 출간되었다. 8년간 경제지 기자로 일하면서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와 혐오를 고스란히 목격한 최이아는 사회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비정규직 문제 속으로 직접 뛰어들기로 했다. 활동가로서 만난 성별과 나이를 초월한 다양한 사람들의 연대가 최이아에게 영감을 주었다.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한 작가는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근미래 한국 농촌 SF 「제니의 역」으로 2023년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우수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는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 「제니의 역」을 포함해 총 6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최이아는 기자 생활을 통해 목격한 ‘자신이 뱉는 말의 영향력을 숙고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언어를 빼앗고 싶었다는 은밀한 반항을 이 작품집에서 폭발시켰다.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는 무분별하게 언어를 사용할 때 사회가 어떤 식으로 일그러지는지를 차근차근 짚는다. 언어에 틀에 갇힌 편견이 얼마나 잔인한지, 신념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학살이 얼마나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지 들춘다. 최이아의 이 은밀한 욕망으로 탄생한 ‘언어가 사라진 세계’는 재앙과도 같다. 사회는 기능하지 않게 되고 인간들은 스스로 고립을 택한다.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는 언어의 소멸로 인해 언어의 순기능마저 사라진 역설을 부각시키며, 그 자리에 무엇이 들어갈지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소설집이다.

저자

최이아

저자:최이아(EahChoi)
기자의눈과활동가의심장을가진화학전공자.
8년간기자로일했다.사회에만연한부조리와혐오를지켜볼수밖에없어고민하다언론사를그만두고비정규직문제에직접뛰어들기로결심했다.활동가로일하다만난다양한사람들에게서영감을받았다.여기에과학적상상력을더해소설을쓰고있다.
욕망과이기,소외와연대에관심이깊다.
2023년「제니의역」으로제6회한국과학문학상중·단편우수상을수상했으며단편「비가그칠때까지」로손바닥문학상우수상을수상했다.

목차

추천의말
갈아드려요
인구감소정책추진에대해
이윽고언어가사라졌다
랩에서생긴일
푸리앙
제니의역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날카롭고도근본적인통찰로빚은세계
공포와해학을갈아넣은이야기들

혐오와멸시와불평등이일상에만연한이땅의우리에게는,이토록작의가선명하게드러나는소설이아직은필요하다고여겼다.
_구병모(소설가,「제니의역」심사평중에서)

『이윽고언어가사라졌다』에나오는등장인물들은작은욕망에서부터스스로의세계를무너뜨린다.이는젊어지고싶은마음,성공하고싶은마음,심지어지구를지키고자하는마음에서부터도시작된다.작은소망에불과했던욕망에집착할수록그것은커다란파도로변해등장인물들의세계를쓸어버린다.최이아의소설은걷잡을수없이커진욕망의그림자에가려진사람들을주목한다.수상한시술을받고실종된딸의행방을알고자하는어머니(「갈아드려요」),두손이불타고있어도성공을위해평생노예계약서에서명하는청년(「랩에서생긴일」)….『이윽고언어가사라졌다』에는자신의욕망을고집하는사람들이결국좌절하는모습과욕망의위험성을인지한사람들이세상을구하기위해고군분투하는모습이뒤섞여있다.작가는그모든행동에가치판단을하지않고독자에게보여준다.아무것도남기지않는자비없는전개와말초적인카타르시스를주는반전에페이지를넘기다보면문득,욕망이라는것이어떻게스스로의세계를파괴하고있는지궁금해질것이다.

『이윽고언어가사라졌다』의시작을여는「갈아드려요」는젊음을추구하는욕망의부작용을말한다.수진은K-뷰티를다른행성으로전파한1세대뷰티코디네이터다.‘눈에띄는것은가꿔야한다’라는말로행성인을설득해서미의저변을넓힌수진은팔자주름이생긴자신의얼굴때문에실적이줄어드는것이불만이다.그래서신체나이를줄이는인공혈액시술에집착한다.5리터의피를교체하기위해수진은발버둥친다.빚이아무리불어나도,인공혈액의제조과정이아무리수상해도수진은피를고집한다.최이아의과학적상상력이곁들여진“불로장생과아름다움에대한욕망이상품이된”(정보라,소설가)세계관은사회적으로강요되는미를향한욕망이어떤모양으로개인을갉아먹는지를더욱극명하게드러낸다.얼굴을뜯어보는시선이어떻게개인을몰아세울수있는지를말이다.인공혈액이무엇으로만들어지는지밝혀지는마지막순간,「갈아드려요」라는제목에숨겨진두가지의미를알아챌것이다.그리고수진또한오늘날의우리처럼노화와시선의공포에서벗어나지못한한명의평범한인간이라는것을알게될것이다.

두번째소설「인류감소정책추진에대해」는블랙유머를통해권력과과학기술이결합되면어떤괴물이탄생하는지를해학적으로보여준다.비밀조직에소속된‘나’는첫문단부터“기후변화를늦추기위해서는인류를현수준의100분의1로죽여야한다는결론에도달했다”(43쪽)라고자랑스럽게외친다.물론‘나’가주장하는논리는얼토당토않지만그안에는인류에대한사명감이가득하다.지구의가장큰가해자라는냉소섞인농담을‘나’는진심으로믿고시행한다.버튼을누르듯간단하게시행된인류학살은마지막의아찔한반전을통해사회의권력피라미드의이면을들여다본다.

최이아는“내안에깊이녹아있는비열한면모를마주한”것이『이윽고언어가사라졌다』의토대가되었다고작가의말에서말했다.이토대가SF라는장르와버무려져나온『이윽고언어가사라졌다』는자신이선량하다고착각하는개인들에게도비열한면모가있을거라는메시지를반복해서전하고있는것이다.

상처받지않기위해,상처입히지않기위해,
우리에겐무엇이필요할까?

“부디다음번에는다른방식으로소통하길바라.우리가어디에있든함께할수있는,언어의모든틀을초월한방식으로.”_「이윽고언어가사라졌다」중에서

언어에대한최이아의예리한통찰은표제작「이윽고언어가사라졌다」를통해빛을발한다.말을함부로하지말라는경구를“무서워서말도못하겠네”(69쪽)라고비웃는사람들앞에말을함부로하면‘큰일’이나는세상이펼쳐진다.

로지먼트종합병원로비에서원인모를바이러스가퍼진다.타인에게공격적인말을하는사람들이괴이한행동을하기시작한다.몸의통제를잃고질주하다벽에머리를박거나,차도에뛰어들어죽음을맞는다.사람들이당황하는사이이증상은순식간에퍼져세계적인재난이된다.전염병확산을막기위해병원은폐쇄되는데,이사태를예견했던언어학자아진과그의이론을폄하했던아진의전연인레지던트선린이병원에갇히게된다.언어의틀에서말하거나생각하면감염되는피할수없는미지의바이러스.이바이러스의정체에도달하기위해선린은아진의이론을인정한다.아진은선린의의견에맞춰자신의가설을수정한다.선린과아진은언어가사라져버린세상에서어떻게하면서로를이해하고신뢰할수있는지깨닫는다.사실중요했던것은소통도구에불과한언어가아니라,이어지고자하는마음그리고서로의존재를받아들이고쌓아온시간이었다.“서운하고짜증나고화도났지만그럼에도소중한관계의흔적들”(150쪽).어쩌면연대란무거운결의도,필사의각오도아닌훨씬부드럽고따뜻한것에서부터시작하는걸지도모른다.

『이윽고언어가사라졌다』에는소중한것들을지키기위해연대하는인물들이있다.“어디에있든함께할수있는”(141쪽)소통방법을고민한아진과(「이윽고언어가사라졌다」)옆집에시집온이주여성의누명을풀기위해“이주여성들은자신의언어로자신있게말하기만”(247쪽)하면된다고독려한다은의엄마처럼(「제니의역」)최이아는타인과스스로를상처입힐수있는‘욕망’을삭제한세상을잔인하게그리면서도,사람은이어질수있다는믿음을놓지않는다.『이윽고언어가사라졌다』욕망이파괴된세상속에무엇이스며들어그것을재구성하는지지켜볼수있는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