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미 마인

에너미 마인

$15.00
Description
배리 B. 롱이어(Barry B. Longyear)의 「에너미 마인(Enemy Mine)」이 허블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휴고상과 네뷸러상, 로커스상, 존 W. 캠벨 신인작가상을 동시에 수상한 최초의 소설로, 이 기록은 단 한 번 무려 38년이 지나서야 경신될 정도로 희소한 가치를 지닌다. “이야기가 너무나 훌륭해서 ‘휴고상’ 느낌이 가장 충만하다”라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평처럼 「에너미 마인(Enemy Mine)」은 작품성으로 신뢰받았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 출간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곧장 볼프강 페테르젠 감독에 의해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 그 영화는 소련에서 상영된 최초의 서구권 SF영화라고 기록된다. 아울러 〈12 몽키즈〉와 〈스타트렉: 피카드〉 등의 TV 시리즈를 집필한 테리 마탈라스가 각색을 맡아 리메이크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에너미 마인(Enemy Mine)」은 SF의 열혈 독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흥미롭게 읽고 즐길 수 있는 걸작이라고 할 법하다. 누군가에게는 인생 SF라는 소회가 자자한 이 소설은 사실 1994년에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어 지금은 정가보다 훨씬 웃도는 중고가로 판매되는 앤솔러지 『환상특급』에 ‘적과 나’라는 제목으로 처음 실렸다. 이후 어슐러 K. 르 귄의 소설 「어둠의 왼손」과 제임스 캐머런의 영화 〈아바타〉의 사이를 잇는 기념비적 작품으로 꾸준히 복간을 요청받아온 것이다.
「에너미 마인(Enemy Mine)」은 지구인과 외계인 조종사가 전투를 하던 중 한 행성에 불시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적으로 만났지만 금세 그 둘은 우정을 나누는데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지점은 지구인이 외계인 아기를 맡아 키운다는 설정이다. 흥미진진한 외계인 육아기라 할 만한 「에너미 마인(Enemy Mine)」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유머러스한 입담, 예상치 못한 전개, 레트로하고 향수를 자극하는 감수성으로 무엇보다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지금 시대의 화두인 ‘돌봄’ 그리고 타자와의 공존과 존중이라는 큰 주제를 담았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꼭 읽어봐야 할 SF 필독서라 할 만하다.
선정 및 수상내역
휴고상 · 네뷸러상 · 로커스상
저자

배리B.롱이어

저자:배리B.롱이어BarryB.Longyear
1942년에미국펜실베니아주해리스버그에서태어났다.부인과함께인쇄회사를경영하다가30대후반에발표한「에너미마인」이휴고상,네뷸러상,로커스상,존W.캠벨신인작가상등주요SF문학상을석권하고곧장영화판권까지팔리면서일약주목받는SF작가로발돋움했다.그뒤로『TheHomecoming』,『ManifestDestiny』,『InfinityHold』,『CircusWorld』,『TheFiretellerTales』등꾸준히작품을발표하며왕성한활동을이어왔다.2021년에는장편소설『TheHook』으로자유주의미래학회에서수여하는프로메테우스상을받으며노익장을과시하고있다.

역자:박상준
1990년대초부터SF및교양과학전문기획번역가,칼럼니스트,강사로활동해왔으며현재서울SF아카이브의대표다.『미래에서온외계인보고서』,『SF거장과걸작의연대기』(공저)등의책을썼고『라마와의랑데부』,『화씨451』등의작품을우리말로옮겼다.장르문학전문지『판타스틱』창간편집장,SF전문출판브랜드‘오멜라스’의대표를지냈고,세종대와계원예술대등에서외래교수로SF를강의했다.

목차

에너미마인007
옮긴이의말219

출판사 서평

지구인이외계인아이를맡아키운다면?
불시착한행성에서대면한징그럽게귀여운나의적

“자미스,넌드랙이야.드랙은한손에손가락이세개야.”

“이르크마안!”
놈이내뱉었다.
“메스꺼운드랙놈아!”
나는두손을가슴앞에서흔들었다.
“덤벼,이드랙자식아!와서덤벼봐!”
“이르크마안바아,코루움수!”
_7쪽

지구인데이비지와드랙인쉬간은파이린4호라는무인행성에불시착한다.인간과드랙.그두종족은우주의행성들을개척하는중에맞부딪치며오랜세월적대관계로지내왔다.인간한테드랙은그생김새부터꺼려지는존재다.노란피부에노란눈동자,얼굴은코가거의없다.손가락은셋이다.양성체라서한몸에남성과여성생식기가함께있다.“두꺼비낯짝”이라는멸칭이만연하다.하지만데이비지와쉬간은이무인행성에서처음대면해어쩔수없이손을맞잡을수밖에없다.척박하고고립된환경에서어떻게든살아남아야하므로.머물수있는집을짓고,땔깜과식량을구하며비축하고,바람과파도를피하고,봉화를올려구조요청을하는와중에그둘은결국친밀한사이가되어버린다.‘에너미마인EnemyMine’,‘나의적’으로‘우리’가되어서서로의언어를배우며문화를알아간다.특히데이비지는드랙의문화를깊숙이배워나가며드랙종족에대한편견을버린다.오히려경외감마저품는다.그렇게시간이흐르는사이임신한상황이었던쉬간의출산일이다가왔다.하지만이럴수가,불행히도쉬간은아기를낳다가죽었다!데이비지는이노랗고조그만외계인아기자미스를키워야한다.

“자미스.”
“예,삼촌?”
“자미스,넌드랙이야.드랙은한손에손가락이세개야.”
나는내오른손을들어손가락들을흔들었다.
“난인간이고손가락이다섯개지.”
나는그때어린애의눈에서눈물이솟는것을보았다.
“어른이되면네번째,다섯번째손가락이생기나요?”
나는앉아서자미스의눈을똑바로쳐다보았다.아이는자신의다른두손가락이어디로가버린건지궁금해하고있었다.
_109쪽

소설은이제데이비지와자미스에게초점을맞춘다.인간아기도키워본적도없는데,하물며외계인아기라니.데이비스는이아기의생리가어떨지그러니어떻게다뤄야할지막막하기만하다.반면이조그맣고귀여운생명체자미스한테는모든게신기하기만하다.이야기는어떻게전개될까?둘은함께잘적응할수있을까?각자의행성으로돌아갈수있을까?외계인과인간의조우는SF의오랜테마다.하지만인간이외계인아기의삼촌이되어돌봄의주체가되는이야기는값지면서도색다른관심을불러모은다.몽글몽글한감동을선사하는<에너미마인(EnemyMine)>는무척이나귀여운SF로서독자에게가닿을것이다.

“서로대화하지않는다면,어떻게전쟁을멈출수있겠어요?”
돌봄과반전(反戰)과공존의가치를되새기는소설

소설의묘미는또한외계종족드랙인의독특한전통과관습에있다.데이비지는쉬간한테서가계의전통을습득한다.그리고쉬간이죽자오히려자미스에게전통을알려줘야하는저지가된것.인간데이비지는아이의보호자로서뿐아니라드랙문화의매개자혹은전수자역할을수행하는데,그렇게서사가진행하는동안중요하게드러나는드랙인의전통은은은한교훈을준다.

“제리바가계의다섯이름은,그이름을지닌이들이반드시행적을추가해야해.이름이아니라행적이중요한거지.”
_136쪽.

드랙인이이름짓는방식은인간의방식과는다르다.‘고티그’‘쉬간’‘자미스’‘타이’‘하에스니’라는다섯이름만쓴다.이름이그리중요하지않은까닭인데,더욱중요한건한사람이살아온내력이다.그리하여이름에는행적을반드시추가해야한다.타고나주어진어떤것보다살아가며만들어나가는능동적인삶의모습에가치를부여하는것이다.드랙인은다큰어른으로인정받으려면가계기록보관소앞에서행적을포함한가계의역사를암송해야만한다.이는데이비지가자미스에게가르쳐야할임무이기도했다.이처럼윗대의행적과역사를깊이인식하는일로서의성인식은이세계에서우리가조상아래이어져왔으며또이어져나가야할생명체라는걸상기시키고반성케하며추구해야할삶의가치를되돌아보게한다.

물론소설은타자를어떻게받아들여야하는지에대한이야기이다.소설제목인‘EnemyMine’은‘MyEnemy’와는뉘앙스가다르다.후자가적대관계를암시한다면,‘Mine’이‘Enemy’를뒤에서수식하는구조에서는그말이적이지만교류하고협력한다는뉘앙스를지닌다.작품에서는제목이드러내는바우정을도독하니그려내며,서로를적으로만드는세계상황을넌지시비판한다.특히나자미스라는아이의시선을통해서는더욱절묘하게나타난다.“서로대화하지않는다면,어떻게전쟁을멈출수있겠어요?”(139쪽)라는무구한질문이깃들어있으며,“통역사가되어서전쟁이끝나게돕고싶다는생각이들어요.”(140쪽)라고말하는,어른을반성케하는아이의선한마음이어른들을성찰하게한다.지금지구에서도전쟁은여전히지속되고폭력은난무한다.타자에대한적대감과차별은더욱팽배해지고있다.휴고상,네뷸러상,로커스상동시수상에빛나는걸작이자,재미있고뭉클한소설이면서도,돌봄과반전(反戰)과공존의가치를되새기는너무나시의적절한SF가다시번역되어여기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