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판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판교

$16.80
Description
레트로, AI, 소설, SF, 삶…

어디서든 끝나고 어떻게든 시작되는 미래
인간의 마음을 붙들며 천천히 흘러가는 이야기
허블에서 김쿠만의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현장 묘사가 발군인” “AI에 대한 통찰이 깊은 소설”(김보영 소설가), “자유롭고 능청스럽게 끌고 가는 이야기”(인아영 평론가)를 설계하며 “생생한 인물들”과 “문장 사이에 잽처럼 날리는 유머”(김성중 소설가)를 능란하게 써 내려가는 그는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엮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판교』를 낸다. 표제작에서도 암시하듯 김쿠만의 소설은 미래적인 것과 과거적인 것이 정교하게 어우러져 있다. 게임 속 AI의 과거 회상담, 미래 자율주행 시대에 구식 자동차만 허가된 고장에서 벌어지는 연애 후일담, 로봇 손 시대에 초밥 장인이 고수하는 전통, 우주 전쟁에서 울려 퍼지는 뽕짝…. 하나하나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소재의 향연이기도 하거니와 SF적 상황 속에서 레트로한 분위기가 넘실댈 때의 매혹이 압권이다. 그 어긋남 혹은 거리감이 유연한 입담을 통해 발현될 뿐만이 아니라, ‘그리움’이라는 인간의 보편 정서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쿠만 작가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판교』에서 소설 쓰기가 곧 삶 쓰기라는 것을 보여준다. 현실과 밀착해 있으면서, 과거와 미래를 잇는 삶 쓰기. 그의 소설은 AI 시대 인간이 품은 느린 마음에 대한 찬가다.
저자

김쿠만

저자:김쿠만
2020년웹진《던전》에입장했고,2021년문예지《에픽》에등장했으며,2022년에소설집『레트로마니아』를,2024년에장편소설『신들린게임과개발자들』을책장에꽂았다.「옛날옛적판교에서는」으로제5회한국과학문학상가작,「장우산이드리운주일」로제16회쿨투라신인상을수상했다.

목차


원스어폰어타임인판교007
남쪽바다의초밥047
EncyclopediaofPon-Chak085
백년열차099
남해,자율주행금지구역141
이제하와이에선파티가열리지않는다171
타란티노의마지막필름203
미래235

출판사 서평


김쿠만식매혹적인레트로
쿵짜작뽕짝트랜스트랜스스토리

게임의‘게’자도모르는옛날사람은요즘시대에도있을테니까.말했잖아.살아가는시대는사람마다제각각이라고.분명기원전희랍시대에도옛날사람이있었을걸?
_「원스어폰어타임인판교」,11~12쪽

위문장에서엿볼수있는위트넘치는표현은김쿠만소설의특장점을보여준다.‘레트로마니아’라는그의첫소설집제목에서엿볼수있듯,그의소설은오래된것들에대한향수와애정을간직하면서나아가유쾌한레트로함으로매력을발산한다.흡사“과거를찾아헤매지만왜과거를찾는지모르는주인공이등장하는어드벤처게임”(18쪽)처럼.특히나그배경이SF적이라서기묘한이질감과균형감이소설을더욱재미있게만든다.소설집에서다섯번째로수록된「남해,자율주행금지구역」에서도미래와과거가공존한다.옛커플의우연한해후와애증관계가흥미롭게펼쳐지는이소설의배경은‘남해’다.특정지역이라기보다는남쪽끝바닷가고장인남해는기술이고도로발달한사회에서“인공지능,로봇,자율주행등금지된”(147~148쪽)동네다.세상의속도가빨라졌는데,이곳은유달리옛것을고집하며살아가는사람들뿐.하지만포터트럭을모는욕쟁이할머니와주차장안내원인속사포래퍼할아버지의초현실주의적인활력은AI시대의젊은사람들을압도하며독특한정취를풍긴다.

정말믿기지않지만한때뽕짝의시대가있었다.저하늘에서사라진별만큼이나까마득하게먼옛날이지만.잔인할정도로흥겨웠던그런시대가정말로있었던모양이다.
_「EncyclopediaofPon-Chak」,98쪽

「EncyclopediaofPon-Chak」이야말로김쿠만식레트로의진면목아닐까.소설에서기자인‘나’는이박사특집취재를위해‘우주뽕짝예술협회’의사무국장을찾아간다.이박사는누구인가.뽕짝의대명사,신바람메들리의주인공,<몽키매직>과<영맨>의이박사아닌가.그는이소설에서영웅대접을받고있다.바야흐로때는제3차은하전쟁시기.참전할당시이박사는군가대신<몽키매직>을불렀고,그노래는어쩐일인지적들에게큰타격을준다.그리하여온우주에는이박사의팬들이별처럼무수하다.이처럼『원스어폰어타임인판교』의SF는레트로한설정이전면에부각되며인간보편적감성인그리움의정서를환기하는데,이는독자가그의소설을몰입해서읽을수있는요인이다.무엇보다소설을더욱매력적으로만드는것은특유의유연성과유머러스함덕분이기도하다.두번째로수록된소설「남쪽바다의초밥」에서선장이주방장에게남긴말처럼“너무그리워하지”(55쪽)않는것.그리워하되,조금씩만그리워하는그사뿐한거리감.해설에서노태훈평론가가적시했듯,김쿠만식레트로가소설에서성공하는이유는“과거의것은과거의것대로애정하되아예과거로는돌아가지않으려는이정서야말로작가의소설을‘가볍게’읽을수있도록”(285쪽)하기때문이다.

소설은곧삶쓰기

느린마음에대한
오래도록끝나지않을이야기

“공교롭게도그해는프로젝트미래가시작된해였고,내가글을쓰기시작한해이기도했다.과격하게보자면,우리는문학동기라고도할수있었다.
_「미래」,236쪽

어쩌면우리는지금미래가쓴소설속의등장인물이아닐까.미래가예지하고있는소설속세상을살아가고있는거아닐까.
_「미래」,264쪽

『원스어폰어타임인판교』은소설과소설쓰기에대한다면적인탐색으로가득하다.이소설집을닫는마지막작품은「미래」이고,첫작품은「원스어폰어타임인판교」인데,그둘은‘미래’와‘과거’(OnceUponaTime)를가로지르는소설쓰기에대한내용으로짝맞춤한다.「미래」는소설을써내는인공지능프로그램‘미래’와개발자이자소설가인‘나’에대한이야기이며,「원스어폰어타임인판교」는게임으로개발된AI가서술자가되어과거를술회하는오토픽션인까닭이다.사실이소설집의거의모든곳에는소설과소설가와소설쓰기에대한이야기가군데군데흩어져있다.인간소설가,AI소설가,‘과거’의소설가(절필),‘미래’의소설가(지망생),‘현실’의진짜소설가,소설가로‘둔갑’한다른장르예술가….

「백년열차」의화자도마찬가지다.“모두가숨가쁘게바삐달리는현대에서잠깐만이라도한없이느렸던지난세기의속도로살아보지는취지”(104쪽)로‘백년열차’가기획되는데,소설가인‘나’는그기차안에서소설을써보라는철도국의제안을받는다.이야기는‘나’가달리는‘백년열차’안에서소설을쓰는내용으로이루어진다.흥미로운것은달리고있는열차의‘현재’와소설가가구상한허구의‘이야기’가내내‘접속’한다는점일텐데,실로김쿠만의소설들은허구를현실에현실을허구에맞닿게한다.흩뿌려진이야기들속에서,『원스어폰어타임인판교』라는김쿠만의작업은소설=삶혹은소설=삶쓰기라는걸보여주고있는듯하다.그러므로“소설이아니라현실을쓰는데더집중할거라고말”(244쪽)하는것자체도어불성설이다.그에게소설이현실이고현실이소설이기때문이다.『원스어폰어타임인판교』는김쿠만이라는인간소설가가소설로써해낼수있는삶쓰기이다.그의소설쓰기는현실과엉겨붙고과거와미래를잇는다.“조각나고해체된이야기,통제불가능한의외성,현란하게흐트러진서사”(278쪽)에매료되는인간의소설쓰기.“오래도록끝나지않을오래전의이야기”(45쪽).과거를돌올히,인간의어떤느린마음에대해천천히천천히.

그들의대화는백년열차만큼이나느리게흘러갔다.당연한얘기일지도모르지만,두사람중지루함을느낀사람은아무도없었다.
_「백년열차」,1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