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큰글자도서)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큰글자도서)

$39.00
Description
우리의 낙원은 늘 폐허 위에서 시작되었다
김초엽, 천선란, 김혜윤, 청예, 조서월
한국과학문학상 10주년 대표작가 앤솔러지
“지금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써볼까요?”
이에 대한 다섯 작가의 공통된 응답, “죽음 너머, 그리고 사랑”

SF 전문 출판사 허블에서 한국과학문학상 10주년을 기념하여 수상 작가 다섯 명과 함께 SF 앤솔러지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를 선보인다. 허블 편집부는 김초엽, 천선란, 김혜윤, 청예, 조서월 작가에게 “지금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 “솔직하게 마음이 가는 이야기”를 써달라 요청했고, 작가들은 “죽음 너머의 세계”, “그곳에 남은 사랑”이라는 공통된 응답을 내놓았다. 서로 의견을 나누지 않았음에도 작가들이 “죽음”, “사랑”을 공통 주제로 쓰게 된 이유는 작가노트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소설은 작업하는 데 무척 오래 걸렸다. (…) 일상이 그럭저럭 이어질 거라는 믿음이 통째로 흔들리는 일련의 사건들(내란을 비롯한 이후의 여러 사태들).”
_김초엽, 작가노트 중에서

“소설을 쓰는 내내 가장 마음을 떠나지 않았던 싸움이 두 개 있었다. (…)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의 고공 농성. 그리고 파주시 용주골 시위”
_김혜윤, 작가노트 중에서

이처럼 죽음과 멸망의 징후가 일상이 된 현실의 영향을 받아, 다섯 작가는 죽음 너머의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죽음 이후의 세계에는, 그리고 그런 세계에 속한 우리의 마음에는 무엇이 어떻게 남을까? 이 질문에 대해 다섯 작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라진 존재와 남겨진 존재 사이의 관계를 그려낸다.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 현실 너머의 낯선 시공간을 꾸준히 상상해 온 김초엽은 「비구름을 따라서」에서, 소중한 이의 죽음 이후 남겨진 이들이 그와의 과거 기억, 그가 간직했던 상상, 그가 알려주었던 평행 세계의 흔적들을 조각조각 모아가며 결국 독특한 마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천선란 또한 흥미로운 상황과 인물을 배치해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다. 이전 작품들에서 세계의 마지막을 계기로 단절돼 있던 서로 다른 종 사이의 연결 가능성에 주목해 온 그는 「우리를 아십니까」에서 버려진 지구를 배경으로 좀비도 인간도 아닌 화자가 자신처럼 새로운 종이 되어버린 아내와 목소리를 얻게 된 거북이와 함께 떠나는 로드무비를 그려낸다. 좀비의 육체로서 무너지는 감각과 기억이 뒤섞인 경계 속에서 세 존재의 이야기가 아슬아슬하게 전개된다.
이어서 김혜윤은 기존 작품에서 그 무엇도 배제하지 않고 기꺼이 맞서 싸우려는 주제의식을 이어가며, 「오름의 말들」에서도 외계 생명체 ‘오름’을 등장시키되 현실의 작동 방식과 그로 인한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 오름을 난민과 같은 핍박받는 존재로 설정해 낯선 국면을 펼쳐 보이며, 죽음의 공포를 마주한 순간 소통이란 무엇이고 그것이 관계와 세계를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묵직하게 되묻는다.
청예는 전작 『오렌지와 빵칼』에서 보여준 윤리의 경계를 뒤흔드는 상상력과 감각을 「아모 에르고 숨」에서도 가차 없이 드러내며, 자신과 사랑하는 이의 복제체를 통해 불편하면서도 매혹적인 사랑 실험을 펼친다. 원본과 복제가 뒤섞인 순간 속에서 ‘궁극적 사랑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진위를 무의미하게 만들 만큼의 강렬한 욕망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조서월은 생명도 마음도 다시 싹틀 수 없을 만큼 척박한 토대에서 탄생의 징후를 포착해 온 기존의 시선을 「I'm Not a Robot」에서도 이어간다. 이번 작품은 홀로 남은 인간과 로봇 사이에서 진정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메타소설적 방식으로 전개하며, 인간의 일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든 해나가려는 존재의 태도를 끝까지 밀어붙이고, 마침내 그것을 감당하려는 조용한 결의를 드러낸다.
이처럼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에 실린 다섯 편의 소설은 공통적으로 죽음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강렬한 감정, 사랑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죽음을 마주했거나 통과한 존재들은 그 감정을 통해 여전히 다른 존재와 연결되며, 무너진 세계의 잔해 위에 자신의 마음을 다시 세우고, 그 위태로운 감정에 끝까지 머무는 방식을 택한다.
저자

김초엽

2017년제2회한국과학문학상중단편대상및가작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우리가빛의속도로갈수없다면』,『방금떠나온세계』,중편소설『므레모사』,장편소설『지구끝의온실』,『파견자들』,논픽션『사이보그가되다』(공저),산문집『책과우연들』,『아무튼,SF게임』등을냈다.
2019년제43회오늘의작가상,2020년제11회젊은작가상,2021년제62회한국출판문화상(저술·교양부문),2024년제14회중국성운상번역작품부문금상,제34회은하상최고인기외국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김초엽,「비구름을따라서」ㆍ007
작가노트ㆍ088


천선란,「우리를아십니까」ㆍ091
작가노트ㆍ161


김혜윤,「오름의말들」ㆍ165
작가노트ㆍ205


청예,「아모에르고숨(AmoErgoSum)」ㆍ209
작가노트ㆍ265


조서월,「I’mNotaRobot」ㆍ269
작가노트ㆍ319

출판사 서평

“그럼에도저너머세계의이연이보민을이곳으로초대했다.보여주고싶어.이연을붙들어주었던,이연을살게했던그세계들을보여주고싶어서.”
-김초엽,「비구름을따라서」

「비구름을따라서」는죽은룸메이트‘이연’의이름이적힌추도식초대장이도착한다는미스터리한상황에서시작된다.처음엔장난이라여겼던화자‘보민’은집안곳곳에서계속발견되는초대장과제멋대로인날짜,이름을보며점차이상한감각에휩싸이고,끝내이연이직접보낸것이라는막연한확신을품게된다.보민은초대장을따라낯선추모식장으로향하고,그곳에서과거이연과인연이있었던‘정실장’과‘승희’를마주한다.각기다른정보를담은초대장을들고온이들과함께보민은이연의흔적을더듬기시작하는데,그중심에는‘노바파우치’라는보드게임이있다.뽑은토큰을단서로상상의세계를펼쳐가는이게임은이연이자주이야기하던‘반투막너머의세계’를연상시켰고,보민은정실장과승희의이야기를통해그세계가단순한상상이아닐수있음을깨닫는다.세사람은점차현실과비현실의경계를넘나드는이연과의마지막기억조각들을맞춰가며,그끝에서이연의세계를,그리고이연을기억하는자신의세계를마주하게된다.

“천국은바라지도않아.어디든저승의남은땅에같이있게만해줬으면좋겠다.그럼우리가그곳을천국으로만들수있는데.“
-천선란,「우리를아십니까」

「우리를아십니까」는인간으로살아가기어려운건강상태에놓인화자가존엄사를앞두고좀비에게물린뒤,인간도좀비도아닌존재로깨어나며시작된다.오랜혼수끝에눈을뜬화자는자신처럼인간도좀비도아닌새로운종이되어버린아내,그녀가남긴녹음기,그리고감염이후의사소통이가능해진거북이‘장풍’과마주한다.왜곡된감각과흐릿한기억이겹쳐지는세계속에서,화자는아내와함께장풍을바다로돌려보내기로결심한다.움직일수없는아내를리넨카트에싣고길을나선그는,녹음기를통해좀비사태이후에벌어진일들,홀로남은아내가혼수상태였던자신을보호하면서어떻게어디까지버텨왔는지를들으며무너진세계의단면들을따라간다.그과정속에서도오래전평화로웠던아내와의기억들이틈입하고,과거와현재가뒤섞인감각속에서화자는마침내바다에도착한다.장풍을고향으로돌려보낸후,해변에나란히앉은두사람은둘만남게된지구라는폐허에대해이야기한다.

“첫발화이후희정은새로운단어를내뱉을때마다놀라워했고그감각을소중히여겼다.(…)오름과의대화는지금껏익힌어떤언어보다도편안하게느껴졌다.”-김혜윤,「오름의말들」

「오름의말들」은목소리대신전기자극으로감정을주고받는외계생명체‘오름’과,그들과의소통을시도하는언어학자들의이야기다.햇빛만으로생존하며인류에위협을가하지않는오름은,그거대한몸과낯선방식탓에처음부터경계와두려움의대상이된다.스포츠클라이밍과이진법을활용해오름과의첫접촉에성공한언어학자정희정과감정기반의언어해석에능한암호학자이류는협력하며오름의언어와세계를점차이해해나간다.하지만이런평화로운일상은오래가지못하는데,정권이바뀌면서국가는오름을‘연구대상’에서‘상품’으로바꿔보기시작하고,이에대한정부의개입이거세지자오름은교류를끊기에이른다.연구팀은해산위기에놓이고,희정은타협을거부한채끝까지자리를지킨다.남겨진희정과류는오름에게떠나야한다는마지막경고를보내고,희정은오름의꼭대기에올라마지막이될지모를메시지를전한다.제한된자극으로만감정을전하는존재와,같은언어를쓰면서도서로에게총을겨누는인간.이대비속에서작품은‘진정한연결이란무엇인가’를조용하지만단호하게묻는다.

“한번쯤은사랑에대한모든개념을전복시키고,
모조리불태운다음,완전한무의상태에서숙고해볼필요가있었다.”-청예,「아모에르고숨(AmoErgoSum)」

「아모에르고숨」은사랑에대한불신과집착이강한‘오필리아’가연인‘후디니’와의마음을확인하기위해,자신의복제체‘실비아’를만들어궁극의사랑을실험하는이야기다.실비아와의관계를통해사랑의진심을증명하려했던오필리아는이사실을후디니에게털어놓지만,후디니는실비아를희생시킨그녀에게혐오감을느끼고떠난다.이후오필리아는실비아와폐기기한30일의시간을함께보내며후디니의귀환을기다린다.그동안실비아의순종이거북하게느껴졌던오필리아는과거자신이겪었던학대를그녀에게되풀이하는지경에이른다.그러나실비아는굴하지않은채끝까지오필리아를위로하고,그모습은오필리아로하여금옛연인‘와이즈의’무조건적사랑을떠올리게한다.마침내오필리아는실비아를또하나의인격체로받아들이고,위조된폐기이행서를통해그녀에게자유를준다.그러나실비아와의미래를약속한그순간,오필리아는진실을감춘채홀로소각로로향한다.죽음을앞두고,와이즈가왜극단을택했는지,왜후디니를남겼는지를되새기며,복제와진짜,사랑과죄책감의경계속에서자신의이야기를마무리한다.

“…무서워.”
“뭐가말인가요.”
“사람들을또무서워하게될까봐무서워….그래서이번에도사람의일을찾아내지못할까봐무서워….”-조서월,「I‘mNotaRobot」

「I'mNotaRobot」은사막한가운데남겨진노인‘프랭크’와마지막로봇‘랜슬롯’이인간의일이무엇인지고민하고,그일을어떻게든이어가려애쓰는이야기다.랜슬롯은오래전자신에게주어진임무를수행한뒤매번고장난몸을이끈채프랭크에게돌아가고,프랭크는묵묵히그를수리한다.그것이오랜시간두존재가함께반복해온일상이다.수리를하지않는시간엔프랭크가소설을쓴다.그러나그의글은단한번도다른이에게닿은적이없다.온라인에작품을올리려할때마다캡차를통해인간임을증명해야하지만,그시도는매번실패로끝난다.결국그의이야기를들어주는존재는랜슬롯뿐이다.글쓰기를인간의가장가치있는일이라여겨온랜슬롯은프랭크에게사막을넘어다른인간에게글을전하자고제안하고,처음엔그제안을받아들였던프랭크는이내자신이써온모든원고와집필장비를불태워버린다.이후두존재의오래된인연이되짚어지고,그사이병세가깊어진프랭크는가운을잃은채조용히세상을떠난다.그의마지막을곁에서지킨랜슬롯은정성스럽게묘를만들고,다시주어진임무를수행하기위해길을나서며프랭크와인간의일에대해생각한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