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 크기 (이희영 장편소설)

안의 크기 (이희영 장편소설)

$17.00
Description
『페인트』 『테스터』 『셰이커』 이희영 신작 장편소설
2018년 『페인트』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인간 내면의 상처와 욕망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정서와 상상력, 그리고 이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탄탄한 서사로 수십만 독자의 지지를 받아온 작가 이희영. 그는 『보통의 노을』 『나나』 『챌린지 블루』 『테스터』 『소금 아이』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페이스』 『셰이커』 『베아』 등 출간작마다 각기 다른 장르적 감수성과 문제의식을 선보이며 독자층을 꾸준히 넓혀 왔고, 현재 청소년과 성인 독자 전반을 아우르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가 데뷔 13년 만에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완성한 장편소설 『안의 크기』를 허블에서 출간했다.
『안의 크기』에서 이희영은 앞서 청소년 소설을 집필하며 축적한 감각과 탐구를 토대로, 전작에서 던졌던 질문들을 한층 더 깊은 자리에서 마주한다. 『페인트』가 가족이라는 제도 안에서 돌봄과 책임을 묻고, 『테스터』가 첨단 기술 시대의 폭력과 희생을 고민하고, 『셰이커』가 시간 여행 속에서의 선택과 책임을 다뤘다면, 『안의 크기』는 태어날 때부터 내재된 상실과 결핍이 한 사람의 내면과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는지, 그리고 그 상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감각과 사랑의 형태를 만들어 내는지에 대해 파고든다. 다시 말해, 이전 작품들은 변화의 한가운데 선 청소년의 시선으로 세상이 요구하는 역할과 관계의 흔들림을 비춰왔다면, 『안의 크기』는 이미 그 역할을 받아들이고 책임을 짊어진 성인의 시선으로 내면 깊은 곳의 불안과 욕망을 표현한다.
『안의 크기』의 이야기는 서른한 살이 되자마자 권고사직과 결혼을 약속한 연인과의 이별을 동시에 겪은 '설우'가 낯선 동네 '흑호동'으로 이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난생 처음 영어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설우는 학원 원장과 아이들, 아래층 서점 주인과 마주하며 이전과는 다른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이런 새로운 일상이 가능하게끔 설우를 부추긴 존재는 바로, 설우와 한평생을 함께해 온 비현실적 존재 '조'다. 조는 설우가 태아였을 때 엄마의 몸속에 함께 있다 사라진 '배니싱 트윈'으로, 지금은 오직 설우에게만 푸른빛의 모습과 목소리로 나타난다. 설우는 조에 대한 부채감 때문에 늘 도전과 욕망을 스스로 밀어냈지만, 새로운 삶을 살아보라는 조의 부추김에 더해 흑호동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어지면서 그 마음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소설가 강화길이 “뒤섞인 색깔. 진실. 새로운 선택과 고독. 이토록 다정하고 서글픈 마음의 크기라니”라고 표현한 것처럼, 『안의 크기』는 다정함과 서글픔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흑호동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내는 동안, 설우의 삶에 스며드는 관계의 온도와 감정의 변화는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이 서서히 열리는 모습을 진실하게 드러내며, 그 열린 자리에서 오래 눌러 온 욕망이 다시 미세한 떨림으로 되살아나는 과정을 담담하게 비춘다. 또한 소설가 이미예가 “자리마다 남아 있는 미지근한 온기로 충분할 때가 있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안의 크기』는 완전한 구원 대신 서로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온기를 매력적으로 담아낸다. 설우는 그 온기에 의지하며 자신 안의 결핍을 마주하고, 불안한 마음을 품은 채 욕망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처럼 이번 작품은 상실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장 인간적인 온도와, 다시 욕망하고자 하는 한 인간의 마음을 다정하고 단단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저자

이희영

저자:이희영
단편소설「사람이살고있습니다」로2013년제1회김승옥문학상신인상대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8년『페인트』로제12회창비청소년문학상을,같은해『너는누구니』로제1회브릿G로맨스스릴러공모전대상을수상했다.이후장편소설『테스터1』『테스터2』『셰이커』『나나』『여름의귤을좋아하세요』『소금아이』『베아』『페이스』『보통의노을』『챌린지블루』『BU케어보험』『썸머썸머베케이션』등을비롯해꾸준히작품을발표하며활발히활동하고있다.

목차


1부
눈雪
7

2부
비雨
131

3부
그리고서점주인
225

작가의말
329

출판사 서평

서서히축적된불안과끝내감출수없었던욕망미세한떨림속에서포개지는두사람의육체와영혼

“당신도행복때문에불안해야해요.욕심때문에힘들어지세요.”

위문장은결말부에서설우가서점주인에게건네는말로,그가마침내도달한마음의결이드러나며욕망을두려움이아닌살아있음의감각으로받아들이게된순간을보여준다.어린시절,설우는엄마에게‘행복의반대말’을물었고,엄마는잠시망설이다가“불행”이라답한다.그러나엄마의답을들은설우는의문을갖는데,설우가느끼기엔‘행복의반대’는‘불행’보다‘안행복’이더맞게느껴졌기때문이다.설우는‘불행’이행복의반대를지나치게단정짓는말이라,‘안행복’이야말로더하지도덜하지도않은정확한표현이라고여긴다.그리고이후설우는‘안행복’을행복하지않은상태를깊이들여다보지않게해주는기준점으로삼고,행복을욕망해상처받지않도록자신을지키는일종의경계로사용한다.그렇게그는상처를피하기위해행복의문턱에서늘발을멈추는사람으로자라난다.

그런설우의마음안쪽엔태어나지못한쌍둥이‘조’가깊게자리하고있다.조는형체없는푸른빛으로설우곁을맴돌며,설우가받아들이지않고외면했던불안과욕망의잔향을대신느낀다.설우가이토록불안과욕망에대해소극적으로대하는데엔조의존재도영향을끼쳤다.설우는자신이조대신살아남았다는것에대한죄책감을느껴왔고,그로인해무언가를욕망하는것에대해주저해왔던것이다.그러나권고사직과이별이라는일생의중요한변곡점을맞이하게된설우에게조는새로운삶을살아보라며부추긴다.그결과,설우는흑호동에서만난학원아이들과,만학도선자씨,그리고서점주인과교류하게되고,자신이오랫동안눌러왔던감정을조금씩되찾는다.

특히서점주인과의만남은설우에게사랑이라는강렬한감정을직면하는계기가되었고,그로인해설우는더큰불안과욕망까지견딜수있는사람으로나아가게된다.두사람의사랑이야기는어떤극적인사건의연속이아닌,계산대위에차곡차곡포개지는영수증처럼일상의대화들이서서히겹쳐지며이해가형성되는과정을밟아간다.설우는그잔잔한대화속에서자신의내면이미세하게흔들리는순간들을느끼고,그떨림이야말로자신이여전히살아있음을증명하는징후임을깨닫는다.그렇게작품결말부에이르러설우는,불안한떨림을느끼면서도상실의두려움을통과해누군가를진심으로욕망할수있는사람이된다.

청소년서사를넘어더깊은감정의층위로도약한도전흑호동의온기속에서서서히깨어나는미완의마음

“나에게는모든글쓰기가도전과모험이지만,그중에서도특히『안의크기』는기존과는전혀다른각오로시작했다.”
이희영이「작가의말」에서밝힌이문장처럼,『안의크기』는그가구축해온세계의바깥으로나아가더깊은감정의바닥을향하는작품이다.청소년서사에서성장과선택의문제를다뤄온그는,성장이멈춘자리에선설우의마음을따라가며미완의감정과결핍을지닌성인의서사를차분히보여준다.

“자신이무엇을원하는지알기에,그녀는줄곧진실을피해온것뿐이다.그런데흑호동에서는그게잘안된다.이작은동네의사람들.아이들,영어학원원장,만학도,샌드위치가게사장님,국수가게사장님,그리고동네서점주인.그들의다채로운삶이설우의삶에스며든다.”―강화길(소설가)

강화길의이문장그대로,흑호동은설우의방어막을천천히흔드는장소다.설우는마음을닫아두는데익숙했지만,이작은동네의사람들은조용한방식으로설우에게다가와스스로의결을마주하게한다.그만남들은극적이지않지만,설우의내면을바꿀만큼꾸준하고따뜻하다.

“채워넣기는커녕깎여나가는일만겪던주인공에게흑호동과사람들은공간을내어준다.훤히반짝이고휑하니너른공간말고,새로운사람받아주려다같이엉덩이를들썩이며옮겨앉아비집고들어갈틈하나를만들어준다.”―이미예(소설가)

이미예의이표현처럼,흑호동이설우에게내어주는것은거창한위로나해결이아니라‘틈하나’에가깝다.그틈은잠시숨을고르는임시처방이아니라,오래눌러두었던감정을다시정돈할수있는작은숨구멍이된다.조용히모습을드러낸감정들은설우를흔들어놓고,설우는그흔들림속에서자신이여전히움직일수있는존재임을깨닫는다.『안의크기』는이순간들을따라가며상실이후의삶이끊어짐이아니라이어짐의다른형태일수있음을차분히비춘다.그렇게이작품은흑호동의온기속에서다시시작되는삶의결을보여주며,앞으로나아가려는한인간의조용한선택을담백한언어로완성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