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사랑도 있겠고, 인간 고유의 특성: SF 시집

뭐 사랑도 있겠고, 인간 고유의 특성: SF 시집

$14.00
Description
허블에서 펴내는 첫 SF 시집

“우주는 강아지가 산책하는 넓은 운동장
무서운 마음이 들 때마다 나는 그렇게 상상해요”
허블에서 『뭐 사랑도 있겠고, 인간 고유의 특성: SF 시집』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SF 소설을 주로 출간해 온 허블에서 드디어 펴낸 첫 시집이며, 무엇보다 ‘SF 시집’이라는 이름이 직접 붙은 국내 첫 시집이기도 하다. 김혜순, 신해욱, 이제니, 김승일, 김현, 서윤후, 조시현, 최재원, 임유영, 고선경, 유선혜, 한영원. 별다른 수식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저마다 고유한 영토를 구축해 온 시인들이 시적인 것의 특장과 SF성의 접점을 모색한 결과물이 이 한 권에 모였다.
특히 이 시집은 시인들 ‘개별 단행본 시집에는 수록되지 않은’ 신작(혹은 문예지 기발표작)으로 구성되어 더욱 특별한데, 이를테면 김혜순 시인이 최근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 이후 처음 선보이는 신작 3편을 이 책에서 처음 만나볼 수 있는 셈이다. 이 SF 시집은 시인들이 저마다 거느리고 있는 시적 언어의 독창성과 SF적인 것이 포개질 때 드러나는 낯섦과 경이의 세계로 빛을 발한다.
그러면서도 입각점은 SF 시‘집’이라는 하나의 집 혹은 흐름에 머문다. 일반적인 앤솔러지의 경우, 여러 작가들의 작품 모음이므로 작가별로 구획하여 순서를 나열하듯 편성하지만, 이 시집에서는 12명 시인의 시편들이 제각기 흩어져, 읽는 독자로 하여금 어떤 시가 누구의 시인지 알 수 없게끔, 그러나 알맞게 조율된 흐름 속에서 SF 시를 감각하게끔 자리를 점한다. 왜냐하면 시집 속에서 개별 시들은 그 앞과 뒤의 시들로, 그 시들의 묘한 연결들로 맥락화되어 별자리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종과 개체, 퀴어, 생물성, 변신, 자연, 우주, 무한, 외계, 시간, 타자, 사랑을 아우르는 시편들이 총망라된 이 SF 시집은 흡사 별빛처럼 흩뿌려지면서 한 권의 책으로 깃들어 진동한다.
저자

김혜순,신해욱,이제니,김승일,김현,서윤후,조시현,최재원,임유영,고선경,유

저자:김혜순
시집『또다른별에서』『아버지가세운허수아비』『어느별의지옥』『우리들의음화』『나의우파니샤드,서울』『불쌍한사랑기계』『달력공장공장장님보세요』『한잔의붉은거울』『당신의첫』『슬픔치약거울크림』『피어라돼지』『죽음의자서전』『날개환상통』『지구가죽으면달은누굴돌지?』『싱크로나이즈드바다아네모네』등을냈다.

저자:신해욱
시집『간결한배치』『생물성』『syzygy』『무족영원』『자연의가장자리와자연사』등을냈다.

저자:이제니
시집『아마도아프리카』『왜냐하면우리는우리를모르고』『그리하여흘려쓴것들』『있지도않은문장은아름답고』등을냈다.

저자:김승일
시집『에듀케이션』『여기까지인용하세요』『항상조금추운극장』등을냈다.

저자:김현
시집『글로리홀』『입술을열면』『호시절』『낮의해변에서혼자』『다먹을때쯤영원의머리가든매운탕이나온다』『장송행진곡』등을냈다.

저자:서윤후
시집『어느누구의모든동생』『휴가저택』『소소소小小小』『무한한밤홀로미러볼켜네』『나쁘게눈부시기』등을냈다.

저자:조시현
시집『아이들타임』『시뮬레이션제4139회차』등을냈다.

저자:최재원
시집『나랑하고시픈게뭐에여?』『백합의지옥』등을냈다.

저자:임유영
시집『오믈렛』등을냈다.

저자:고선경
시집『샤워젤과소다수』『심장보다단단한토마토한알』등을냈다.

저자:유선혜
시집『사랑과멸종을바꿔읽어보십시오』등을냈다.

저자:한영원
시집『코다크롬』등을냈다.

목차

1부
SF|그이야기|육식행성보고|사랑과자유와평화|드론과결혼하기|크런치|(구)지평선에|아포칼립스|자기소개서|콘솔|되기―거울을바라보는거울|누군가는무한호텔이무한하다는사실에호텔을찾겠지만

2부
모스맨관찰기|결정적인감염|너의레트로|세기말적의문|MonsterChamber|로봇심장|퓨처로그|매일은조금일요일같다|세상은이렇게끝나는구나.쿵소리가아닌훌쩍임으로.|해변에서|에밀리의방|되기―잿빛위의작은파랑|검은개에대한잡문|하얀사슴

3부
괄호안에은총을하나의은총을|걔와개|얼굴|작은보호탑해파리|미래에는누구도이런식으로죄인이되지못할것이다|죄인되기|트윈|되기―물방울속의물방울|솥|작은것에대한광활한점|넛셸Nutshell|영원만이빛나고있었음을

해설
사랑하지않을수있겠어?·인아영

출판사 서평

허블에서펴내는국내최초SF시집
”직관만이열어내는세계가있으므로,
시인들은SF없이도시를쓰겠지만,
SF에는시인들이필요하다.“

“직관만이열어내는세계가있으므로,
시인들은SF없이도시를쓰겠지만,
SF에는시인들이필요하다.”

SF시집이보여줄수있는가능태

SF와시라니,이둘이어떻게맞물릴수있을까.『뭐사랑도있겠고,인간고유의특성:SF시집』은물론SF적인요소혹은소재들인로봇,인공지능,외계행성,미래/괴물,아포칼립스,기이한것-돌연변이,재앙/생물성,인간적인것,비인간,기후,생태,자연등에대해형상화하지만,강조점은아무래도‘시’에있다.인아영평론가가시집해설에서견실히짚어나가고있듯,SF(sciencefiction)가과학과허구의만남이라는개념적모순속에있으면서도보편법칙에대한‘추론(speculation)’으로세계를쌓는다면,SF시는‘직관(intuition)’의힘을보여준다.소설이논리를바탕으로세계를구축해나간다면,시는세계를즉각적으로변화시키는직관의언어로돌연창발한다.돌출,번뜩임,솟구침,도약,모호함속에서꿰뚫는듯한언어.우리삶이어쩌면대단한논리나특별한인과가없을지도모른다는점을불현듯깨닫게되는순간을마주한다면,시적언어가더진리에가깝게느껴지지않을까.이때문에돌연비치는섬광처럼“직관만이열어내는세계가있으므로”“SF에는시인들이필요”한것이다.

SF적인것과시적인것이잘조응하는지점은아마시간과존재의형식일것이다.소설은플롯으로시간을설계한다면,“시에서는언어자체가시간의매개이기때문”이다.시는한문장만으로도시간을지시하고여러시간대를열수있다.시는과거와현재와미래,영원한가능태로서의존재를다룬다.(관측되기전까진여러상태가동시에존재한다는양자역학적사고를떠올려보라.)우주의양상이비선형적이라는걸시는잘알고있고,그렇기에우주에대한가장적실한표현은어쩌면‘은유적’일수밖에없는건아닌가.그때무수한시공간에서SF시는타자와만난다.그러니까이역시가장시적인방식으로.주체성을허물어뜨리면서,한데얽혀서,사랑의여러가지모양과역량까지도보여주면서.“사랑에는우주적인,그러니까인간의범위를넘어서는무언가가있는것이틀림없”기때문에.그리고사랑을호소하고표현하는방식은“의미를압도하는소리와통제되지않는리듬”으로음악이되고물결이된다.SF적이면서도시적인것사이쏟아지는무수한경이를경험하고싶다면,이책을꼭펼치시길.

책속에서

이제시를낭독할시간이다가오는데까마귀와사마귀가내입에서떨어지지않는다우주가바깥에있지않다는것을이청중들은알까?
_「에밀리의방」부분

내게속하지않는것들로나를이루는소외의쓰라린목록.식별할수없는상실의목록.휩쓸리는고독의목록.무차별이다.평등하다.
_「괄호안에은총을하나의은총을」부분

무한은원과선과면과점과흙과바람사이에서자꾸만작아지면서자라나고있다
_「되기-거울을바라보는거울」부분

나는실의에빠진상태로산책도갔다왔다고말했다.
더잘살아야한다고말했다.
더잘살기위해서만사는것들을혐오하면서그렇게말했다.
_「콘솔」부분

이마에뾰꼬뾰고유록색잎이돋아나는자연발생학적인간포기그신비를꿈꾸는것일테다
_「죄인되기」부분

내가오늘들고있을부케는우주대폭발
한아름에받을래?양손으로쥐어볼래?
_「드론과결혼하기」부분

우주는강아지가산책하는넓은운동장,무서운마음이들때마다나는그렇게상상해요.
_「크런치」부분

연구실이나병원복도에밴특유의공기를
보지도,듣지도,맡지도못하면서어슬렁대는
하릴없고말많은유령들을위한것
_「얼굴」부분

어떤시를쓰게될지는결코알수없고시를쓰면서조금알게되거나재수가없으면영영모르게될수도
_「매일은조금일요일같다」부분

하지만자기야,그러니까당연히,내가사라질거야.자기는살아서나를기억해야지.
_「사랑과자유와평화」부분

슬프기때문에우는생물은인간이유일하다는가설은이론의여지가있다.슬프기때문에괴물을만들어내는생물은인간밖에없겠지만.
_「세기말적의문」부분

빛으로빨려들어가는
시간속을유영하기
조금씩확장되어가는
모체속의자신을느끼기
_「넛셸Nutshell」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