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과 영혼

잠과 영혼

$20.00
Description
『내가 행복한 이유』 『쿼런틴』 그렉 이건 최신 중단편집
“내가 근래 집필한 중단편 중에서도
특히 애착을 느끼는 작품들이 실려 있다.”

엄선된 최신작으로 집대성한 21세기 그렉 이건의 결정판
뇌 속 '나'의 탐구를 넘어, 광활한 우주로 '나'를 확장하다

허블에서 그렉 이건의 신작 소설집 『잠과 영혼』이 출간되었다. 휴고상, 로커스상, 아시모프상, 필립 K. 딕상, 존 W. 캠벨상 등 세계 주요 SF 문학상을 석권하고 15개국에 75종 이상의 책을 펴낸 그렉 이건은, 테드 창과 함께 현대 하드 SF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작가다. 그는 국내외 창작자들에게 영향을 미쳐왔는데, 소설가 김초엽은 그를 ‘가장 추천하는 작가’로 꼽았으며 영화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영감의 원천’이라 밝힌 바 있다. 또한, 물리학자 김상욱을 비롯한 수많은 독자가 절판되었던 『쿼런틴』의 재출간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을 만큼 국내 팬심도 탄탄하다. 이러한 각계각층의 성원에 힘입어, 『대여금고』 이후 2년 만에 한국어판 특별 선집 세 번째 책 『잠과 영혼』을 선보인다. 이번 소설집엔 그가 21세기에 발표한 작품 중 스스로 “특히 애착을 느낀다”고 밝힌 주요작과 2020년대에 발표한 최신작이 수록돼 있으며, 또한 『잠과 영혼』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하여 그렉 이건이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는 〈작가의 말〉도 포함돼 있다.
전작 『내가 행복한 이유』, 『대여금고』를 비롯하여 그가 20세기에 발표한 중단편들이 인간의 뇌 내부로 파고들어 ‘나’의 정체성을 파헤쳤다면, 『잠과 영혼』을 비롯한 최근 중단편들은 우주라는 거대한 물리 세계로 도약하여 ‘나’의 존재를 확장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2000년대 이전엔 남편의 뇌를 아내의 자궁에 보관한다는 상상력으로 사랑조차 물질적 조건에 귀속되는 과정을 해부하고(「적절한 사랑」), 수천 명의 뇌 데이터를 모은 인공 뇌로 인간의 감정이 신경 물질의 조합일 뿐임을 드러내는(「내가 행복한 이유」) 작업에 집중했던 그는, 이제 가상 세계를 창조하거나 역사를 비트는 등 우주를 통째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나’의 정의를 확장하며 존재의 본질에 대해 질문한다.
『잠과 영혼』의 첫 번째 수록작 「크리스털의 밤」은 한 억만장자가 광자 크리스털 속에 가상 우주를 창조하고, 그 안에 살고 있는 AI 인류를 기근과 학살로 내몰아 강제 진화시키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 거시적인 실험은 설령 AI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지성을 가졌다고 할 때, 존재의 생사를 마음대로 조정하거나 고통을 가하는 행위가 용납될 수 있는지에 묻는다. 이렇듯 AI 우주를 만들어 ‘인간의 정의’를 한계까지 밀어붙임으로써, '나'라는 존재의 본질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이번 책의 마지막 수록작이자 표제작인 「잠과 영혼」은 '혼수상태를 영혼의 부재'로 간주하는 기묘한 기독교 교리가 뿌리박힌 19세기 미국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불의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한 철도 노동자는 생매장을 당하게 되는데, 어렵사리 무덤을 파헤치고 집으로 돌아가나 그가 마주한 것은 자신을 악마가 깃든 괴물로 취급하는 부모와 고향 사람들뿐이다. 그는 생존을 위해 자신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하려 애쓰는 한편, 그 스스로도 의식이 단절된 이전과 이후의 자신이 서로 동일한 존재인지에 대해 고뇌한다. 이처럼 대체역사의 틀을 빌려, 우리의 자각 능력만으로는 온전히 증명되지 않는 존재의 불완전함을 드러내고, 인물의 투쟁을 통해 인간 존엄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위와 같이 21세기의 그렉 이건은 우주를 조작하는 극한의 사고실험을 통해 '나'의 한계를 시험해, 결국 물질과 의식의 경계에 매몰되지 않는 인간의 실존적 가치를 보여준다. '나'와 우주를 엮는 이 거대한 궤적은 마침내 인간 실존의 가장 깊숙한 곳을 타격한다.
저자

그렉이건

1961년오스트레일리아퍼스에서태어나,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에서수학학위를취득한후대학병원부속의학연구소에서컴퓨터프로그래머로일하며SF작품을쓰기시작했다.1990년대초부터잡지에중·단편을발표하면서,SF계에돌풍을일으킨'하드SF르네상스'의대표주자로각광을받았다.장편데뷔작이자〈주관적우주론〉3부작의첫작품『쿼런틴』(1992)으로디트머상을,그후속작인『순열도시(PermutationCity)』(1994)로존W.캠벨기념상·디트머상을,『비탄(Distress)』(1995)으로쿠르트라스비츠상·세이운상을수상했다.이후장편SF인『디아스포라(Diaspora)』(1997),『테라네시아(Teranesia)』(1999),『실트의사다리(Schild'sLadder)』(2001)를잇달아발표하며명실공히21세기최고의하드SF작가로서의명성을확립했다.중·단편집으로는『행동공리(Axiomatic)』(1995),『루미너스(Luminous)』(1998),『오셔닉(Oceanic)』(2009),『잠과영혼(SleepandtheSoul)』(2023)등이있으며,「오셔닉」,「플랑크다이브(ThePlanckDive)」,「보더가드(BorderGuards)」로휴고상·로커스상·아시모프상·세이운상등의저명한SF문학상을수상했다.(홈페이지:www.gregegan.net)

목차

크리스털의밤•007

고향으로돌아가는길•061

너혼자서?•105

꿈공장•173

크라이시스액터스•227

미토콘드리아이브•267

암흑정수•317

방랑자의궤도•399

잠과영혼•435


작가의말:한국의독자들에게•530

옮긴이의말•533

출판사 서평

수십년의장편집필로다져진그렉이건의중단편미학
인간실존과본질을타협없이관통하는하드SF의정수

“『잠과영혼』원본에포함된2020년대의작품들은20여년에걸친꾸준한장편집필을통해응축된작가의생득적인‘문학성’이일종의임계점에달해꽃을피운결과라고해도과언이아니다.”
―〈옮긴이의말〉중에서

그간한국에소개된그렉이건의작품은주로중단편이었지만,실제로그는장편집필에더공을들여온작가다.외계지성체가태양계를격리했다는설정의데뷔장편『쿼런틴』부터,고대문명이설계한구조물이대재앙으로이어져지구가나선형으로뒤틀린다는설정의최신장편『모든하늘의책(TheBookofAllSkies)』에이르기까지,그는데뷔이후30년간쌓은15편의장편을발표했다.그집필경험은우주적스케일의세계관과서사를구축하는원동력이되었고,여기에개인적역량이더해져번역가김상훈의표현대로오늘날의그렉이건은‘문학적임계점’을돌파한상태다.
문학성이강화됐다고해서하드SF의엄밀함을조금이라도타협한것은결코아니다.오히려비정할정도로정교한과학적사고실험을끝까지밀어붙여인간만이가질수있는정서와존엄의근거를찾아내고,이를통해하드SF의엄밀함이문학적서사와어떻게조화롭게어우러질수있는지보여준“다.
두번째수록작「고향으로돌아가는길」은신혼여행으로달여행을왔다가지구에발생한원인불명의재앙으로통신이두절된채고립된한여성의사투를보여준다.그는젖먹이딸과살아남기위해배신과죽음이교차하는극한의상황속에서도지구로의탈출을감행한다.작품은벼랑끝에내몰린인물의내면과황폐한달의풍경을교차시키며,절망과고독속에서도결코꺾이지않는존재의의지를정교하게그려낸다.
세번째수록작「너혼자서?」는뇌와기계를직접연결하는뉴럴링크를강제이식당한네쌍둥이의이야기다.이들은기억과감각을실시간으로공유하는실험체로사육되었으며,성인이되어서도공유가일상이된채살아간다.타인의기억이나의것과뒤섞이는환경에서성장하며마주한근원적불안과모호해진자아의경계를파고드는한편,집단적연결망에서벗어나고유한단독자가되려는갈망과그집단에대한애정을동시에드러낸다.
네번째수록작「꿈공장」은반려동물을SNS마케팅수단으로착취하고자전자칩을이식해환각을가하고본능까지조작하는기술이만연한사회를배경으로한다.이러한기술의기만성에불쾌감을느낀인물은반려동물의순수한꿈속풍경을보여주는어플을개발하며생명의존엄을지키려애쓴다.하지만기술이의도와다르게역이용되는과정을겪으며인물은,이거대한흐름을과연거스를수있는지,동물이누려야할진정한자유란무엇인지에대해고뇌한다.
위와같이21세기의그렉이건은고도화된세계가사람의정신영역을침범할때생기는실존적틈을비추며인간실존과본질에대해질문한다.과학적엄밀함으로쌓아올린그의이야기는삶의밑바닥을깊이파고들며하드SF만이가능한문학적성취를보여준다.


수학적공리를세계로구축하는가장‘이건’다운상상력
가짜뉴스와음모론,비이성적인현대사회를향한통찰

“그렉이건의서늘한광기,그리고세계의근간을해부하는통찰이예리하게살아있는완벽한기록이다.”
―《로커스》

이번소설집은그렉이건이전작에서보여줬던하드SF의정수또한담고있다.일곱번째수록작「암흑정수」는전작『내가행복한이유』에수록된중편「루미너스」의속편으로,서로다른수학체계를가진두우주의충돌을막으려는수학자들의사투를그린다.추상적인수학공식이현실을무너뜨리는무기가될수있다는설정으로긴박한이야기를펼쳐보인다.
여덟번째수록작「방랑자의궤도」는타인의믿음이물리적인힘이되어사람을특정사상에묶어두는세상을배경으로한다.인류의정신이뒤섞인후대다수는거대한신념의늪에머무르지만,주인공은어디에도묶이지않은채경계를떠돈다.어떤믿음에도굽히지않고그를통해자신을지키며살아가는모습을묻는다.
시의적이면서사회비판적인시선도날카롭다.다섯번째수록작「크라이시스액터스」는과학적사실보다자기확신을앞세우며음모론에빠져드는현대사회의단면을서늘하게비춘다.기후위기를부정하는비밀모임에들어간주인공은자신이세상을속이는거짓에맞서고있다고믿는다.이처럼가짜뉴스와음모론에의해움직이는인물을통해,각자가믿고싶은것만진실이되는시대가마주한위태로운풍경을그려낸다.
여섯번째수록작「미토콘드리아이브」는유전자분석으로인류의뿌리를찾는유행과그뒤에숨은속임수를날카롭게파헤친다.20만년전아프리카에살았던공통조상'이브'를내세워인류는모두한가족이라고외치는단체와그화려한모습에홀린사람들을통해,작품은과학적사실이대중의믿음과만날때어떻게또다른신화나권력이되는지를보여준다.
이처럼다양한층위의작품들은과학이라는정밀한렌즈를통해인간과세계를응시하는그렉이건만의독보적인시선을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