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직 젊고 건강하다 (이멍 소설집)

당신은 아직 젊고 건강하다 (이멍 소설집)

$17.00
Description
나를 돌보는 일에 굶주린 존재들이 기어코 발견한
기이함과 다정함을 오가는 새로운 사랑의 형태
태어날 때부터 본능 속에 스민 ‘의존’이라는 감각
스스로조차 책임지기 싫어 공존과 기생 사이를 기웃거리는
끔찍하지만 사랑스러운 욕망의 기록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작가, 이멍의 첫 소설집 『당신은 아직 젊고 건강하다』가 허블에서 출간됐다. “독특한 인지적 쾌감으로 우리를 이끄는 소설”(강지희 문학평론가) “어떤 소재를 쓰더라도 맛있게 ‘조리’할 수 있을 작가의 손맛(필력)이 믿음직했다”(김성중 소설가)라는 찬사를 받은 수상작 「후루룩 쩝쩝 맛있는」을 포함해 다섯 단편이 수록돼 있다. 이멍의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 ‘나를 돌보는 일’에 굶주려 있다. 본래 모든 존재는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보살피며 살아가지만, 불공평한 현실과 사회적 제약 속에서 인간은 공생이라는 이유 아래 희생과 타협을 강요받는다. 이멍은 이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평범한 인물들에게 기이한 해결책을 제안한다. 바로 다른 존재에게 기생하거나, 기꺼이 기생당하는 방법이다. 건강을 대가로 인간의 존엄성을 반납하거나 천상의 맛을 위해 시신으로 음식을 만드는 등,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언뜻 비윤리적이고 이기적으로 비친다. 하지만 이멍은 이들을 평가하거나 재단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이 어째서 자신의 욕망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지를 바뀌지 않는 한국 사회의 문제와 연결해 서술하며 이 기괴한 생존 투쟁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온 것임을 해학적으로 설득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예기치 못한 ‘인지적 충격’을 마주한다. 그 충격의 끝에서 독자는 인물들을 평가하려고 하는 시선을 거두고, 자신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던 결핍과 욕망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멍이 ‘인지적 충격’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독특하다. 그는 자칫 비위가 상할 법한 그로테스크한 설정들을 빌려와 인물들의 지극히 소소하고 평범한 욕구와 충돌하게 한다. ‘1인분의 삶을 살고 싶은’ ‘건강해져서 달콤한 연애를 하고 싶은’ ‘세상을 떠난 남편이 인생을 바친 대상을 통해 남편의 사랑을 느끼고 싶은’ ‘그리운 엄마의 과거를 알고 싶은’ 인물들의 보편적인 감정은 ‘바지 사장만 되어주면 자신이 모든 일을 해주겠다는 워커홀릭 귀신’ ‘건강한 인공 혈관을 줄 테니 기름진 몸속 혈관을 식재료로 쓰게 해달라는 외계인’ ‘천상의 맛을 위해 자신의 몸으로 술을 빚어달라는 스승의 부탁’ 같은 비현실적 설정과 만나며 더는 보편적이지 않은 감정이 된다. 이멍의 비현실적인 세계는 인물들에게 ‘상호 합의’만 된다면 손쉽게 욕구가 충족될 수 있다고 부채질한다. 그렇게 인물들의 소박한 바람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이룰 수 있는’ 것이 된다. 착취하고 착취당하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 사이의 구도가 뒤집힌다. 인간이 착취당하고 이용당하지만, 그 안에서 안식과 행복을 찾는다. 과감한 인지적 뒤틀기의 충격을 받아 ‘정말 이렇게 계속해도 괜찮겠어?’라고 멈칫거리는 독자를 두고 이멍은 ‘무엇이 문제입니까?’라고 묻는 듯 태연히 이야기를 전개한다. 마치 특별한 일을 겪은 한 인간 삶의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듯 펼쳐지는 작품 속 다섯 이야기를 통해 이멍은 인간의 욕망 중 온전히 무해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담담히 말하고 있다. 추천사를 쓴 소설가 조예은은 “작년과 올해에 읽은 이야기들 중 제일 재밌었다”라고 언급했으며, 이 소설집을 두고 “설정과 플롯, 그리고 독특한 스타일이 최상의 비율로 어우러진 진미”라고 추천사에 썼다.
수상내역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수상작 「후루룩 쩝쩝 맛있는」 수록
저자

이멍

이멍LeeMung

남의살과내장을사랑하는사람.
서울에서학창시절을보낸뒤고양시에정착했다.
SF와거리가먼삶을살아오다‘폴라리스SF창작워크숍’에참여한것을계기로글을쓰게됐다.스릴러와서스펜스수사물을사랑하며평생피냄새그윽한글을쓰는게소원이다.

2022년「후루룩쩝쩝맛있는」으로제5회한국과학문학상중ㆍ단편부문가작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5년「사랑하고사랑했던」으로제12회대한민국과학소재단편소설공모전우수상을수상했다.『너와나와우리의현성』등을썼다.

목차

60평-7
여름,우리는함께헤엄쳤고-77
후루룩쩝쩝맛있는-135
관장님의마지막한모금-195
보석의마음-227

작가의말-289

출판사 서평

“책장을덮자마자또읽고싶다.더줘!”_조예은(소설가)
한국과학문학상수상작가이멍첫소설집

“인지적충격을주면서도,
시종일관유쾌한어조를유지하는기술이예사롭지않았다.”_강지희(문학평론가)

“당신은정말이지아무것도책임지고싶지않으니까.”
「60평」ㆍ「관장님의마지막한모금」
「60평」은갑작스럽게가족을책임져야하는상황에놓인20대청년의위태로운심리를다룬다.주인공은어린시절부터가업인온라인쇼핑몰에매여기계적으로노동력을부모에게착취당해왔다.‘스스로의삶’을찾기위해가출을감행하지만,기술도없고가방끈도짧은청년이생존을위해당도한곳은역설적이게도또다른온라인쇼핑몰의물류창고였다.과중한업무에몸과마음이지쳐가던어느날,갑작스러운부모의사망과함께주인공은부모가운영하던쇼핑몰과60평창고를책임지게된다.준비되지않은채부모의뒤처리를해야하는절망적인상황속에서,주인공은창고아르바이트생에게쇼핑몰만유지해주면자신이다른모든일을하겠다는기이한제안을받는다.“더일하고싶어.그러니폐업하지마.내가더잘할게.”
「관장님의마지막한모금」은삶을충실히살아냈기에갈망하는노년의‘완벽한마지막’에대한보상심리를다룬다.‘남생’이라는가상의지방을배경으로,대대로명인을배출한‘남생우리술체험관’의시신을재료로술을빚는특이한장례풍습이묘사된다.남생의우리술명인은자신의몸으로빚을생애마지막술,‘송별주’를완성하겠다는일념으로,평생을바쳐자신의몸으로술을빚어줄제자를물색한다.“술이너무맛있어서술독에들어가서죽어버리고싶은”갈망을이해해줄누군가를찾을때까지자신의삶을포함한모든것을술에쏟아붓는명인의집착은단순한욕망을넘어하나의숭고한예술처럼보이기도한다.작가는‘상호합의된식인’이라는파격적인소재를통해,한인간이마지막으로남기고자하는의지의무게를과연타인이어디까지존중하고수용할수있는지묻는다.

“그들도무언가를세상에남기고싶었던게아닐까요?자신들도감정을느낄줄알았노라고.”
「여름,우리는함께헤엄쳤고」ㆍ「보석의마음」
「여름,우리는함께헤엄쳤고」는기생충을소재로‘혐오’에대한기존의감각을뒤집어버린다.주인공은머리카락을닮은기생충을이용해탈모치료제를개발하려는남편의연구를묵묵히응원하며,그를위한헌신을아끼지않는다.사회적인정을향한남편의집착은주인공의희생에기생하며점점커지고,사회속에공고한벌레에대한혐오를자신의상품이이겨낼수있다고과언하기까지한다.결국남편은실패하고,주인공에게자신의마지막작품인‘벌레로만든발모제’를유품처럼남기며스스로생을마감한다.주인공은생을마감해야만했던남편의심리를이해하고자노력하며,동시에그를그리워한다.남편을사랑하는만큼그가사랑했던벌레까지사랑스럽게느끼게된주인공은남편의흔적을더듬기위해기생충의고향인아르헨티나로향한다.혐오스럽지않은착한벌레들사이에서남편의사랑을느끼기위해.
「보석의마음」은멸망한행성을떠나지구로이주한난민곤충외계인자매와그들에게입양된인간딸‘선아’의이야기를다룬다.감정을느낄때마다몸이굳는병을앓는외계인들은생존을위해감정을거세하는약을먹어야했다.언니외계인은선아에게‘웃어주는엄마’가되기위해약을포기하고이른죽음을맞이하지만,남겨진이모외계인은선아를끝까지보살피기위해감정을지우는약을계속먹으며무감무정한보호자가되기를택한다.어린시절이모의무심함에상처받으며자란선아는성인이되어서야그‘무감무정’한모습이야말로자신을지키기위한가장치열한사랑의모습이었음을깨닫는다.종이다르기에감각되지않았던거대한희생을소재로작가는‘공존’을위해타자를있는그대로바라보고이해하기위해감내해야하는희생의무게를담담히전한다.

“설정과플롯,독특한스타일이최상의비율로어우러진진미.”_조예은(소설가)
모순된현실위로피어난SF적상상력,
이멍이그리는지금의한국

이멍의소설은전형적인SF문법을따르는듯하면서도,한국사회의특수성과밀접하게맞닿아있다.소설을읽다보면우리네일상에서접할수있는아주익숙한향수와감각들이느껴진다.도시외곽창고촌에서흐르는바람속알싸한철냄새,전통한옥에서마시는막걸리누룩냄새,횟집의물비린내,아무도없는영화관의갇힌공기속객석의가죽냄새…이멍은이감각들을생생하게끌어올리며‘한국에서살아가는삶’에대한씁쓸함을표현한다.그리고이씁쓸함은한국의노동문제,돌봄문제,공장식축산,혐오문제와맞닿아있다.
이멍은‘의도하지않았다’라고언급했으나,그의글에는그의경험들이자연스럽게녹아들어기이한현실감을지닌다.물류창고에서일하다위에서떨어진안정기에맞아어깨를다친경험,유전적으로물려받은탈모에대한고민,공장형축산으로고통받는돼지의눈빛을알고있으면서도먹고싶을때마다피순대를사먹게되는행위.작가는평범하게영위하고있는일상속에숨은의미들을‘글을쓰면서깨달았다’고말했다.이멍은작가의말에서생각을뒤집어보는것도나쁘지않다고독자를설득하는시도가재미있었다고언급한바있다.
귀신과곤충,외계인등자칫과하게느껴질수있는비인간들은한국이라는문화적배경과작가의탁월한필력을통해생동감을얻는다.인간과비인간사이의관계를역전시키면서자연스럽게‘역지사지의감각’을느끼게하는것이다.이처럼『당신은아직젊고건강하다』는장르적재미로뛰어난흡입력을지님과동시에오늘날우리가직면한현실을외면하지않고어떻게기억하며내재화할지묻는독특한깊이를지닌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