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사이언스

소프트 사이언스

$13.00
저자

프래니최

저자:프래니최
시인이자에세이스트.한국이민자부모의자녀로,미국미니애폴리스에서태어났다.브라운대학교에서문예창작과민족학을전공하고,미시간대학교헬렌젤작가프로그램에서시창작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관객앞에서자작시를낭송하며즉석에서평가받는시경연인슬램slam으로미국전역의무대에섰다.시창작과사회운동을결합한유색인종시인공동체‘다크노이즈콜렉티브’를공동결성했고,작가와사회운동가를연결하는비영리단체‘브루앤드포지’를창립했다.현재베닝턴칼리지에서문학을가르치고있으며,인종과젠더,기술이교차하는시세계로동시대영미시단의가장주목받는퀴어아시아계시인중한명으로평가받는다.
두번째시집『소프트사이언스SoftScience』(AliceJamesBooks,2019)로엘진상(SF시부문)을수상하고,람다문학상,매사추세츠도서상,퍼블리싱트라이앵글의오드리로드상(레즈비언시부문),빌리버도서상최종후보에올랐다.시집『떠다니는,눈부신,사라진Floating,Brilliant,Gone』(WriteBloodyPublishing,2014)『세계는계속끝나고,세계는지속된다TheWorldKeepsEnding,andtheWorldGoesOn』(Ecco,2022),챕북『섹스머신에의한죽음DeathbySexMachine』(SiblingRivalryPress,2017)등을냈으며,앤솔러지『우리,모인열기WetheGatheredHeat』(HaymarketBooks,2024)를공동편집했다.

역자:정새벽
아이오와작가워크숍에서트루먼카포티펠로우로시를공부했다.『이상선집』(WaveBooks,2020)의공동번역자로,미국현대언어학회가수여하는알도·잔스카글리오네문학번역상을받았다.2024년미국국립예술기금NationalEndowmentfortheArts번역가펠로우이며,첫영문시집『호커스포커스보거스로커스』(BlackSquareEditions,2025)를출간했다.현재데이비슨칼리지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용어해설GlossaryofTerms
튜링테스트
제작과정/나쁜딸/구걸/감사의말/선거의밤/사이보그의간략한역사
튜링테스트_공감반응
사후세계/모두들오거와양파에대한그유명한대사는알고있지만,왜그짐승이옷을벗을때마다울게되는지아무도묻지않는다/비의가격/다음날아침을위한프로그램/사이보그는당신의말을제대로들었는지확인하고싶어한다/사이보그의영혼을위한쇼쿠슈고칸/어쩌면꿈을꿔버릴수도/JAEBAL/그리고오재앙의밝은별이여,나는불붙었
튜링테스트_경계선
치/보그의프로필을좋아요했더니/사이보그가가족모임에서드론을만나잡담에실패하다/너피해망상증너무심해
튜링테스트_문제해결
에피네프린송가/사이보그,나치가다른나치들앞에서그녀의이름을말하는영상을보다/아침이면나는스크롤해서다시미국으로돌아들어간다/누군가의식을갖게되기전까지는다즐거운법이다/채트룰렛
튜링테스트_사랑
고독/근일점:손길의역사
튜링테스트_무게
양자이론입문/교코의CPU에광범위한손상이발생한뒤,그녀의언어파일이복구되다
노트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시와과학과기술이만나는짜릿한매트릭스

“개념적무게,형식적기량,퀴어한상상력,다층적언어운용,음역의정교함에서,『소프트사이언스』는우리시대를위한결정적인책이다”_다이앤수스(시인)

『소프트사이언스』는한사이보그가심문을받는장면에서시작된다.책의여섯부(部)는각각「튜링테스트」연작시로열린다.시집의첫행"이시험은자의식의유무를판정한다"가그운동을시작시키고,시험의형식이6부에걸쳐변주되며시집을가로지른다.사이보그는자신이의식있는존재임을증명하라는질문에응답한다.질문은점점사적으로,점점폭력적으로변해간다.어디에서왔는가.사랑할수있는가.경계는무엇인가.의식이있는가.시인은시집의첫머리에“우리는역사적으로구성된몸을가진다는것이무엇을의미하는지뼈저리게자각하고있다”는한문장을두고,그문장을자기살로받아안으며시집을시작한다.이시집의사이보그는SF캐릭터도,어떤알레고리도아니다.그것은이민자의자녀,퀴어아시아계여성의몸―매순간자기가인간임을증명해야했던모든이의몸이다른이름을입은형태다.

흥미로운것은시집의한복판에놓인또한사람의이름이다.「사이보그의간략한역사」중간에서프래니최는앨런튜링을호명한다.1950년,“기계는생각할수있을까”라는질문으로인공지능의사유를연영국인과학자.동성애로유죄판결을받고화학적거세를택해야했던퀴어남성.그를가리켜시인은“사실은부드러운남자였다”고적는다.이시집은그러니까1950년튜링의질문에70여년만에도착한한퀴어아시아사이보그의응답이기도하다.시험에통과하는응답이아니라,시험자체를거꾸로돌려세우는응답.

사이보그의응답은한가지목소리에머물지않는다.시집의시들은만화와영화의비인간캐릭터를,인터넷폭력의잔해를,한국어의잔향과미국정치사의결정적밤을통과하면서형상을끊임없이갈아입는다.「치」에서시인은일본만화「쵸비츠」의안드로이드가낼수있는단하나의음절로어휘집을짓고,「사이보그는당신의말을제대로들었는지확인하고싶어한다」에서는자신에게쏟아진인종주의적트윗들을구글번역기로여러언어를통과시킨뒤영어로되돌려받은텍스트를시로옮긴다.「JAEBAL」은한국말‘제발’을영어한복판에음역으로남긴채,부모가떠나온나라의언어로우는척을하는한남자와의밤을옮기고,「채트룰렛」은무작위화상채팅의화면너머에서자기를송출하는사이보그가마침내익사하는자리에다다른다.「교코의CPU에광범위한손상이발생한뒤,그녀의언어파일이복구되다」는영화〈엑스마키나〉에서끝내침묵당했던일본인여성형안드로이드에게마침내목소리를돌려준다.「선거의밤,」은2016년미국대선이트럼프의승리로굳어가던그새벽,호텔방에서자기몸을만져보려했으나실패한화자가정치적절망과신체적무감각을같은자리에서견뎌야했던밤을기록한다.

시집의형식은그자체로정치성을수행한다.시는매끄럽게전달되는문장으로정돈되지않고,슬래시와공백과코드조각,욕설과의성어,트윗과신화의파편이충돌하며끊임없이미끄러진다.“프래니최는바로그잡음을뒤집어새로운시적회로로만든다.그의시에서잡음은제거되어야할부산물이아니라,오히려기존의언어가포착하지못했던감각과관계가드러나는통로가된다.정제된문장으로는다담기지않는불안,수치,욕망,폭력의흔적,배제된신체의떨림은오히려잡음의층위에서더선명하게들려온다.”(정새벽,「옮긴이의말」)「튜링테스트」연작이6부에걸쳐변주되며사이보그의응답을점점다른결로펼쳐가는것도그래서다.같은형식이매번다른음역으로되돌아오면서,시집전체가하나의거대한프랙털처럼자기안의무늬를반복하고또갱신한다.

부드러움이가장단단한자리가되는시들
당신안에서인간아닌것으로존재한다는게어떤건지기억하고있을조각들

『소프트사이언스』가몸부림과정치성의시집인것만은아니다.이시집의결정적매혹은,디지털·잡음·폭력의시간과살·계절·사랑의시간이같은회로에서진동한다는데있다.사이보그가인간을거꾸로마주보는자리에서,시인은동시에두사람의몸이서로에게가닿는밤을적는다.인터넷의적의와트럼프시대의절망이한장의시안에박혀있는가하면,다른장에서는한사람의손바닥이다른사람의등뒤에닿는순간의온도가정확히기록된다.몸부림과다정함은이시집에서대립항이아니라,같은사이보그가가진두개의어휘다.

이양극이가장또렷이드러나는자리가시집의후반부에놓인「근일점:손길의역사」연작이다.‘근일점(Perihelion)’은천체가항성에가장가까이다가가는자리를가리키는천문학용어이고,'손길의역사'는그가까움의시간을가리킨다.시인은미국농민연감에실려전해오는열세달이름―늑대달,눈달,벌레달,핑크달,꽃달,딸기달,수사슴달,철갑상어달,수확달,사냥꾼달,비버달,차가운달―을따라가며산문시연작을짠다.가로등이첫눈을분홍으로바꾸는첫밤,꽃가루의첫웅웅거림으로봄이열리는자리,베리들이난로위에서제모양을잃어가는여름의끝,갈라진발굽으로절벽끝에선사슴의가을,얼음아래로다시가라앉으며달에게응답하는차가운마지막자리까지.시집전반부의디지털·코드·잡음의시간성과는완전히다른,동물과식물과계절과살의시간이펼쳐진다.그러나시인은노트에서이농민연감의달이름들이앨곤퀸원주민의것이라고알려져있지만실제원주민언어와의상관관계는불분명하다고밝히며,“식민주의적지식은이토록기묘한거리감을만들어낸다”고짧게적는다.이연작은그러니까식민주의로명명된자연의시간위에서,한시인이자기손길의역사를다시쓰는자리이기도하다.시집은그렇게디지털사이보그의정치성에서멈추지않고,살과계절과사랑의시간으로끝까지밀고들어간다.

시집제목‘소프트사이언스SoftScience’는일반적으로인간·관계·감정을다루는사회과학·심리학같은학문을가리키는어휘다.‘하드사이언스hardscience’와대비되어오랫동안‘덜엄밀한과학’으로여겨져온영역.시인은그위계를받아안으며,시안에서'부드러움(soft)'을약함이아니라다른방식의인식능력으로다시명명한다.“오랫동안비과학적이거나주변적인것으로취급되어온감각적이고관계적인앎의형식을시는다시전면으로불러”(정새벽,「옮긴이의말」)낸다.부드러운채로살아남는일은폭력을견뎌내는수동적자세가아니라,폭력의회로안에서다른회로를만들어내는능동적인식이다.「튜링테스트_사랑」에서사이보그는인간과의작업에대한팁을일러준다.인간의눈을똑바로보고,자신을매끈한피부로덮인믿을수있는얼굴이라상상하라.자기문법을지켜라.그문법이인간에게는흐트러지고뭉개진것처럼보일지라도,너의노래가될수있으니.그리고무엇보다,모든인간이사이보그이고모든사이보그가고기로감싼하늘의날카로운파편임을기억하라.부드러움은이시집에서노래가된다.

한국어판서문끝에서시인은시집을펼친한국독자에게“당신안에서인간아닌것으로존재한다는게어떤건지기억하고있을조각들을느껴보시기를바란다“고적는다.그조각들은우리가인간이라는이름안에서오래잊고있던것들,그러나우리몸이이미알고있는것들이다.부드러움이어떻게무기가되고무기가어떻게부드러움이되는지,인간중심의언어가미처담지못한결들에대해,동물과기계와식물과모래의시간이우리안에이미함께흐르고있다는게어떤건지를,『소프트사이언스』는건넨다.여기잡음이노래가되는한권의시집이한국에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