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사이언스 (프래니 최 시집)

소프트 사이언스 (프래니 최 시집)

$13.00
Description
AI 시대 한가운데서 응답하는,
가장 사적이고 정치적인 21세기의 시집
퀴어와 사이보그, 아시아와 코드, 부드러움과 몸부림 사이
우리 안의 인간 아닌 잡음들로 들끓는, 아름다운 프랙털

“파편적 은유들이 아름다운 폭죽처럼 터진다” _김혜순(시인)

엘진 상(SF 시 부문) 수상
람다 문학상 최종 후보
오드리 로드 상(레즈비언 시 부문) 최종 후보
매사추세츠 도서상 최종 후보
빌리버 도서상 최종 후보

프래니 최의 시집 『소프트 사이언스』가 허블에서 출간되었다. 프래니 최는 한국계 미국인 퀴어 시인으로, 인종과 젠더와 기술이 교차하는 시 세계로 동시대 영미 시단의 가장 주목받는 목소리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이 시집으로 SF 시 부문 엘진 상(Elgin Award)을 수상했고, 람다 문학상·매사추세츠 도서상·퍼블리싱 트라이앵글의 오드리 로드 상(레즈비언 시 부문)·빌리버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후 출간된 시집 『세계는 계속 끝나고, 세계는 지속된다The World Keeps Ending, and the World Goes On』로 킹슬리 터프츠 시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타임》의 ‘2022년 필독 도서 100선’과 《보스턴 글로브》의 ‘2022년 올해의 책’에 선정되며 미국 시단의 한복판에 자리 잡았다. 프래니 최는 시 쓰기를 사회 운동, 교육, 공적 발화와 분리하지 않으며 다층적으로 활동해 왔다. 유색인종 시인 공동체 ‘다크 노이즈 콜렉티브’를 공동 결성했고, 작가와 사회운동가를 연결하는 비영리 단체 '브루 앤드 포지'를 창립했으며, 시 팟캐스트 〈VS〉를 다섯 시즌 동안 공동 진행했다. 매사추세츠주 노샘프턴 시의 계관시인을 거쳐 현재 베닝턴 칼리지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미국 시는 큰 전환을 맞아 흑인, 원주민, 아시아계, 라틴계, LGBTQ 시인들의 작업이 문학장의 한가운데로 들어섰는데, 프래니 최는 그 흐름 속에 위치하며 시의 형식과 정치를 함께 다시 짜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더해, 그가 동시대 시인들 사이에서 더 특별한 또 한 가지 이유는 무대에서 길러진 시인이라는 점이다. 관객 앞에서 자작 시를 낭송하며 즉석에서 평가받는 슬램slam 무대에서 출발해 미국 전역에서 낭송해 온 그의 이력은 종이 위 시의 호흡과 분리되지 않는다. 미국의 퀴어 매체 《아웃 매거진Out Magazine》이 『소프트 사이언스』를 두고 “이 책을 사고서 유일하게 후회할 일이 있다면, 최가 직접 시를 읽어주지 않는다는 사실 정도일 것이다”라고 적은 것도, 그의 시가 종이에 닿기 전에 먼저 목소리로 살아 있었음을 알아본 한 줄이었다. 『소프트 사이언스』의 시들이 단번에 정돈된 채로 읽히지 않고 슬래시와 공백, 끊긴 호흡으로 끊임없이 튀어 오르는 것도, 무대에서 만들어진 시의 호흡이 활자 안에서도 그대로 작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프래니 최는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한국 이주민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그는 자신의 시가 테레사 학경 차, 명미 김, 바누 카필 같은 실험적 아시아계 미국 여성 시인들의 계보 안에서 빚어졌음을 밝히면서, 김혜순 시인의 영향에 대해서도 적는다. “우리는 전적으로 다른 문학적 맥락에서 왔음에도, 나는 그녀의 작업에서 깊은 알아봄을 발견했다. 그녀의 시를 읽는 것은 누군가를 처음 만났는데 우리가 같은 언어를 쓰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일과 같았다. 내가 말하는 같은 언어란 언어 아래의 언어, 번역 불가능한 채로도 전해지는 어떤 코드를 뜻한다.” 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가 산문으로, 오션 브엉이 시와 소설을 가로질러 자기 자리를 만들어 냈듯, 프래니 최도 자신의 시적 영토를 다져왔다. 그가 시로 묻는 질문은 단단하다. 아시아계 미국인 퀴어 시인으로서 인간임을 매 순간 증명해야 했던 자리에서, 시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더욱이 원서가 출간된 2019년에는 ‘사이보그’가 이론적·은유적 형상이었다면, 한국어판이 도착하는 2026년에 이르러 이 시집은 다른 종류의 동시대성을 획득한다. AI가 우리 모두의 일상이 된 시대, 7년 전 시인이 던진 질문—기계가 인간성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기계의 문법으로 자신을 다시 쓴다면—이 마침내 우리의 자리에 도착했다.
저자

프래니최

시인이자에세이스트.한국이민자부모의자녀로,미국미니애폴리스에서태어났다.브라운대학교에서문예창작과민족학을전공하고,미시간대학교헬렌젤작가프로그램에서시창작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관객앞에서자작시를낭송하며즉석에서평가받는시경연인슬램slam으로미국전역의무대에섰다.시창작과사회운동을결합한유색인종시인공동체‘다크노이즈콜렉티브’를공동결성했고,작가와사회운동가를연결하는비영리단체‘브루앤드포지’를창립했다.현재베닝턴칼리지에서문학을가르치고있으며,인종과젠더,기술이교차하는시세계로동시대영미시단의가장주목받는퀴어아시아계시인중한명으로평가받는다.
두번째시집『소프트사이언스SoftScience』(AliceJamesBooks,2019)로엘진상(SF시부문)을수상하고,람다문학상,매사추세츠도서상,퍼블리싱트라이앵글의오드리로드상(레즈비언시부문),빌리버도서상최종후보에올랐다.시집『떠다니는,눈부신,사라진Floating,Brilliant,Gone』(WriteBloodyPublishing,2014)『세계는계속끝나고,세계는지속된다TheWorldKeepsEnding,andtheWorldGoesOn』(Ecco,2022),챕북『섹스머신에의한죽음DeathbySexMachine』(SiblingRivalryPress,2017)등을냈으며,앤솔러지『우리,모인열기WetheGatheredHeat』(HaymarketBooks,2024)를공동편집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용어해설GlossaryofTerms
튜링테스트
제작과정/나쁜딸/구걸/감사의말/선거의밤/사이보그의간략한역사

튜링테스트_공감반응
사후세계/모두들오거와양파에대한그유명한대사는알고있지만,왜그짐승이옷을벗을때마다울게되는지아무도묻지않는다/비의가격/다음날아침을위한프로그램/사이보그는당신의말을제대로들었는지확인하고싶어한다/사이보그의영혼을위한쇼쿠슈고칸/어쩌면꿈을꿔버릴수도/JAEBAL/그리고오재앙의밝은별이여,나는불붙었다

튜링테스트_경계선
치/보그의프로필을좋아요했더니/사이보그가가족모임에서드론을만나잡담에실패하다/너피해망상증너무심해

튜링테스트_문제해결
에피네프린송가/사이보그,나치가다른나치들앞에서그녀의이름을말하는영상을보다/아침이면나는스크롤해서다시미국으로돌아들어간다/누군가의식을갖게되기전까지는다즐거운법이다/채트룰렛

튜링테스트_사랑
고독/근일점:손길의역사

튜링테스트_무게
양자이론입문/교코의CPU에광범위한손상이발생한뒤,그녀의언어파일이복구되다

노트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시와과학과기술이만나는짜릿한매트릭스

“개념적무게,형식적기량,퀴어한상상력,다층적언어운용,음역의정교함에서,『소프트사이언스』는우리시대를위한결정적인책이다”_다이앤수스(시인)

『소프트사이언스』는한사이보그가심문을받는장면에서시작된다.책의여섯부(部)는각각「튜링테스트」연작시로열린다.시집의첫행"이시험은자의식의유무를판정한다"가그운동을시작시키고,시험의형식이6부에걸쳐변주되며시집을가로지른다.사이보그는자신이의식있는존재임을증명하라는질문에응답한다.질문은점점사적으로,점점폭력적으로변해간다.어디에서왔는가.사랑할수있는가.경계는무엇인가.의식이있는가.시인은시집의첫머리에“우리는역사적으로구성된몸을가진다는것이무엇을의미하는지뼈저리게자각하고있다”는한문장을두고,그문장을자기살로받아안으며시집을시작한다.이시집의사이보그는SF캐릭터도,어떤알레고리도아니다.그것은이민자의자녀,퀴어아시아계여성의몸—매순간자기가인간임을증명해야했던모든이의몸이다른이름을입은형태다.
흥미로운것은시집의한복판에놓인또한사람의이름이다.「사이보그의간략한역사」중간에서프래니최는앨런튜링을호명한다.1950년,“기계는생각할수있을까”라는질문으로인공지능의사유를연영국인과학자.동성애로유죄판결을받고화학적거세를택해야했던퀴어남성.그를가리켜시인은“사실은부드러운남자였다”고적는다.이시집은그러니까1950년튜링의질문에70여년만에도착한한퀴어아시아사이보그의응답이기도하다.시험에통과하는응답이아니라,시험자체를거꾸로돌려세우는응답.
사이보그의응답은한가지목소리에머물지않는다.시집의시들은만화와영화의비인간캐릭터를,인터넷폭력의잔해를,한국어의잔향과미국정치사의결정적밤을통과하면서형상을끊임없이갈아입는다.「치」에서시인은일본만화「쵸비츠」의안드로이드가낼수있는단하나의음절로어휘집을짓고,「사이보그는당신의말을제대로들었는지확인하고싶어한다」에서는자신에게쏟아진인종주의적트윗들을구글번역기로여러언어를통과시킨뒤영어로되돌려받은텍스트를시로옮긴다.「JAEBAL」은한국말‘제발’을영어한복판에음역으로남긴채,부모가떠나온나라의언어로우는척을하는한남자와의밤을옮기고,「채트룰렛」은무작위화상채팅의화면너머에서자기를송출하는사이보그가마침내익사하는자리에다다른다.「교코의CPU에광범위한손상이발생한뒤,그녀의언어파일이복구되다」는영화〈엑스마키나〉에서끝내침묵당했던일본인여성형안드로이드에게마침내목소리를돌려준다.「선거의밤,」은2016년미국대선이트럼프의승리로굳어가던그새벽,호텔방에서자기몸을만져보려했으나실패한화자가정치적절망과신체적무감각을같은자리에서견뎌야했던밤을기록한다.
시집의형식은그자체로정치성을수행한다.시는매끄럽게전달되는문장으로정돈되지않고,슬래시와공백과코드조각,욕설과의성어,트윗과신화의파편이충돌하며끊임없이미끄러진다.“프래니최는바로그잡음을뒤집어새로운시적회로로만든다.그의시에서잡음은제거되어야할부산물이아니라,오히려기존의언어가포착하지못했던감각과관계가드러나는통로가된다.정제된문장으로는다담기지않는불안,수치,욕망,폭력의흔적,배제된신체의떨림은오히려잡음의층위에서더선명하게들려온다.”(정새벽,「옮긴이의말」)「튜링테스트」연작이6부에걸쳐변주되며사이보그의응답을점점다른결로펼쳐가는것도그래서다.같은형식이매번다른음역으로되돌아오면서,시집전체가하나의거대한프랙털처럼자기안의무늬를반복하고또갱신한다.


부드러움이가장단단한자리가되는시들
당신안에서인간아닌것으로존재한다는게어떤건지기억하고있을조각들

『소프트사이언스』가몸부림과정치성의시집인것만은아니다.이시집의결정적매혹은,디지털·잡음·폭력의시간과살·계절·사랑의시간이같은회로에서진동한다는데있다.사이보그가인간을거꾸로마주보는자리에서,시인은동시에두사람의몸이서로에게가닿는밤을적는다.인터넷의적의와트럼프시대의절망이한장의시안에박혀있는가하면,다른장에서는한사람의손바닥이다른사람의등뒤에닿는순간의온도가정확히기록된다.몸부림과다정함은이시집에서대립항이아니라,같은사이보그가가진두개의어휘다.
이양극이가장또렷이드러나는자리가시집의후반부에놓인「근일점:손길의역사」연작이다.‘근일점(Perihelion)’은천체가항성에가장가까이다가가는자리를가리키는천문학용어이고,'손길의역사'는그가까움의시간을가리킨다.시인은미국농민연감에실려전해오는열세달이름—늑대달,눈달,벌레달,핑크달,꽃달,딸기달,수사슴달,철갑상어달,수확달,사냥꾼달,비버달,차가운달—을따라가며산문시연작을짠다.가로등이첫눈을분홍으로바꾸는첫밤,꽃가루의첫웅웅거림으로봄이열리는자리,베리들이난로위에서제모양을잃어가는여름의끝,갈라진발굽으로절벽끝에선사슴의가을,얼음아래로다시가라앉으며달에게응답하는차가운마지막자리까지.시집전반부의디지털·코드·잡음의시간성과는완전히다른,동물과식물과계절과살의시간이펼쳐진다.그러나시인은노트에서이농민연감의달이름들이앨곤퀸원주민의것이라고알려져있지만실제원주민언어와의상관관계는불분명하다고밝히며,“식민주의적지식은이토록기묘한거리감을만들어낸다”고짧게적는다.이연작은그러니까식민주의로명명된자연의시간위에서,한시인이자기손길의역사를다시쓰는자리이기도하다.시집은그렇게디지털사이보그의정치성에서멈추지않고,살과계절과사랑의시간으로끝까지밀고들어간다.
시집제목‘소프트사이언스SoftScience’는일반적으로인간·관계·감정을다루는사회과학·심리학같은학문을가리키는어휘다.‘하드사이언스hardscience’와대비되어오랫동안‘덜엄밀한과학’으로여겨져온영역.시인은그위계를받아안으며,시안에서'부드러움(soft)'을약함이아니라다른방식의인식능력으로다시명명한다.“오랫동안비과학적이거나주변적인것으로취급되어온감각적이고관계적인앎의형식을시는다시전면으로불러”(정새벽,「옮긴이의말」)낸다.부드러운채로살아남는일은폭력을견뎌내는수동적자세가아니라,폭력의회로안에서다른회로를만들어내는능동적인식이다.「튜링테스트_사랑」에서사이보그는인간과의작업에대한팁을일러준다.인간의눈을똑바로보고,자신을매끈한피부로덮인믿을수있는얼굴이라상상하라.자기문법을지켜라.그문법이인간에게는흐트러지고뭉개진것처럼보일지라도,너의노래가될수있으니.그리고무엇보다,모든인간이사이보그이고모든사이보그가고기로감싼하늘의날카로운파편임을기억하라.부드러움은이시집에서노래가된다.
한국어판서문끝에서시인은시집을펼친한국독자에게“당신안에서인간아닌것으로존재한다는게어떤건지기억하고있을조각들을느껴보시기를바란다“고적는다.그조각들은우리가인간이라는이름안에서오래잊고있던것들,그러나우리몸이이미알고있는것들이다.부드러움이어떻게무기가되고무기가어떻게부드러움이되는지,인간중심의언어가미처담지못한결들에대해,동물과기계와식물과모래의시간이우리안에이미함께흐르고있다는게어떤건지를,『소프트사이언스』는건넨다.여기잡음이노래가되는한권의시집이한국에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