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아이 - 상상인 기획시선 4

두고 온 아이 - 상상인 기획시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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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누구에게나 ‘두고 온 아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어느 깊은 곳에 그 아이는 숨어 있을 것이다. 또는 숨어 있는 것조차 모를 수도 있다. 이 시집은 순간순간 기억의 편린들이 환기해 낸 서정적 울림을 통해 자신의 서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시편들의 주요 인물로 그, 그녀, 갑, 을, 병, 정이 등장한다. 병은 시인 자신이고 다른 사람들은 병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이다. 그런데 자신을 포함한 모두를 이렇게 3인칭 인물로 지칭하는 것은 서사의 방식을 따른 것이다. 시인 자신임을 나타내는 1인칭 화자 대신 배세복 시인은 3인칭 화자를 내세워 인물들을 보여줌으로써 서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등장하는 인물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단일한 화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서사 장르인 소설과 달리 다양한 시점이 등장한다.
저자

배세복

저자:배세복
2014년광주일보신춘문예당선
시집『몬드리안의담요』,『목화밭목화밭』『두고온아이』
<문학동인Volume>회원

목차


1부
아랫목을내주고
추녀는치솟고
미신은떠다니고
함박꽃은피어나고
메리는달아나고
툇마루는울리고
상갓집은멀고
매직펜은뒹굴고
발끝은바들거리고
골목은낯설고
사루비아는한창이고
거머리는꿈틀대고
구들장은꺼지고

2부
누린내가있었고
메리는짖지않고
목선은곱디곱고
생담배는타오르고
대문을두드리고
볏가리가있었고
살구나무는쓰러지고
종주먹을들이대고
우라질이있었고
일요일은찾아오고
주머니를숨기고
매미는울지않고

3부
고개를주억거리고
가슴을펴고
앞마당은붐비고
막걸리를들이켜고
칡덩굴은흔들리고
핏물은번지고
암퇘지는울어대고
꾸러미를내려놓고
만원을내밀고
검버섯은돋아나고
햇볕은따사롭고
건물은치솟고
풍악은울리고

4부
발길은휘청이고
화장을하고
면허증이있었고
귀뚜라미는달아나고
장졸들은날아다니고
까마귀는날아가고
문패가있었고
마른잎은흔들리고
바다는푸르르고
된서리는내리고
냇물은흐르고
목덜미를주억이고1
목덜미를주억이고2
번철은달아오르고
산책길은저물고
이정표가있었고

해설_서정적서사혹은서사적서정
황정산(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누구에게나‘두고온아이’가있을것이다.그러나대부분어느깊은곳에그아이는숨어있을것이다.또는숨어있는것조차모를수도있다.이시집은순간순간기억의편린들이환기해낸서정적울림을통해자신의서사를만들어내고있다.시편들의주요인물로그,그녀,갑,을,병,정이등장한다.병은시인자신이고다른사람들은병자신의아버지와어머니그리고형제들이다.그런데자신을포함한모두를이렇게3인칭인물로지칭하는것은서사의방식을따른것이다.시인자신임을나타내는1인칭화자대신배세복시인은3인칭화자를내세워인물들을보여줌으로써서사의객관성을확보하고있다.특히등장하는인물시점으로이야기를전개해나가고있다.그런데단일한화자의시점으로이야기를전개하는서사장르인소설과달리다양한시점이등장한다.

요즘시에서는거의찾아보기힘든리얼리티의진실함과독특한구성을새로운방식으로빼어나게형상화했다는점에있다.이야기와이미지를절묘하게결합하여읍내라는마을사와그안에서한가족사를풀어내는서사시적방식이매력적이었으며대단한흡인력을발휘하고있다.아버지의삶과죽음의과정을그리면서그안에서가난의상처를딛고‘말에예민했던한아이’인‘병’의성장사를객관적으로형상화내는기법은시를처음읽는순간끝까지놓지못하게만드는매력과흡인력의원천이된다.기억의조각속에그아이가있고,그두고온아이를이제세상에공개하려고한다.왜냐하면그아이는한사람만의아이가아니라“누구나”기억저편에남긴채길을떠난“두고온아이”이기때문이다.간혹기억이변색되기도하고조각나기도하지만그러나그것은이제“누구나”의몫이된셈이다.이시집은작가의영역을귀하게지킨제1회선경작가상수상시집이다.배세복시인만의독특하고생동하는리얼리티의진실함과서사시적매력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