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나를 벗어나 - 상상인 시선 45

고래가 나를 벗어나 - 상상인 시선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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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임지훈의 이번 시집은 색채가 그려내는 추상적인 이미지라든가 그것이 인도하는 꿈과 무의식, 혹은 판타지의 세계를 매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색채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여 그것이 우리의 내면에 불러일으키는 예술적 체험으로서의 감정과 의식을 이처럼 구체적이고 풍부하게 탐색한 시집은 없을 것이다.

색채가 불러일으키는 연상과 상상력, 그리고 환상의 세계는 그 선명한 이미지와 함께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집은 오랫동안 독자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할 것이다. - 황치복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저자

임지훈

저자:임지훈
2006년미네르바등단
2018년시집미수금에대한반가사유
2018년한국문인협회작가상수상
2019년사진시집빛과어둠의정치
2021년사진시집예맨

목차


1부
검은은화
반점
내화벽돌
까치살모사
빛을탕진한자목련
크리스보티
거미줄
해바라기의후예
사라진시대
맑은수프
레몬시폰
관음증
볼셰비키,다수파
빨대
낟알
아이스블루
코카인
사월

2부
플로럴화이트
스프링그린
라임그린
파이어브릭
로열블루
다크그레이
핫핑크
다크바이올렛
미드나이트블루
레드
골드
골드2
인디언레드
로즈핑크
화이트
다크블루

3부
다크레드
로열블루2
딥핑크
골든로드
페루
카키
스틸블루
다크레드2
딤그레이
앨리스블루
다크블루2
스테이트그레이
다크오렌지
크림슨
카데트블루
다크그린
고스트화이트
라이트그레이
아즈레
레드에서스틸블루까지

해설_색채의향연,혹은색채의상티망sentiment
황치복(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모두
색깔을벗고사라졌다

바다에나만남았다

2024년1월
임지훈

책속에서

<레몬시폰>

늘폭포처럼쏟아지는모래,레몬시폰속으로,그환幻속으로쓸려들어가파묻혀야잠에빠져들수있다레몬시폰은무게가없고향기가없고자세히바라보면색깔도점점희미해져사라지고있다

눈을뜰수없었던사막폭풍속에서웅크리고있었던적있다폭풍이지나가길,길이다시드러나길기다린적있다나는환幻속을거닐만큼어리석거나얇은여자는아니다모래폭풍은살아있는오늘처럼한가지색깔로몰아치고있다생애는뭔가를내놓아야할때가찾아오고만다온몸에힘을주고그존재에화인火印으로지지듯나를인식시켜야할때가찾아오고만다

소유주를위한제사,제祭를마치면모래폭풍이가라앉고카키가빛을머금고허공에떠있다그때비로소잠은나를거두어준다잠속에서카키에서레몬시폰으로나의색깔이사막본래의건조한영토를넓혀가고있고나를봉헌하듯배꼽위에가지런히두손을모으고다음차례를기다리고있다

나의색깔엔본래주인이없다

<관음증>

오르막길에서브레이크가고장난화물차,과적된바디백,차가뒤로밀리는순간터져버린지뢰,그가떠올랐다전쟁이끝난줄알고꽃처럼피어난그사람,짧은봄의폭발음에갇혀그는공중에자욱하게흩어져있다그해는봄비치고너무많이쏟아졌다난초의꽃대처럼꼿꼿한도시가휘어질만큼,모든도시의창문들이포연에흐려지고있다폭음에예민하지않은도시는없다

<검은은화>

눈에서몰려나간빛때문인지사진에서떠나간바람때문인지바깥을잠근채혼자를견딘꽃이피어나고있다피자마자흩날리는바람에게밀려까라지고있다꽃을보면서그가원하는색깔이무엇인지생각하였다크레파스처럼출렁거리는밤의강을보면서그를위해어떤색깔이라도될수있겠다는생각이들었다날리는꽃잎의궤도에서눈을떼고밤하늘을본다별은빛나고있다블루에서다크레드,시간에파리하게질린검은은화의색깔인별도있다

다시꽃을바라본다마구피어나던내속의여자가꽃으로빠져나가밤하늘에나부끼고있다달빛과고스트화이트*가밤하늘을적시는그잠깐동안내속으로헤아릴수없는여자가들락거렸다도무지알수없는나를이봄은어디까지몰고갈것인지,봄밤은언제쯤내게색깔을돌려줄것인지,밤은허황되고어두운블루만되쏠뿐말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