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라는 오해를 사랑하였다 (김은상 시집)

그대라는 오해를 사랑하였다 (김은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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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해’와 ‘사랑’이라는 말의 무게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물론 이것은 시인이 그동안 환원해 온 침묵에서 비롯된 개인의 언어일 것이다. 가장 내밀한 영역에서 비롯된 이 말들은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무한한 시간을 내포한다.
그럼에도 시들을 읽어보면 그때의 무수한 엇갈림이 얼핏 스치는 것 같아서 마음 한 곳이 저리기도 했었다. 예전에 들었던 그때 그 말이 알고 보니 전혀 다른 뜻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느낄 법한 쓰라림 같은 것이었다. 감정의 여백은 오해를 환하게 꽃 피우지만, 어느 순간 무심하게 다시 져버린다. 그것을 바라보는 누군가는 그 여백을 통해 비로소 사랑의 무게를 느낀다.
김은상 시인의 시에서 느껴지는 의미가 남다른 것은 마치 “아라베스크”(서시)라는 기이한 무늬를 보는 것처럼 시들이 품고 있는 의미의 층위가 상당히 놀랍도록 두텁다. 어떠한 각도로 보더라도 특유의 색과 무늬를 엿볼 수가 있게 되는데 어떤 때는 시에서 “가장 희미하게 손금을 밝히는 색”을 발견하기도 하고, 문득 “바람에 올라탄 왼손의 온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시인의 손끝으로 시작된 언어와 의미의 불가피한 동행에서 끝은 과연 있는 것일까. 차갑게 펼쳐진 페이지 너머의 끝은 과연 무엇이 자리 잡고 있을까. 시인에게 죽음은 그저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생 너머의 또 다른 생을 꿈꾸는 존재적 사건이다. 그리고 죽음은 다름 아닌 시적인 상상으로만 열리는 무한한 영역이다.
문학은 침묵의 언어를 가진다고 한다면 적어도 죽음, 사랑, 문학에는 끝이란 없다는 뜻일 테다. “생의 절박함”(「돌 속의 바다」)이 진정 “오해”에서 자라난 것이었다면 생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것이다. 왜냐하면 오해의 완전한 종결이야말로 불빛의 소멸이고, 의미의 소거이며 진정한 죽음이기에. _해설(정재훈 문학평론가) 중에서
저자

김은상

2009년『실천문학』등단.시집「유다복음」(한국문연,2017),「그대라는오해를사랑하였다」(상상인,2024).소설「빨강모자를쓴아이들」(멘토프레스,2019),「나의아름다운고양이델마」(멘토프레스,2019)가있음.

목차

1부꽃잎속에잠든무당벌레는
또어느꿈속을날아가야하는가

꽃진자리 19
서시 22
어떤형제들 24
하이델베르크의윤리학 31
소년이흰개에게보여주는출사표 34
편식 36
비미학 39
즐거운나의집 41
저수지 43
무당벌레의잠 45
지옥에서버려진개 47



2부어느숲속의나무아래
거위의눈처럼잠들어

명치 53
서정시집 54
하늘로흘러가는하지정맥류 56
폐가 58
반가의사유 60
천칭 62
새의국경 64
개종 66
거위의간 68
고무외투 71
하이델베르크의고독 72



3부눈을감고떠난짐승은
집으로돌아가지않는다

경성지련傾城之戀 77
메나드Ménade78
히키코모리아 80
딸기바닐라하우스 82
오르골의노래 84
괄호증후군 87
아니무는세계 91
봄의환상통 94
나비의잠 96
선캄브리아 98
길고양이미미 100



4부나의시가
노래가될수있다면

비정성시悲情城市105
목련의방 117
이방인 120
내연 122
한여름밤의서정곡 124
수전증 128
돌속의바다 130
지구는누가밟고간얼룩일까 134
변선구 136
첫사랑 138
지구를굴리는자전거 140


해설_차갑게쓰인페이지너머의온기143
정재훈(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