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란 페이지를 넘기는 중입니다 (박정현 시집)

당신이란 페이지를 넘기는 중입니다 (박정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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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정현 시인의 「당신이란 페이지를 넘기는 중입니다」는 곡진한 전언과 같은 시집이다. 자본주의가 모든 인간적인 것을 수치화하고, 환금성이 없는 예술을 도태를 넘어 절명에 이르게 하는 ‘지금, 여기’ 문학장文學場의 현실에서 낮고 깊은 눈길로 세계를 응시하고 자신의 기억을 끌어올려 서정적 미학의 건축물을 부려놓는다. 그의 시는 심미적 감식안을 통해 비극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존재론적 원적原籍이 어디에 있는지를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현대라는 위험의 내밀성을 돌파하고 “말해지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머물지 못하리라”는 말라르메의 말처럼 그는 경험과 기억을 삶의 기저로 재현하며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어둠을 밝히는 잔잔한 빛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때문에 그의 첫 시집은 ‘마음의 작품herzwerk’ 탐구하려는 지난한 시적 행보의 소산이라 할 것이다.
시인은 하늘 전체, 곧 우주를 하나의 수은주로 유비한다. 물방울이 눈이 되어 은색 별로 반짝여 이 세상을 별천지로 만드는 풍광의 서술은 “은빛으로 변한 아이의 옷”과 같이 순수한 하나의 절경을 구축한다. 바로 그러한 “점별”들의 연대가 “부서질 듯 흔들리는 큰 선”이 된다는 시적 인식은 시인이 다다른 정신의 층위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무명하나 유명이며 무위하나 운동하는 도의 현현이 “저마다 자리 잡고” 시집 전체에 빛나고 있는 것이다. _ 해설(전형철 시인, 연성대 교수) 중에서
저자

박정현

전남영암출생
2019년직지신인문학상수상
2019년『불교와문학』등단
2023년한국예술인복지재단창작기금수혜
시집『당신이란페이지를넘기는중입니다』

목차

1부
소나기후둑이고지나가면어쩌면

엽서의속도 19
풍경2 20
그바람과함께떠날거야 22
또다른당신 24
앙와신전장*을읽다 26
아버지를싸도는시 28
어느인연이이아침을깨워 30
장다리꽃활짝피었다 32
바람의지문 33
첫눈이올때마다돋는아버지의발자국 34
지평선 36
무딘경계를만지며 38
마흔아홉개의기도와백팔개의꽃을놓으며 39
꽃과눈의연대 40
무릎으로읽는세상 41


2부
검은실과하얀실의구분이모호해질때

지치지않고흐르는유래 45
경전을끌었던흑소의여정을밟으며 46
자작나무순례 48
계절마다주고간나이테를품고 50
아무려면어때요그냥쇠주나한잔해요 52
당신의국경은안녕한가요 54
멀구슬나무아래서 56
금밖과안 58
지금당신이란페이지를넘기는중입니다60
저순하고둥두름한이랑 61
거리치기 63
알고봉께 64
밤나무는발자국소릴먹고산다 66
미혹 68
볕바라기 69


3부
가지못한길은들어서기어려운입구를가지고있다

통점 73
눈이나려요,짐작하셨겠지만 74
돈키호테기사님 76
세상과맞추는안도의틈 78
달등사이를걷다 80
가시하나가뿌리를내렸나보다 82
물집 84
바람과말은같은종족 85
서러움이창만큼환하다 86
오얏나무로이어지는길 87
느린시간의기억 88
바다를파는사내 90
형은이젠숭어를잡지않는다 92
사월이질때꽃그림자피고 94
껍질에대한공상 95


4부
밤의가장깊은곳까지다다르기도하고

공덕 99
쉬이연관되지않는어휘 100
얼마간은돌같이살아가야겠다 102
석결명이가지런히잎사귀를접자 104
강박주의자들의자유 106
시온에서내리는눈 108
울음의기류 109
그녀의웃음빛깔을귀로보았다 110
누대를지나올그후의일 112
나는지금그때의아버지다운지 114
새들은어떻게믿을수있었을까 116
꽃눈흐드러진봄밤 117
때늦은풀을매며 118
다시백련을잇는계절 120


해설_우로보로스,한사제의유비론123
전형철(시인,연성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