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까지가 수선화 (김은자 시집)

그해 여름까지가 수선화 (김은자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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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각자 남몰래 흘린 눈물의 무게가 있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눈물의 무게이며, 그것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시카고를 주름잡았던 알 카포네 같은 인물은 눈물의 무게를 모르겠지만 미국 땅으로 이민 가서 둥지를 튼 사람은 다 자기 나름의 이야기보따리를 갖고 있지 싶다. 친구들, 이웃들의 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하나하나 들려줄 사람은 김은자 시인이다.

바람이 세게 불면 나무는 더욱더 뿌리 뽑히지 않으려고 땅을 붙들 것이다. 태풍이 휩쓸고 가면 송두리째 뽑히는 나무들도 있다. 특히 땅속의 뿌리는 나무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다할 것이다. 원래는 이런 죽고 못 사는 관계가 아니었다, 당신과 나는.

시를 “탈주의 내재율”이라고 한 것이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이민은 탈주였을 수 있다 하지만 “탈주의 내재율”을 취함으로써 김은자는 김은자 시인이 되어 귀향한 셈이다. _해설 중에서
저자

김은자

저자:김은자
서울에서태어나숙명여자대학교졸업.82년도미,현재뉴저지에머슨거주.2004년미주중앙일보신춘문예당선,2004년「시문학」등단.2015년한국문학방송신춘문예당선.재외동포문학상시부문대상,윤동주해외동포문학상,제1회해외풀꽃시인상,영화진흥위원회시나리오당선,환태평양기독영화제최우수시나리오상수상.
시집으로는『외발노루의춤』『붉은작업실』『비대칭으로말하기』(세종우수도서선정)『그해여름까지가수선화』가있고산문집으로는「슬픔은발끝부터물들어온다」가있음.미주중앙일보〈문학산책〉칼럼연재.뉴욕일보시칼럼〈시와인생〉연재.뉴욕1660K라디오문학프로‘시쿵’‘행복한문학’진행.재외동포문학상심사위원역임.붉작문학교실강사.뉴저지AWCA시창작교실강사.현뉴욕붉은작업실문학회회장.미주시낭송문화예술원원장.

목차


1부소리의앞고름을풀다

마스카라의이중생활21
북22
틈의연대기24
여름집26
동물성에관한회의록28
고양이의눈을읽다30
그늘32
감성풍향계34
덤보를위하여36
뿌리여,바람이여,감옥이여37
냉동오징어손질법40
한켤레의시간43
노랑발도요새44
블루베리가익어가는마을46

2부틈에서소리를건지다

끊임없이,틈51
소리속으로뛰어들어52
한올의슬픔54
마트료시카인형접기56
는개눈개눙개58
눈물사용설명서60
제외가재외처럼울때62
앵무조개64
피아니스트65
곤쟁이눈66
와이어로사람모형만들기67
바람의행보68
정오의피트니스69

3부불손한바이링구얼

귀를옮기다73
이중언어74
선더버드76
스핑크스78
보카시스웨터를입은당신에게80
애니멀피플82
페널티킥84
샅바게임85
소리의문86
사랑니발치추천서88
폴리스리포트90
예감을끌어안은이별91
이별을말리우다92
벼랑을사다94

4부여섯개의촛불에불을댕기며

청춘서커스97
먹먹한막98
여섯개의초에불을댕기며100
서쪽으로지는노래102
방목의생각103
눈물의무게104
황야의고독사105
찐돼지106
졸다가우는여자107
불멸을기록하다108
국밥먹는여자110
사이방정식112
이느낌뭔지알아114
가을별을훔치다115

5부화가의정원

검은눈의수잔119
수국120
베고니아121
화가의정원122
더덕꽃123
꽃씨124
순지르기125
동부의꽃이서부의꽃에게126
가지꽃127
가시자리128
칸나129
해바라기130
넝쿨장미131

해설_눈물은언제흘려야하는가?133
이승하(시인,중앙대교수)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쥐려하면도망가고
놓아주려하면끌어안는
소리와침묵사이
간극과간격사이
긴밀함과느슨함사이
작게태어난
고독의질문들
미안하고고맙다

책속에서

길게말하고싶다는말이다짧고간략한세상에서조금은복잡해지고싶다는말이다눈물은길고끈끈한화장덧칠하지않고는견딜수없는것들,되풀이되지않고는이어나갈수없는것들나는거짓말이아닌것처럼거짓말을해본다속눈썹그윽이눈빛하나를심으며이순간만은내말에귀기울여달라고짧고굵게애원한다눈매는거울속에서탄생한다세상모든시선은관객이아닌주인공이므로누구에게도들키지않은최후의순간을고백한다울지않겠다한올한올젖은눈꺼풀로단단한너를지워갈뿐이다
-「마스카라의이중생활」전문

눈물이되는것이다이를테면,등짝에칼을꽂고도망간시간을수배하는여름꽃을가을은기억하지못한다그불그레한은유속에나를가두는것이다안다나는안다가지가뿌리를떠나지못하는이유를시간도결국바람에종속되는속절없는연유를그러니뿌리여,속죄하게하라바람이여,역류하게하라나는애증의감옥에사는죄수

빙의하게하라
-「뿌리여,바람이여,감옥이여」부분

나의이름은재외,
사람들은나를재외라고부르지
혀가짧아제외除外를재외在外로발음한것이
이름으로굳었을뿐이지
익숙해지겠지
풀꽃같은우리의제목은제외,
성스러운구분이지
재외를즐기는이들은제외를모르면서웃지만
먼지가되지
비장을건드리는날이면
마른나뭇잎처럼바스러지면서
송오브러브
재외在外가되지
-「제외가재외처럼울때」부분

잃어버린것인지버리고간것인지
떠밀려온것인지
주인없는운동화한켤레
겨울바다모래밭위에누워있다발이

지친실눈을뜨고먼길을돌아왔다
신발을따라온해구海鷗한마리
모래위를날아오르고
바위를때리는파도외에는
아무도없는겨울바닷가모래위
(중략)
죽음마저순해진한켤레
무덤에누워서도함께별을셀것이다
-「한켤레의시간」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