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내게로 왔다 (송이현 산문집)

그녀가 내게로 왔다 (송이현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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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송이현의 산문집 『그녀가 내게로 왔다』는 한 사람의 삶을 관통하는 섬세한 체험과 관계의 윤리 그리고 독서의 깊이를 아우르는 진솔한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다. 작가는 농촌에서의 삶, 가족과의 관계,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 속에서 겪고 느끼는 깨달음과 정서를 투명한 언어로 담아낸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긍정적 자세로 세상을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사유의 글들로 채워져 있으며, 자기 성찰과 타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글마다 스며 있다.
특히 표제작 「그녀가 내게로 왔다」는 제목처럼, 한 사람의 방문이 단순한 만남을 넘어 삶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는 사건임을 보여주며, 관계란 서로의 삶을 기꺼이 맞이하고 받아들이는 윤리임을 감동적으로 전해주고 있다. 삶의 고단함을 견뎌낸 이들의 목소리는 때론 유머와 아이러니로, 때론 눈물겨운 진솔함으로 작가의 글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다. 더불어 작가는 책과 독서가 삶의 버팀목이자 자신을 구원한 벗임을 고백하며, 독서란 시대를 초월해 훌륭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이자, 자신을 확장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강조한다.
『그녀가 내게로 왔다』는 화려한 수사를 거부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진심을 전하는 글쓰기의 힘을 보여주는 산문집이다. 누군가의 작은 삶이, 바로 우리의 삶과 닮았음을 느끼게 하며, 독자에게 조용한 울림과 깊은 공감을 안겨준다. 이 책은 삶의 결을 정직하게 느끼고자 하는 독자에게 잔잔하면서 깊이 있는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송이현

저자:송이현
서울디지털사이버대학(상담심리학,사회복지학전공)
김유정기억하기산문부문우수상(2022)
『청계문학』등단(2023)
강원일보시니어문학상산문부문우수상(2023)
시집『모든만남은이별을품는다』(2025)
산문집『그녀가내게로왔다』(2025)

목차


작가의말

1부
어슬렁거리다온다/글로세상을담아야지지/골목,빵가게가사라지고있다/미스테리공원조각상/그녀가내게로왔다/어디서들어본목소리/진정한글의힘/자기관리도자신을사랑하는방법이에요/농산물판매의어려움/독서란훌륭한사람들과의교류/멋진남자와데이트를했다/도서관에함께가는행복/가족모두가한방에서잠들다

2부

불을먹은감이되고싶어요/그많은잉어는누가먹었나/기도하시는어머니/만나고싶은사람/반려견과함께하는삶,그리고그마지막/병천순대한그릇에는/소리들의공동체/안전한먹거리/미완의소설,가족이독자/여름에먹어야제맛이다/침입자가자기집이라고한다/한알의아스피린/홍천사과축제,일거양득의날

3부

그녀를바라보는동안/문학과함께늙어가는작가부부/새처럼나무처럼/발레‘세비야의이발사’를보고/쏟아진것은물만이아니었다/애플수박,그첫번째여름/어디서많이본얼굴인데/옥수수같은하얀이를가진그녀가활짝웃는다/젊은부부에게서배운것/천오백만원짜리나무가준족쇄/당신,오늘좀멋진데요/밤사이에일어난이태원의그림자

4부

가려움의계절,복분자의유혹/기차는정원으로간다/들깨는해뜨기전에털어야한다/들판에홀로선마음/상처입고도열매맺는호두나무/어느작가의어머니/의사선생님,양치못했어요/조용히흔드는것들/친구는어디에있니/탱크훈련소의꽃밭/파라오임금의완고함처럼/한송이양귀비같은그녀/화장하지않은여자/『개인적인체험』/『내가떠난새벽길』/죽이는수녀들의이야기』

5부

『체게바라평전』/가지많은나무는아름답다/그리운사람을만나는기쁨/누구나적당한페르소나는필요하다/먼길은함께걷는것/조개탄을닮은호두,미안해/천경자그림전시회를다녀와서/천사가따로있나요/폭삭늙었다는말한마디/하루살이의하루,나의하루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건강한아이를출산하려면좋은생각,좋은음식,좋은음악,쉼이필요하듯이책을쓰고다듬는일도그러했습니다.
그렇게쓴글들을모아한권의책으로세상에내놓으려합니다.시집을먼저내보냈을때의설렘과떨림이다시찾아왔습니다.
감정이아니라,시간을견뎌낸기억들이라더조심스러웠고,더아팠습니다.글을쓴다는건,결국살아낸시간을다시기억하는일인지도모르겠습니다.그래서버틸수있었습니다.
이글들이누군가의마음한편에가닿을수있다면,그동안의아픔도기꺼이받아들일수있을것같습니다.글을쓰면서저의우울이치료가되었습니다.글의힘인가봅니다.

글쓰기는멀리가는길입니다.멀리가는데함께도와주신분들께감사드립니다.춘천문화재단의후원으로책을내게됨을진심으로감사드립니다.
글을쓰느라소홀했던일과,시간을홀로잘견뎌준남편에게미안하고도고맙습니다.표지사진과본문그림으로책을빛내준아들,며느리,가족모두에게사랑과감사의마음을전합니다.
모두가행복해지는아름다운세상이되기를바라면서…
2025년6월
송이현

책속에서

온몸에돋은좁쌀같은붉은반점이내몸을힘들게했다.마치풀들이내게항의하는것같다.“우리의세계에들어온당신은침입자예요.어서나가주세요.”라고풀벌레들이나에게공격한느낌이다.
-「어슬렁거리다온다」중에서

예측할수없는소나기가수시로내리던한여름,그녀의전화를받았다.“보고싶다.”짧지만깊이있는말이었다.긴머리는물미역처럼윤기가흘렀고,여름모자를멋지게눌러쓰고있었다.비에젖어도끄떡없는물방울비옷과여름앵클부츠까지-우아함과품위가느껴졌다.아픈몸을이끌고내가보고싶어찾아왔다니,이보다더깊은말이있을까.
-「그녀가내게로왔다」중에서

어느해는고구마농사를했다.단순한고구마농사인줄알았는데이또한가볍게생각할게아니라는것을알았다.하루일을마치고고구마가내입으로오기까지몇단계를거치는가를헤아려보았다.몇십번의사람의손길이필요하다는것을알수있었다.
-「농산물판매의어려움」중에서

시대를초월한매력을지닌그도세상의시선에서벗어나지못했다.섬세하고예민했던그는빈곤속에서도깔끔한외모와복장을유지했지만,그런모습은때로사람들의오해와비난을불러왔다.허영심으로비칠수도있었겠지만,어쩌면그는타인의시선에쉽게상처받는사람이었을지도모른다.
-「멋진남자와데이트를했다」중에서

그들이심은애플수박이잘자라길마음속으로기도했다.첫농사라걱정도됐지만,열매는건강하게여물어갔다.무더운여름,매미소리가요란한날이면수박생각이난다.요즘은계절없이비닐하우스에서키우지만,그래도수박은여름의과일아닌가.
-「애플수박,그첫번째여름」중에서

매년6월이면어김없이복분자수확철이돌아오고,나는또다시그유혹에빠진다.가려움도복분자따는계절이면반복한다.내몸에잠재된그무엇인가는6월이면다시부활하나보다.
-「가려움의계절,복분자의유혹」중에서

조용한시간속에서책을읽고,사유하며,내안에서자라나는작은열매들을바라보는것.어쩌면그시간이야말로,가을날나무가맺는호두처럼,내게는가장달콤하고소중한시간인지도모른다.
-「상처입고도열매맺는호두나무」중에서

정리되지못한감정,놓치고지나친마음의조각들.그렇게작고사소한감정들이나를흩트려놓고는아무런인사도없이떠나버린다.나는잠시손을멈추고화면을바라본다.집중하며썼던문장들은흐릿해지고,머릿속은하루살이의짧은흔적만으로가득하다.혹시나도하루살이같은존재가된건아닐까.잠시머물다사라지고마는,그순간을온전히견디지못한가벼운존재로.그렇게,필사의하루는조용히저물어간다.
-「하루살이의하루,나의하루」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