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 세계교양전집 9 (초판 완역본)

인간 실격 - 세계교양전집 9 (초판 완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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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반전 없이 절망으로 치닫는 데카당스 문학의 걸작
위선과 가식의 가면을 쓰고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를 비추다!

“인간, 실격.
이제 저는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석 장의 사진 속에 박혀 있는 그는 하나 같이 불가사의한 느낌을 주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괴이한 남자다. 그 남자, 요조는 이질적 기질의 소유자로, 어릴 적부터 뭔가 다른 자신을 들여다보며 날마다 혼란스러워한다. 남들과 다른 그 무엇 때문에 커지는 소외감, 단절감에서 벗어나고자 그는 무던히 애쓴다. 이를 위해 그가 선택한 행위는 광대 짓이다. 그는 유머와 냉소의 가면을 뒤집어쓴 채 그렇게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긴다. 그가 ‘남부끄러운 적이 많은 일생었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이유다. 그는 날이 갈수록 인간을 두려워하고 인간 무리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 채 혼란과 좌절 속에서 방황한다. 그는 술, 담배, 매춘부에 의지하다가 급기야 자살 시도를 하고 약물에도 손을 대며 자꾸만 파멸적인 삶으로 자신을 내몬다. 결국 정신 병원에 갇히면서 그는 스스로 체념한다. ‘인간, 실격. 이제 저는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라고. 수개월의 입원생활 후 그는 진정한 폐인이 된 채로, 인생에는 불행도 행복도 없으며 모든 것은 단지 지나갈 뿐이라고 말하면서 마흔 살 이상으로 보이는 자신의 스물일곱 인생 이야기를 마친다. 훗날 그의 이야기 속 마담으로 추정되는 여자는 그를 순수하고 자상한, 하나님처럼 착한 아이였다고 회상한다.
이야기 속에서 시종일관 ‘인간의 세상살이’라는 걸 통 이해하지 못한 채 겉돌기만 하는 그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은 이유는 위선과 가식의 가면을 쓰고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습이 어쩔 수 없이 겹쳐 보이기 때문 아닐까.
저자

다자이오사무

저자:다자이오사무
본명은쓰시마슈지.1909년일본아오모리현쓰가루의부유한집안에서태어났다.1935년소설「역행(逆行)」을발표하며아쿠타가와상후보에오르지만차석에그치고,당시심사를맡은가와바타야스나리와논쟁을벌인다.1936년감각적문체와실험적기법을유감없이발휘한첫작품집『만년(晩年)』을펴내며세간의주목을받는다.이듬해자살을시도하나미수에그치고,1938년중매로결혼한다.그후다자이오사무는「달려라메로스(走れメロス)」,『쓰가루』,『옛이야기(お伽草紙)』등연이어걸작을발표하며빼어난이야기꾼으로서의면모와저력을보여준다.1945년일본이2차세계대전에서패망한뒤,그의작품은정신적공황상태에빠진일본의젊은이들에게열렬히지지받는다.1947년영락한화족의삶을그린『사양(斜陽)』으로인기작가의반열에오르고,마침내1948년『인간실격(人間失格)』을완성한다.그러나같은해다자이오사무는연인야마자키도미에와함께다마강수원지에투신,서른아홉살의나이로세상을떠난다.일본의기성문단에신랄한비판을가한「여시아문(如是我聞)」은작가사후에출간되었다.

역자:임지인
일본동경외국어대학원에서언어문화일본근대문학을전공했다.주요역서로《오늘은아무래도케이크》,《마들렌과피낭시에실험실》,《슈크림의아이디어와기술》,《프랑스전통과자백과사전》,《유제품을사용하지않는비건치즈》,《파스타다이어트》,《비커군과교과서친구들의수상한과학책》,《딱한잔하려고했을뿐인데》,《쿠마오리준일러스트레이션메이킹&비주얼북》,《쉽게배우는고양이가정의학》등이있다.

목차

서문
첫번째수기
두번째수기
세번째수기
후기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인간에대한절망,비극적자기파괴로엮어낸다자이오사무의자전적소설

우리모두의인간적초상,그절망의카타르시스
요조,우리의혐오와우리의자책을대변하다

다자이오사무의자전적소설이자일본데카당스(퇴폐주의)문학의대표작인《인간실격》은‘나’라는인물이쓴서문과후기,‘요조’라는인물이쓴수기세개로이루어져있다.‘나’를통해석장의사진으로묘사된‘주름투성이의도련님’같은어린시절의그,‘섬뜩함이느껴지는이상한미남’같은학생시절의그,‘기분나쁘고불길한냄새를풍기는’성인시절의그요조는자기모순과자기혐오에휩싸인회피형인간이다.

‘남부끄러운적이많은일생’을살아온요조는인간을두려워하고인간무리에좀처럼적응하지못한채광대짓으로자신과남을속이며‘별종’인자신을처절히은폐한다.인간의세상살이라는걸도통이해하지못한채혼란과좌절속에서방황하던그는술,담배,매춘부에의지하다가급기야자살시도를하고약물에도손을대며이른바‘인간다운길’에서벗어나파멸적인삶으로자신을내몬다.결국정신병원에갇히면서그는스스로체념한다.‘인간,실격.이제저는완전히인간이아니게되었습니다’라고말하면서.

자기모순과자기혐오그리고인간에대한절망속에서존재이유를따져물으며인간의부조리와고독을집요하게건드리는이문제적소설은시공을초월하여오늘날우리의인생또한고스란히대변하고있다.요컨대이소설은우리의비극적초상으로서절망의카타르시스를가슴시리게안겨준다.

책속에서

정말이지자세히보면볼수록,그아이의웃는얼굴에는어쩐지종잡을수없는거북하고으슥한기운이서려있다.애초에그건웃는얼굴이아니다.이아이는조금도웃고있지않다.그증거로이아이는두주먹을불끈쥐고서있다.인간은주먹을꽉쥐면서웃을수있는족속이아니다.원숭이다.원숭이가웃는얼굴이다.그저얼굴에추비한주름을만들고있을뿐이다.‘주름살부자도련님’이라고부르고싶을만큼하여간괴상한,그러면서도어딘가불결하고괜히사람을벌컥화나게하는표정의사진이었다.나는이제껏이토록불가사의한표정을짓는아이를본적이단한번도없다.
---「서문」중에서

남부끄러운적이많은일생이었습니다.
저에게인간의삶이란가늠할수없는것입니다.
---「첫번째수기」중에서

곰곰이생각하면할수록점점더알수없어졌고,혼자만아주별난사람인듯느껴져불안과공포에바들바들떨뿐입니다.저는주위사람과대화를거의나누지못합니다.무엇을어떻게말해야좋을지모르기때문입니다.그래서생각해낸묘안이광대였습니다.그건인간에대한저의마지막구애였습니다.저는인간을극도로두려워하면서도인간을아무래도떨쳐버릴수없었나봅니다.그렇게저는이광대라는한가닥연결고리로간신히인간과이어질수있었습니다.겉으로는늘웃는얼굴을만들면서도속으로는필사적으로,그야말로천번에한번성공할까말까하는위기일발의진땀빼는서비스였습니다.
---「첫번째수기」중에서

저는일부러최대한엄숙한얼굴로에잇!하고외치면서철봉을향해돌진해그대로멀리뛰기를할때처럼앞으로날아가서모래밭에쿵엉덩방아를찧었습니다.모두계획된실패였습니다.예상대로모두의웃음거리가됐고저도쓴웃음을지으며일어나바지에묻은모래를털고있는데언제부터그곳에와있었는지다케이치가제등을쿡쿡찌르며나직하게속삭였습니다.
“시늉이네,시늉.”
저는몸을부르르떨었습니다.일부러실패한사실을다른사람도아닌다케이치에게들킬줄은전혀생각하지못했습니다.저는세상이순식간에지옥의맹렬한불에휩싸여타오르는광경을눈앞에서목격한듯하여아악!하고비명을지르며발광할것만같은기분을필사적으로억눌렀습니다.
---「두번째수기」중에서

비합법.저는그게어렴풋이나마즐거웠습니다.오히려마음이놓였습니다.세상의합법이라는것이되레무섭고(그것에는깊이를알수없는막강한힘이느껴집니다)그장치가수수께끼처럼느껴져,뼛속까지추위가스미는창도없는그방에도저히앉아있을수없어비록밖이비합법의바다일지라도거기에풍덩뛰어들어헤엄치다죽음에이르는편이저로서는오히려마음이편할것같았습니다.
---「두번째수기」중에서

“시게코는하나님한테무얼달라고할거야?”
저는자연스레화제를돌렸습니다.
“시게코는있지,시게코의진짜아빠를갖고싶어.”
흠칫놀라어질어질현기증이났습니다.적.내가시게코의적인지시게코가나의적인지,아무튼이곳에도나를위협하는무서운어른이있었구나,타인,불가사의한타인,비밀가득한타인,시게코의얼굴이별안간그리보였습니다.시게코만은,이라고생각했는데역시이자도‘불시에등에를때려죽이는소의꼬리’를지니고있었던겁니다.저는그뒤로시게코조차겁이났습니다.
---「세번째수기」중에서

세상이란대체무얼뜻하는걸까요.다수의인간을뜻하는걸까요.어디에그세상이라는실체가있는걸까요.여하튼강하고엄격하고무서운것이라고만여기며여태살아왔는데,호리키에게그런말을들으니불현듯“세상이란게너잖아”하는말이파르르혀끝까지나왔지만호리키의화를자초하고싶지않아서꿀꺽삼켜버렸습니다.
‘그건세상이용서하지않을거야.’
‘세상이아니겠지.네가용서하지않겠지.’
‘그런짓을하면세상에큰코다칠거야.’
‘세상이아니겠지.너겠지.’
‘머잖아세상에서매장당할거야.’
‘세상이아니겠지.매장하는건너겠지.’
---「세번째수기」중에서

이제저는죄인은고사하고미치광이였습니다.아닙니다,저는절대미치지않았습니다.한순간도미쳤던적은없습니다.그러나아아,미치광이는다들그렇게말한다고합니다.즉이병원에들어온사람은정신이상자,들어오지않은사람은정상인이되는모양입니다.신에게묻습니다.무저항은죄입니까.호리키의그불가사의한아름다운미소에저는울었고,판단도저항도잊은채차에올라타이곳으로끌려와서는미치광이가되었습니다.곧여기서나가더라도저는역시미치광이,아니,폐인이라는각인이이마에찍히게될겁니다.
인간,실격.
이제저는완전히인간이아니게되었습니다.
---「세번째수기」중에서

지금저에게는행복도불행도없습니다.다만모든것은지나갑니다.제가지금껏아비규환으로살다시피한,소위‘인간’세상에서단하나진리처럼느껴진건그것뿐입니다.다만모든것은지나갑니다.저는올해로스물일곱이됩니다.흰머리가부쩍늘어사람들대부분은저를마흔이상으로봅니다.
---「세번째수기」중에서

“울었나요?”
“아니,울기보다는……글렀지,인간도그렇게까지되면다글렀지.”
“그로부터십년,그렇담이미세상을떠났을지도모르겠네요.이건당신에게감사의표시로보냈겠지요.조금과장되게쓴듯한부분도있는것같지만,그나저나당신도제법피해를본것같더군요.만일이게다사실이라면,그리고내가이사람친구였다면마찬가지로정신병원에끌고갔을겁니다.”
“그사람아버지가나쁜거예요.”
마담이무덤덤하게말했다.
“우리가아는요조는아주순수하고눈치가빠르고술만마시지않으면,아니,마셔도……하나님처럼착한아이였어.”
---「후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