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질환을앓고있는한국의료,
그에대한처방의시작은‘의학교육’혹은‘의료제도’에대한병력청취다!
오늘날한국의료가중증질환을앓고있다는데이의를제기할사람은없다.이른바필수의료의붕괴,의료전달체계의왜곡,의료에대한불신심화등문제는한두가지가아니다.그런데이러한증상에대한처방은대개단편적이고말초적이며,공교롭게도상당부분이의학교육을향한다.즉,많은이들이의대정원을늘리고지방에의과대학을지으면우리가안고있는여러문제가해결될것이라고생각한다.그들은현대의학과의학교육이어떤경로를통해발전해왔으며,이와같은현실에서단지의대생의숫자만늘리는것이어떤후과를초래할지에대해서는아무런관심이없다.문제의해결이그리쉽다면왜우리가알고있는선진국들은그런쉬운처방을채택하지않는것일까?의사의대도시편중과지역사회의의사부족,지역의료의질저하등은단지우리만안고있는문제가아닌데도말이다.
지금우리사회가안고있는문제의해결책으로의대정원의확충이나의대설립,의대6년제전환,의사과학자제도의도입등수많은제안이우리에게제시되고있다.일부는그것이당장시급한문제의해결책으로보이기때문에일부는어떤선진국이그러한제도를채택하고있다고해서무슨만병통치약이나되는듯주장하고있지만,현명한의사라면그러한만병통치약은존재하지않으며,좋은약도환자의상태에따라서는독이될수도있음을잘알고있을것이다.우리에게필요한것은그환자에대한정확한병력(medicalhistory)인데,왜이를잘아는의사들이‘의학교육’혹은‘의료제도’에대한병력청취없이어떤만능처방이가능하다고믿는것일까.그러한측면에서이책은우리가반드시알아야할근대서양의학교육의훌륭한병력을제공한다.그에대한지식과통찰이없다면어떤처방이든백약이무효임은불문가지일것이다.
근대의학교육의탄생,
역사를통해배우는의학교육의방향성
이책은18세기부터20세기초반에이르는서양,즉유럽과북미의의학교육역사를다루고있다.우리가알고있는근대서양의학은근대의산물이며그이전에는서양의학이라한들우리전통의학과크게다를것도없었다.근대과학의발전과산업화,도시를중심으로하는사회의변화와전통적인공동체의와해,신분질서의철폐와교육받은중산층의등장등이이시기의특징이고이는고스란히근대의학의성격에반영된다.근대의학이태어났기때문에이를가르치는일,즉근대의학교육역시새롭게태어날수밖에없었으며그과정에서이는온갖진통을수반하기마련이었다.저자는수많은선행연구들을바탕으로하여이러한근대의학과근대의학교육의탄생의모습을영국,프랑스,독일,미국을배경으로하여추적해들어간다.우리는이러한역사로부터어떠한의학교육도당대의사회와문화로부터자유로울수없음을깨닫는다.의학교육에무슨절대적인정답이있는것이아니고,시대와사회가요구하는도전에가장잘반응할수있는방법이무엇인가에대한통찰이더욱중요함을풍부한증거를통해보여주는것이이책의가장큰미덕이다.
의학교육은여러전문직중에서도유독장기간에걸쳐이론교육과환자를관찰,관리,치료하는고도의실무경험을결합하게되었다.학문적교육과임상교육,이론과실제,기예로서의의학과과학으로서의의학사이의긴장과변화하는균형은계몽주의이후의학교육의변하지않는상태였다.각기다른사회적,정치적환경으로인해국가마다서로다른시기에서로다른균형이이루어졌다는것이이책의기본주제다.금세기전반에는과학에대한무한한믿음과의학의궁극적인합리성이거의모든곳에서지배적이었다면,우리시대에는인류의진보와과학의설명력에대한포스트모던적의심이이러한믿음을압도하고있다.그러나추는의심할여지없이다시흔들릴것이다.어쨌든대부분의교육자와학생들에게이책에서다루는대부분의기간동안비판적으로사고하고,문제를해결할수있으며,근본적인질병과정에대한폭넓은지식을보유하고,배운것을실제상황에적용하는데능숙한의사를양성하기위한체계적인학문적교육과특히과학에서의실습경험을통합하는것이이상으로남아있다.
점점더기술화되는시대에의사들에게‘인간성’을부여해야할필요성,학생들이외래환경에서일반환자를다루는경험이부족한것,병원과의과대학의괴리,의학교육이지나치게전문화되었다는우려,학생들이의과학보다기술적인측면을너무적게배운다는불만등의학교육의방향에대한우리시대의고민은이책에서다룬역사적긴장을되풀이하는것일뿐이다.저자는이책을통해의학교육은변화하는사회환경에불가피하게내제되어있기때문에이러한고민에대한최종적인해답은존재하지않았고,앞으로도없을것이라고주장한다.과거에도그랬듯이앞으로학생들이무엇을배우고어떻게배우는지는국가마다,시대마다달라지는특정한역사적환경과문화적환경에뿌리를두고있을것이다.이책이한국사회의의학교육에관한담론의수준을한단계높이고,궁극적으로는한국의료발전에조금이나마도움이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