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룻물 -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51 (양장)

벼룻물 -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51 (양장)

$15.00
Description
영원을 향한 염원을 일깨우는
푸른 새벽의 숲길

아버지가 이끄는 걸음을 따라
깨어나는 투명한 예술의 혼
은은한 묵향으로 깨어 나서는 길

찬 새벽 깨끗한 공기가 코끝을 스칩니다. 아직 채 어둠에서 깨지 못한 푸른 새벽에는 은은한 묵향이 서리어 있습니다. 아버지가 밤새 그린 그림에서 묻어 나오는 향이지요. 그 묵향에는 잠들어 있던 정신을 깨우는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새벽 숲을 향해 나아갑니다. 언제나처럼, 아버지와 함께 물을 길으러 나서는 길입니다. 걷는 걸음걸음 조심스러운 발끝에 닿는 가벼운 바람과 시선 끝에서 날아오르는 학의 날갯짓이 모두 나의 눈과 마음에 담깁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경애의 눈짓으로 바라보며, 그 눈짓을 다시 마음의 거울에 투영해냅니다. 우리는 지금, 훗날 하이얀 종이 위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 갈 바로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 길 끝에서 우리는 깊은 산 샘물에 다다릅니다. 아, 아버지, 왜 우리는 한 장의 그림을 위해 새벽의 어둠 속을 걸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이곳까지 와 물을 길어야만 하나요?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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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진희

20년째초등학교에다니고있습니다.2012년부터교육철학모임〈시습재(時習齋)〉에서배우며읽고쓰는가운데,영원히간직하고싶은이야기들이오래살도록십장생도(十長生圖)에담았습니다.

출판사 서평

기도하는마음으로이루어지는만남

‘사람의발길이닿지않은’이라함은곧그로향하는길이결코쉬이갈수있는길이아님을의미할것입니다.숭고한예술의경지에이르기위해우리는내내잠들어있으려는영혼을살며시뒤흔들어깨워야만하고,미지의존재들이천천히그모습을드러내는동안인내와믿음으로어둠속을걸어야만합니다.그걸음은지나치게가벼워이제막깨어난부드러운풀잎을경솔하게밟아서도,지나치게서두르느라머물러야할곳에충분히머무르지못해서도안됩니다.산이품고있는생명들은겸허한고요속에서야비로소제오롯한숨을내뿜으니까요.마치기도하는마음으로,그토록겸손하고도그토록희구하는마음으로걸을때에야우리는만날수있습니다.이미영원을가진것처럼과거도미래도없는시간속을걸어가는거북이를,썩은자리에서도기어이신성한생명을틔워내는영지를,그리고마침내,사라져가는이땅위의‘시간’들을그저하나의‘순간’으로붙박여두는투명한사슴의눈동자를요.

스스로세상을담아내는그릇이되어

아,어쩌면사람이오래염원해온영원은그와같은경이를마주하게되는만남그자체보다도그만남을받아들이는우리의시선과태도에깃들어있는지도요.먼길찬어둠속을걸어깨끗한물을길어오는수고를감내하고서라도자식에게지극한염원이담긴미역국을끓여주려는마음,또바로그와같은마음으로새벽의숲이건네오는시선을정성스레그러모아화선지위에펼쳐놓고자하는의지야말로,‘끝’을숙명으로삼고있는‘살아있음’에게‘영원’이라는축제를약속하는새끼손가락인것이지요.그와같은시선속에서라야비로소세상의모든것을품어내는붉은태양이떠오르기시작합니다.사실은세상이나를담는그릇이었던것이아니라,내가세상을담아내는그릇이었던것이지요.새벽의걸음걸음,비워내고닦아내며더욱투명해진시선속에서우리가볼수있고느낄수있으며마침내품을수있는세상은더넓어집니다.

온전함속에머무르는자유로운손

나는이제곧게뻗은뿌리와올곧게돋은심지로소나무와바위처럼쉬이흔들리지않는강인한영혼을가지게되었습니다.세상에서가장강한힘이야말로세상에서가장무르게휘어질수있는그무엇인것처럼,먹은마음을따라먹을붓질해낼수있으려면굳은마디마디힘을빼고홍시처럼붓을쥐어야합니다.지극한예술의기쁨은‘완벽함’이아니라‘온전함’속에있다하던가요.아버지,저는이제알겠습니다.새하얀화선지위에서학을날아오르게하고바람을춤추게하며태양과달을매일같이떠오르게만드는것은,그럴듯하게해내야한다는강박속에서뻣뻣하게굳은근육이아니라,그저오늘하루나와내주변의세상을자각하는소박한시선안에깃들어있는한떨기자유로운손짓안에있다는것을요.

한폭의그림안에깃든새롭고도오래된약속

그렇게아버지와함께나선새벽숲의공기가담긴벼룻물안에는영원을약속하는한폭의그림이담겨있었습니다.어쩌면우리가그리는그림,우리가그리는선율,우리가그리는글들은이미그렇게예언처럼존재하고있던것일지도요.길을모르는채로여정을나서도자신만의길을스스로만들어가듯,이미알고있는것처럼모르는이야기를써내려가고,오래알아온자장가처럼낯선선율을써내려가듯···.깨끗한벼룻물앞에기도하듯두손을모으고,오래도록잠들어있던선과색을깨워내는것처럼날아오르는붓질과함께우리는춤을춥니다.영원을염원해온오랜조상들의소망은그저한낱허구의이야기속에나나풀거리는허망한속삭임이아닙니다.아버지의손끝에서새로이피어나는‘십장생도’가전해주듯,우리바로곁에존재하는만물속에서이미살아숨쉬고있는오래된약속이지요.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