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코 나라

코코코 나라

$12.00
Description
거짓말만 해야 잘 사는 나라에서, 참말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면?

감감한 어둠 속 빛이 되어 줄 단 하나의 질문!
“당신의 진실은 무엇입니까?”
거짓말하면 안 돼?
아니, 거짓말을 해야만 해!

거짓말은 보통 우리 사회에서 나쁜 의미로 쓰입니다. “거짓말하면 안 돼. 거짓말은 나쁜 거야.” 보통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말하죠. 그런데 여기, 그런 거짓말을 지상 최고의 가치로 알고 살아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나라,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해서 코가 가장 긴 사람이 존경받는 나라, 어디서도 들어 본 적 없는 조금 이상하고 기상천외한 나라, ‘코코코 나라’입니다. 긴 코가 어찌나 중요했던지 이 나라 사람들의 모든 것은 ‘코’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코를 가꾸기 위한 각종 시설과 장식물들이 차고 넘치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름도 모두 한결같이 ‘코’로 시작될 정도입니다. 게다가 긴 코를 우상시하는 이 나라 사람들에겐 거짓말하기란 밥 먹기보다 더 일상이지요. 그런데 어느 날, 이 나라에 예기치 못한 위기가 닥쳐 옵니다. 곳곳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난데없이 픽픽 쓰러져 죽어갑니다. ‘Z-바이러스’라는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 겁니다.

‘이 나라에서 최고의 존경을 받는 사람들은 코가 길어도 너무 길어서 머리 위에 올린 사람, 혹은 한쪽 팔에다 코를 고정시킨 사람, 어깨 뒤로 코를 넘긴 사람이나 코를 귀에 걸친 사람들이었죠. 그야말로 코를 위해 사는 사람들이었어요.’_본문 15쪽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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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율희

1986년김춘수선생님의추천으로《현대시학》으로등단하여시와동화를쓰기시작했습니다.1990년첫창작동화집『노란장미열한송이』발간이후장편동화『책도령은왜지옥에갔을까?』,『책도령과지옥의노래하는책』,『나다를찾아서』,『도깨비쌀과쌀도깨비』,『열두살,이루다』,『벌레박사발레리나』,『절대용서못해!』,『인터넷천사와오리궁둥이』와창작동화집『햇살따뜻한날』,『거울이없는나라』,『꿀-진리와함께하는이야기』,시집『굴뚝속으로들어간하마』등여러권의책을펴냈고이중『책도령은왜지옥에갔을까?』는중학교1학년국어교과서에수록되었습니다.
〈한국아동문학작가상〉,〈한정동아동문학상〉,〈한국문협작가상〉,〈문체부장관상〉등을수상했습니다.현재국제PEN한국본부편집장으로있으며오랫동안대학과그외여러곳에서아동문학을강의해왔습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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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살고싶으면참말을해야한다

속수무책으로죽어가는사람들틈에서,이병에대한충격적인연구결과가나왔습니다.Z-바이러스의원인은바로긴코에서비롯된심각한위생문제였으며,예방법은오직마스크를쓰는것뿐이랍니다.그런데이마스크를쓰기위해선,코코코나라사람들의코는다시짧아져야만했습니다.코가짧아지는방법은?바로참말을하는겁니다.아니,거짓말을밥먹듯해왔는데이제는손바닥뒤집듯참말만해야한다고?코코코나라사람들에겐지상최대의위기가닥쳤습니다.모두가지고의가치로알았던그무언가가도리어생명을위협하는원인이되었고그로인해모두의생활양식과가치체계가기반을두고있던관념을통째로뒤바꾸어야만하게된겁니다.사실어찌보면이문제는너무도단순한문제입니다.어찌됐든이제는살기위해서참말을해야한다면,무슨수를써서라도참말을해야하지않겠어요?그런데안타깝게도,코코코나라사람들에겐이문제가결코쉬운문제가아닌것같습니다.

‘코코코나라사람들은혼란스러웠습니다.마스크를쓰려니거짓말을하면안됐고마스크를거부하려니목숨이위태로운지경이었습니다.’_본문31쪽

생명보다명예를!

무엇보다이이야기의주인공인‘코나네가족’의수장‘코장할아버지’를보면알수있습니다.평생동안거짓말을잘하는것을최고의자랑거리로알아온코장할아버지는,‘바른말을해야만살수있는’이병에걸리고도거짓말을멈추지못합니다.왜일까요?할아버지에게는‘명예’가생명보다중요했기때문입니다.문제는바로여기에있습니다.삶과죽음이걸려있을때조차도인간은평생의습관을,몸과마음에자기피보다더짙게배인어떤관념을떨쳐내기어렵다는것이죠.우리는이이야기에서,저버리기보다차라리죽음을선택해버리게만드는맹목적인믿음이라는것이얼마나무서운것인지,또그믿음을붙잡고있는인간의관성이란얼마나끊기어려운것인지를엿볼수있습니다.끝까지거짓말만하다세상을떠난코장할아버지의죽음앞에서,우리는두손을모으고숙고하게됩니다.과연내가스스로의목숨을희생하면서까지지키고싶은가치는무엇일까?그리고그가치에대한나의믿음은,‘진실로’타당하다고말할수있을까?

‘“내가그동안어떻게지켜낸명예인데목숨을더연명하자고이나이에바른말을할수는없어.그냥죽을테야.암!그렇고말고.”’_본문32쪽

나의믿음이
‘나’의믿음일까

코나네가족들에게도코장할아버지의죽음은같은질문을남겨준것같습니다.어쩌면코장할아버지의가장큰유산은바로그질문인것처럼보입니다.코장할아버지와마찬가지로거짓말을최고의명예로알아왔고그동안흔들림없이그믿음을지키고몸으로수행해온아빠코수와아들코나는,Z-바이러스가창궐하고사람들이죽어나가는혼돈속에서도쉬이흔들수없었던뿌리를건드리게되었으니까요.그뿌리에는바로이런질문이놓여있습니다.“네가믿는게,진짜‘네’가믿는거냐?”
코수는그질문을앞에두고처음부터늘거짓말하기를어려워해거짓말투성이인이사회의‘부적응자’였던아내코정과코덜의눈동자속을바라봅니다.흔들림없이투명한그눈동자안에서코수는어떤기억을떠올립니다.바로어려서처음거짓말을배웠던바로그순간,가슴속에느껴졌던‘묵직함’의감각입니다.그묵직함은거짓말이너무도당연했던사회분위기속에,코수가스스로오랫동안마비시키고망각시켜온신호입니다.

‘그러나코덜의말을따라찬찬히자신의마음을들여다보니,숱한거짓말에짓눌려마비되었던감각이조금씩살아나기시작하는것만같았습니다.’_본문52쪽

통각,‘살아있음’을향한붉은신호

우리마음의감각을대상에비유할수있다면바른일,좋은일을할때는마치새의날갯짓처럼가볍습니다.반면나쁜일,무언가잘못된일을할때는돌처럼무거워지지요.이감각은물론사회적으로배워서알게되는것들도있지만,대부분은우리가타고나는,본능적으로느끼는감각입니다.그런데사회에서인위적으로만들어진거대한‘거짓’의가치체계가,코수를비롯한코코코나라의수많은사람들로하여금그‘통각’을잊어버리게만들고말았습니다.인간의생존을위해가장중요한감각중의하나는,놀랍게도바로이‘통각’입니다.뜨거운것에데였을때머리보다먼저열을느끼고즉각적으로반응하는손의감각이없다면우리는타는줄도모른채타버릴것이고,염증이생긴자리에아무런감각도느껴지지않아모른채넘어가버린다면상처는곪고곪아돌이킬수없는지경이되어버릴테니까요.코수가처음거짓말을할때느꼈던통각은,바로생명과생존을위한신호였습니다.당장무언가를덮어놓고모른체하다가우리의진실이다타버리지않도록,마음의곪은자리가깊고깊어져어느한쪽을떼어버려야할만큼죽은살이되지않도록,우리에게돌이킬수‘있는’지점을알려주는신호였던것이죠.

‘잊고있던거짓말들의무게,거짓말이하나둘쌓일때마다주문을외듯보이지않는어둠속으로밀어넣었던그무게가한꺼번에되살아나는느낌이었습니다.’_본문54쪽

당신을위해나아가는다른길

이제코수에게는선택할수있는기회가주어져있습니다.잊었던통각을다시살려냈으니,그통각을치유와생명을향해나아가는발판으로삼을것인지,아니면다시익숙한관성대로그감각을무시해버리기로할것인지말이지요.그런데코수에게는코장과는조금다른기회가찾아옵니다.바로그선택이,‘나만의편리와명예’를위한것이아니라‘당신의생명’까지도좌지우지할수있는선택이라는것을깨달을수있는기회가,꿈을통해찾아온것이죠.그꿈은어쩌면,가족들의도움으로코수의무의식속에쌓여온진실에대한갈망이스스로에게준기회입니다.이렇게거짓말만일삼았던코수의되살아난통각은,삶과죽음을걸고정체성을바꾸어야하는대혼란속에서도보기어려웠던뚜렷한진실하나를볼수있게만들었습니다.그건바로,‘나의진실은나자신뿐아니라당신도살게할수있다’는사실입니다.그렇게코수는,‘당신’을위해,가족을위해지금까지와는다른선택을내리기로합니다.그리고그선택의결과는독자의상상에여지를맡겨둔채이이야기는끝이납니다.

‘눈앞에는가족들이있었습니다.정신이번쩍든코수는코정과코나,코덜을살려야겠다는생각에죽을힘을다해손을뻗었습니다.’_본문54쪽

우리를살아있게만드는진실

아무리작아보이는거짓이라도,하나둘쌓이기시작한거짓들은우리스스로를좀먹을뿐아니라내주변의사람들,더나아가나를둘러싼커다란세계에도그림자를드리울만큼커다란힘을가지고있습니다.우리가진실을향해나아가야하는이유,코수가코장할아버지와는달리‘거짓의바윗덩어리’를내던지고‘진실의빛’을향해나아갈수있게만든이유가바로여기에있습니다.우리는나자신만을위해서라면쉽게바뀌지못하지만,당신을위해서,사랑을위해서라면그어떤대가를감수하고서라도바뀔수있습니다.나는내목숨보다더믿는명예를위해죽어버리면그만이지만,죽어버릴수있지만,나의‘당신’은아니기때문입니다.내가사랑하는당신은살아야하고,당신이살기위해내가변화해야한다면,나는바뀌어야합니다.사랑하는당신,그리고가족은내명예보다,믿음보다,내생명보다소중하기때문입니다.‘당신’으로인하여‘나’는그동안바라보지못했던‘진실’을바라보게됩니다.이세상에서가장중요한것은다수의진실,사회에서만들어진그릇된가치체계,그에따르는맹목적인신앙이아니라,바로우리의‘선’을위한통각을잊어버리지않는것이며,그감각이야말로곧당신을,그리하여나를‘진실로’살아있고살아가게만들것이라는사실말이지요.

‘그리고코수는꿈속에서닿지못한가족들의손을꼭붙잡고껴안았습니다.코정과코덜은오래도록자신들을옭아매었던두려움이이제는나라전체를삼키고있는모습을허탈하게지켜보았습니다.’_본문62쪽

진실과거짓의기로에선‘나’의질문

어쩌면이책을읽기시작한처음부터누군가는눈치챘을지도모릅니다.‘거짓말을해야잘사는나라’라는이이야기의설정은약간의판타지적요소와과장을더한,그러나아주틀린얘기는아닌,어쩌면이보다더판타지적으로느껴질만큼비현실적인우리사회의일면에대한신랄한풍자라는것을요.『코코코나라』는‘거짓말’이라는주제를오늘날의우리가근몇년간맨몸으로통과해온역사적사건을환기시키는배경과접합시켜극단적인상상으로풀어냈습니다.하지만이이야기는거짓과진실을흑백논리로가르는이야기가아닙니다.진실은물론중요하지만,우리가어떤것을믿고있는지,이사회는어떤것을믿고있는지를되돌아보는‘질문’이야말로함께살아가는우리에게가장중요한과제라는것을이이야기는말하고있습니다.더불어인간은정말이지쉽게바뀌지않지만,‘당신’을위해서는바뀔수있으며그것이우리의오늘과내일을더사람답게,삶답게만들어주리라는사실도요.그리하여우리는이책의책장을덮을때쯤,‘당신’,더나아가‘우리’를위하여우리가지키고싶은가슴속작은진실하나는무엇일지생각해보게됩니다.

‘“그동안거짓으로만들어낸그마음말고진짜마음을찾아보세요.시간이많이걸리겠지만….”’_본문45쪽

진실한두손,꼭붙잡기위한오늘의선택
어쩌면우리가살아가는바로이사회속수많은빛나는훈장들은생각보다많이,진실보다거짓에기반하고있을수도있다는것,그러니우리는차라리거짓의훈장보다내곁의당신손을꼭붙잡기위한선택을내릴수도있다는것.어쩌면꼭붙잡은그두손의온기만이우리살아가는세계에서유일한,투명한,거짓없는진실일수도있다는것.그리고그유일한진실은절망이기보다차라리구원이라는것.극단적일만큼절박한상황으로풀어낸이이야기가우리에게울림을주는까닭은바로그‘구원’의온기를,우리도언젠가느껴보았거나,지금이순간도가장절박하게갈구하고있는것이기때문일겁니다.
그러므로이제우리어른들은,아이들에게이렇게말할수있겠습니다.“거짓말은나쁜거야.하지만무엇이거짓이고참인지조차잊어버리게된다면,그건가장나쁜거란다.너자신에게거짓이무엇이고참이무엇인지알려주는,내면의주체적인감각을기르고느끼기를멈추지말아라.바로그감각이,네가세상에게,그리고사랑에닿을수있는가장투명하고온전한길을열어줄거란다.”

‘누구도자신조차속이지못할진실하나가있다면,그건바로모든것이꺼져가는이순간에도서로의손을붙잡고있는온기만큼은진짜라는것이었습니다.’_본문64쪽

차가운,그러나끝내다사로운이야기의몸

아비규환속에서도끝내희망을놓지않는,김율희작가의이이야기가더욱특별할수있는이유는바로미안작가의그림을만났기때문입니다.상상속『코코코나라』를불과물처럼대비되는선명한빛과얼굴로시각화해낸미안작가는,이전에도역설적인희망의저력을보여준바있습니다.미안작가가직접쓰고그린창작그림책『다른사람들』과『거짓말』안에는,우리사회의그림자를있는그대로바라보고그뼛속까지차갑게파고드는시선이,그럼으로그림자속에숨어있던누군가의식은가슴에끝내피를돌게만드는힘이담겨있기때문입니다.차가운눈으로세상을바라보고뜨거운가슴으로세상을끌어안는이두작가의공통된관점과태도가하나의이야기안에서만나,우리가살아가는오늘의진실된얼굴을밝혀주었습니다.이차갑도록다사로운이야기의몸은,우리로하여금현실이라는겨울한가운데서도더나은내일의봄을믿으며나아갈수있도록도와줄것입니다.

‘코수는마침내결심한듯코나와코정과코덜의손을더세게꽉잡았습니다.그리고거짓의큰바윗덩어리를호수속에내던지고건너편기슭을향해물위로힘차게솟구쳐오르기시작했습니다.’_본문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