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채 소년 -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53 (양장)

잠자리채 소년 -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53 (양장)

$16.00
Description
변함없이 꿈을 꾸는
당신의 오늘은 안녕한가요?

나비를 잃어버린 당신에게
내일을 약속하는 이야기


너의 날갯짓, 마치 한여름 밤의 꿈
잠자리채 모양의 얼굴에, 작고 마른 몸. 그는 잠자리채 소년입니다. 소년은 아름다운 나비를 보물처럼 꼭 품고 잠에 듭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잠자리채 망 안에 죽은 듯 잠들어 있던 나비가 다시 날갯짓을 시작합니다. 나비는 자신의 날갯짓으로 잠에서 깨어나 몸을 일으킨 소년에게서 떠나더니, 이내 날아갑니다. 처음엔 홀홀 날아가며 소년을 어디론가 이끄는 듯도 하였지만, 나비에게 닿으려는 소년의 손끝에 절박함이 묻어 있는 줄도 모르고 그저 무심하게 멀어져 갑니다. 간밤에 꾼 아름다운 꿈의 여운, 소중하게 품고 있던 나비의 온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나비를 놓쳐 버린 잠자리채 소년은 그저 허망합니다. 다 잡은 줄 알았던, 떠나지 않을 줄 알았던 나비가 그를 떠났습니다. 마치 한 번도 그에게 온 적 없던 것처럼요.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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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채다온

불안의여러면들을조명하는일을합니다.
삶과꿈사이를오가며느꼈던일들을모아한권의책이되었습니다.
꿈을꾸고다시방황하는많은이들에게이이야기가닿기를바랍니다.

출판사 서평

내리는비와흐르는구름,
채워도채울수없는

이제다시텅비어버린몸.그런데하필그때소년의눈앞에나타난것은,바로또다른‘나비’를가진사람이었습니다.그의얼굴은소년과는달리뚜껑이꼭잠긴유리병이어서,소년처럼허무하게나비를떠나보낼일도없어보입니다.소년의‘텅빔’과대비되는견고한소유앞에,소년은이미그랬던것보다더욱비어버린것같은기분이듭니다.
그래서소년은그광막함을무엇으로라도채워보려합니다.비가내리자소년은생각합니다.이축축한액체라도나를채워줄수있지않을까?하지만비는구멍사이로스치듯빠져나가고소년은그저젖어갈뿐입니다.그렇다면,높은산위의저구름은?하지만구름도역시그저흩어질뿐이지요.사실비도,구름도,잠자리채소년이잡을수있는성질의무엇이아닙니다.그럼에도손을뻗는소년을바라보며한편으론그가바보같다여길수있겠지만,우리는마음한구석에서알고있습니다.잡을수없는것을잡고싶어하는것,그것은충족될수없음을알면서도여전히그무엇을갈구하는인간욕망의한편이라는것을.우리도살아가다한번쯤은꼭그와같은모습으로,나비를그리워하며하릴없이비를맞기도,구름에손을뻗어보기도했다는것을요.

감당할수없는욕심이
스스로를무너뜨릴때

그러나결국모든생명에게처럼자연물인비와구름에도타고난숙명이있으니그건바로,‘흐름’입니다.우리눈에보이는모양과모습을그때그때찰나의언어와형식으로붙잡아둘순있겠지만,본래성질로서의비는떨어져스며들거나흐르거나증발합니다.구름도역시,보이지않는공기로흩어지거나눈이나비가되어내리지요.그렇게변화하며흐르는것들을속절없이흘려보내야만했던잠자리채소년은결국,물속까지들어갑니다.하지만물속의물고기들도소년의몸이그저조류의일부인듯가뿐히넘어거슬러올라갈뿐입니다.
그러자,잠자리채소년이다음으로선택한것은바로흐르지도변하지도않을것만같은영원함의상징,‘바윗돌’입니다.손에쥘수없는것들에손을뻗다놓치기를반복하며상실감을부풀려오던소년은드디어무언가를손에‘쥘’수있게되었습니다.그러나소년이돌덩이들을닥치는대로집어올리는모습은성취라기보다오히려체벌처럼보입니다.급기야그무게로스스로무릎이꿇릴만큼무너지고나서야,잠자리채소년은스스로에게되묻습니다.“이빈자리는정말,채워질수있는걸까?”

무거운하루를비워내면
약속처럼돌아오는‘나비’

그질문에화답이라도하듯하루가저뭅니다.저물어가는하루가소년에게,“자,이제충분해.”라고속삭이는듯합니다.그제야소년은마음을비우듯몸도비워냅니다.이제소년은그어느때보다더,어쩌면나비를품고있었을때보다도더가벼워보입니다.나비를떠나보낸뒤의상실감도,이어진덧없는욕심도,그과정에서싹튼나자신에대한실망과미움도모두비워냈습니다.잠자리채모양의얼굴이라여느인간처럼표정을읽을수없음에도,집으로돌아가침대위에몸을누이는그에게서우리는어떤안도의빛이조용하게어리우는것을봅니다.그런그를따라우리의마음도한결가벼워지는것같습니다.고단한하루끝에서잠이드는그와함께스르르,꿈속으로미끄러져들어갈듯합니다.
그때입니다.나비가다시찾아온것은.다시는돌아오지않을것처럼떠나버렸던나비가,거짓말처럼돌아왔습니다.그리곤잠든잠자리채소년의얼굴에살포시내려앉습니다.아니,어쩌면우리는이나비가떠났던바로그나비인지아니면새로이날아든나비인지도알수없습니다.다만중요한건,나비가소년에게다시돌아왔다는것입니다.

갇힌꿈은시들지만
열린꿈은스스로빛난다

이이야기속의‘나비’는해석에따라무엇이라도될수있겠지만,대표적으로하나의이름을꼽을수있다면그것은바로‘꿈’이겠지요.때때로아름답도록무심하고무심하도록아름다운것,다잡힌듯하다가이내멀어져버리는것.평생을걸쳐우리가닿고싶어하고소유하고싶어하는것.그러나잠자리채소년과함께이하루를온전히살아내는동안우리는알게되었습니다.때로는우매할만큼허무하고때로는끝도없이막막해보이는꿈을향한길위에서,우리는어느하나의완벽한‘이상향’으로서의꿈그자체를‘소유’할수는없다는것을요.다만우리가마음대로상상하고붙잡아둔모습대로의‘갇힌꿈’이아니라,언제든어떤모습으로든스스로날갯짓하는자유로운꿈과함께라면,우리는내눈앞의주어진하루하루를살아있는꿈으로만들수있습니다.흘러가는것을흘러가는대로,변해가는것을변해가는대로놓아주는유연한시선과,감당할수없는것들로나를채우기보단오히려더욱비우고가벼워지는마음가짐이라면,우리는처음처럼새로운내일을맞이할수있습니다.

쓸쓸한오늘에게바치는
고요한희망의인사

다음날,노곤한몸으로깊이잠들었던소년이눈을뜨게된다면알게되겠지요.막막한오늘이고단했을지라도,그저한숨푹자고난뒤에새로이다시찾아올내일을포기하지않는다면우리들의‘나비’는언제나,그리고언제까지라도,다시돌아온다는것을요.그러므로잠자리채소년이닫힌유리병이아니라,뚫린그물망인것은진실로다행입니다.공기가통하지않고물이흐르지않는곳엔결국숨이다말라붙을죽음만이있지만,공기가통하고물이흐르는곳엔언제나새로이드나드는들숨날숨이있기때문입니다.그리고새숨이깃드는자리엔언제나,새로운꿈의날갯짓을일으켜줄바람도함께불어올것입니다.
손을대면금방이라도날개를펄럭이며날아오를듯섬세한선을겹겹이쌓아올린채다온작가의그림은마치연약한듯쉬이부서질수없고흩어질듯견고한꿈의성질을그대로체현하고있는것처럼보입니다.겹겹의선안에그림자와무게를지고도중력을거슬러오르는듯한그의그림속에서라면,우리도더자유로울수있을것만같습니다.어제보다오늘더,오늘보다내일더.절박함보다더높은,가벼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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