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이쏘아올린공하나
어느날,길을잘못들어동산위에찾아온한사람이춤을추는새와사람의모습을우연히보게됩니다.그리고그모습을사진에담습니다.처음보는모습이었으니까요.새와춤을추는사람이라니,아마그언덕을처음찾아간것이그가아니라누구였더라도신기해하며무의식적으로핸드폰을올리고사진에담았겠지요.그리고당연한의식인것처럼,SNS에올려친구들에게이소식을알렸겠지요.세상에널리알리고싶은신기한일이니까요.그렇게,새와사람이춤을추는언덕에처음으로찾아간이라면어느누구라도될수있었을첫목격자가찍어올린사진이시발점이되어,더많은이방인들이동산으로찾아옵니다.찾아온이방인들이영상을찍어올립니다.그리고영상을본더많은이방인들이동산으로찾아옵니다.
불청객처럼닥친관심의소용돌이,
그리고변하지않는춤사위
사람들은춤을추는새와사람에게궁금한것이많습니다.새와사람의춤은특별한것,기이한것,범상치않은것이기때문입니다.그런데사람들의호기심은조금씩,정도를넘어서기시작합니다.어떤이들은자의적인해석에따라,스스로만들어낸비껴난관점에따라새와사람을마음대로평가하고재단하기시작합니다.그에이어,새와사람이주고받던반짝이는돌멩이를빼앗아가는사람들까지나타났습니다.마치그특별한증거물을가지면자신에게도그와같은특별함이발현되기라도할것처럼.그러나이렇게정신없이주변상황이돌아가고오해와방해가심화되어가는와중에놀랍게도,새와사람은변한게하나없습니다.처음처럼,어제처럼,눈이오나비가오나오늘도그저둘이함께춤을출뿐입니다.
바래지않는반짝임하나,툭
그러나어느날아침,어느욕심많은무리가사람과함께춤을추기위해날아온새를잡으려그물을던집니다.결국새는도망쳐날아가고,돌아오지않습니다.이제동산위에는더이상새가날아오지않습니다.다만사람이혼자춤을출뿐입니다.사람들은기다립니다.그들이떠나게만든새가,다시돌아와어제처럼춤을춰주기를요.하지만새는돌아오지않습니다.기다리던사람들이떠나갑니다.사람의관심이란,이렇게나가볍고무책임합니다.그래도사람은춤을춥니다.새가떠나간빈자리속에서도,사람들이떠나간폐허위에서도.매일아침동산위에서혼자춤을추는사람은반짝이지않는돌멩이를쌓습니다.그렇게돌멩이들이쌓여갑니다.그러던어느날,동산위에여느아침이밝았습니다.아!오늘은,사람의담벼락위에반짝이는돌멩이하나가얹혔습니다.
겹겹의렌즈는
오늘의무수한반짝임을가리고
책장을덮고나면묵직한여운을남기는이아름다운이야기는,어떤상황속에서도휘둘리지않고이어지는그어떤신념과관계,그리고그것을가능하게하는일상의몸짓에대한이야기입니다.사실,언덕을찾아온이방인들에게그토록‘신기해’보이는새와사람의춤은당사자인둘에게는그다지특별할것도,대단할것도없는일상적인의식일수있습니다.그러나평범함으로반짝이는일상의의식도타인의,어느이방인의눈을거치면,더나아가어느‘군중’의렌즈를겹겹이거치면,애초에그가의도했거나의도하지않았거나에상관없이숱한오해와말들을낳기마련입니다.그리고다수의자의적인해석이달린렌즈를거친상황은,그상황이품고있는진실과는동떨어진견해와태도를양산해내기쉽지요.그와같은,어느한쪽으로치우쳐양산된다수의렌즈는누군가에겐가시가되기쉽습니다.결국,새와사람의반짝이는일상에금을내어놓다종국엔깨트려버리고말았던,사람들의무책임함처럼말이지요.
흔들리지않는꾸준함,
그것이곧기적
이이야기에서우리가무엇보다주목할지점은하루,이틀,무수한날들이흐르는동안‘새와사람’은변한게아무것도없는데,변한건오직주변사람들의시선,그리고그시선이만들어낸상황뿐이었다는겁니다.심지어사람은,그상황이결국새를떠나버리게만들었음에도어제의어제들처럼한결같이춤을춥니다.마치둘이주고받던돌멩이처럼단단하게도말이지요.이제는새와춤을추지못해반짝이지못하는돌멩이더라도,사람은매일매일의식처럼돌멩이를쌓아갑니다.새를기다리는지,그리워하는지,안타까워하는지,슬퍼하는지,사람의마음에대해서는이야기속에서하나도직접적으로드러나있지않지만그럼에도우리는분명하게알수있습니다.그저어제처럼내일도춤을추는한결같은그행위를통해사람은오늘도그특별한일상적인의식을치르고있다는것을,그리고그의식이야말로흔들리지도않고깨어트릴수도없는그어떤믿음의체현이라는것을요.
오늘의나는어떤‘사람’이어야할까
그러나한편으로이이야기를읽는우리가하나염두에두어야할것이있습니다.우리는물론우리의상상과현실속에서스스로의선택으로나의,나만의새와‘춤추는’사람일수도있겠지만,또언제든새와춤추는사람을‘찍어올린’사람일수도있다는사실입니다.또는인정하고싶진않겠지만새와춤추는사람의돌멩이를가져간사람일수도,새에게그물을던진사람일수도있지요.이이야기속에서새를제외한모든등장인물들의이름이,‘사람’인까닭입니다.새와춤을추는사람도,소문을퍼트리는사람도,동산위에찾아오는사람도,모두사람입니다.곡해된관점으로새를언덕에서떠나게만들었던‘사람’의실수를반복하지않으려면,우리는이렇게하나의이야기를대할때에도어느하나의관점에치우치기보다여러개의시선으로‘나’와우리사회의모습을투영할수있어야합니다.그래야만비로소,이분법적인사고에서벗어나현실에서내가무의식적으로행하게되는말과행동을똑바로바라보고,순간순간조금더나은선택을위한첫발을내딛을수있게될테니까요.
어제와한결같은춤으로
오늘도새로운아침을
다시처음으로돌아와,우리가우리의삶속에서매일매일새와춤을추는사람이기를스스로선택한다면,그선택은또한우리의매일을지탱해주는변하지않는관계에대한암시일수있겠습니다.당신의‘새’가꿈이든,곁에있는소중한사람이든,일상의소중한루틴이든,혹은‘오늘’이라는시간그자체이든,우리가아주작고사소함으로반짝이는일상의몸짓을그치지않는다면이땅위에우리에게주어진시간동안우리는매일매일그침없이춤을출수있을겁니다.우리의가슴속담벼락에반짝이는돌멩이하나씩쌓아가면서요.혹여그담벼락이어제까지는휑했을지라도,오늘이이야기를만난우리는빈담벼락한편에그작고단단한믿음하나야무지게여물어마치세상을다얻은것처럼든든합니다.네,세상입니다.오늘이라는조약돌이모여이루어갈전체의세상을만들어가는것은,나와춤추는당신,그리고바로지금이순간순간의작은몸짓이니까요.어제처럼,어제의어제들처럼.그러나특별하지않아서특별한바로그‘한결같음’으로,우리의내일은결코어제와는같지않을테지요.
무거운현실앞에바로뜬눈과
가볍고높은마음으로
전작『다른사람들』과『거짓말』에이어이번신작『새와춤추는사람』에이르기까지,미안작가는‘불편한’사회의그림자를냉철한시선으로들추어내한편의이야기에그그림자의이면과파급력을가감없이풀어내는탁월한재능을보여주었습니다.작가의번득이는시선은사람들이누구나보고도지나치는자리,혹은누구나알고도묻어두는자리에드리운그림자마다마다선듯하게비추어,관성에젖어조금은멍한눈빛으로하루하루를살아가던우리의두눈을번쩍뜨이게합니다.그렇게작가의손을잡고책의한페이지한페이지를넘기면서,적어도‘나’는아닐거라고여기며눈을감아버렸던현실앞에오롯이서게된우리는서서히알게됩니다.이이야기는단지‘이야기’에서그치지않고,우리현실의또다른얼굴이며,그얼굴은바로우리자신의얼굴이기도하다는것을요.그렇게그누구도‘그림책’이라는장르에서쉬이기대하기어려운,예상하지못한불편한결말로독자들의가슴에잊을수없는‘현실의표정’을남겨놓은미안작가가,이제는불편한끝,그너머의내일을이야기하는새로운표정으로돌아왔습니다.자기자신의‘삶’이라는무게와세상의중력을온몸으로받아내고도수평선너머로홀연히날아가는저푸른새의가벼운날갯짓처럼,미안작가의이야기는무겁디무거운현실앞에선우리의가슴속에중력을거스르는높고푸른바람을불게할것입니다.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