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사라졌다 - 고래뱃속 창작동화 12

달이 사라졌다 - 고래뱃속 창작동화 12

$12.50
Description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디딘 날,
마법을 잃어버린 달의 소녀 이야기

눈부신 발전과 역사의 한편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에 대하여

달의 선녀 상아,
달의 소녀 수남
1969년 여름밤, 산골 마을 소녀 수남은 오늘도 달의 정령과 대화를 나눕니다. 손가락 튕기기 한 번이면 새하얀 달맞이꽃이 휘영청 달을 향해 우수수 피어납니다. 달에 사는 선녀 상아가 수남이에게 전해 주는 능력입니다. 건넛집 건너 모두가 친척이나 다름없는 이웃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 월산1리에선 여전히 계집아이를 우습게 알지만, 수남이에겐 달의 정령의 힘으로 놀라운 일들을 벌일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밤이나 낮이나 수남이가 원하기만 하면 햐얀 꽃 보라 꽃 활짝 피워내는 건 물론이거니와, ‘쥐잡기 비상소집’의 일환으로 희생양이 된 쥐들을 되살리고, 집안의 보배인 암소 뚝심이와 대화하면서 배 속의 새끼 성별을 가려낼 수 있는 것도, 돌아가신 할머니의 영혼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모든 마법 같은 일들이 수남이에겐 일상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든 전파상 텔레비전 앞에서 수남이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화면 속의 저 검은 들판··· 사막인가? 언덕인가? 아니, 달나라입니다!

하늘엔 휘영청 달이 있습니다. 땅에는 하얀 달맞이꽃이 한꺼번에 입을 엽니다. 세상은 낮보다 더 밝게 보입니다._본문 7쪽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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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전한

영화진흥위원회에시나리오가,문화일보에시가당선돼시나리오작가와시인‘면허증’을발급받았습니다.영화도만들고글도쓰는문필노동자로살아갑니다.
재미있는이야기란무엇일까궁리하느라일상의대부분을보냅니다.강좌라는이름으로이야기만들기에대한전파활동도합니다.전생에전기수였나싶을때가있습니다.
지은책으로는『모든것이다있다』가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1969년그날,우리에게생긴일

“여기는지상,다시한번응답하라,삐리리리.휴스턴,여기는아폴로11호.”
1969년7월21일,인류가달에첫발을내디딘바로그날입니다.사람들은이놀라운소식을믿기어려워하지만,수남은사람들과는다른이유로이사실을받아들이기가어렵습니다.텔레비전속에펼쳐진황량하기그지없는사막의회색빛표면위에는아름다운달의선녀상아가아닌,풍선같은우주복을입은사람이두둥실서있습니다.
“달나라그거별것도아이네.”
이웃집정동이가말합니다.하지만수남이는별것아닐리가없는달나라를,수남이를이끌어주고눈부신일상을가능하게했던바로그달나라를아직놓을수가없습니다.하지만그날그순간,수남이는이유를알수없이별안간달의기운을잃어버리고맙니다.아침까지만해도배속의새끼에대해이야기를주고받았던암소뚝심이도,늘대화하던숲속의벌레들과나무들도,더이상수남이에게말을걸어오지않습니다.대체무슨일이일어난걸까요.

시간이멈춰집니다.숲속의모든것이창백해집니다.수남의귀에는이제아무것도들리지않습니다._본문53쪽

상아가약속했던꿈

바로곁에서지켜보는듯생생하게읊조리는문체로전해지는동화,『달이사라졌다』는신비한달의기운으로살아가던산골소녀수남이가인류의달착륙이라는역사적인사건이이루어진바로그날역설적이게도달을잃어버린이야기를다루고있습니다.수남이를제외하곤모두에게기적이었던일이도리어수남이의마법을앗아가버린것이지요.어쩌면작가는,무궁무진한과학의발전으로인류는꿈처럼닿을수없는장소였던달에까지닿을수있게되었지만,바로그로인해우리는우리의꿈과상상으로가닿을수있었던환상의세계를잃어버리게되었다는이야기를하고싶었던것이아닐까요.미지의세계,상상과꿈으로가득했던세계가황량한사막으로눈앞에펼쳐질때,우리는마치산타라는건처음부터존재한적없었다는걸처음알게된어린아이처럼황망한기분이되어버리고맙니다.우리의일상을지탱해주고가슴을뛰게만들었던아름다운약속을잃어버린듯이말이지요.
이이야기는우리의가슴속에물음표하나를남깁니다.남들보다더빠른도약,더높은성장과발전,어제보다더멋진가능성만을꿈꾸며달려온현대사회에“우리가지금향해가고있는장소가과연우리가어제까지품었던꿈의세계보다더나은곳인가”하는질문을말이지요.하늘위를올려다보는수남이의빛나는눈동자가,오늘도어딘가를향해바삐걸어가던우리의발끝에하이얀달조각처럼빛나는쉼표하나를걸어놓습니다.그리고묻습니다.
“지금,어디로가고있나요?그곳은우리가수천년세월상상으로,기도하는마음으로믿어오고품어온바로그세계보다더나은곳인가요?”

달의정령과대화했던수남이지않습니까.모든자연과대화했던수남이지않습니까.그런데달의정령은사라져버렸습니다._본문69쪽

신성을띤여성성,
그안에내재한인간성

또하나주목할것은,이이야기에서다루고있는주체로서의여성입니다.
“니는좋겠다.사람은계집애낳으면초상집인데소는계집애낳으면사람들이좋아하잖아.그쟈?”
임신한암소뚝심이는수남이네집에서애지중지아낌받는보배입니다.하지만수남이의이름은지킬수에사내남,아들을못낳은수남어머니의뼈아픈사연이깃든이름입니다.수남이가사는시대,수남이가사는마을은여전히여자라면제사상도못차리게하고,자식으로는사내아이가으뜸이라는인식이뿌리깊은곳이지만수남이의아버지는열아들보다야무진수남이하나가백배천배는낫다며수남이를‘우리집기둥뿌리’로여깁니다.가부장사회에서가부장이아닌여자아이를집안의기둥으로우뚝서게하는서사는더나아가암소뚝심이와도연결됩니다.이야기후반부에새생명을낳는뚝심이의이야기는곧,죽어가는것들을되살리고치유하는능력을가진수남이의능력과도이어지기때문이지요.‘여자라서’안되는것들이지금보다더많았던시대에수남이는오로지생명에대한존중과사랑으로기적같은능력을발휘하는인물로그려집니다.그리고바로그로써수남이가주변에이루어내는세계는,성별과는관계없이그저우리가한인간으로서나아가야하는,나아갈수있는이상향입니다.수남이가마음속에‘달에사는선녀상아’를이상향으로품고있는것처럼말이지요.

“수남이글씨한번보이소.얼마나힘이있심미꺼?어허,명필이다,명필.”_본문83쪽

달의뒷면을향해걸어가는마음

한편,『달이사라졌다』는가상의시공간에서전투기추락으로냇가에서놀던다수의어린이들이목숨을잃은사건과인류가달에착륙한역사적인실제사건을병렬시켰습니다.지구의어느한쪽에선눈부신과학의발전을이루며미지의땅을개척하는와중에어느한쪽에선무고한생명들이개인의삶과는무관한정치적인이유로목숨을잃어가고있는모순적인현실은지금이순간도그리낯선일이아닙니다.하지만이야기는거기에서그치지않습니다.시대의혼란과세계의상실앞에서도,역시지구의어느한쪽에선새생명이태어나고있기때문입니다.이야기후반부,수남이는달소식에정신이팔려임신한암소뚝심이를제대로돌보는것을잊어버린탓에갓태어난뚝심이의새끼뿐아니라뚝심이까지도잃어버릴뻔한위기에처합니다.하지만내내못난주정뱅이인줄만알았던이장아재의활약과이웃의일을내일처럼여기며한몸처럼움직인마을공동체의도움으로뚝심이는다시살아나고,뚝심이의새끼도무사히구조됩니다.인물과사건을어느한면에만치우치지않고입체적으로그려낸이이야기의결말은이야기전반암묵적으로깔려있는우리의옛날과전통에대한노스탤지어뿐만아니라내일을향한,죽음너머의새생명을향한우리의의지에대해서도이야기하고있습니다.그럼으로써우리가결코다알수없는달의뒷면을상상하고기대할수있도록우리를이끌어줍니다.

“하~타~메에,오늘달맞이꽃이최고로활짝열렸네에.”_본문77쪽

우리가끝내잃어버릴수없는한가지,
‘꿈을꾸는능력’

전작『모든것이다있다』를통해독특하고기이한미래세계를보여준김전한작가가,갓지은밥냄새가폴폴풍기는옛날이야기로돌아왔습니다.그옛날무성영화시대변사의이야기를듣는것처럼정겨운문체는,전작『순례씨』를통해우리를먹이고살려온주름진손길에존경을바친채소작가의그림을만나환한공명을이룹니다.그공명으로노래되는달의소녀수남이의이야기는우리의가슴속에서오래전그마력을잃어버린자연물의힘을되새겨줍니다.수남이아버지를시인으로만드는여름비처럼,달의기운흠뻑받아입벌리는환한달맞이꽃처럼말이지요.눈부신은사시나무숲과하이얀개망초꽃의목소리에귀를기울이고,보름달처럼깊은송아지의눈동자를들여다보는일이우리의내일을더아름답게할지,혹은불가능해보였던미지의먼우주에내디딘‘위대한’첫걸음이야말로인류에게더나은내일을줄수있을지는아무도모르는일입니다.그러나오늘도어김없이떠오른달아래동그마니서서수남이의이야기를떠올릴때,우리는어렴풋이알게될것입니다.우리의마음속에핀아름다운꿈밭을내일도지지않고가꾸어나가는일,그리고지금우리곁에서다치고쓰러져가는당신에게손을내미는일이야말로어쩌면진짜달나라보다더진짜같은꿈을우리의품에안겨줄위대한성취라는것을요.

수남은다시달립니다.은사시나무숲길에도달빛이내립니다.달빛을받은도라지꽃들이밤바람에춤춥니다._본문69쪽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