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푸른 강물을 지키던 로봇 물고기,
풍경 물고기가 되어 하늘을 헤엄치다!
자연과 로봇, 존재와 관계에 대한 고민을
너른 시선으로 풀어낸 이야기
풍경 물고기가 되어 하늘을 헤엄치다!
자연과 로봇, 존재와 관계에 대한 고민을
너른 시선으로 풀어낸 이야기
따뜻하고 호기심 많은 로봇의 여정
우리나라 하천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모기송사리를 쫓기 위해 로봇 물고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몸속엔 기록 저장용 칩이 있고, 태양 전지판으로 햇빛을 받아 움직이며, 꼬리지느러미에 있는 인공 힘줄로는 헤엄을 칠 수 있는 로봇입니다. 만들어진 목적은 단 하나. 모기송사리로부터 다른 물고기를 지키고, 자연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 모기송사리의 천적인 큰입배스를 본따 만들어진 흉측한 외형조차 오로지 그 단 하나의 목적에 부합합니다.
그리고 4월의 어느 날, 강물 속에서 바로 그 로봇 물고기 ‘RF 1-9’가 눈을 뜹니다. ‘나는 누구지?’ RF 1-9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연구원들이 설계한 대로 임무를 수행합니다. 하지만 웬일인지, RF 1-9가 경험하는 세상은 그 안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 가는 빛처럼 다채로운 모습을 띤 물속 세상에서 RF 1-9는 자신의 경계 바깥으로 넘실대는 파도를 만납니다. 그저 ‘쫓고 지키는’ 게 전부인 줄 알았는데, 우연히 만난 메기는 세상은 ‘먹고 먹히는 관계’로 이루어진 곳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강가에 모여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 오면, 또 그 너머의 세상이 궁금합니다. 날이 갈수록 더 궁금한 이 알 수 없는 세상을 향해, RF 1-9는 하루하루 성실히 헤엄치며 나아갑니다.
그렇게 누군가를 지킨다고 생각하니 영웅이라도 된 기분이 들었다. 꼬리지느러미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_본문 25쪽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가
물고기일 수 있을까
한편, 로봇 물고기 RF 1-9는 물고기라면 으레 아는 것을 모릅니다. 무언가를 먹어야만 살 수 있다는 게 어떤 건지도 모르고, 다른 물고기들처럼 태풍이 오는 것을 미리 감지하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점점, 그런 스스로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당연하게 여겼던 모기송사리 떼를 쫓는 일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해집니다. 뜯어도 뜯기지 않는 단단한 피부는 다른 물고기들의 연약한 피부보다 왠지 더 초라한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느끼는 건 로봇 물고기만이 아닌가 봅니다. 모기송사리들도 더는 물고기 같지 않은 물고기, 로봇 물고기 RF1-9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이제 로봇 물고기는 자기가 아닌 다른 모두로부터 미움을 받는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 살아 있다는 건 먹고 먹히는 일이란 걸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한입에 RF1-9를 삼키려는 메기를 피해 물길을 정신없이 헤치며 도망치다, 나침반이 되어 주던 위치 신호마저 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제 RF1-9는 망망대해 위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작은 돛단배처럼 막막합니다. 눈앞에는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해 주던 숫자와 데이터와 시스템이 아니라, 오직 맨몸과 발가벗은 마음으로 마주할 새로운 세계가 놓여 있습니다. 그 세계는 때로는 무섭도록 살 떨리는 세계이지만, 동시에 물고기의 연약한 피부처럼 ‘살아 있는’ 세계입니다.
“그래, 너 말 잘했다. ‘나’가 뭔데? 도대체 너, 뭐야?” RF1-9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_본문 40쪽
지켜주고 지킴받는 도돌이표
그때, RF 1-9는 물풀에 칭칭 감겨 옴짝달싹 못 하게 된 다른 로봇 물고기를 만납니다. 이곳에서 자신처럼 ‘이상한’ 물고기를 처음 만난 RF1-9는 그 존재가 궁금하지만, 그보다 먼저 이 친구를 구해내야만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지느러미를 흔들고 몸을 비틀어 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어느새 RF1-9의 몸까지 휘감은 물풀은 점점 더 몸을 옥죄어 옵니다. 낯설고도 친숙한 존재와 한 몸처럼 엮이게 된 물풀 가지 사이에서, 로봇 물고기 RF1-9는 그를 통해 거울처럼 자기 자신을 들여다봅니다. 마음속엔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처음 눈을 뜨던 순간 물었던 질문이 되돌아옵니다. 나는 누구인가. 그때, 머리 위로 진짜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이전에 RF 1-9가 구해 줬던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도움을 받고도 되려 가시 돋힌 화를 내던 어린 올챙이가 어엿한 개구리가 되어 손을 내밀며 고마움을 전할 때, 로봇 물고기의 조각조각 부서진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요. 단단히 몸과 마음이 묶여 있던 어두운 강물 아래로 가느다란 빛과 바람이 비쳐 들어옵니다. 서로 지켜 주는 관계와 만남 속에서 로봇 물고기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합니다. 로봇 물고기는 여전히 누군가를 지키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연구원이 설계한 시스템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일을 통해 순전한 기쁨과 가치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 감각을 생생하게 기억해 낸 순간, 로봇 물고기는 태풍이 만들어 낸 강한 물살을 타고 힘차게 날아오릅니다.
메기는 틀렸다. 세상에는 먹고 먹히는 관계만 있지 않았다. 서로 지켜 주는 관계도 있었다._본문 62쪽
세상과 이어진 저마다의 끈을 잡고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우리
그렇게 위기로부터 탈출한 로봇 물고기 RF1-9를 발견한 건 언젠가 강가에서 만났던 인서였습니다. 인서는 어려서부터 버려져 부모님을 모른 채 절에서 자란 아이입니다. 한편 RF 1-9는 자신이 어떻게 세상에 났는지도 모른 채 물살을 거슬러 왔지요. 그렇게 이야기는 자신의 시작, 곧 세상과 이어진 첫 번째 끈을 모르는 두 존재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맞이합니다. 로봇 물고기 RF1-9는 인서의 손끝에서 풍경 물고기, ‘하늘이’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인서가 어려서부터 자신과 세상을 이어주는 끈처럼 여겼던 하나뿐인 방울을 달고 말이지요.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내가 ‘어디서 왔는지’ 고민하기보다 ‘지금 내 옆에’ 다가온 인연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는 일, 그리고 관계를 보살피는 일에 더 마음을 쏟기로 결심합니다.
‘정해진대로’가 아니라 스스로 빚어 가는 관계와 오늘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발견해 가는 하늘이의 여정을 지켜보며, 우리도 함께 기억하게 됩니다. 숱한 위기 속에서도 타인과 스스로의 도움으로 힘을 내어 발돋움한 순간들이, 기꺼이 손을 내어 주고 마음을 내어 주며 다져온 관계들이, 곧 지금의 발 딛고 선 바로 이곳으로 우리를 이끌었다는 것을요.
“첫 번째는 어디서 태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바다겠지. 아니, 강이려나. 아무튼 두 번째는 여기 하늘에서 태어나는 거야. 그래, 네 이름을 정했어. 이제부터 너는 하늘이야.”_본문 75쪽
우리는 모두 자연의 품 안에 있다
김진원 작가는 쇠붙이로 이루어진 로봇 물고기에게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따스한 생명을 부여합니다. 차가운 쇠가 아닌 따뜻한 살과 피로 이루어진 듯 스스로의 목소리를 가지고 알 수 없는 세상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하늘이’의 이야기 속에는, 인간과 자연물이 이 세상에 속해 있는 것처럼 인간의 손끝에서 탄생한 그 무엇도 자연의 너른 품에 속할 수 있도록 보듬는 너른 손길이 담겨 있습니다. 스스로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모든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음을 향한 것’들에 대한 이 이야기는, 전작 『내일』을 통해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번득이는 재치로 엮어 낸 백혜영 작가의 그림을 만나 더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로봇’하면 떠오르는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 대신, 포근하고 다채로운 색과 그러데이션 기법을 사용해 부드럽게 쌓아 올린 색연필 선 사이사이로 로봇과 생명 사이의 경계가 녹아 풀어집니다.
어쩌면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건, 하늘이와 인서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슴 깊은 곳에 공유하고 있는 질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 질문 너머, 바로 이 순간 우리를 붙들어 주고 있는 크고 작은 인연의 끈들이 부드러운 그러데이션처럼 번지며 우리를 이끌어 주고 있으니까요. 얼마나 멀리, 얼마나 오래 간다 해도 결국은 자연이라는, 거대하고 듬직한 그 품 안에서 말이지요.
무엇보다 자신이 누군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제는 아니까._본문 73쪽
우리나라 하천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모기송사리를 쫓기 위해 로봇 물고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몸속엔 기록 저장용 칩이 있고, 태양 전지판으로 햇빛을 받아 움직이며, 꼬리지느러미에 있는 인공 힘줄로는 헤엄을 칠 수 있는 로봇입니다. 만들어진 목적은 단 하나. 모기송사리로부터 다른 물고기를 지키고, 자연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 모기송사리의 천적인 큰입배스를 본따 만들어진 흉측한 외형조차 오로지 그 단 하나의 목적에 부합합니다.
그리고 4월의 어느 날, 강물 속에서 바로 그 로봇 물고기 ‘RF 1-9’가 눈을 뜹니다. ‘나는 누구지?’ RF 1-9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연구원들이 설계한 대로 임무를 수행합니다. 하지만 웬일인지, RF 1-9가 경험하는 세상은 그 안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 가는 빛처럼 다채로운 모습을 띤 물속 세상에서 RF 1-9는 자신의 경계 바깥으로 넘실대는 파도를 만납니다. 그저 ‘쫓고 지키는’ 게 전부인 줄 알았는데, 우연히 만난 메기는 세상은 ‘먹고 먹히는 관계’로 이루어진 곳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강가에 모여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 오면, 또 그 너머의 세상이 궁금합니다. 날이 갈수록 더 궁금한 이 알 수 없는 세상을 향해, RF 1-9는 하루하루 성실히 헤엄치며 나아갑니다.
그렇게 누군가를 지킨다고 생각하니 영웅이라도 된 기분이 들었다. 꼬리지느러미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_본문 25쪽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가
물고기일 수 있을까
한편, 로봇 물고기 RF 1-9는 물고기라면 으레 아는 것을 모릅니다. 무언가를 먹어야만 살 수 있다는 게 어떤 건지도 모르고, 다른 물고기들처럼 태풍이 오는 것을 미리 감지하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점점, 그런 스스로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당연하게 여겼던 모기송사리 떼를 쫓는 일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해집니다. 뜯어도 뜯기지 않는 단단한 피부는 다른 물고기들의 연약한 피부보다 왠지 더 초라한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느끼는 건 로봇 물고기만이 아닌가 봅니다. 모기송사리들도 더는 물고기 같지 않은 물고기, 로봇 물고기 RF1-9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이제 로봇 물고기는 자기가 아닌 다른 모두로부터 미움을 받는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 살아 있다는 건 먹고 먹히는 일이란 걸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한입에 RF1-9를 삼키려는 메기를 피해 물길을 정신없이 헤치며 도망치다, 나침반이 되어 주던 위치 신호마저 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제 RF1-9는 망망대해 위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작은 돛단배처럼 막막합니다. 눈앞에는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해 주던 숫자와 데이터와 시스템이 아니라, 오직 맨몸과 발가벗은 마음으로 마주할 새로운 세계가 놓여 있습니다. 그 세계는 때로는 무섭도록 살 떨리는 세계이지만, 동시에 물고기의 연약한 피부처럼 ‘살아 있는’ 세계입니다.
“그래, 너 말 잘했다. ‘나’가 뭔데? 도대체 너, 뭐야?” RF1-9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_본문 40쪽
지켜주고 지킴받는 도돌이표
그때, RF 1-9는 물풀에 칭칭 감겨 옴짝달싹 못 하게 된 다른 로봇 물고기를 만납니다. 이곳에서 자신처럼 ‘이상한’ 물고기를 처음 만난 RF1-9는 그 존재가 궁금하지만, 그보다 먼저 이 친구를 구해내야만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지느러미를 흔들고 몸을 비틀어 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어느새 RF1-9의 몸까지 휘감은 물풀은 점점 더 몸을 옥죄어 옵니다. 낯설고도 친숙한 존재와 한 몸처럼 엮이게 된 물풀 가지 사이에서, 로봇 물고기 RF1-9는 그를 통해 거울처럼 자기 자신을 들여다봅니다. 마음속엔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처음 눈을 뜨던 순간 물었던 질문이 되돌아옵니다. 나는 누구인가. 그때, 머리 위로 진짜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이전에 RF 1-9가 구해 줬던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도움을 받고도 되려 가시 돋힌 화를 내던 어린 올챙이가 어엿한 개구리가 되어 손을 내밀며 고마움을 전할 때, 로봇 물고기의 조각조각 부서진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요. 단단히 몸과 마음이 묶여 있던 어두운 강물 아래로 가느다란 빛과 바람이 비쳐 들어옵니다. 서로 지켜 주는 관계와 만남 속에서 로봇 물고기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합니다. 로봇 물고기는 여전히 누군가를 지키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연구원이 설계한 시스템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일을 통해 순전한 기쁨과 가치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 감각을 생생하게 기억해 낸 순간, 로봇 물고기는 태풍이 만들어 낸 강한 물살을 타고 힘차게 날아오릅니다.
메기는 틀렸다. 세상에는 먹고 먹히는 관계만 있지 않았다. 서로 지켜 주는 관계도 있었다._본문 62쪽
세상과 이어진 저마다의 끈을 잡고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우리
그렇게 위기로부터 탈출한 로봇 물고기 RF1-9를 발견한 건 언젠가 강가에서 만났던 인서였습니다. 인서는 어려서부터 버려져 부모님을 모른 채 절에서 자란 아이입니다. 한편 RF 1-9는 자신이 어떻게 세상에 났는지도 모른 채 물살을 거슬러 왔지요. 그렇게 이야기는 자신의 시작, 곧 세상과 이어진 첫 번째 끈을 모르는 두 존재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맞이합니다. 로봇 물고기 RF1-9는 인서의 손끝에서 풍경 물고기, ‘하늘이’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인서가 어려서부터 자신과 세상을 이어주는 끈처럼 여겼던 하나뿐인 방울을 달고 말이지요.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내가 ‘어디서 왔는지’ 고민하기보다 ‘지금 내 옆에’ 다가온 인연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는 일, 그리고 관계를 보살피는 일에 더 마음을 쏟기로 결심합니다.
‘정해진대로’가 아니라 스스로 빚어 가는 관계와 오늘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발견해 가는 하늘이의 여정을 지켜보며, 우리도 함께 기억하게 됩니다. 숱한 위기 속에서도 타인과 스스로의 도움으로 힘을 내어 발돋움한 순간들이, 기꺼이 손을 내어 주고 마음을 내어 주며 다져온 관계들이, 곧 지금의 발 딛고 선 바로 이곳으로 우리를 이끌었다는 것을요.
“첫 번째는 어디서 태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바다겠지. 아니, 강이려나. 아무튼 두 번째는 여기 하늘에서 태어나는 거야. 그래, 네 이름을 정했어. 이제부터 너는 하늘이야.”_본문 75쪽
우리는 모두 자연의 품 안에 있다
김진원 작가는 쇠붙이로 이루어진 로봇 물고기에게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따스한 생명을 부여합니다. 차가운 쇠가 아닌 따뜻한 살과 피로 이루어진 듯 스스로의 목소리를 가지고 알 수 없는 세상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하늘이’의 이야기 속에는, 인간과 자연물이 이 세상에 속해 있는 것처럼 인간의 손끝에서 탄생한 그 무엇도 자연의 너른 품에 속할 수 있도록 보듬는 너른 손길이 담겨 있습니다. 스스로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모든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음을 향한 것’들에 대한 이 이야기는, 전작 『내일』을 통해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번득이는 재치로 엮어 낸 백혜영 작가의 그림을 만나 더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로봇’하면 떠오르는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 대신, 포근하고 다채로운 색과 그러데이션 기법을 사용해 부드럽게 쌓아 올린 색연필 선 사이사이로 로봇과 생명 사이의 경계가 녹아 풀어집니다.
어쩌면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건, 하늘이와 인서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슴 깊은 곳에 공유하고 있는 질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 질문 너머, 바로 이 순간 우리를 붙들어 주고 있는 크고 작은 인연의 끈들이 부드러운 그러데이션처럼 번지며 우리를 이끌어 주고 있으니까요. 얼마나 멀리, 얼마나 오래 간다 해도 결국은 자연이라는, 거대하고 듬직한 그 품 안에서 말이지요.
무엇보다 자신이 누군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제는 아니까._본문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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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물고기 하늘이 - 고래뱃속 창작동화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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