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물고기 하늘이 - 고래뱃속 창작동화 13

로봇 물고기 하늘이 - 고래뱃속 창작동화 13

$12.50
Description
푸른 강물을 지키던 로봇 물고기,
풍경 물고기가 되어 하늘을 헤엄치다!

자연과 로봇, 존재와 관계에 대한 고민을
너른 시선으로 풀어낸 이야기
따뜻하고 호기심 많은 로봇의 여정

우리나라 하천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모기송사리를 쫓기 위해 로봇 물고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몸속엔 기록 저장용 칩이 있고, 태양 전지판으로 햇빛을 받아 움직이며, 꼬리지느러미에 있는 인공 힘줄로는 헤엄을 칠 수 있는 로봇입니다. 만들어진 목적은 단 하나. 모기송사리로부터 다른 물고기를 지키고, 자연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 모기송사리의 천적인 큰입배스를 본따 만들어진 흉측한 외형조차 오로지 그 단 하나의 목적에 부합합니다.
그리고 4월의 어느 날, 강물 속에서 바로 그 로봇 물고기 ‘RF 1-9’가 눈을 뜹니다. ‘나는 누구지?’ RF 1-9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연구원들이 설계한 대로 임무를 수행합니다. 하지만 웬일인지, RF 1-9가 경험하는 세상은 그 안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 가는 빛처럼 다채로운 모습을 띤 물속 세상에서 RF 1-9는 자신의 경계 바깥으로 넘실대는 파도를 만납니다. 그저 ‘쫓고 지키는’ 게 전부인 줄 알았는데, 우연히 만난 메기는 세상은 ‘먹고 먹히는 관계’로 이루어진 곳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강가에 모여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 오면, 또 그 너머의 세상이 궁금합니다. 날이 갈수록 더 궁금한 이 알 수 없는 세상을 향해, RF 1-9는 하루하루 성실히 헤엄치며 나아갑니다.

그렇게 누군가를 지킨다고 생각하니 영웅이라도 된 기분이 들었다. 꼬리지느러미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_본문 25쪽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가
물고기일 수 있을까

한편, 로봇 물고기 RF 1-9는 물고기라면 으레 아는 것을 모릅니다. 무언가를 먹어야만 살 수 있다는 게 어떤 건지도 모르고, 다른 물고기들처럼 태풍이 오는 것을 미리 감지하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점점, 그런 스스로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당연하게 여겼던 모기송사리 떼를 쫓는 일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해집니다. 뜯어도 뜯기지 않는 단단한 피부는 다른 물고기들의 연약한 피부보다 왠지 더 초라한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느끼는 건 로봇 물고기만이 아닌가 봅니다. 모기송사리들도 더는 물고기 같지 않은 물고기, 로봇 물고기 RF1-9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이제 로봇 물고기는 자기가 아닌 다른 모두로부터 미움을 받는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 살아 있다는 건 먹고 먹히는 일이란 걸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한입에 RF1-9를 삼키려는 메기를 피해 물길을 정신없이 헤치며 도망치다, 나침반이 되어 주던 위치 신호마저 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제 RF1-9는 망망대해 위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작은 돛단배처럼 막막합니다. 눈앞에는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해 주던 숫자와 데이터와 시스템이 아니라, 오직 맨몸과 발가벗은 마음으로 마주할 새로운 세계가 놓여 있습니다. 그 세계는 때로는 무섭도록 살 떨리는 세계이지만, 동시에 물고기의 연약한 피부처럼 ‘살아 있는’ 세계입니다.

“그래, 너 말 잘했다. ‘나’가 뭔데? 도대체 너, 뭐야?” RF1-9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_본문 40쪽

지켜주고 지킴받는 도돌이표

그때, RF 1-9는 물풀에 칭칭 감겨 옴짝달싹 못 하게 된 다른 로봇 물고기를 만납니다. 이곳에서 자신처럼 ‘이상한’ 물고기를 처음 만난 RF1-9는 그 존재가 궁금하지만, 그보다 먼저 이 친구를 구해내야만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지느러미를 흔들고 몸을 비틀어 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어느새 RF1-9의 몸까지 휘감은 물풀은 점점 더 몸을 옥죄어 옵니다. 낯설고도 친숙한 존재와 한 몸처럼 엮이게 된 물풀 가지 사이에서, 로봇 물고기 RF1-9는 그를 통해 거울처럼 자기 자신을 들여다봅니다. 마음속엔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처음 눈을 뜨던 순간 물었던 질문이 되돌아옵니다. 나는 누구인가. 그때, 머리 위로 진짜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이전에 RF 1-9가 구해 줬던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도움을 받고도 되려 가시 돋힌 화를 내던 어린 올챙이가 어엿한 개구리가 되어 손을 내밀며 고마움을 전할 때, 로봇 물고기의 조각조각 부서진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요. 단단히 몸과 마음이 묶여 있던 어두운 강물 아래로 가느다란 빛과 바람이 비쳐 들어옵니다. 서로 지켜 주는 관계와 만남 속에서 로봇 물고기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합니다. 로봇 물고기는 여전히 누군가를 지키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연구원이 설계한 시스템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일을 통해 순전한 기쁨과 가치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 감각을 생생하게 기억해 낸 순간, 로봇 물고기는 태풍이 만들어 낸 강한 물살을 타고 힘차게 날아오릅니다.

메기는 틀렸다. 세상에는 먹고 먹히는 관계만 있지 않았다. 서로 지켜 주는 관계도 있었다._본문 62쪽

세상과 이어진 저마다의 끈을 잡고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우리

그렇게 위기로부터 탈출한 로봇 물고기 RF1-9를 발견한 건 언젠가 강가에서 만났던 인서였습니다. 인서는 어려서부터 버려져 부모님을 모른 채 절에서 자란 아이입니다. 한편 RF 1-9는 자신이 어떻게 세상에 났는지도 모른 채 물살을 거슬러 왔지요. 그렇게 이야기는 자신의 시작, 곧 세상과 이어진 첫 번째 끈을 모르는 두 존재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맞이합니다. 로봇 물고기 RF1-9는 인서의 손끝에서 풍경 물고기, ‘하늘이’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인서가 어려서부터 자신과 세상을 이어주는 끈처럼 여겼던 하나뿐인 방울을 달고 말이지요.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내가 ‘어디서 왔는지’ 고민하기보다 ‘지금 내 옆에’ 다가온 인연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는 일, 그리고 관계를 보살피는 일에 더 마음을 쏟기로 결심합니다.
‘정해진대로’가 아니라 스스로 빚어 가는 관계와 오늘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발견해 가는 하늘이의 여정을 지켜보며, 우리도 함께 기억하게 됩니다. 숱한 위기 속에서도 타인과 스스로의 도움으로 힘을 내어 발돋움한 순간들이, 기꺼이 손을 내어 주고 마음을 내어 주며 다져온 관계들이, 곧 지금의 발 딛고 선 바로 이곳으로 우리를 이끌었다는 것을요.

“첫 번째는 어디서 태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바다겠지. 아니, 강이려나. 아무튼 두 번째는 여기 하늘에서 태어나는 거야. 그래, 네 이름을 정했어. 이제부터 너는 하늘이야.”_본문 75쪽

우리는 모두 자연의 품 안에 있다

김진원 작가는 쇠붙이로 이루어진 로봇 물고기에게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따스한 생명을 부여합니다. 차가운 쇠가 아닌 따뜻한 살과 피로 이루어진 듯 스스로의 목소리를 가지고 알 수 없는 세상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하늘이’의 이야기 속에는, 인간과 자연물이 이 세상에 속해 있는 것처럼 인간의 손끝에서 탄생한 그 무엇도 자연의 너른 품에 속할 수 있도록 보듬는 너른 손길이 담겨 있습니다. 스스로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모든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음을 향한 것’들에 대한 이 이야기는, 전작 『내일』을 통해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번득이는 재치로 엮어 낸 백혜영 작가의 그림을 만나 더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로봇’하면 떠오르는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 대신, 포근하고 다채로운 색과 그러데이션 기법을 사용해 부드럽게 쌓아 올린 색연필 선 사이사이로 로봇과 생명 사이의 경계가 녹아 풀어집니다.
어쩌면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건, 하늘이와 인서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슴 깊은 곳에 공유하고 있는 질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 질문 너머, 바로 이 순간 우리를 붙들어 주고 있는 크고 작은 인연의 끈들이 부드러운 그러데이션처럼 번지며 우리를 이끌어 주고 있으니까요. 얼마나 멀리, 얼마나 오래 간다 해도 결국은 자연이라는, 거대하고 듬직한 그 품 안에서 말이지요.

무엇보다 자신이 누군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제는 아니까._본문 73쪽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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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진원

저자:김진원
책은참신기해요.마음이외로울때는둘도없는친구가되어주기도하고,길을잃었다싶을때는나침반이되어주기도하니까요.
심심할때는심심풀이땅콩노릇도해주고요.그래서늘책을펴나봐요.그런책을쓰고싶어요.어린이책『호모플라스티쿠스』를썼어요.
옮긴책으로는『해방』,『보노보핸드셰이크』,『경제학자의시대』,『아이엠C-3PO』,『책을읽을때우리가보는것들』등이있어요.

그림:백혜영
컴퓨터공학을전공하고우연히그림책을만나그림책과함께즐겁게살고있습니다.아이와어른모두에게울림을주는그림책을만들고싶습니다.
쓰고그린책으로『내일』,『이선을넘지말아줄래?』가있습니다.오늘은동화책을읽어보려합니다.

출판사 서평

물고기가아닌물고기가
물고기일수있을까

한편,로봇물고기RF1-9는물고기라면으레아는것을모릅니다.무언가를먹어야만살수있다는게어떤건지도모르고,다른물고기들처럼태풍이오는것을미리감지하지도못합니다.그리고점점,그런스스로가이상하게느껴집니다.처음부터당연하게여겼던모기송사리떼를쫓는일도맞지않는옷을입은듯불편해집니다.뜯어도뜯기지않는단단한피부는다른물고기들의연약한피부보다왠지더초라한것만같습니다.그렇게느끼는건로봇물고기만이아닌가봅니다.모기송사리들도더는물고기같지않은물고기,로봇물고기RF1-9를무서워하지않습니다.이제로봇물고기는자기가아닌다른모두로부터미움을받는존재가되어버리고말았습니다.
설상가상.살아있다는건먹고먹히는일이란걸입증이라도하려는듯한입에RF1-9를삼키려는메기를피해물길을정신없이헤치며도망치다,나침반이되어주던위치신호마저꺼져버리고말았습니다.이제RF1-9는망망대해위에서방향을잃어버린작은돛단배처럼막막합니다.눈앞에는지금까지자신을지탱해주던숫자와데이터와시스템이아니라,오직맨몸과발가벗은마음으로마주할새로운세계가놓여있습니다.그세계는때로는무섭도록살떨리는세계이지만,동시에물고기의연약한피부처럼‘살아있는’세계입니다.

“그래,너말잘했다.‘나’가뭔데?도대체너,뭐야?”RF1-9는할말을찾지못했다._본문40쪽

지켜주고지킴받는도돌이표

그때,RF1-9는물풀에칭칭감겨옴짝달싹못하게된다른로봇물고기를만납니다.이곳에서자신처럼‘이상한’물고기를처음만난RF1-9는그존재가궁금하지만,그보다먼저이친구를구해내야만합니다.하지만아무리지느러미를흔들고몸을비틀어봐도소용이없습니다.어느새RF1-9의몸까지휘감은물풀은점점더몸을옥죄어옵니다.낯설고도친숙한존재와한몸처럼엮이게된물풀가지사이에서,로봇물고기RF1-9는그를통해거울처럼자기자신을들여다봅니다.마음속엔그림자가드리웁니다.처음눈을뜨던순간물었던질문이되돌아옵니다.나는누구인가.그때,머리위로진짜그림자가드리웁니다.이전에RF1-9가구해줬던올챙이가개구리가되어나타난것입니다.도움을받고도되려가시돋힌화를내던어린올챙이가어엿한개구리가되어손을내밀며고마움을전할때,로봇물고기의조각조각부서진마음이제자리를찾아갑니다.동트기전이가장어둡다고했던가요.단단히몸과마음이묶여있던어두운강물아래로가느다란빛과바람이비쳐들어옵니다.서로지켜주는관계와만남속에서로봇물고기는새로운자신을발견합니다.로봇물고기는여전히누군가를지키는존재입니다.그러나연구원이설계한시스템에의해서가아니라,그일을통해순전한기쁨과가치를느끼기때문입니다.그감각을생생하게기억해낸순간,로봇물고기는태풍이만들어낸강한물살을타고힘차게날아오릅니다.

메기는틀렸다.세상에는먹고먹히는관계만있지않았다.서로지켜주는관계도있었다._본문62쪽

세상과이어진저마다의끈을잡고
날마다새롭게태어나는우리

그렇게위기로부터탈출한로봇물고기RF1-9를발견한건언젠가강가에서만났던인서였습니다.인서는어려서부터버려져부모님을모른채절에서자란아이입니다.한편RF1-9는자신이어떻게세상에났는지도모른채물살을거슬러왔지요.그렇게이야기는자신의시작,곧세상과이어진첫번째끈을모르는두존재의만남을통해새로운방향을맞이합니다.로봇물고기RF1-9는인서의손끝에서풍경물고기,‘하늘이’로다시태어났습니다.인서가어려서부터자신과세상을이어주는끈처럼여겼던하나뿐인방울을달고말이지요.이제두사람은더이상,내가‘어디서왔는지’고민하기보다‘지금내옆에’다가온인연의이름을다정하게부르는일,그리고관계를보살피는일에더마음을쏟기로결심합니다.
‘정해진대로’가아니라스스로빚어가는관계와오늘속에서존재의의미를발견해가는하늘이의여정을지켜보며,우리도함께기억하게됩니다.숱한위기속에서도타인과스스로의도움으로힘을내어발돋움한순간들이,기꺼이손을내어주고마음을내어주며다져온관계들이,곧지금의발딛고선바로이곳으로우리를이끌었다는것을요.

“첫번째는어디서태어났는지모르겠지만.아마도바다겠지.아니,강이려나.아무튼두번째는여기하늘에서태어나는거야.그래,네이름을정했어.이제부터너는하늘이야.”_본문75쪽

우리는모두자연의품안에있다

김진원작가는쇠붙이로이루어진로봇물고기에게마치처음부터그랬던것처럼따스한생명을부여합니다.차가운쇠가아닌따뜻한살과피로이루어진듯스스로의목소리를가지고알수없는세상을자유롭게유영하는‘하늘이’의이야기속에는,인간과자연물이이세상에속해있는것처럼인간의손끝에서탄생한그무엇도자연의너른품에속할수있도록보듬는너른손길이담겨있습니다.스스로존재이유를찾아가는모든‘살아있는것’과‘살아있음을향한것’들에대한이이야기는,전작『내일』을통해‘오늘을살아간다는것’에대한철학적질문을번득이는재치로엮어낸백혜영작가의그림을만나더진한여운을남깁니다.‘로봇’하면떠오르는차갑고날카로운이미지대신,포근하고다채로운색과그러데이션기법을사용해부드럽게쌓아올린색연필선사이사이로로봇과생명사이의경계가녹아풀어집니다.
어쩌면‘우리가어디서왔는지’모르는건,하늘이와인서뿐아니라우리모두가가슴깊은곳에공유하고있는질문일것입니다.하지만괜찮습니다.그질문너머,바로이순간우리를붙들어주고있는크고작은인연의끈들이부드러운그러데이션처럼번지며우리를이끌어주고있으니까요.얼마나멀리,얼마나오래간다해도결국은자연이라는,거대하고듬직한그품안에서말이지요.

무엇보다자신이누군지더이상고민하지않아도되었다.이제는아니까._본문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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