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감기약 -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58

할머니의 감기약 -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58

$17.00
Description
얼어붙은 겨울을
사르르 녹여 준 할머니의 사랑

소리 없이 내리는 눈처럼
조용히 마음을 감싸안는 그림책
그해 겨울

어느 겨울날이었어요. 찬 바람에 두 손 두 발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얼 수 있다는 걸 저는 그날 알았어요. 꼭 올 거라고 약속했던 엄마가 오지 않은 날이었거든요. 토라진 마음은 외투 속에 꽁꽁 숨겨 두었었는데, 문밖을 나서려는 어깨 너머로도 할머니는 제 마음을 다 읽으셨나 봐요. 자꾸만 저를 붙잡으려는 할머니를 뿌리치고 밖으로 나서는 제 이름을 할머니는 못내 소리쳐 부르셨어요. 하지만 저는 그만 모른 척했지요. 그날, 겨울 골목 사이사이를 걷고 또 걸으며 저는 제가 안기고 싶은 품만 내내 마음속으로 그렸어요. 나와 꼭 닮은 얼굴로 거울처럼 나를 바라봐 줄 사람이 곁에 없다는 실감이 피워 내는 회색빛 연기가 자꾸 마음에 구멍을 내는 걸 저는 가만, 지켜보고만 있었어요.

나를 보듬어 주는 손,
마치 모든 것을 아는 듯이

입김 사이로 서늘한 노을빛 비쳐들 때에야 저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졌어요. 발갛게 익어가는 동그라미마다 한기가 차고 있었거든요. 아파트 현관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문이 열리고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담아!”
할머니의 손에는 제 목도리가 들려 있었지요. 긴장이 풀린 걸까요? 얼어 있던 몸이 바르르, 아파 오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만 할머니의 손에 모든 걸 맡겼어요. 열이 오르기 시작한 이마 위에 자박하게 얹히던 손. 조급히 서두르는 법 없이, 그저 당연한 의식을 치러내는 것처럼 뚝딱 차 한 잔을 끓여 내던 손에요.

첫 생강차의 기억

“이거 두 숟가락 툭툭, 요거 세 숟가락 툭툭툭 넣고, 따끈한 물 붓고 휘휘 저으면, 다 됐다!”
목구멍 너머로 화한 것이 넘어가더니, 몸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따끈하게 덥혀지는 게 느껴졌어요. 제가 처음 맛본 생강차의 맛이었지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땀으로 엉겨붙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는 할머니의 손길은, 꿀보다도 더 달콤했어요. 보드라운 손길에 꿈나라로 스르르 녹아드는 동안, 창밖에는 소리 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할머니, 그거 아세요? 소복하게 쌓인 눈은 세상의 소리를 머금고 품어서 세상을 고요하게 만들어 주는 거래요. 꼭 할머니의 품처럼요.

그 시절 우리를 안아 준,
어쩌면 지금도 우리에게 필요한 품

굳이 말로 다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어린 몸과 마음이 헤매고 넘어지고 토라질 때에도, 그저 바다 같이 깊은 눈과 하늘 같이 너른 마음으로 한이 없이 나를 꼬옥 안아 주던 사람. 오래 뭉근히 바라볼수록, 왠지 나를 닮고 또 닮은 사람. 내 엄마의 엄마, 할머니.
김희주 작가의 첫 그림책, 『할머니의 감기약』은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어느 찬 겨울날이, 할머니가 지어준 따뜻한 생강차 한 잔에 스르르 녹아 품어지는 모양을 이토록이나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그려냈습니다. 아이의 외로움이 고스란히 반영된 듯한 겨울 풍경과 움츠러든 어깨를 포옥 안아주는 할머니의 품처럼 부드러운 색채가 스며든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우리는 꼭 두터운 할머니 이불에 폭 감싸인 것만 같은 기분이 됩니다.
이 겨울, 우리가 꼭 필요로 했던 사랑이 바로 여기, 할머니의 생강차 한 잔에 녹아 있습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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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희주

저자:김희주

『할머니의감기약』은저의첫그림책입니다.

어릴적겨우내감기로고생할때곁을지켜주시던할머니를생각하며만들었습니다.

그때느꼈던다정함과위로로어린시절이외롭지않았습니다.

이온기가모두에게닿기를바랍니다.

그리운정의주할머니,감사하고사랑합니다.

출판사 서평

나를보듬어주는손,
마치모든것을아는듯이

입김사이로서늘한노을빛비쳐들때에야저는집으로돌아가고싶어졌어요.발갛게익어가는동그라미마다한기가차고있었거든요.아파트현관에서엘리베이터를기다리는데,문이열리고할머니의목소리가들렸어요.
“담아!”
할머니의손에는제목도리가들려있었지요.긴장이풀린걸까요?얼어있던몸이바르르,아파오는게느껴지기시작했어요.저는그만할머니의손에모든걸맡겼어요.열이오르기시작한이마위에자박하게얹히던손.조급히서두르는법없이,그저당연한의식을치러내는것처럼뚝딱차한잔을끓여내던손에요.

첫생강차의기억

“이거두숟가락툭툭,요거세숟가락툭툭툭넣고,따끈한물붓고휘휘저으면,다됐다!”
목구멍너머로화한것이넘어가더니,몸속저깊은곳에서부터따끈하게덥혀지는게느껴졌어요.제가처음맛본생강차의맛이었지요.엄마에대한그리움이땀으로엉겨붙은머리카락을쓰다듬어주는할머니의손길은,꿀보다도더달콤했어요.보드라운손길에꿈나라로스르르녹아드는동안,창밖에는소리없이눈이내리고있었어요.
할머니,그거아세요?소복하게쌓인눈은세상의소리를머금고품어서세상을고요하게만들어주는거래요.꼭할머니의품처럼요.

그시절우리를안아준,
어쩌면지금도우리에게필요한품

굳이말로다하지않아도내마음을알아주는사람.어린몸과마음이헤매고넘어지고토라질때에도,그저바다같이깊은눈과하늘같이너른마음으로한이없이나를꼬옥안아주던사람.오래뭉근히바라볼수록,왠지나를닮고또닮은사람.내엄마의엄마,할머니.
김희주작가의첫그림책,『할머니의감기약』은오지않는엄마를기다리는어린아이의어느찬겨울날이,할머니가지어준따뜻한생강차한잔에스르르녹아품어지는모양을이토록이나사랑스러운시선으로그려냈습니다.아이의외로움이고스란히반영된듯한겨울풍경과움츠러든어깨를포옥안아주는할머니의품처럼부드러운색채가스며든한장한장을넘기며,우리는꼭두터운할머니이불에폭감싸인것만같은기분이됩니다.
이겨울,우리가꼭필요로했던사랑이바로여기,할머니의생강차한잔에녹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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