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얼어붙은 겨울을
사르르 녹여 준 할머니의 사랑
소리 없이 내리는 눈처럼
조용히 마음을 감싸안는 그림책
사르르 녹여 준 할머니의 사랑
소리 없이 내리는 눈처럼
조용히 마음을 감싸안는 그림책
그해 겨울
어느 겨울날이었어요. 찬 바람에 두 손 두 발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얼 수 있다는 걸 저는 그날 알았어요. 꼭 올 거라고 약속했던 엄마가 오지 않은 날이었거든요. 토라진 마음은 외투 속에 꽁꽁 숨겨 두었었는데, 문밖을 나서려는 어깨 너머로도 할머니는 제 마음을 다 읽으셨나 봐요. 자꾸만 저를 붙잡으려는 할머니를 뿌리치고 밖으로 나서는 제 이름을 할머니는 못내 소리쳐 부르셨어요. 하지만 저는 그만 모른 척했지요. 그날, 겨울 골목 사이사이를 걷고 또 걸으며 저는 제가 안기고 싶은 품만 내내 마음속으로 그렸어요. 나와 꼭 닮은 얼굴로 거울처럼 나를 바라봐 줄 사람이 곁에 없다는 실감이 피워 내는 회색빛 연기가 자꾸 마음에 구멍을 내는 걸 저는 가만, 지켜보고만 있었어요.
나를 보듬어 주는 손,
마치 모든 것을 아는 듯이
입김 사이로 서늘한 노을빛 비쳐들 때에야 저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졌어요. 발갛게 익어가는 동그라미마다 한기가 차고 있었거든요. 아파트 현관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문이 열리고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담아!”
할머니의 손에는 제 목도리가 들려 있었지요. 긴장이 풀린 걸까요? 얼어 있던 몸이 바르르, 아파 오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만 할머니의 손에 모든 걸 맡겼어요. 열이 오르기 시작한 이마 위에 자박하게 얹히던 손. 조급히 서두르는 법 없이, 그저 당연한 의식을 치러내는 것처럼 뚝딱 차 한 잔을 끓여 내던 손에요.
첫 생강차의 기억
“이거 두 숟가락 툭툭, 요거 세 숟가락 툭툭툭 넣고, 따끈한 물 붓고 휘휘 저으면, 다 됐다!”
목구멍 너머로 화한 것이 넘어가더니, 몸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따끈하게 덥혀지는 게 느껴졌어요. 제가 처음 맛본 생강차의 맛이었지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땀으로 엉겨붙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는 할머니의 손길은, 꿀보다도 더 달콤했어요. 보드라운 손길에 꿈나라로 스르르 녹아드는 동안, 창밖에는 소리 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할머니, 그거 아세요? 소복하게 쌓인 눈은 세상의 소리를 머금고 품어서 세상을 고요하게 만들어 주는 거래요. 꼭 할머니의 품처럼요.
그 시절 우리를 안아 준,
어쩌면 지금도 우리에게 필요한 품
굳이 말로 다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어린 몸과 마음이 헤매고 넘어지고 토라질 때에도, 그저 바다 같이 깊은 눈과 하늘 같이 너른 마음으로 한이 없이 나를 꼬옥 안아 주던 사람. 오래 뭉근히 바라볼수록, 왠지 나를 닮고 또 닮은 사람. 내 엄마의 엄마, 할머니.
김희주 작가의 첫 그림책, 『할머니의 감기약』은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어느 찬 겨울날이, 할머니가 지어준 따뜻한 생강차 한 잔에 스르르 녹아 품어지는 모양을 이토록이나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그려냈습니다. 아이의 외로움이 고스란히 반영된 듯한 겨울 풍경과 움츠러든 어깨를 포옥 안아주는 할머니의 품처럼 부드러운 색채가 스며든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우리는 꼭 두터운 할머니 이불에 폭 감싸인 것만 같은 기분이 됩니다.
이 겨울, 우리가 꼭 필요로 했던 사랑이 바로 여기, 할머니의 생강차 한 잔에 녹아 있습니다.
어느 겨울날이었어요. 찬 바람에 두 손 두 발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얼 수 있다는 걸 저는 그날 알았어요. 꼭 올 거라고 약속했던 엄마가 오지 않은 날이었거든요. 토라진 마음은 외투 속에 꽁꽁 숨겨 두었었는데, 문밖을 나서려는 어깨 너머로도 할머니는 제 마음을 다 읽으셨나 봐요. 자꾸만 저를 붙잡으려는 할머니를 뿌리치고 밖으로 나서는 제 이름을 할머니는 못내 소리쳐 부르셨어요. 하지만 저는 그만 모른 척했지요. 그날, 겨울 골목 사이사이를 걷고 또 걸으며 저는 제가 안기고 싶은 품만 내내 마음속으로 그렸어요. 나와 꼭 닮은 얼굴로 거울처럼 나를 바라봐 줄 사람이 곁에 없다는 실감이 피워 내는 회색빛 연기가 자꾸 마음에 구멍을 내는 걸 저는 가만, 지켜보고만 있었어요.
나를 보듬어 주는 손,
마치 모든 것을 아는 듯이
입김 사이로 서늘한 노을빛 비쳐들 때에야 저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졌어요. 발갛게 익어가는 동그라미마다 한기가 차고 있었거든요. 아파트 현관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문이 열리고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담아!”
할머니의 손에는 제 목도리가 들려 있었지요. 긴장이 풀린 걸까요? 얼어 있던 몸이 바르르, 아파 오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만 할머니의 손에 모든 걸 맡겼어요. 열이 오르기 시작한 이마 위에 자박하게 얹히던 손. 조급히 서두르는 법 없이, 그저 당연한 의식을 치러내는 것처럼 뚝딱 차 한 잔을 끓여 내던 손에요.
첫 생강차의 기억
“이거 두 숟가락 툭툭, 요거 세 숟가락 툭툭툭 넣고, 따끈한 물 붓고 휘휘 저으면, 다 됐다!”
목구멍 너머로 화한 것이 넘어가더니, 몸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따끈하게 덥혀지는 게 느껴졌어요. 제가 처음 맛본 생강차의 맛이었지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땀으로 엉겨붙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는 할머니의 손길은, 꿀보다도 더 달콤했어요. 보드라운 손길에 꿈나라로 스르르 녹아드는 동안, 창밖에는 소리 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할머니, 그거 아세요? 소복하게 쌓인 눈은 세상의 소리를 머금고 품어서 세상을 고요하게 만들어 주는 거래요. 꼭 할머니의 품처럼요.
그 시절 우리를 안아 준,
어쩌면 지금도 우리에게 필요한 품
굳이 말로 다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어린 몸과 마음이 헤매고 넘어지고 토라질 때에도, 그저 바다 같이 깊은 눈과 하늘 같이 너른 마음으로 한이 없이 나를 꼬옥 안아 주던 사람. 오래 뭉근히 바라볼수록, 왠지 나를 닮고 또 닮은 사람. 내 엄마의 엄마, 할머니.
김희주 작가의 첫 그림책, 『할머니의 감기약』은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어느 찬 겨울날이, 할머니가 지어준 따뜻한 생강차 한 잔에 스르르 녹아 품어지는 모양을 이토록이나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그려냈습니다. 아이의 외로움이 고스란히 반영된 듯한 겨울 풍경과 움츠러든 어깨를 포옥 안아주는 할머니의 품처럼 부드러운 색채가 스며든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우리는 꼭 두터운 할머니 이불에 폭 감싸인 것만 같은 기분이 됩니다.
이 겨울, 우리가 꼭 필요로 했던 사랑이 바로 여기, 할머니의 생강차 한 잔에 녹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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