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잃어버린 것을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을 위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충격 동화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을 위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충격 동화
난 왜 이렇게 된 걸까?
내 이름은 잠자, 나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그림을 그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를 만큼 재미있다니까. 내 머리에는 더듬이가, 등에는 날개가 달렸지. 여섯 개나 난 다리로는 한 번에 여러 개의 붓을 쥐고 움직일 수도 있어. 이 몸으로 난 매일 밤하늘을 누비며 이 세상의 특별한 존재들을 맘껏 그릴 수 있어. 이런 모습의 사람은 세상에 나 하나뿐일걸? 하지만··· 구석구석을 기어 다니는 내 모습에 매번 소스라치게 놀라는 가족들을 볼 때마다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느 날엔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딱하다는 듯이 쳐다보다가도 다음 날엔 못 봐주겠다는 듯 꺼리는 눈빛으로 날 아프게 해. 하지만 어쩌겠어.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이런 모습이 되어 버렸는걸. 생긴 대로 사는 게 왜 이리 힘든 걸까? 그래서 나는 늘 어둠 속을 숨어 다녀. 집 안에서조차 마음 편한 날이 없다니까.
얼마 전엔 동생이 방으로 들어와 말했어.
“언니, 고작 이딴 그림을 그릴 거라면 차라리 다른 사람들처럼 사는 게 어때?”
그 말은 마치 나더러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라는 말처럼 들렸어. 너무 서러워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지.
우리 애가 평범하게 살 수 있을까요?
우리 집엔 죽어도 남에게 보일 수 없는 가족이 있어요. 이름은 잠자. 매일 방 안에 틀어박혀 그림만 그리는데, 밤만 되면 집 구석구석을 기어 다녀요. 상상이 돼요? 얼마나 끔찍한지 몰라요. 쭈뼛 솟은 더듬이와 징그러운 다리로 사사삭 옆을 스쳐 가면 온몸에 소름이 끼쳐요. 아무리 가족이라도, 어떻게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고, 같은 방에서 잠을 자겠어요? 솔직히 가족이라고도 부르고 싶지 않아요. 다른 가족은 다 평범한데, 어쩌다 잠자는 저렇게 된 걸까요?
이런 잠자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린 잠자가 다른 사람들처럼 살았으면 좋겠어요. 정장을 입고 회사에 다니면서 쇼핑도 하고 결혼도 하는,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삶 말이에요. 설득도 해 봤지만, 잠자는 그른 것 같아요. 하지만 이대로 포기했다간 잠자는 분명 이 사회에 쓸모없는 해충이 되고 말 거예요. 하나뿐인 가족인 우리가 무슨 수를 써서든 도와야 해요. 아무래도 잠자의 머리에 난 더듬이가 문제인 것 같아요. 더듬이가 쫙 펴질 때면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림을 그리거든요. 저것만 없으면, 잠자가 우리랑 똑같아지지 않을까요? 평범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밤 잠자가 깊은 잠에 들면, 우리 가족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어요. 이건 다 잠자를 위해서예요!
나다움이 손가락질당할 때
가족들에게 잠자는 큰 골칫거리입니다. 자신들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잠자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남들보다 뛰어나진 않더라도 하다못해 평범하기만이라도 바라는 것이 가족의 마음이건만, 대체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까요? 가족들이 잠자에게 바라는 ‘평범함’이란 대단히 특별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평범하게 회사에 가고,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그렇게 남들처럼 사는 일. 이는 우리가 속한 사회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들과는 다른 모습을 지닌 잠자가 남들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에 이를 때까지 모든 이들이 속해 생활하는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정상’과 ‘비정상’, ‘일반’과 ‘비일반’이란 가치를 학습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사회에서 일반적이라 규정된 틀과 원칙에 적응해 맞춰가는 것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이라 여기곤 하지요. 그런데 과연 익숙하고 평범한 것만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삶의 모습일까요?
사회란 울타리 안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
가족들은 잠자가 잠든 사이에 잠자의 더듬이를 잘라 버리는 선택을 내립니다. 설령 잠자를 도우려던 마음이었을지라도, 자신들이 정답이라 정해놓은 모습으로 잠자를 바꿔버린 가족의 일방적인 행동에서 우리는 중요한 물음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는 정녕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잠자』는 많은 이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던 세상의 잣대와 편견에 대하여, 함께 살아가기 위해 겉과 속까지 비슷하게 닮아가길 강요하는 사회에게 따끔한 질문을 던집니다. 다른 것은 어째서 불편한 것인지. 모두가 같아져야만 하는 선택만이 옳은 최선일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얼굴이 되어 가는 사이 지워져 버린 ‘나’의 모습은 무엇이었는지를 말입니다.
이 물음을 통해 작가가 전하려 했던 진실은, 이미 우리 안에 있었습니다. 바로 생명을 가진 존재는 누구나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란 울타리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후천적으로 익혀온 원칙을 앞서,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정해져 있던 불변의 진리이지요. 익숙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모두가 비슷하게 다듬어져 살다 보면, 본래 우리는 각기 다른 존재라는 자연의 순리를 잊곤 합니다. 사회에서 생겨나는 무수한 원칙에 흔들리며 적응하는 사이 한편으론 서서히 잃어가는 것. 우리가 진정으로 들여다보고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나 자신’ 아닐까요? 더듬이를 잃고 다른 이들과 같아진 잠자가 거울에 비추어 보는 모습은 바로 우리의 얼굴일지도요. 어쩌면 우리도 잠자처럼, 사회의 날 선 편견이 칼날이 되어 나의 소중한 것을 앗아가던 순간도 모르고, 내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조차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너와 나에게 소중한 것을 지킬 용기
이 이야기 속 더듬이는 잠자의 고유한 본성이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더듬이는 세상의 소리와 냄새를 느끼며 이해하고 소통할 뿐 아니라, 내면에 울림을 주는 신호를 감지하는 영혼의 안테나였습니다. 그렇기에 더듬이를 잃게 되었을 때, 잠자는 자신이 어떻게 세상을 경험해 왔는지 모두 잊어버린 것이지요. 남들과 다른 모습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과 상처를 받아야 했지만, ‘나’의 모습으로 세상을 느끼고 표현하는 순간이 큰 행복이자 최선이라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던 이는 잠자였습니다. 타고난 모습대로 날개를 펼쳐보는 마음. 마음 가는 대로 더듬이를 따라가 보는 마음. 그렇게 마주하는 세상을 맘껏 느끼고 표현하며 행복해하는 마음. 잠자가 보여주는 이 마음들은 우리 내면에 고스란히 닿아 울림을 전해줍니다. 그렇게 깨어난 더듬이로, 우리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 속 풍경을, 그리운 냄새와 목소리를, 꿈을 그려 보던 하얀 도화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더듬이를 지니고 태어난 잠자였으며, 잠자이고, 잠자일 테니까요.
자신과 다른 더듬이를 가진 존재를 만났을 때 차별과 편견을 지우고 다가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다름을 재단하려 차가운 시선과 말로 벼린 칼날이 아니라, 온기 어린 손을 내밀어 본다면 우리가 만나게 될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서로 다른 부분도 존중하며 소중히 대해주는 것. 함께 살아가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작가는 잠자를 통해 우리 안의 더듬이에게 말을 걸어주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계속 그려가며 말이지요. 다른 이들과 같지 않아도 좋은 세상을 함께 꿈꾸는 일을 포기하지 말자고. 잠자는 그저 잠자, 그 사실 하나로 세상에 난 이유는 충분하다고 외치듯이.
소외된 자들을 위한 위로를 담은 그림책
콩테와 목탄을 사용해 우리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세밀한 빛깔로 비추어 내는 경자 작가가 『잠자』로 돌아왔습니다. 어둡고 작은 방 한 칸, 가족들에게서 소외된 주인공, 그리고 어딘가 눈에 익은 이름까지…. 이 책의 모티프는 프란츠 카프카의 중편 소설 『변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책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인 ‘잠자’는 『변신』 속 ‘그레고르 잠자’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지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이 이야기 속,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던 바로 그 소재가 세상을 바라보는 경자 작가만의 독특한 프리즘과 만나 또 한 번, 독특하고 새로운 이야기의 몸을 얻게 되었습니다.
남을 공격하는 말 한마디에서 태어나 정체성 고민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이야기 『누군가 뱉은』,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낸 두려움의 환상에 벌벌 떠는 아이의 이야기 『거대얼굴』에 이어,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 소외를 겪는 인물의 이야기 『잠자』까지. 경자 작가가 그림책 속에서 생명을 불어넣는 인물들은 처음엔 작고 힘없는 존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포기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과 목소리를 찾아내 세상의 벽에 용감히 맞섭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체험한 뒤 책을 덮고 나면 우리 손에 쥐어지는 것은 작고 묵직한 씨앗입니다. 이 씨앗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우리의 등을 밀어주는 응원의 말이며, 두려움을 물리칠 수 있도록 용기를 심어주는 상상이 되고, 가장 나다운 모습을 잃지 않고 지켜낼 수 있도록 비춰주는 거울이 되어 딱딱한 세상의 벽 너머를 꿈꾸게 합니다.
내 이름은 잠자, 나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그림을 그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를 만큼 재미있다니까. 내 머리에는 더듬이가, 등에는 날개가 달렸지. 여섯 개나 난 다리로는 한 번에 여러 개의 붓을 쥐고 움직일 수도 있어. 이 몸으로 난 매일 밤하늘을 누비며 이 세상의 특별한 존재들을 맘껏 그릴 수 있어. 이런 모습의 사람은 세상에 나 하나뿐일걸? 하지만··· 구석구석을 기어 다니는 내 모습에 매번 소스라치게 놀라는 가족들을 볼 때마다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느 날엔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딱하다는 듯이 쳐다보다가도 다음 날엔 못 봐주겠다는 듯 꺼리는 눈빛으로 날 아프게 해. 하지만 어쩌겠어.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이런 모습이 되어 버렸는걸. 생긴 대로 사는 게 왜 이리 힘든 걸까? 그래서 나는 늘 어둠 속을 숨어 다녀. 집 안에서조차 마음 편한 날이 없다니까.
얼마 전엔 동생이 방으로 들어와 말했어.
“언니, 고작 이딴 그림을 그릴 거라면 차라리 다른 사람들처럼 사는 게 어때?”
그 말은 마치 나더러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라는 말처럼 들렸어. 너무 서러워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지.
우리 애가 평범하게 살 수 있을까요?
우리 집엔 죽어도 남에게 보일 수 없는 가족이 있어요. 이름은 잠자. 매일 방 안에 틀어박혀 그림만 그리는데, 밤만 되면 집 구석구석을 기어 다녀요. 상상이 돼요? 얼마나 끔찍한지 몰라요. 쭈뼛 솟은 더듬이와 징그러운 다리로 사사삭 옆을 스쳐 가면 온몸에 소름이 끼쳐요. 아무리 가족이라도, 어떻게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고, 같은 방에서 잠을 자겠어요? 솔직히 가족이라고도 부르고 싶지 않아요. 다른 가족은 다 평범한데, 어쩌다 잠자는 저렇게 된 걸까요?
이런 잠자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린 잠자가 다른 사람들처럼 살았으면 좋겠어요. 정장을 입고 회사에 다니면서 쇼핑도 하고 결혼도 하는,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삶 말이에요. 설득도 해 봤지만, 잠자는 그른 것 같아요. 하지만 이대로 포기했다간 잠자는 분명 이 사회에 쓸모없는 해충이 되고 말 거예요. 하나뿐인 가족인 우리가 무슨 수를 써서든 도와야 해요. 아무래도 잠자의 머리에 난 더듬이가 문제인 것 같아요. 더듬이가 쫙 펴질 때면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림을 그리거든요. 저것만 없으면, 잠자가 우리랑 똑같아지지 않을까요? 평범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밤 잠자가 깊은 잠에 들면, 우리 가족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어요. 이건 다 잠자를 위해서예요!
나다움이 손가락질당할 때
가족들에게 잠자는 큰 골칫거리입니다. 자신들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잠자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남들보다 뛰어나진 않더라도 하다못해 평범하기만이라도 바라는 것이 가족의 마음이건만, 대체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까요? 가족들이 잠자에게 바라는 ‘평범함’이란 대단히 특별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평범하게 회사에 가고,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그렇게 남들처럼 사는 일. 이는 우리가 속한 사회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들과는 다른 모습을 지닌 잠자가 남들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에 이를 때까지 모든 이들이 속해 생활하는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정상’과 ‘비정상’, ‘일반’과 ‘비일반’이란 가치를 학습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사회에서 일반적이라 규정된 틀과 원칙에 적응해 맞춰가는 것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이라 여기곤 하지요. 그런데 과연 익숙하고 평범한 것만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삶의 모습일까요?
사회란 울타리 안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
가족들은 잠자가 잠든 사이에 잠자의 더듬이를 잘라 버리는 선택을 내립니다. 설령 잠자를 도우려던 마음이었을지라도, 자신들이 정답이라 정해놓은 모습으로 잠자를 바꿔버린 가족의 일방적인 행동에서 우리는 중요한 물음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는 정녕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잠자』는 많은 이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던 세상의 잣대와 편견에 대하여, 함께 살아가기 위해 겉과 속까지 비슷하게 닮아가길 강요하는 사회에게 따끔한 질문을 던집니다. 다른 것은 어째서 불편한 것인지. 모두가 같아져야만 하는 선택만이 옳은 최선일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얼굴이 되어 가는 사이 지워져 버린 ‘나’의 모습은 무엇이었는지를 말입니다.
이 물음을 통해 작가가 전하려 했던 진실은, 이미 우리 안에 있었습니다. 바로 생명을 가진 존재는 누구나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란 울타리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후천적으로 익혀온 원칙을 앞서,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정해져 있던 불변의 진리이지요. 익숙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모두가 비슷하게 다듬어져 살다 보면, 본래 우리는 각기 다른 존재라는 자연의 순리를 잊곤 합니다. 사회에서 생겨나는 무수한 원칙에 흔들리며 적응하는 사이 한편으론 서서히 잃어가는 것. 우리가 진정으로 들여다보고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나 자신’ 아닐까요? 더듬이를 잃고 다른 이들과 같아진 잠자가 거울에 비추어 보는 모습은 바로 우리의 얼굴일지도요. 어쩌면 우리도 잠자처럼, 사회의 날 선 편견이 칼날이 되어 나의 소중한 것을 앗아가던 순간도 모르고, 내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조차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너와 나에게 소중한 것을 지킬 용기
이 이야기 속 더듬이는 잠자의 고유한 본성이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더듬이는 세상의 소리와 냄새를 느끼며 이해하고 소통할 뿐 아니라, 내면에 울림을 주는 신호를 감지하는 영혼의 안테나였습니다. 그렇기에 더듬이를 잃게 되었을 때, 잠자는 자신이 어떻게 세상을 경험해 왔는지 모두 잊어버린 것이지요. 남들과 다른 모습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과 상처를 받아야 했지만, ‘나’의 모습으로 세상을 느끼고 표현하는 순간이 큰 행복이자 최선이라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던 이는 잠자였습니다. 타고난 모습대로 날개를 펼쳐보는 마음. 마음 가는 대로 더듬이를 따라가 보는 마음. 그렇게 마주하는 세상을 맘껏 느끼고 표현하며 행복해하는 마음. 잠자가 보여주는 이 마음들은 우리 내면에 고스란히 닿아 울림을 전해줍니다. 그렇게 깨어난 더듬이로, 우리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 속 풍경을, 그리운 냄새와 목소리를, 꿈을 그려 보던 하얀 도화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더듬이를 지니고 태어난 잠자였으며, 잠자이고, 잠자일 테니까요.
자신과 다른 더듬이를 가진 존재를 만났을 때 차별과 편견을 지우고 다가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다름을 재단하려 차가운 시선과 말로 벼린 칼날이 아니라, 온기 어린 손을 내밀어 본다면 우리가 만나게 될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서로 다른 부분도 존중하며 소중히 대해주는 것. 함께 살아가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작가는 잠자를 통해 우리 안의 더듬이에게 말을 걸어주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계속 그려가며 말이지요. 다른 이들과 같지 않아도 좋은 세상을 함께 꿈꾸는 일을 포기하지 말자고. 잠자는 그저 잠자, 그 사실 하나로 세상에 난 이유는 충분하다고 외치듯이.
소외된 자들을 위한 위로를 담은 그림책
콩테와 목탄을 사용해 우리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세밀한 빛깔로 비추어 내는 경자 작가가 『잠자』로 돌아왔습니다. 어둡고 작은 방 한 칸, 가족들에게서 소외된 주인공, 그리고 어딘가 눈에 익은 이름까지…. 이 책의 모티프는 프란츠 카프카의 중편 소설 『변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책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인 ‘잠자’는 『변신』 속 ‘그레고르 잠자’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지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이 이야기 속,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던 바로 그 소재가 세상을 바라보는 경자 작가만의 독특한 프리즘과 만나 또 한 번, 독특하고 새로운 이야기의 몸을 얻게 되었습니다.
남을 공격하는 말 한마디에서 태어나 정체성 고민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이야기 『누군가 뱉은』,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낸 두려움의 환상에 벌벌 떠는 아이의 이야기 『거대얼굴』에 이어,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 소외를 겪는 인물의 이야기 『잠자』까지. 경자 작가가 그림책 속에서 생명을 불어넣는 인물들은 처음엔 작고 힘없는 존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포기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과 목소리를 찾아내 세상의 벽에 용감히 맞섭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체험한 뒤 책을 덮고 나면 우리 손에 쥐어지는 것은 작고 묵직한 씨앗입니다. 이 씨앗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우리의 등을 밀어주는 응원의 말이며, 두려움을 물리칠 수 있도록 용기를 심어주는 상상이 되고, 가장 나다운 모습을 잃지 않고 지켜낼 수 있도록 비춰주는 거울이 되어 딱딱한 세상의 벽 너머를 꿈꾸게 합니다.
잠자 - 래뱃속 창작그림책 60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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