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이와 할머니 - 고래뱃속 창작동화 15

찬이와 할머니 - 고래뱃속 창작동화 15

$12.00
저자

김지원

저자:김지원
꽃과나무를키우며틈틈이동화를쓰고있어요.자연을좋아하는만큼동물보호나지구환경에도관심이많답니다.
아이들이아름다운자연을더사랑하고아끼며우리가사는지구를더소중히여기는마음을갖도록숲이나동물을소재로한글을쓰려노력하고있습니다.

그림:박광명
동물과자연을사랑하는,그림그리는사람입니다.서울에서점박이개와가족과함께살고있습니다.쓰고그린책으로는『대단한밥』,『안녕,중력』,『여름상상』이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내몸이기억하는곳,내마음이그리는곳은어디일까?
산골소년찬이의짠내가득서울상경기!

아롱아롱들꽃과나무열매피어나는
정다운품으로우리를이끌어주는이야기

산골의작은집에아침이오면

이른새벽부터장대비가쏟아져요.초록빛여름과함께어김없이장마가찾아왔어요.이맘때산골의아침은적막한듯분주해요.보금자리를찾아바삐날아오르는새들의날갯짓소리가들려오고,구수하게익어가는옥수수냄새가집안가득퍼져요.할머니가매일부지런히텃밭에서정성스레키운옥수수와감자,싱싱한채소를한바구니가득채워오셨지요.찬이는툇마루에앉아비에젖은산자락을가만바라보아요.할머니와도란도란이야기하며갓삶아김이폴폴나는옥수수도나누어먹어요.소박하지만참행복해지는맛…찬이가정말좋아하는맛이에요.
찬이와할머니는산골깊은곳에서둘이살고있어요.찬이는할머니만큼이나이곳이참좋아요.집밖을나서면자연이찬이의친구가되어주거든요.숲길을걸으며도랑에사는가재나송사리와물놀이를하고여러풀잎과버섯들,메뚜기와인사를나누며뒷산을누벼요.지천에널린열매들을따먹으며새들의노랫소리를듣다보면하루가훌쩍저물곤하지요.

비가그친후숲길을걷다보면나뭇잎위로툭툭떨어지는물방울소리며부지런히날아다니는새소리,
도랑물이졸졸흐르는소리가더없이정겹고사랑스럽다._본문13쪽

할머니,제소원은요

그렇지만문득…엄마아빠생각이나는것은어쩔수없나봐요.한때는찬이에게도엄마와아빠,할머니까지넷이함께오순도순지내던시간이있었어요.그런데어느날부터집안형편이어려워지며자주다투던엄마와아빠는,각자돈벌이를한다며먼서울로떠나버렸어요.할머니앞에선일부러씩씩한척해왔지만,사실찬이는엄마아빠가아주그립고보고싶어요.마음가장안쪽에품은찬이의소원은예전처럼네식구가모두모여행복하게사는거예요.엄마아빠가있는서울은어떤곳일까요?찬이는가끔서울로가는상상을해보곤했어요.아직한번도가본적은없지만요.단짝친구영수는방학동안서울에간대요.찬이에게는다른세계처럼멀게만느껴지던…바로그서울에요.

찬이는한번쯤꼭가보고싶었다.서울이라는곳을._본문34쪽

산골의바람과도시의불빛사이에서

산골에서자란찬이에게서울이란도시는미지의별세계처럼느껴집니다.뒷산에난들꽃과열매들의이름은줄줄외우는찬이이지만,서울에관해선모르는것투성이거든요.서울에선무얼하며놀고어떤것을배우는지찬이는궁금해요.그러던어느날,작은풀벌레소리도크게울릴만큼고요하던찬이의일상에도갑작스런변화가찾아옵니다.서울에사는이모로부터찬이를돌볼수있게되었다는연락이온것이었죠.먼저서울생활을접하고돌아와온종일자랑을하던영수를보며못내부러워했지만,서울로떠날날이가까워올수록찬이의마음은싱숭생숭하기만해요.찬이가떠나고산골에홀로남을할머니를떠올리면마음속에서알수없는뜨거움이울컥차오르고반려강아지인흰둥이도눈에밟혔지요.그렇지만할머니와이모의뜻은하나뿐이었어요.서울에가서넓은세상을보고훌륭한사람이되어야한다고요.그리말하며찬이를밀어내시는할머니의얼굴은구슬피우는소쩍새같아요.헤어지는날찬이와할머니는내내눈물이났지요.
‘할머니,나는꼭서울에가야만하는걸까요?’

할머니가챙겨주신묵직한꾸러미와동그마니찬이를실은이모의차가천천히길을따라움직였다.할머니도,흰둥이도,고요한산자락도시야에서희미하게멀어져갔다._본문42쪽

잃고싶지않은품을다시찾을수있도록

『찬이와할머니』는산골소년찬이가정든집과할머니의품을떠나서울에살게되면서마주하는변화를그린이야기입니다.이모네식구를따라시작된서울생활은텔레비전에서만보던것처럼대단해보였지만,왜인지찬이는조금씩쓸쓸해집니다.너른산과숲길을제몸처럼속속들이알고자유로이노닐던찬이였지만,네모난아파트단지는집으로가는길조차잃을만치어려운미로같습니다.시골에선못먹던음식들을잔뜩먹어도자꾸만할머니가해주시던밥생각만나고,부족한것하나없는데무언가빠진듯한이기분은무얼까요.찬이의마음속에서할머니와흰둥이,푸르던산골집이자꾸만아른거리는이유는왜일까요.
도시에속해편리한의식주와생활환경을누리며살아가는것이좋으리라여기는이들도있을것입니다.혹은도시의물질문명을내려놓고자연가까이에서살아가는삶에서힘을얻는이들도있을테지요.이에작가는자연과도시의삶이가져다주는여러감정을투명하게받아들이는찬이의모습을통해우리의일상을새로이돌아보도록이끌어줍니다.힘차게날아오르는동고비가깃털속에감춘오묘한빛깔을.산수국의꽃망울이하얀팝콘처럼피어나는순간을.몸에독이되는버섯과약이되는열매를알아보는지혜를.정성과노력을들인밥한그릇의무게를.우리와함께살아가는작은생명들이지닌고유한목소리와이름을요.이토록생생한자연의냄새를안고서,이이야기는자신도모르게서서히자연을잊어가던아이들의기억을일깨워줍니다.오늘본들꽃의빛깔과새들의노랫소리를내일도느낄수있도록,더넓은세계를향한가능성을잃지않고상상할수있도록우리를자연의품속으로데려다줍니다.

이렇게풍족한데정작그맛들은하나같이뭔가부족하다니···.찬이는왠지이상했다._본문48쪽

마음이그리는안식처는
처음그자리에있다

멀리떨어져있을지라도본능으로그리게되는품,잃고싶지않은,잃어서는안되는품.찬이의마음속안식처는늘할머니의품이었습니다.찬이가내내그리던품은가장익숙하고편안하던자연이었지요.집앞에핀능소화를소중히어루만져보았던날.동고비의날갯짓을어여쁘게바라보시던엄마에대한기억.단짝친구와함께만든숲속비밀아지트.가족이된흰둥이가전해주는따뜻한온기.자연의맛을담뿍담은할머니표시골밥상,툇마루에누워올려다보던밤하늘의별빛…매순간찬이의마음을채워주고몸을덥혀준자연의조각들이지요.
그리고이는찬이의일상이지만,오로지찬이만의이야기는아닙니다.본디사람은,우리는자연에서태어나왔으니까요.자연이품으로빚어내는것은숲과강산,하늘에이어사람이기도하니까요.자연이채워주는풍경과냄새를작가가이토록생생히그려낸이유는우리가내안의자연을,자연안의나자신을기억해보길바랐기때문일지모릅니다.세상에갓태어난우리를처음안아주었던품을잃지않고기억할수있다면,우리는자신이어디에서왔는지,그리하여어디로돌아가야하는지길을찾을수있을테니까요.

‘할머니에겐나밖에없는데···그누구도없는데….’
찬이는자신이이렇게미워질수가없었다.눈시울이뜨거워졌다.
‘아무래도내가있을곳은여기가아니야.’_본문54쪽

할머니의손길처럼
우리를안아주는자연의품

비가오는날엔물길을,바람이부는날엔바람결을,둥근해가뜬날엔햇살을따라,자연을벗삼아살아가는찬이와할머니의일상이마음에초록빛물결을남기는동화『찬이와할머니』.전작『여름상상』을통해계절의고유한색채를재치넘치게담아낸박광명작가는,『찬이와할머니』속에담긴자연의정서를잔잔하게번지는수묵과도같이부드러운풍경안에담아냈습니다.자연이채워주는편안하고따스한일상이밥에뜸을들이듯그림곳곳에고스란히배어있지요.소소하게여겨지는일상의조각을정성들여닦고비추어넉넉하게만드는힘이담겨있는김지원작가의이야기가박광명작가의그림을만나우리마음에초록빛물결을남깁니다.
공부나성적에도신경쓰지않고,번쩍이는스마트폰이나게임기보다하늘과꽃을바라보길좋아하는아이찬이의하루안에함께머물러있노라면,기억속그리운산들바람이불어오는것만같습니다.작은지붕아래서찬이와산골생활을애지중지돌보아온할머니의모습은,마치제것을아낌없이내어주어우리를키워내고안아주는자연과도닮았지요.그러다문득어제와다른바람이불어오는어느날,집을떠나홀로길에서게되었을때아이들이길가에핀작은맨드라미하나어여쁘게바라볼수있다면,매순간잊지않고돌아오는새봄을두팔가득품에안아볼수있겠지요.

찬이는엄마품에와락안겼다.고요하던작은시골집엔밤새도록불이켜져있고,비가그친밤유난히도밝은달빛은오래도록창가에머물렀다._본문62쪽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