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불어넣은보자기한장의가치
사물에마음을부여할수있다면그사물의가치는깃들인마음의가치만큼이다.사람관계도다르지않다.우리는무엇에,누구에게얼마만큼의마음을쓰고있을까?평생옷감을짠할아버지가마지막으로영혼을불어넣어보자기한장을만들었다는데,그가치를어떻게헤아릴수있을까?
보자기의쓸모는물건을싸거나덮는데있다.책보,도시락보,이불보,보따리,식탁보처럼.선물포장용으로도쓰인다.같은보자기를여러용도로도쓸수있는데,이때보자기의가치는쓰는사람의마음이결정한다.허접한것을대충싼것과귀한것을정성스레싼것의차이처럼.얇은천조각에지나지않는보자기지만사용하는사람에따라본래의용도이외의것이깃들이는법이다.
이책에서보자기는훨씬더다양한계기를부여받는다.시골에혼자사는할머니는자식에게줄농산물을보자기에바리바리싼다.아주머니는그식재료로음식을만들고도시락에담아일하는남편에게가져간다.물론보자기에정성껏싸서.보자기는수줍음이많아겉도는소년에게멋진망토가되고,엄마를잃고슬퍼하는소녀에게머리묶는스카프가된다.실직한아저씨에게따뜻한목도리가되고,모든것을잃고역앞지하도에쓰러져있는남자에겐고향집의포근한이불이된다.
보자기가날아다니며만나는사람들은저마다이런저런상처가있다.외로움,아픔,불안,괴로움,슬픔,두려움……,그것을무엇이라이름하든보자기는그들의마음을감싸주고덮어주고치유한다.그리움과사랑을확인하는가하면,무너지고꺼져가는삶의불씨를살린다.그것이애초에보자기를만든할아버지의소망인듯싶다.사람들이옷감의씨줄과날줄처럼엮여구성된세상에서서로의손끝으로온기를나눌수있기를바랐던게아닐까.상처없는사람은없고그것을치유할수있는것도사람이니까.보자기는그마음의상징물이다.
보자기가날아간다.마음을훑어간다.보자기가내려앉는다.마음에질문이펄럭인다.손끝에보자기한장,이보드랍고따스하고뭉클한것이나한테무엇이냐고.
이책은어린이와어른이따로또같이보아도좋다.어린이의시선과어른이시선이교차할때작품은더욱풍성해질것이다.보자기를받아들이는지점은처지와상황에따라다를수있다.다만저마다한장의보자기가있다는가정을하고,그보자기에쌀소중하고귀한것들,담아두고싶은것들,정성을다해전하고싶은것들,나아가자신이바라는삶을떠올려보는것만으로도값진시간이되지않을까한다.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