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성정치학의 쟁점들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성정치학의 쟁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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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희진

여성학연구자.서평가.월간오디오매거진〈정희진의공부〉편집장.다학제적관점에서공부와글쓰기에관심이있다.서강대학교에서종교학과사회학을공부했고,이화여자대학교에서여성학으로석사·박사학위를받았다.‘정희진의글쓰기’시리즈(전5권),《페미니즘의도전》,《아주친밀한폭력》,《혼자서본영화》,《정희진처럼읽기》,《낯선시선》등을썼으며,《양성평등에반대한다》,《미투의정치학》등의편저자이다.
“누구나그렇듯자기소개는어려운일이다.나는안목있는독자가되기위해노력하는인간,군‘위안부’문제를계속공부하는연구자,남성성과여성성이모두자원으로작동하지않는사회를희망하는사람이고싶다.”

목차

머리말_다시,페미니즘을묻는다

1장페미니즘논쟁의재구성
피해자중심주의비판
결혼과출산을기피하는이유
‘김건희비판’은미소지니인가?
젠더갈등이아니라성차별이다
누구의성적수치심인가?
페미사이드의성정치학
‘완벽한피해자’라는환상
성폭력은‘그냥’범죄다
가해자에게물어야한다
반격인가,퇴행인가
난민에반대하는페미니즘?
미투는미완의혁명이다

2장섹슈얼리티정치학
‘성폭력과연애의경계
나쁜남자들의선물경제
여성은꽃,남성은사람?
여자가되는것은사자와사는일인가
억제할수없는본능?
교과서는반면교사가되어야한다
내몸이바로생명권이다
외모주의에서공중보건의문제로
성교육의전제조건
눈물과소변의정치학
‘곰신’관리제도
‘남성’강대국,‘여성’약소국?

3장젠더들
그선수는남성인가,여성인가
주필리아,동물성애의경우
인터섹스,사이에서차이를허물다

4장성적자기결정권을넘어서
성매매,노동인가폭력인가
성폭력과여성몸의공간화

부록_죽어야사는여성들의인권-한국기지촌여성운동사1986~1998

주석

출판사 서평

《페미니즘의도전》이사회정의로서여성주의를‘소개’했다면,이책은변화된여성주의,정체성의정치위주의담론을분석한다.특히신자유주의체제에서변화해온한국사회의성문화(섹슈얼리티)를살펴보고더불어기존의논쟁구도에문제를제기하고자한다.……
이책이쉽게읽히지않는,논쟁의불씨가되는텍스트이기를바란다.여성학,여성운동은모든담론과마찬가지로언어의경합을통한생산적인갈등없이는진전도없다.한국의여성주의가나아감없이여성의생존의목소리가왜곡되어미소지니의타깃이되지않기를희망한다.나는여성의공부,다른언어,남성사회가못알아듣는언어가최고의저항이라고생각한다.남성사회의질문에답하지말고,그들이못알아듣는새로운언어로말하자._‘머리말’에서

“우리는모두불편함에서배운다”
전진하는페미니즘을위한비판적제언

현재한국사회에서‘젠더문제’는그어느때보다뜨겁다.강남역사건과신당역사건,미투운동,‘여성가족부존폐’논란,징병제등성차별과성범죄,성문화에관한남녀의인식격차는점점커지고있으며,서로이해하지못하는갈등과혼란의나날들이계속되고있다.모두가불만스러워하고고통을호소하지만,“내편아니면적”으로극단화되고양극화된현실에서젠더와섹슈얼리티문제는논의하기를꺼리거나아니면정쟁의도구로이용될뿐이다.
《다시페미니즘의도전》은이러한문제의식에서출발해,공전하고있는한국사회성정치학적논제에불씨를지핀다.이책에서정희진은당대의논쟁적인젠더이슈를중심으로하여한국남성문화의억압적이고뿌리깊은젠더권력을하나하나들추어낸다.동시에정희진의시선은여성주의와여성운동내부로향해여성,성소수자를비롯한사회적약자의현실을바꾸지못하는페미니즘담론의정체와후퇴에과감하게문제를제기한다.이책은성차별이‘젠더갈등’이나‘성대결’로둔갑하는사회,여성성과남성성모두개인의생존을위한자원으로동원되는사회,페미니즘이‘남성혐오’이념혹은여성의‘정체성의정치’로오인되는사회에서,새로운담론의장을형성하는가장혁신적인출발점이될것이다.

“여성주의자사이의이견이활발하게논쟁으로발전할수록
남성개인도사회도성숙해진다”

정희진은당대의젠더문제를여성주의담론의위기로바라본다.여성들간의차이를인정하지않고페미니즘을‘정체성의정치’로환원하는태도나“여성으로태어났기때문에공부하지않아도여성주의자가될수있다”는일부여성의인식을강력하게비판한다.
더불어‘피해자중심주의’와‘성적자기결정권’을비롯해지금까지여성운동을이끈핵심이념들을비판적으로고찰한다.성폭력사건에서‘피해자중심주의’가여성피해자에게유리한전략인지,피해자로서여성이라는고정관념을고착화하는건아닌지질문한다.‘성적자기결정권’개념은더논쟁적이다.특히여성성은기존에는차별과억압의‘원인’이었지만신자유주의시대에일부여성에게는자원으로작동하고있다.정희진은이를해석해내고비판하는적극적인여성의언어가필요하다고거듭강조한다.
이책에서여성과여성주의를향한정희진의‘내부’비판은때때로가혹해보인다.그러나이러한문제제기는역설적이게도“여성주의자사이의이견이활발하게논쟁으로발전할수록남성개인도사회도성숙해진다”는그의강한믿음에근거한것이다.정희진은여성주의담론의혁신을통한현실의변화가능성을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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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섹슈얼리티인식의불균형격차는불필요한사회적갈등을유발하는심각한사회문제이다.여성들은섹슈얼리티억압에맞서남성을설득하는데지쳤다.이과정에서“페미냐”라는심판을당하고고초를겪는심문(審問)과신문(訊問)에시달린다.‘페미’는새로운레드콤플렉스가되었다._‘머리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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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여성운동은모든담론과마찬가지로
생산적인갈등없이는진전도없다”

《다시페미니즘의도전》은총4장으로구성되어있다.1장에서는젠더권력과섹슈얼리티의상관관계를중심으로가장논쟁적인이슈를들여다본다.2016년강남역사건과2022년신당역사건의가시화가무엇을의미하는지,윤석열대통령의배우자‘김건희’를비판하는것이미소지니(여성혐오)인지,2018년한국사회를뒤흔든미투운동의성과와한계는무엇인지살펴본다.특히저출산/저출생을‘사회문제’로바라보는시각에서벗어나,공적영역(직장)과사적영역(집)에서‘이중노동’을감당해야하는여성의의식화된대응으로평가한다.
2장은‘일상’의섹슈얼리티이슈전반을다루면서,특히한국남성의젠더고정관념을문제삼는다.남성을위한섹스대용품인‘리얼돌(realdoll)’이성적고정관념을어떻게반복하는지,성폭력범죄를구조적문제나가해자의행위보다피해자의‘동의’여부에집착하는것이왜문제적인지,군사주의문화에서남성성을강조하기위해여성을비하하고혐오하는것이왜남성의인권문제에서중요한지설명한다.
3장은기존의이성애,시스젠더(cisgender)를규범으로하는성별정체성담론을해체하는시도를담고있다.무성애와유성애의연속선상에서다양한성애의모습을설명하고,‘인터섹스(간성間性)’의인권과스포츠선수의성별논란을다룬다.이를통해누가남성이고여성인지,그차이를누가나누는지문제제기하며,차이가차별을만드는것이아니라권력이차이를규정한다는영원한진리를되새긴다.
4장은성매매와성폭력을중심으로삼아‘성적자기결정권’개념의의미를분석한다.성별에따라성적자기결정권이어떻게다르게작동하는지,여성의몸을공간화해온역사와어떻게연결되는지들여다보고,동시에이개념이왜여성의경험을설명할수없는지,‘생명권’대‘자기결정권’구도는왜소모적인논쟁을불러오는지살핀다.
부록으로실은〈죽어야사는여성들의인권〉은저자가25년전대학원생시절에쓴한국기지촌여성운동사이다.저자는이글에서‘페미니스트’로서최초의정체성과위치성이시작되었다고말하며,그문제의식을공유한다.

본문미리보기

피해자중심주의는여성에게유리한가?

시간이지날수록‘피해자중심주의’논리는더힘을얻는듯하다.어떤여성은이말이남성중심적사회에서일종의인식론적‘가산점’(젠더관련사건에서피해여성의입장이더객관적이라는믿음)이며,여성의입장을더고려해‘주어야’한다는의미라고생각한다.반면남성사회는여성‘주의’도이상한데‘여성=피해자’에‘피해자중심주의’라니말도안된다고반발한다.피해자중심주의를옹호하는여성과반대하는남성의공통점은논의를불가능하게한다는데있다._24쪽
여성의말을무조건믿어야한다는주장은,역설적으로여성의지위가얼마나낮은가를보여준다.피해자중심주의는여성에게불리할뿐아니라실현불가능한개념이다.피해여성의말을포함해서모든사람의발화는상대와상황에따라얼마든지달라질수있다.그러나피해자중심주의에는규범적인피해자의이미지가전제되어있다._25쪽

여성이결혼과출산을기피하는이유

여성의비혼은남녀간불평등으로인한여성의각성,즉남녀간의식의불균형이가장큰원인이다.공사영역에걸쳐여성의노동량과사회경험은이전시대에비해엄청나면서도목적의식적변화를보이는데,남성의여성관,사회관,자아인식은여성의변화를따라가지못하고있다.현실에서는여성에대한차별이일어나는데도,남녀간의식의불균형때문에“남자가피해자”라는착각과피해의식이가능한것이다._32쪽
문제는사회적자원과경제력이없을수록열등감때문에시간많은남성이더가사노동을안한다는것이다.남성의이런상태는여성이결혼을기피하는가장결정적이유이자성차별현실을요약한다.우리사회에서가사노동을얼마나천시하는지(‘솥뚜껑운전’,‘집에가서애나봐라’……),그리고가사노동전담여성을얼마나비하하는지모르는여성은없다.남성문화는가사노동을루저의상징으로삼는다.여성들은이구조를간파했다._35쪽

‘김건희비판’은미소지니인가?

미소지니는대통령조차‘여성’으로‘격하’시킬수있는남성문화를말한다.미소지니는박근혜전대통령의실정(失政)을벗은몸으로공격한경우이다.당시나는박전대통령을지지하지않았지만,그의공적영역의지위가성역할로서여성으로환원되는문화현상에반대했다.반면김건희여사는경제력을기반으로해서가부장제가원하는규범적여성성을적극적으로실천함으로써자원을확보해왔다._49쪽
페미니즘은“모든여성은착하고,여성을비난해서는안되고,아무리여성이범죄를저질러도남성의범죄보다약하므로비난해서는안된다”는주장이아니다.오히려그반대다.여성주의는여성성과남성성이모두자원이되지않는사회를추구하고지향하는사상이다._50쪽
도대체언제까지‘성차별있음’을증명해야하는가

남성문화는남성이‘차별당하는이유’로징병제,여성할당제,“여성의지위가예전보다나아졌다”는점을든다.그러나이모두사실이라해도나이든남성에게는해당하지않는다.즉젠더문제가아니라는의미다.모든남성이복무여부,보직,근무방식등에서징병제를동일하게경험하지않으며,특히징병제는여성이만든것이아니라고아무리이야기해봤자소용이없다.남성사이의계급투쟁을젠더갈등으로포장하고스스로현실인식을거부한다면해결책은없다.“군가산제부활”,“여성도군대가라”는외침은일단남성들끼리합의를본후발언해야한다._54쪽
여성의‘사회’진출이사실상공사영역에걸친이중노동이라는현실때문에여성들은과로와경력단절을피해비혼을선택하고,이는저출산과동물과의반려인생으로이어졌다.도대체언제까지‘성차별있음’을증명해야하는가._55쪽

한국남성의‘문제적’젠더인식

꽃은스스로이동하지못하고사람(남성)눈을즐겁게하는데존재의의가있으며,꺾였을때쉽게시든다.여성과남성이모두사람이거나꽃일때는성희롱이아니다.하지만남성은사람인데여성은꽃이라면인권침해가된다.꽃의운명은사람에게달려있기때문이다._121쪽
성매매는성문화뿐만아니라남성중심적사고체계의핵심이다.성폭력,성희롱,남성의성콤플렉스,여성비하는모두성매매를정점으로한변종문화이다.모든남성은잠재적,간접적,실질적성구매자다.그자장안에서자유로운남성은없다.직접성구매를하지않거나혹은성적으로‘점잖기만’해도남성은여성의호감을산다.‘나쁜남자’가너무많으면,그들덕에조금만그렇지않은남자는아무노력없이저절로‘좋은남자’가된다.남성연대정치의기본이다._126쪽

난민에반대하고트랜스젠더를배제하는페미니즘?

난민은‘우리’의거울이다.수용이나혐오등차이에대한태도는민주주의의척도이기때문이다.자국민우선?아니,누가자국민인가?도처의양극화를보라.어느사회내부도균질적이지않다.여성주의는정체성의정치가아니다.사회정의를위한수많은주장중에가장창의적인사고일뿐이다._89쪽
트랜스젠더여성은여성이아니다?그들이여성의권리를빼앗아간다?여성우선페미니즘?누구도타인의성별을규정할수없다.이제까지여성운동은민족/민중/시민개념을독점하면서인권의위계에따른순서(“여성문제는나중에”)를주장해온남성중심의사회운동에저항해왔다.여성주의가진짜여성과가짜여성을구별하고배제에앞장선다면,그런여성주의가왜필요할까._188쪽

‘성적자기결정권’의논쟁적이슈

여성이자신의성을자원으로삼기위한‘자기결정’을하는경우에는매우논쟁적인이슈가된다.다시말해성적자기결정권은성폭력처럼성적자기결정을침해하는사안에대해서도주장할수있지만성매매,다이어트,외모관리,여아낙태처럼여성이자신의의지로(대개남성사회가요구하는방식으로)자신의몸을자원,투자,‘처벌’,‘학대’의대상으로삼을권리로도주장할수있게된다._17쪽
여성의몸이남성에의해서든(순결이데올로기)여성자신에의해서든(성적자기결정권)주체의대상으로서공간이되면,몸은언제나이성의지배를받는수동적인것이된다.이러한논리에서여전히몸은이성,의식중심주의에종속되고몸들인여성개인들의저항은의미화되기어렵다.성적자기결정권을넘어,몸을식민화하지않는성폭력에대한새로운저항개념모색이필요하다._269쪽

‘불공정한교환’으로서성매매

성매매에서중요한것은매매라는행위자체가아니다.누구든자기몸을포함해서무엇이든매매할수있다.문제는사는사람과파는사람의성별분리가이토록절대적인산업이과연있느냐는것이다.어떤변화가와도매매(賣買)의성별은불가역적이다.성별이바뀌지않는다.이것이문제다._227쪽
성매매는상품화문제가‘아니다’.모든인간이상품인시대다.많은이들이노동시장에서자신을좀더좋은상품,매력적인상품으로만들기위해자기계발에밤낮으로노력한다.왜여성주의진영은‘섹스’만거래의대상이아니라고강조함으로써아무도설득하지못하는것일까.이논쟁이의외로어렵기때문에여성주의는성매매가인권침해이고폭력임을강조하기위해‘심각한피해’만을강조해왔다.그리고이에반발한다른여성주의자들은성산업종사여성들이‘일방적인희생자’가아니라고비판한다._2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