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천재 : 루소부터 히틀러까지 문제적 열정의 내면 풍경

광기와 천재 : 루소부터 히틀러까지 문제적 열정의 내면 풍경

$20.79
저자

고명섭

저자:고명섭

서울대학교경제학과를졸업하고한겨레신문기자로있다.하이데거의깊고어두운사유세계를탐사한《하이데거극장:존재의비밀과진리의심연》(전2권),니체라는희귀한철학자의정신을답사한《니체극장:영원회귀와권력의지의드라마》를썼다.이밖에《생각의요새:사유의미로를통과하는읽기의모험》,《만남의철학:김상봉과고명섭의철학대담》(공저),《즐거운지식:책의바다를항해하는187편의지식오디세이》,《담론의발견:상상력과마주보는150편의책읽기》,《지식의발견:한국지식인들의문제적담론읽기》를썼으며,시집《숲의상형문자》,《황혼녘햇살에빛나는구렁이알을삼키다》를냈다.



목차


l개정판머리말l문제적열정이우리에게던지는것들
l머리말l‘불행한의식’의모험과투쟁

장자크루소감수성의혁명,상상력의저주
“나의출생은나의첫불행이었다”/열여섯살무작정길을떠나다/청년루소의‘황금시대’/다섯아이를버린아버지/“나는다른세계를보았고다른사람이되었다”/《인간불평등기원론》,문명을탄핵하다/《신엘로이즈》,감수성의폭발/《에밀》과《사회계약론》/망상에갇힌불행한망명자/《고백》,전대미문의자기폭로/“굴종으로얻는평화보다위험한자유를선택하겠다”

미셸푸코한없이자유에가까운광기
파리고등사범의광기어린천재/정신분석학,실존주의,마르크스주의를넘어/니체의발견,고고학과계보학/《광기의역사》의탄생/《말과사물》이라는폭탄/쇠파이프를든정치투사/암호문처럼떠오른단어‘권력’/삶을예술작품으로만드는법

루트비히비트겐슈타인천재의의무,순수의열정
천재집안의유순한막내/빈의반항자들,바이닝거,크라우스,로스/“천재의가장완벽한사례”/전쟁터에서쓴《논리-철학논고》/초등교사를거쳐다시철학으로/철학의마구간을청소하는자/“철학은신과화해하는길”

프란츠카프카존재의감옥,변신의욕망
동생들의죽음과죄의식/아버지를향한극단적애증/간결하고냉정하고무심한문체/문학세계의‘지하생활자’/자기학대와자기처벌의쾌감/폐결핵,비좁은세계의작은해방구

나쓰메소세키불안의질주,문학의탄생
길가의돌처럼치인어린시절/실존의질병,위궤양과신경쇠약/자기혐오에갇힌유학생/유럽과의대결의식,‘자기본위’의신념/소설에서발견한구원/시대의한계를넘지못한근대비판

조제프푸셰가장과격한기회주의
수도원을나와혁명가가되다/언제나‘다수파’에선사람/‘최초의공산주의선언’/목숨을구걸하는‘리옹의도살자’/로베스피에르와의마지막대결/테르미도르쿠데타의기획자/나폴레옹배후의정보정치가/영원한음모가,끝없는배신자

세르게이네차예프혁명가의교리문답
도스토옙스키《악령》의사악한혁명가/강철같이단단한‘특별한인간’/음모주의와테러리즘의등장/바쿠닌을빨아들인마성/냉혹한혁명강령〈혁명가의교리문답〉/자기파괴적증오와불타는복수심/‘혁명가,불행한운명에갇힌사람’/혁명으로구현된복수의심리학

아돌프히틀러르상티망,혹은몰락의정치학
폭군아버지와도전하는아들/밑바닥에내던져진몽상가/두려워혐오스러운유대인/히틀러를구원한전장의한계체험/“내가독일을구하리라”/선동가히틀러탄생/숭배받는지도자/히틀러주의의교과서,《나의투쟁》/나치당의권력장악/정치의미학화,정치의연극화/신들의몰락

l주석l

출판사 서평

글쓰는인간‘호모스틸루스’의매혹적인주술

“고명섭은눈과귀와코로읽어낸세상사를자기심장에새긴뒤모든죽어버린이념과시대와인간에박동을부여하는매혹적인주술사다.철저히수공업적인‘글쓰는인간(HomoStilus)’의전형을보여주는고뇌어렸으되긴박한그의문체는글을읽는내내심장박동을가속화한다.문학과역사와철학은이미경계가녹아버리고없다.가히지식연금술이다.거기에광기로얼룩진20세기인간군상들이숨쉬고있다.‘천재’란시대가개인을빌려얼굴을나타낼때모습이다.《광기와천재》는그광기로우리를안내하는혀다.다만한가지경고를덧붙인다.조심하라!또조심하라!침을삼키게하는글의유혹은생각의관절을무시로버근거리게한다.”-서해성(소설가)

책속에서

모순과불화의틈새에서솟아난독창성,장자크루소

루소의일생은“화해할길없는모순의드라마”였다.문학과예술이사회를타락시킨다고성토했지만낭만주의문학의포문을연연애소설《신엘로이즈》를썼고,근대교육학의출발점이된《에밀》을썼지만자신의아이들은남김없이고아원에버렸다.자기시대의부자와귀족과권세가를끝없이공격했지만그들의호의와후원을받아생계를이어갔다.그의모순은끝이없었다.그러나그모순,그불화의틈새에서독창성으로빛나는목소리가터져나왔고,새로운시대가열렸다.

루소의경험에서특징적인것은너무나흥분한나머지윗도리가다젖도록눈물을쏟았다는점이다.갑자기세상의진실을통찰한루소는학문과예술로치장한이세상이야말로타락하고부패했으며그세상의질서에짓밟히던자신이야말로순수하다는충격적인발견을한것이다.……이깨달음을기점으로하여루소는“다른세상을보았고다른사람이되었다.”
---p.43

루소가쓴글의모든내용은당대지식인들의통념에대한정면도전이었다.볼테르를비롯한계몽주의지식인가운데어느누구도학문과예술과지식을부정한사람은없었다.오히려이것들이야말로진보의동력이요원천이라고이들은확신하고있었다.루소는이확신에망치를내리쳤다.
---p.44

루소는동시대계몽철학자들처럼인간성의꾸준한향상과사회의자연스런발전을믿기를거부했기때문에,참으로인간다운새로운사회를만들어내려면훨씬더근본적인처방이있어야한다고생각했다.여기가바로그의역사적비관주의가혁명적의지주의로도약하는지점이다.
---p.56

그는모든것들과심지어자신의삶자체와도불화했지만,단하나,‘자유’라는자기삶의원칙과는다투지않았다.그는처음부터끝까지이원칙을고수했다.……“나는굴종으로얻는평화보다위험한자유를선택하겠다.”그는자유를절대적가치로끌어올린최초의철학자였다.
---p.65~66

배덕자,배교자,지식계의무뢰한미셸푸코

푸코는망치를든철학자였다.근대서구가수백년동안쌓아올린도덕의신전을무너뜨린사람이었다.어떤도덕도도덕적이지않음을,설교대뒤에어두운야심이,지배의욕망이도사리고있음을폭로했다.자기내부의‘광기’를철학의토대로삼아주체,이성,지식의역사를새롭게해석함으로써오랜세월학문세계를통치하던모든권위와상징물들은산산이부서지고철거되었다.

푸코는《광기의역사》서문에서명백하게자신이의사의편이아니라광인의편임을선언한다.의사의언어,다시말해이성의언어에의해묵살당해침묵속에파묻힌광인의언어를되살리겠다고다짐한다.……이엄격한학술논문은동시에,스스로광인과동일시했던푸코자신의피맺힌외침이기도했다.
---p.85~86

푸코의《말과사물》은좌파·우파를가리지않고수많은진영으로부터비판을받았지만,동시에마르크스주의와실존주의의강압적인군림을못견뎌하던사람들에게는해방의소식으로전해졌다.푸코는자신을짓눌렀던사상들로부터스스로해방되기위해책을썼고,그럼으로써비슷한처지의다른많은사람들을정신의감옥으로부터해방시켰다.
---p.92

파레시아스트란‘파레시아(parrhesia)’를행하는자를말한다.‘파레시아’란“진실의용기”를뜻하며,풀어쓰면“두려움없이진실말하기”를뜻한다.“자신이진실이라고여기는것을처벌이나후환에대한두려움없이솔직하게이야기하는행위”가파레시아다.이파레시아를행하는자가바로푸코적주체,혹은푸코적지식인일것이다.
---p.108

“왜램프나주택과같은것들은예술의대상이되는데사람의인생은예술작품이될수없다는말인가?”광기의심연을거쳐저항과투쟁의강을지나그는마침내모든사람이자신의삶을예술로만들고그렇게예술로만드는데각각의주체들이서로참여하는실존의숲에이르렀다.삶은아름답다.푸코의고통과승리의삶은그렇게말한다.
---p.109

도덕의폭군,순수의전사루트비히비트겐슈타인

“천재의가장완벽한사례”였던비트겐슈타인은도덕의폭군,순수의전사였다.그는철학적안개가걷힌명료성의대지를찾으려모험했고정신을편히내려놓을확실성의토대를닦으려고노동했다.마음안쪽에서자신의나약함과혹독한싸움을벌였다.다른사람은전혀몰랐겠지만그는자기내부에서만큼은절실한문제였던나약함,부실함과혹독한싸움을벌였을뿐이었다.자기자신을완전히극복하는것,그것이비트겐슈타인의궁극적목표였다.

자기자신을완전히극복하는것,그것이비트겐슈타인의궁극적목표였다.그러므로자기안에서그는예언자도마법사도아니었다.그는그저자신을둘러싼혼돈의세상을견딜수없어불가피하게몸을일으킨반항자였다.다만그반항이다른사람들에게무시무시한반역으로,공포스러운포효로다가왔던것이다.
---p.114

비트겐슈타인의결벽주의와완벽주의는자기자신의부실함을견디지못했다.그가논리학에그토록매달린것도논리적으로세계를해명함으로써자기자신을해명하고구출하겠다는열망과결합해있었다.이제이열망이전쟁터로향한것이다.거기에는‘죽음의충동’이라고할만한것이결부돼있었다.나자신을철저히바꾸지못한다면깨끗이죽는것이낫다는바이닝거적사고가마음밑바닥에뭉쳐있었던것이다.
---p.132~133

비트겐슈타인은어디를가든사람들을압도했다.아무도그의말에이의를제기하지못했고그를본사람들은마치메두사의얼굴을본것처럼얼어붙었다.그는언제어디서나엄밀성과정확성을요구했다.허튼소리를용납하지않았다.사람들은그를숭배하면서동시에두려움을느꼈다.비트겐슈타인의친구가된다는것은이를테면,인격을벌거벗고대면하는일이었다.
---p.145

그는마음에들지않는것이주변에있으면거의병적인고통을느꼈다.그것을바로잡지않는한그고통은사라지지않았다.그때문에그는끊임없이지적하고비판하고교정하는작업을되풀이했다.그가철학에서행한작업도이와다르지않았다.그는철학자들이언어를오해함으로써남발하는철학적문제들을뿌리에서부터없애버리려고했다.철학의안개를걷어내는것,철학의마구간을청소하는것이그가자신에게준임무였다.
---p.147~148

‘지하세계’의어둠속에갇힌소년프란츠카프카

카프카는“성년의숲을두려움에떨며방황하는미성년”이었다.카프카의작품속보이지않는족쇄,보이지않는창살,보이지않는담장에갇혀있는인물들은죄의식에서,아버지에게서벗어나지못하는카프카자신의모습이었다.현실세계의뛰어난관리자,유능한직장인은문학이라는‘지하세계’의어둠속에서간결하고냉정한문체로20세기문학을상당부분규정지은유례없는이미지를창조해냈다.

카프카에게아버지는두려움을불러일으키는심판자였고저항을허용하지않는지배자였고모든것을주관하는절대자였다.아버지의압도적인권위에짓눌린자식은자기를하찮고쓸모없는존재로인식했다.……아버지에게서멀어지려는힘과아버지에게다가가려는힘은카프카의마음속에서완전히동등한긴장관계를이루고있었다.
---p.166~167

이런윤리적결벽주의의압력아래서카프카의죄의식은감당하기어려울정도로무거워졌고,사람들이자신을적발해처벌할것이라는두려움도그만큼커졌다.카프카는그두려움을조금이라도줄여보려고외부세계로부터가능한한멀리후퇴했다.……외부세계와단절해자기안으로걸어들어갔다.그고립과유폐는시간이갈수록심해졌다.자기만의세계안에갇힌소년카프카는책읽기와글쓰기에서출구를찾았다.
---p.169~170

카프카는관찰자였다.그는카페의열띤분위기에휘말리지않고그모든광경을거리를두고살폈다.그심리적거리에서카프카문학의독특한문체가탄생했다.……간결하고냉정하고무심한그의문체는세계를정직하게보려는윤리적태도의소산이었고,자기자신에대해어떤거짓도치장도거부했던금욕적태도의산물이었다.그러나투명하고도거짓없는문체가만들어낸세계는전례를찾기어려운독특한이미지의세계를이루었다.
---p.172~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