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희나 : 내 안의 다정함을 깨우다

우리, 희나 : 내 안의 다정함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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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장애를 다룬 이야기가 꼭 슬프지만은 않잖아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딸, 희나와의 30년 동행기
《사는 게 참 좋다》 《딸들에게 희망을》 《그래, 수다로 풀자》 《부부? 살어? 말어?》 등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오랫동안 대한민국 여성들의 멘토로 활동하던 오한숙희 작가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딸과의 30년 동행기 《우리, 희나》로 돌아왔다.
여성학자로 방송인으로 전국을 누비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작가는, 10년 전 돌연 대외활동을 중단하고, 제주로 터전을 옮겼다. 네 살 때 1급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딸 희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마지막 기회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딸을 돌보는 육아의 길은 험난 그 자체였다. 아이는 아이대로 상처받고, 자신의 삶마저도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한 것이다. 결국 교육과 치료라는 이름으로 했던 육아는 아이를 위한 것이기보다는 엄마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행동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 희나》는 지난 세월 동안 저자가 겪은 무수한 시행착오의 순간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저자의 시선은 암울한 현실만을 보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도처에서 모녀를 다정하게 끌어안아 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외롭지 않게 세상의 일부로 살 수 있었음을 밝힌다.
작가는 장애를 가진 자식을 키우며,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부모들에게 육아는 걱정한다고, 욕심을 부린다고 되는 게 아니며, 무엇보다 아이는 너무나 빨리 훌쩍 커 가므로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즐기라고 말한다. 모든 아이가 자신의 기질과 적성에 따라 살 권리가 있듯이, 장애를 가진 아이도 자신만의 달란트를 가진 인격체로 살아갈 주체임을 상기시킨다.
《우리, 희나》는 발달장애를 가진 자식을 돌보는 한 가정의 이야기에서 다양한 존재 양식을 가진 인간을 이해하는 범주로 생각의 차원을 넓힌다. 또한 장애, 비장애를 떠나서 아이를 키우는 양육의 본질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2023년 에세이 부문 우수출판콘텐츠

저자

오한숙희

1959년인천에서태어났다.이화여대사회학과를졸업하고이화여대대학원에서여성학석사학위를받았다.한국여성민우회상담소부소장,김포여성민우회상담소장을역임했다.이화여대에서사회학과여성학을공부한이후지금까지20년가까운시간을여성의의식과삶을발전시키는일에앞장서왔다.흔히여성학자,방송인으로알려져있지만그녀역시딸을키우는대한민국평범한엄마의삶에서벗어나있지않다.이혼,...

목차

추천의글
서문30년‘짬’이가르쳐준것들

1부내눈에만안보이는

원시에서왔거나미래에서온
빛의속도를가진달팽이
귀마크
‘각’잡힌찬장
목욕탕에서나온고갱
내눈에만안보이는
발가락만닮았을까?
콩나물시루가필요해

2부냉장고엄마는없다

죽을뻔한엄마고시원
냉장고엄마는없다
자폐증의잃어버린역사
태교는완벽했어요
카펫의교훈

3부짱짱멋진사람들

이상한나라의수도원
‘벼락’맞은버스
돈튀김아줌마
행복한항의,파파사이트

책속의책〈희나작품집〉

7인의의사,흰가운을벗다
도망치고싶어
희나의대변인들
“노란색입니다”

4부재미진실험

“동생이요즘이런작업하니?”
재미진학교의탄생
“제가그림그려드릴까요?”
무지개가된복수극
환탁스틱듀오
부끄러운고백,부러운고백
그래서꽃이핀다
6시간10분
아트팜을향하여

5부이대로좋아

희나의속도
“올치,잘했지”
평화를원하노니
나사처럼돌아가는일기
우호적무관심의시대
뽀뽀뽀
희귀템해피니스
너의삶을응원해

출판사 서평

■개성존중의시대라는데자폐도개성이될수있을까?

얼마전청년화가정은혜씨가자신의모습그대로다운증후군을가진역할로드라마에출연했고,자폐스펙트럼장애를가진변호사가주인공인드라마가선풍적인인기를끌었다.비록드라마속에서였지만,장애에대한통념을뒤집는모습을보면서세상이많이달라졌음을실감한다.
90년대중반,희나의자폐를처음알았을때만해도자폐에대한우리사회의인식은너무도초보적이었다.30년이지난지금은정상인도일정정도자폐스펙트럼안에속한다는인식과함께,정신영역에대한의학적연구가진행되면서실제자폐판정을받는사례도늘고있다.
줄지어각을세우고,늘가던길로만다니려하거나,음성적언어정보보다시각적이미지정보에의존하는희나의행동들이예전에는장애로인한병증으로규정되면서고쳐야할대상으로생각되어강박적으로못하게하던때가있었지만,지금은집안정리를하는데아주유용한정리의기술이되고,한번경험한것은잊지않는다는의미가되며,자신만의스타일로그림을그리는화법이될수도있음을발견하게되었다.
정상이라는한정된범주로장애를바라보는시각을버리게되자희나라는한사람이가진개성과장점이드러나기시작한것이다.이제작가는딸희나가원시에서왔거나미래에서온사람일수있다는생각을한다.인간이가진기쁨,두려움과같은본연의감정을순수하게드러낸다는면에서원[原]인류라고볼수있고,보통의현[現]인류를뛰어넘는시각적감각을보인다는면에서신[新]인류라고볼수도있기때문이다.

■넘쳐나는지식정보들,“나는왜이책을썼는가?”

아이를키우는일은힘들다.하물며의사소통이되지않는자폐아를키우는일은더더욱힘들다.일단자식이자폐판정을받으면,부모는좌절하게되고,내아이를정상의범주로만들기위해물불가리지않고달려드는불나방의시기를거치게된다.
‘치료’자붙는건다한다.돈도많이들지만부모도아이도압사할지경이다.그래도치료를그만둘수없다.아이의미래에대한최소한의비전을가질수있다는실낱같은희망때문이다.작가도그런고통의터널을걸었고,만신창이가되었다.
이책을통해작가는자폐를포함하여장애를가진자녀를키우는부모들에게꼭필요한실제적인조언을들려준다.

-자폐에대해제대로이해했으면합니다
전문가의의견은중요하다.그러나시대에따른한계도있다는것을알아야한다.
미국의정신과의사레오카너가자폐의원인을냉장고엄마라고규정한때가있었다.최초의사회적접촉인엄마가냉장고처럼차가워서아이가자폐가되었다는것이다.그러나11년후레오카너는이를잘못된판단으로인정했지만,지금까지도학계의정설인듯냉장고엄마이론이정보로둔갑되어소비되고있다.
자폐아의어머니라불리는로라윙은“자폐증은희귀병도난치병도아니며,…단지진단의문제일뿐,이사람들은언제나존재하고있었다”고말한다.자폐스펙트럼에서완전히벗어난사람은없을지도모른다는것이다.
작가는전문가의한마디에천당과지옥을오가는일련의경험을한이후,자폐에대해스스로공부하게되었다.그리고1911년에이미자폐를병이라기보다개성으로보고접근한시각이있었다는사실을발견한다.

-더이상불필요한죄책감을갖지말라,태교는완벽했다
“임신했을때뭘잘못먹었기때문일까?”,“혹시이혼할때첫돌도안된희나가고열이나고아팠던적이있었는데,그충격으로아이가이렇게되었을까?”등등저자또한근거없는죄책감에빠질때가많았다.이제그런엄마들이보이면“과일도이쁜것만골라먹었고”“태교는완벽했다”고외치도록격려한다.조금만약해보여도무시하고겁주는세상에서아이와인생을살아가기위해,꼭필요한자세라는것이다.
“아이의사소한행동에도수백번심장을떨구면서희망고문으로(자신의)삶을덮어쓰기할부모들에게꼭이책이닿기를,결코짧지않을시간을견뎌야할부모들에게이책이오늘하루를살아가는힘이되었으면좋겠다.”

-먼저아이가가진스타일을이해해주세요
희나는물건을배치하는데자기만의순서가있다.48색의크레파스도자기가정한고정석에배치했다.색깔을칠할때도하늘색,분홍색,노랑색,주황색등의순서를지켰다.이러한희나의스타일은같은계열의색이연한색에서진한색순서로나타나는그러데이션화법이자연스럽게나타나는모태가되었다.
아이마다각자의스타일이있다.병증이나강박적행동으로만보지않으면어떨까.희나의색에대한고집이독특한화법을가진화가로만들었듯,자녀가보이는특정스타일이고유의개성을만들수도있다.그러니아이가가진스타일을억지로깨려고애쓰거나고치려하지말고,관찰하고이해하고소통하는방식을먼저찾아보는것이중요하다.‘다르다’는것을무조건‘장애’로몰아가는사회분위기에휩쓸리지말기를당부한다.

-너무걱정하지마세요
무엇보다작가는장애아를키우는부모들에게너무걱정하지말라고당부한다.언어치료실을너무싫어하고힘들어하는희나를위해언어치료중단을선언했을때당시언어치료사가이런말을했다.“생활연령이라는것이있어요.나이가먹으면그만큼경험이쌓이기때문에말이나행동의능력이커지거든요.”실제로10년전에비해희나와함께사는일이훨씬편해졌다.왜?희나와일상의일거리를나누어하고있기때문이다.중증장애를가진희나도나이가들면서,저절로언어가늘었다.그리고주변사람들도희나의언어를배워나갔다.이제서른을넘긴희나가그증거다.그러니안심하고아이와함께하는시간을더즐겨라.

■다정함이답이다

장애를가지고세상을사는일은서러움과분노를넘어서야하는일이다.조용한버스안에서불안감을표출하는아이를향해“그러게,왜병신을데리고버스를타!”라고소리치는사람들을만나기도하고,아이의돌출행동에제자식이피해를입을까미리피하는사람도만난다.
작가는우리사회안에는여전히장애를가진사람과함께하는것을힘들어하는사람들이있다는것을인정하면서도,용기를내어자꾸자꾸밖으로나아가라고이야기한다.이런일이무서워서외출을피한다면‘진짜자폐’가되는것이기때문이다.
그렇게밖으로나가서날개없는천사를만났고,희나맞춤형공동체를실험할수있었고,쓴맛단맛이어우러져삶이재미있어졌다고작가는말한다.
아무리노력해도엄마는완벽해질수없고,가정안에서아이를키우는데에도한계가있기에,결국공동체가함께장애가족을보듬어주어야한다.이를위해필요한것이바로우리안에있는다정함을깨우는것이다.
저자가생각하는다정함은‘존중’이다.우리의속도에희나를맞추는것이아니라희나의느린속도를이해하고기다려주는것,장애에방점을찍는것이아니라사람에방점을찍는것,희나를‘우리’의일부로받아들여그의자리를마련하는것,상대를사랑하고존중하는마음으로바라보는것이다.
다정함이라는절대적무기를가진공동체에장애와편견이설자리는없다.

■이책의또다른주인공,장희나

서른두살의희나씨는청소기나쓰레기처리기와같은기계를좋아해서청소와쓰레기버리기를도맡아하고,각잡고줄세우는정리정돈을즐겨한다.한번기억에들어온것은잊지않고그대로재생하고,특히시각에대한특별한능력을가지고있다.불안과공포를감지하는능력이뛰어나고,생물무생물가리지않고그들의슬픔과아픔에공감한다.
퍼즐을맞출때마지막조각을제위치에놓기전에잠시뜸을들이는버릇과고양이처럼귀를손등으로쓱스치고지나가는버릇이있다.
쇠끼리부딪치며내는소리를싫어해서유리와도자기를선호하고,하나밖에없는언니가낮에자신에게잘못한일이있으면,자다가도깨어서언니의등짝을한대때리고잠자리에드는뒤끝작렬의성격을가지고있다.
셔틀버스가코앞에서기다려도자신만의일상매뉴얼을지켜서엄마의뒷목을잡게만드는절대내공의소유자다.
여섯살때부터신문지와스케치북에크레파스를칠하고또칠하던희나씨는특유의색채를쌓는기법으로그림을그려서2020년제주에서전시회를가지기도했다.《우리,희나》에는희나씨의개성넘치는작품9점이수록되어있다.
특수학교고등과정을마쳤고,현재성인발달장애인을위한주간활동센터에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