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로 가는 길 : 선진국 한국의 다음은 약속의 땅인가

이탈리아로 가는 길 : 선진국 한국의 다음은 약속의 땅인가

$18.00
Description
여기, 버르적댈수록 깊게 빠지는 늪에 모두 함께 엉켜 있는 한국 사회를 돌아보는 책이 출간되었다. 《세습 중산층 사회》에서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에 주목하고, 《전라디언의 굴레》에서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차별에 사로잡힌 호남을 소환한 저자가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길’을 따라 걷고 있는 한국 사회의 발걸음에 제동을 건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린 한국을 요모조모 살핀다. 왜 우리의 정치는 헛돌고만 있을까? 경제, 사회, 문화 영역에서는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섰지만, 정치 영역에서는 오히려 퇴보하다시피 하는 걸까?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회는 어떤 상황에 봉착할까?

책은 여러 물음을 던지며, ‘교착 상태’에 빠진 한국 사회와 마주하고 이 악순환이 어디에서 어떻게 발생했는지 분석한다. 결국은 정치의 복원이다. 환멸과 비관과 분노와 피로와 회의 속에서도 책은 평범한 사람들의 꿈을 위한 정치의 복원을 모색한다.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만성적 위기에 접어든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해부하고 매섭게 파헤치는 《이탈리아로 가는 길》이다.

저자

조귀동

15년차회사원.그동안한국경제의구조와그변화과정에대한글을써왔다.경제가어떻게정치와사회에영향을미치는지,그리고거꾸로정치와사회가경제에어떻게영향을미치는지도주된관심분야다.서울대학교경제학부를졸업하고,서강대학교경제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저서로는『세습중산층사회』,『전라디언의굴레』,『2022한국의논점』(공저)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아무것도바꿀수없는사회
사회적병목이된정치│선진국진입의결과,노무현정치질서의내파│포퓰리즘정치의약속의땅,한국과이탈리아│글의구성

1장미국도독일도스웨덴도아닌이탈리아로의길
어떤선진국인가:최저출산율이란지표│고착화된이중구조와낡은가부장제│결국정치의실패가원인│경제구조변화는어떻게이탈리아정치를무너뜨렸나│아무것도결정하지못하는사회의형성

2장노무현질서의등장과모순
경쟁적민주주의의탄생│정치질서│정당에의존하지않는대중정치의본격화│글로벌일류기업이된재벌들│중산층행동주의의등장│지지연합의불안정성이라는근본문제│보수의대중정치대응:뉴라이트의등장과이명박정부의좌초│‘산업화아이돌’과‘응답하라2004’라는선택지

3장촛불연합의붕괴와상위중산층의정당민주당
호남·충청이주민과서울로통근하는그자녀의변심│민주당텃밭이라던수도권아파트,불만을폭발시키다│노동시장지위가불안정할수록문재인정권을반대한다│지니계수가가린불평등의구조변화│민주당의경제정책은왜실패했는가│진짜상위중산층의정당│‘국가의정상화’세계관의파산│민주당집권연합의총체적와해

4장무능의아이콘윤석열정부
총체적정치부재가야기한‘희한한현상’│광활한비당파의공간,집권이후엔외면│쇠락한안보보수,붕떠있는시장보수│70년대생은‘윤석열극혐’,80년대생은‘비판적지지’를했던이유│엘리트공무원들의정치는왜‘무능’의늪에빠졌나│대중정당을지향하지만인물·조직·이데올로기는의문

5장회색코뿔소가온다:노인·지방·외국인
여론조사는60대와70대를나눈다│급증하는장애인,고령화의귀결│극심한자산격차속다층적불평등│부유한수도권vs.낙후된지방의균열│흔들리는정당의지역기반│지역의‘일찍온미래’,레고랜드사태│전국39개읍·면·동주민4분의1은외국인│지방에선핵심과제이지만중앙정치는‘선거권박탈’만부각

6장공동구매형사회의붕괴
‘국가가정한대로민간이생산하는’공공재공급방식│‘아파트공화국’의물적토대,주거공공재│‘문재인케어’논쟁,복지정치의기류변화│디지털,사회계약의해체가속화│벌어지는생활방식의격차

7장K-포퓰리즘의어설픈등장
순수한민중과부도덕한적의끝없는투쟁│이준석의성공과좌절:상계동·목동발發정치의한계│이재명이라는탈출구,또는막다른골목│정체성정치로서팬덤정치,의사결정불능국면의도래

나가며∥‘사회계약’을새로쓸수없는사회에서벗어나기위해
극우가배출한마오주의혁명가,트럼프와그의친구들│‘정치의복원’은어떻게가능할것인가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선진국진입의팡파르너머에서
아무도묻지않던질문을던지다

선진국이되었다.한국사회에서좌건우건별다른이견없이도달한보기드문합의다.“머지않아고도산업사회를실현하고당당히선진국대열에참여하게될내일의조국의모습”을그렸던박정희전대통령의구상은“대한민국은이제선진국이며,선도국가가되었”다는문재인전대통령의선언으로완성됐다.그러나선진국에진입했다는환호아래에서는정치가헛돌고있다.“아무것도바꿀수없는무능한정치(인)”의이미지는오늘날우리사회를살아가는이들이라면,그리공들이지않아도쉬이떠올리고야마는심상이다.그렇기에선진국한국의다음경로는지금당장심상치않다.

여기,버르적댈수록깊게빠지는늪에모두함께엉켜있는이땅을돌아보는책이출간되었다.제대로된의사결정을내릴수없는만성적위기에접어든한국사회를투명하게해부하고매섭게파헤치는《이탈리아로가는길》이다.《세습중산층사회》에서90년대생이경험하는불평등에주목하고,《전라디언의굴레》에서지역과계급이라는이중차별에사로잡힌호남을소환한저자가이번에는‘이탈리아의길’을따라걷고있는우리사회의발걸음에제동을건다.왜우리의정치는제역할을하지못하고있을까?경제,사회,문화영역에서는선진국의문턱을넘어섰지만,정치영역에서는오히려퇴보하다시피하는걸까?정치가제대로작동하지않는사회는어떤상황에봉착할까?우리는어떤선진국을향하고있고,향해야하는가?저자는여러물음을던지며‘교착상태’에빠진한국사회와마주하고이악순환이어디에서어떻게발생했는지하나하나짚어살핀다.종내에는“어떻게정치를되살릴것인가”에관해논하며,한국이라는공동체가존속하기위한절실하면서도살뜰한제안을건넨다.

포퓰리즘정치의약속의땅,
한국과이탈리아

한국사회가오랫동안바람직한모델로꼽아온것은미국또는스웨덴이었다.보수는미국식시장경제를,진보는북유럽사민주의의요소를도입해야한다고주장했다.그가운데현실적인타협안으로제시된것은독일모델이었다.그러나저자는우리사회가이탈리아의길을따라갈가능성이가장높다고힘주어말한다.이탈리아는한국과비슷하게제2차세계대전이후빠른산업화를겪었다.1960년전후‘경제기적’이라불린고성장을이뤘고,1980년대들어서는‘제2차경제기적’으로호시절을맞았다.그러나1970년대부터문제로지적된것들,예컨대방만한공공부문과만성적재정적자,인위적경기부양에대한의존,낮은생산성,높은인건비,투자부진,불투명한기업지배구조등이바뀌지않으면서경제의발목을잡았다.1990년대이후이탈리아정치는개혁에나설추진력을갖지못했고,경제가정체를면치못하며2021년1인당GDP(3만1,288달러)에서한국(3만1,497달러)에추월당했다(19쪽).

저자는이탈리아가한국과마찬가지로대기업정규직과중소기업·비정규직으로나뉜강한이중구조를보이는점에도주목한다.이는그대로사회복지의이중구조를낳는다.심지어유럽에서출산율과혼인율이가장낮은사회라는점또한닮았다.경제구조에더해뿌리깊은가부장제사회라는점이저출생의요인으로꼽힌다.정치사정을살피면,두나라모두거칠고진득한포퓰리즘정치가주류에편입해있다.다음문장의주어로한국이건이탈리아건둘중어느나라가와도어색하지않은상황이다.“약속의땅이있다.노동시장과복지제도양쪽에서강한이중구조가형성되어있고,전통적인성역할과가부장제가끈끈히남아있으며,좌우가리지않고포퓰리즘정치가기승을부린다.젊은이,특히젊은여성을위한나라가없다고불린다.”한국이지금어떤유형의사회로나아가고있느냐는질문을던질때,이탈리아로가는길에있다는답을내린까닭이여기에있다.이어저자는그소용돌이의중심에자리한것이‘정치의위기’라고선언한다.

‘노무현질서’로살피는
한국정치의내파과정

책은무거운진단을토대로,‘아무것도바꿀수없는사회’가되어버린한국을요모조모살핀다.먼저저자가‘노무현질서’라고이름붙인개념을눈여겨봐야한다.이는2002년대선을전후해자리잡은정치질서로,흔히‘체제’로번역되는레짐(regime)이나시스템(system)보다정당,정치인,이데올로기,지지자구성,정치행위의명시적·암묵적규칙등에방점이찍혀있다(12쪽).노무현전대통령당선을계기로한국의정치질서는새롭게재구성되었는데,거대양당이선거에서경쟁하는‘정권교체’를일반적인상황으로간주하는민주주의가한국사회에정착한것이바로이때다.저자는노무현질서의특징중하나로정당에의존하지않는대중정치의본격화(58쪽)를꼽는다.노무현대통령이당내경선과대선에서승리한것은이전과다른대중동원방식을만들어냈기에가능했고,이후로도당에의존하지않고정치인이직접‘시민’을동원하는기제를통해당내권력을잡는규칙을확립했다고서술한다.이작업의바탕에는대학교졸업·대기업근무·대도시거주화이트칼라집단이사회전반에서목소리를높이는‘중산층행동주의’가있었다(13쪽).새로운정치질서가원활하게작동할수있게하는경제환경또한2000년대초중반재구성됐는데,대기업집단이보여준기술기반과수출지향그리고경영효율화를추구하는선진경영기법등이그것이다.

이어서저자는오늘날의위기가정치인개개인이나정당또는권력구조때문이아니라,바로이정치질서가더는제대로작동하지못하는상황에봉착했기때문이라고분석한다.다시말해한국사회가선진국으로바뀌어나가면서,그성공으로인해정치질서내부의모순이수습불가능한지경이된것이라고갈파한다.일종의‘내파(implosion)’가발생한셈이라는것이다.아무것도바꿀수없는사회란역설적이게도한국이산업화와민주화에성공한결과라는지적(7쪽)은통렬하면서도아리다.지금민주주의를약화시키고있다고지적받는것중다수는2000년대들어본격화된정당간경쟁과현대적대중동원과정에서출현했는데,대표적인것으로는특정정치인이나분파에강한일체감을가지면서다른이들과공존을거부하는‘정치적부족주의’가있다.여당이건야당이건우리가일상적으로보는아주친숙한정치의모습이다.

대중정치의주역으로새로이떠오른이들은수출대기업의질적성장에힘입어늘어난중산층집단으로,저자가전작《세습중산층사회》에서‘상위중산층(uppermiddleclass)’으로호명한바있다.이들은1987년6월혁명과2002년‘노무현돌풍’을이끌었는데,이후‘깨어있고적극적으로참여하는시민들’이중요한정치적상수가되도록했다.그러나경제구조고도화는복합적인불평등을낳았고극복하기어려운질적격차를만들어내며,수출대기업과이해관계를같이하는상위중산층과나머지‘뒤처진사람들’의격차가심화되는결과를가져왔다.뒤처진사람들의불만이정권교체등대규모정치구조변화를야기하는것이노무현질서가갖는불안정성의근원이자주된특징이라고저자는지적한다(83쪽).

상위중산층의정당,민주당
무능의아이콘,윤석열정부

2000년대대중정당으로발전하는과정에서보수정당과민주당계정당모두경제적‘승자’들이주도권을쥔다.노무현정부시기정당간균열이“먹고사는문제”와거리가먼정치개혁,검찰등권력기구장악,언론등을놓고벌어진데에서이를잘알수있다.노무현질서는문재인정부에서무너지기시작하는데,이시기한국이선진국이됐다는인식이자리를잡는동시에조국전법무부장관사태나‘아파트광풍’등을통해그과실이불평등하게배분된다는사실또한명확해진까닭이다.자산과노동시장에서확대된불평등은일시적인현상이아니라한국경제의구조변화,즉선진국진입에따른결과다(99쪽).따라서2021년에서2022년사이대규모로발생한탈민주당유권자들의공통점은사회적·경제적약자라는데있다고저자는꼬집는다.수식어가아니라문자그대로‘상위중산층의정당’이된민주당에서더는그들이설자리가없어진데따름이다.글로벌경제의주축을담당하는서울의바깥,즉경기도주민과호남및호남출신이주민의이탈을시작으로‘촛불연합’은붕괴했는데,이제는과거와달리경제라는하부구조마저민주당에게우호적이지않은상황이라고저자는진단한다.

한편박근혜전대통령탄핵을계기로폐허가되다시피한보수정당은5년만에정권교체에성공했지만,거대한반대여론에꾸준히직면해있다.저자는근본적이유로‘무능력’을꼽는다.앞서살폈듯,애초에그들의재집권은쟁취해낸것이아니라“민주당이스스로무너졌기때문”이라는것이다(131쪽).그자체로이데올로기,정책,인물,조직등을갖고있지않았기에기존정치질서의균열을봉합하거나새로운대안을제시할역량이있을리만무했다.저자는이를두고“총체적정치부재가야기한‘희한한현상’”이라지적한다(133쪽).문재인정부에대한심판정서로급조된보수정당의지지연합이와해되는것은시간문제였다.박정희,반공·반북,영남으로요약되는전통적보수(안보보수)가퇴조한가운데,경제문제에집중하는새로운보수(시장보수)도좀처럼자리를잡지못하고있다.저자는근본적인원인으로보수의지지기반이사회경제적약자들이라는점을든다.그러나집권정당은이들지지기반을위한정책을펼치지않고있으며,펼칠능력도없다고역설한다.

인지적비당파층을보수지지로끌어들이기위해서는총체적인혁신이필요한데,그럴노력도능력도없다는것이다.그대신고소득자나자산보유자를위주로한정책을내놓고있기에,보수진영을이끌어가는집단과투표장에서숫자로힘을발휘하는집단간의괴리가심해지는모습이다.새로운정치질서를만들어낼역량,요컨대먹고사는문제를해결할역량이없는정당에게는출구없이단하나의경로만주어질가능성이높다.저자가명명한‘공동구매형사회’에서는그간얼추‘성의안과밖’구분없이공공재를구매해서소비할수있었다.그러나‘뒤처진사람들’이정치의가장자리로밀려난지금우리앞에남은길이라고는,이미여러선진국이보여주었고책에서대표적예시로들고있는이탈리아가걸어간길인포퓰리즘정치뿐이다.이곳에는‘순수한민중’과‘부도덕한적’,소위‘내편’과‘네편’만존재한다.겉보기에그럴듯한민주주의일지는몰라도개개인의삶의문제는그어느것하나약속할수없는척박하고불안정한토대라할수있다.

평범한사람들의꿈을위하여,
정치의복원은가능할것인가

1989년한국갤럽여론조사에서는“당신은중산층입니까?”라는질문에75퍼센트가“그렇다”고답했다.2022년〈한국경제신문〉이실시한설문조사에서는53.7퍼센트가그리답했는데,45.6퍼센트는“하위층”이라고답했다.특히30대는55.6퍼센트가하위층에속한다생각했다(269쪽).대한민국의오랜꿈이“선진국”이었다면,한국인의오랜꿈은“중산층”이었다.고도성장아래에서정부의‘중산층만들기’계획은대중의열망과기꺼이결합할수있었다.안정된생활과삶의개선이라는목표지점으로서중산층이라는개념은‘선진국으로의추격’을위한연료이자내부갈등을봉합하는사회적접착제역할을했다고저자는분석한다(265쪽).비록‘목표로서의중산층’을모두가달성할수는없었지만,박근혜전대통령시절까지도‘누구나중산층이될수있는사회’는주요정당의공통된목표로존재했다.그러나2023년한국사회에서‘열망의대상또는도달해야할목표로서의중산층’은상위중산층만누릴수있는특권으로간주된다.이제중산층복원이라는사회계약의갱신을‘어떻게설득력있게보여줄수있는가’의문제가보수와진보가리지않고과제가된상황이다.

책은총7장으로구성됐다.1장은한국사회가어떤특징을가진선진국이되고있는지,지금우리가발딛고선땅을찬찬하고집요하게뜯어본다.주요선진국과그중에서도이탈리아의지표에주목한다.닮아도너무닮은숫자와화살표를참담한심정으로추적한다.2장에서는노무현질서를뼈대로,2000년대이후한국의정치질서를분석한다.탄생과성장과균열과좌초의연대기가생생하게펼쳐진다.3장은촛불혁명으로출범한문재인정부의압도적우위가어떻게허물어졌는지파헤치고,4장에서는윤석열정부가가진팍팍한한계를살핀다.5장에서는기존정치질서가더는작동하지않는상황에서더주요하고긴급한‘고령화’,‘지방의몰락’,‘외국인이주민증가’라는키워드에주목한다.6장은‘공동구매형사회’를통해전통적인공공재공급방식이무너지는양상과정치적함의를다룬다.7장에서는포퓰리즘정치에관한본격적인규정과검토가이어진다.

결국정치의복원이다.책은“한국은어떠한개혁도바랄수없는사회가됐다”는닫는문장으로시작하지만,모든지면은열려는시도로가득하다.낙담하고주저앉는대신‘진짜정치’의복원을부르짖고,그방법을치밀하고집요하게모색한다.특유의섬세함으로숫자너머를읽으려분투한다.‘다양한이해관계자들이조직적으로참가해갈등을해결하고타협안을찾는과정’이라는정의는언뜻새삼스럽지만,지금의한국사회가조금도가까이다가서지못하는‘정치의본질’임에틀림없다.정치의복원을불러오는여정을통과해야만국민누구나자신의삶을주체적으로개척할수있는‘진짜자유’또한붙잡을수있을것이다.선진국한국의다음은젖과꿀이흐르는진짜약속의땅이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