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33.00
Description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사상가
아마르티아 센의
인간, 불평등, 정체성에 관한 회고
빈곤, 격차, 불평등에 주목하며 경제학은 물론, 철학, 정치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 영역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긴 이 시대의 지성, 아마르티아 센.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은 그의 사상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사건, 사람들, 그가 정면으로 맞선 시대에 대한 고찰을 담은 회고록이다.
1933년, 아직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태어나 타고르가 세운 학교에서 학문의 즐거움을 만끽하던 소년 아마르티아는 당시 인도를 뒤흔들었던 벵골 대기근과 힌두-무슬림 간 종교 분쟁을 목도하며 큰 충격을 받고, 이 유년 시절의 강렬했던 경험은 그를 경제학으로 이끄는 계기가 된다. 이후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당대 저명한 경제학자들에게 수학하며 당시 학문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후생경제학을 펼쳐나가려 분투한다. 경제학을 도구로 사회 전체의 행복 추구를 지향했던 위대한 사상가의 생애를 통해 그의 사상의 단초를 확인할 수 있는 ‘아마르티아 센 입문서’로서도 읽을 수 있다.

저자

아마르티아센

저자:아마르티아센
하버드대학의경제학,철학교수다.1998년부터2004년까지케임브리지대학트리니티칼리지학장으로재직했고1998년에노벨경제학상을받았으며미국경제학회장,인도경제학회장,국제경제학회장,계량경제학회장을지냈다.『집합행동과사회후생(CollectiveChoiceandSocialWelfare)』(1970,2017),『자유로서의발전(DevelopmentasFreedom)』(1999),『아마티아센,살아있는인도(TheArgumentativeIndian)』(2005),『정체성과폭력:운명이라는환영(IdentityandViolence:TheIllusionofDestiny)』(2007),『정의의아이디어(TheIdeaofJustice)』(2010)등다수의명저를집필했으며40개이상의언어로번역되었다.2012년에는오바마대통령으로부터국가인문학훈장(NationalHumanitiesMedal)을받았고2020년에는프랑크발터슈타인마이어독일연방공화국대통령이수여연설을한독일서적협회평화상(PeacePrizeofGermanBookTrade)을수상했다.

역자:김승진
『동아일보』경제부와국제부기자로일했으며,미국시카고대학에서사회학박사학위를받았다.옮긴책으로『힘든시대를위한좋은경제학』,『계몽주의2.0』,『친절한파시즘』,『불복종에관하여』,『앨버트허시먼』,『그날밤체르노빌』,『커리어그리고가정』,『인종이라는신화』,『자유주의의잃어버린역사』,『권력과진보』등이있다.

목차

감사의글
서문

1부
1장:다카와만달레이
2장:벵골의강들
3장:벽이없는학교
4장:외할아버지,외할머니와함께
5장:논쟁의세계
6장:과거의현재

2부
7장:마지막기근
8장:벵골과방글라데시라는개념
9장:저항과분할
10장:영국과인도

3부
11장:캘커타의도시성
12장:칼리지가
13장:마르크스에게서무엇을얻을것인가
14장:초기의전투
15장:영국으로

4부
16장:트리니티의문
17장:친구들과동아리들
18장:어떤경제학인가?
19장:유럽은어디인가?
20장:대화와정치
21장:케임브리지와캘커타사이에서
22장:돕,스라파,로버트슨
23장:미국을접하다
24장:케임브리지를다시사고하다

5부
25장:설득과협력
26장:가깝고도먼

미주
주제찾아보기
인명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발이닿는모든곳을고향으로,
만난이들모두를스승으로삼은
위대한사상가,아마르티아센의원점을만나다

1998년아시아인으로는최초로노벨경제학상을수상했으며,‘가난하고박탈당한사람들을위한옹호자’‘경제학계의양심’으로불린아마르티아센.그의연구는기근,인간개발이론,후생경제학,빈곤메커니즘,젠더불평등,정치적자유주의에이르기까지실로방대하다.대차대조표와무역거래,GDP에집착하며효용극대화만을추구하는경제학에서벗어나인간의‘좋은삶’을위한경제학으로커다란방향전환을이룬아마르티아센의사상은어디에서부터시작되었을까.『세상이라는나의고향』은센이경제학자의지위를다지기까지의전반생을중심으로술회하며훗날그가추구하게되는학문적관심사와뿌리를발견할수있는계기를제공한다.
이책의원제‘세계속의집’(Homeintheworld)은센에게‘아마르티아’(산스크리트어로‘불멸’을의미)라는이름을주었고,그의사상을형성하는데에지대한영향을미친인도의시인이자사상가라빈드라나트타고르의저서‘가정과세계’(TheHomeandtheworld)에서따왔는데,어렸을때부터여러곳을옮겨다니며수많은사람을만나고다양한경험을자양분으로쌓았던센의인생편력을상징하기도한다.

이성과자유에대한신념,다양성의소중함을배웠던
산티니케탄에서의어린시절

1933년,다카(당시인도의도시,현재는방글라데시의수도)에서태어난센은다카대학화학과교수였던아버지아슈토시센,타고르의협력자이자산스크리트어와힌두이즘학자였던외할아버지크시티모한센등의영향으로유명한학자와사상가들에게둘러싸여자랐다.센은1941년부터산티니케탄학교에서공부하는데,타고르가설립한이학교는야외수업,체벌금지가특징인진보적인남녀공학으로,아시아나아프리카지역의문화등광범위한내용을커리큘럼에담으며당시인도학교교육전반에서강하게작용하던문화적보수주의와는대조적인다양성을내세웠다.또한시험경쟁에서두각을나타내기위한공부가아니라학생들의호기심육성을강조하는등,학교의방침곳곳에타고르의신념이녹아들어있었다.
하지만센이산티니케탄학교에서공부하던10년간,인도는역사의소용돌이한가운데에있었다.식민치하에서전시지원활동이라는명목의경제적수탈이예삿일이었고,1943년에일어난벵골대기근으로인해200만~300만으로추정되는다수의사망자가발생한다.또한힌두교도-이슬람교도의대립이심화되면서피비린내나는폭력사태가이어지고결국인도는무슬림국가인파키스탄과힌두교국가인도로분할되고만다.수많은사람이살던곳을떠나종교와일치되는국가로이주했는데,센의가족들도정든삶의터전을떠날수밖에없게된다.혼돈의시기를통과하며목격할수밖에없었던불합리한폭력과죽음은센이이후일생을바쳐연구하게되는빈곤과불평등문제,인간을하나의정체성으로만보는것의위험성에대해인식하는계기가된다.

센의사상을키운
캘커타와케임브리지에서의지적체험

1951년,센은경제학과수학을배우기위해캘커타대학프레지던시칼리지에입학한다.‘새로운인도,지금만큼가난하지도부도덕하지도않고어처구니없도록잘못돌아가는부분도없는인도를만드는데일조하고싶다,그러려면경제학을알아야한다’는생각에서였다(295쪽).
입학하고얼마지나지않아미경제학자케네스애로우의개척적인사회선택이론서『사회적선택과개인적가치』가출판된다.애로우가이책에서제시한‘불가능성정리’는명백하게합리적인기본절차를충족해야할경우독재이외의사회선택메커니즘으로는일관성있는사회적의사결정이산출될수없음을보여준다.이제막독립을하고좋은민주국가가되고자하는인도에서일관성있는사회적의사결정을할수있는민주적정치체의실현가능성은매우중요한이슈였다.애로우의정리에대한일반적인해석은민주적일관성이란가능하지않다는것이었지만,센은이에동의하기어려웠고독재메커니즘이아닌사회적선택의규칙이성립될수있는또다른공리적조건들이있으리라고스스로를설득한다.센은애로우가탐구했던사회적선택의문제에맹렬히몰두했고,이는평생에걸친센의학계경력에서지극히중요한주제가된다.
경제학연구를이어가기위해1953년부터재적했던케임브리지대학트리니티칼리지에서모리스돕,피에로스라파,데니스로버트슨,조앤로빈슨등여러우수한학자를최고의스승이자동료로만나게된다.특히피에로스라파는이탈리아출신경제학자이자철학자로,비트겐슈타인과안토니오그람시의사상과이론형성에크게기여한인물이기도하다.스라파의경제학적아이디어는물론철학적아이디어는센의관점을확장하고세계를이해하는방식에근본적인영향을미친다.

‘좋은삶’의필수불가결한요소는
자유,다원성에대한관용이라는믿음

『세상이라는나의고향』에서드러나는센의삶의궤적은세계근현대사의축소판이기도하다.유소년시절에목격했던기근사망자들과종교분쟁의희생자들,케임브리지대학에서본채플벽에빼곡하게새겨진1차세계대전에서전사한트리니티칼리지학생들의이름들…단지가난하다는이유만으로,다른종교라는이유만으로,국가간대립에휘말려폭력의희생자가되어버린이들은센의인생곳곳에존재했다.약육강식의냉혹한역사속에서고통받는약자들을그저외면했다면인류에기여한센의다양한연구는실행되지않았으리라.그는왜이런비극이일어나는지끊임없이성찰하고대안을제시하려했다.왜대기근이발생했을까.식량이있어도너무비싸살수없는경제적인부자유,기근의실태를대중에게숨겼던보도의부자유때문이었다.센이목격한종교분쟁의희생자였던카데르미아는집에먹을것이없어일거리를찾으러위험을무릅쓰고적대적인지역을찾았다가살해당하고만다.“빈곤은살해당할위험이굉장히높은상황을무릅쓰지않을자유도포함해모든종류의자유를박탈할수있었다”(200쪽).센은자유의박탈이부른비극을해결하는방법역시자유에서찾는다.기근의원인을분석한연구를통해그가발견한기근퇴치의필수적요소는바로민주주의와언론의자유였다.“자유로운언론이있다면기근이시작되었을때언론이상황을사람들에게알리게될것이고,민주적인투표제도가있다면기근시기나기근직후의시기에집권당이선거에서승리하기란거의불가능할것이다.따라서정부는기근을지체없이해소하려는인센티브를갖게된다”(262쪽).실제로인도는영국식민치하에서벗어나자유로운언론을갖게된이후더는기근피해를입지않는다.
센이회고록을집필하던당시인2021년에도지금도,알카에다,보코하람,IS,강력한반유대주의,중동과아프리카난민에대해조직적인적대를표출하는이슬람혐오집단등종교정체성기반의분쟁이끊이지않고있다.종교정체성뿐만아니라정치성향,젠더,지역갈등등으로양극화되어내편이아니면모두적으로돌리며다양한의견을인정하지않는경향이전세계적으로더욱심화되고있다.
이렇듯우리는곧잘인간을단일한정체성으로묶어쉽게재단하곤한다.하지만우리는살아가면서얼마든지복수의‘집’(정체성)을가질수있으며,누군가의정체성을하나의범주만으로가둘필요는없다는것이센의입장이다.“본국,시민권,거주지,언어,직업,종교,정치성향,그밖에도수많은정체성은우리안에서행복하게공존할수있고그정체성들모두가우리각자를자기자신이되게해준다”(554쪽).정체성의다원성을인정하는것이야말로세상을관용적으로만들고,‘좋은삶’에는자유가불가결하다는것을온생애에걸쳐증명했던아마르티아센의메시지는오늘날더욱절실하게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