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주인공들 : 이것은 불멸의 이야기

여자 주인공들 : 이것은 불멸의 이야기

$19.80
Description
한국 현대소설 연구자 오자은의 첫 번째 문학비평집

지난 50년간 한국 소설은
여성을 어떻게 상상해왔는가

★정희진(서평가, 문학박사) 추천!
여기, 실패와 고투와 일어섬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 속 등장인물은 여자 주인공들이다. 이야기의 힘이 다해가는 지금도 굳건히 ‘소설의 힘’을 믿으며 한국 현대소설을 연구해온 오자은이 여자 주인공들의 여정을 좇으며, 자기 증명에 부단히도 애썼던 이름을 복원하려 시도한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성장 서사는 어떻게 (불)가능했는지, 어떤 성공과 부여가 있었고 어떤 실패와 굴절이 있었는지 각 시대의 마음을 읽어내며 그 경로를 추적한다. 박완서에서 최은영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시간 속에서 시대와 조우하고 시대를 극복하며 끝내 살아남아 우리에게 온 여자 주인공들을 호명한다. 이경, 수연, 이화, 희원, 희재, 진희, 석화, 지연…….
《여자 주인공들》은 한국 현대소설의 계급, 젠더, 도시성에 대한 글을 쓰고 연구에 매진해온 저자가 대중을 대상으로 발표한 첫 문학비평집이다. 기발표한 논문을 바탕으로, 한국 소설을 사랑하는 대중 독자라면 누구나 손에 들고 책장을 넘길 수 있도록 고쳐 쓰고 새로 쓴 결과물이다. 소설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한국 여성의 삶과 마음, 운명이 걸어온 역사를 살피는 책이 우리에게 도착했다. 가장 강하고 뜨거운 자리에 선 이름들이 독자의 품속을 파고든다.

저자

오자은

저자:오자은
한국현대소설연구자.서울대학교인류학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국어국문학과대학원에서〈박완서소설에나타난중산층의정체성형상화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주로1970~1980년대소설의계급,젠더,도시성에대한글을쓰고연구를해왔다.현재덕성여자대학교차미리사교양대학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책머리에∥문제적여성의이름을부른다는것

1장K-장녀의존재론
―《나목》의이경

2장‘여아살해’주문과탈주술의서사
―《도시의흉년》의수연

3장성(聖)처녀와성(性)처녀
―《겨울여자》의이화

4장여성은성장할수있는가
―《레테의연가》의희원

5장중산층가정의데모하는딸들
―김향숙소설의‘언캐니’한딸들

6장‘문학여공’과‘소설가’사이
―《외딴방》의희재언니와열여덟의나

7장90년대식(式)연애,90년대산(産)사랑
―《마지막춤은나와함께》의진희

8장‘절대’와‘환영’사이,어느중년여성예술가의불온한사랑
―《그녀의여자》의현석화

9장‘건널수없는강’은결코건너지않는사랑
―《밝은밤》의여자들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한국현대소설연구자오자은의첫번째문학비평집
지난50년간한국소설은
여성을어떻게상상해왔는가
★정희진(서평가,문학박사)추천!

이경,수연,이화,희원,희재,진희,석화,지연…
한국소설속뜨거운이름들을호명하며
그들의삶과마음,운명과마주하는시간

시작은박완서이다.“문학은쓰는사람에게나읽는사람에게나인간으로서의자기증명이라고생각합니다.”그래서일까.문학을읽는우리는그안에서시대를,인간을,그리고자기자신을건져낸다.건져내고함께호흡한다.선하게아름답고투명하게또렷한이야기.그러나오랜시간쓰이고읽힌수많은이야기속주인공은어쩐지비슷한모습을하고있다.지금당장은깊은고뇌에빠져있을지라도세상과갈등하고투쟁하여언젠가는위대하고용감해질사람들.혹은이미위대하고용감하거나.그리고그들은남자였다.‘여자’는어떤역할을부여받았는가?슬픔에젖어불행한채였지,이야기의주인이될수없었다.모험을떠날수도없었고,성장에필요한성찰도대립도허용되지않았다.이들의욕망과철학과주장은삶의한방식인데도유난하고멋모르고바로잡아야할것으로여겨졌다.그런데정말그러하였을까?
여기,실패와고투와일어섬에관한이야기가있다.그리고이이야기속등장인물은여자주인공들이다.이야기의힘이다해가는지금도굳건히‘소설의힘’을믿으며한국현대소설을연구해온오자은이여자주인공들의여정을좇으며,자기증명에부단히도애썼던이름을복원하려시도한다.책은1970년대부터2000년대까지지난50년간한국땅이여성을어떻게상상해왔는지말한다.박완서,김향숙,신경숙,은희경,서영은,최은영등여러세대에속한여성작가들의작품과조해일,이문열두남성작가의작품이목록에올랐다.
《여자주인공들》은한국사회에서여성의성장서사는어떻게(불)가능했는지,어떤성공과부여가있었고어떤실패와굴절이있었는지각시대의마음을읽어내며그경로를추적한다.각각의시간속에서시대와조우하고시대를극복하며끝내살아남아우리에게온여자주인공들을호명한다.이경,수연,이화,희원,희재,진희,석화,지연…….이들은단한명의여자이기도했고,수많은‘나’이기도했다.그들은무엇을사랑했고,무엇에불행했고,무엇을욕망했을까?무엇이그들을꺾었고,무엇이그들을아프게했으며,무엇이그들을일으켰을까?

장녀성장서사의원형을찾아

오자은은해방이후,1960년대에서1980년대에이르는한국소설의가장큰서사적특징중하나로‘자수성가모티프’를꼽는다.김원일이건이문열이건당대쟁쟁한작가들의소설에서우리는혼자힘으로세상을헤쳐나간장남의자수성가이야기를익숙하게접해왔다.의지할데없는가난한청년이낯선고장을방황하며현실과이상사이에서번민하다가일정한해답을찾은뒤서울로돌아와‘정상적인’중산층엘리트남성으로서성장하는스토리.당시대중은이렇듯중년남성의신산했던과거성장담을,전후폐허속에서배곯던가난을극복하고고도경제성장의기적을이루어낸한국사회의자부심과포개어읽었다.그자부심은곧‘나’의자부심이었다.오자은은묻는다.장남의자수성가이야기말고,장녀의이야기는없는가?
다시박완서이다.책의출발점이자전체지면을관통하는문제의식과맞닿아있는것이“6.25전쟁경험을관통한세대와그세대가1970~1980년대한국식압축적경제개발속에서중산층으로전이해가며어떤역동을겪는지를형상화한”(22쪽)박완서소설속여자주인공들이다.오자은은한국소설에서찾아보기드문‘여성성장서사’의시작점을박완서라분석한다.1장‘K-장녀의존재론’은1970년대박완서의《나목》을바탕으로최근‘K-장녀’로불리는한국큰딸들의성장서사를재구한다.“진정한자기자신을찾는다”는성장서사의핵심은자율성이더많이허락된남성적주체의모델이었기에,이틀에여자주인공을그대로편입시키기란쉽지않았다.여성은어떠한강제속에서무엇보다“여성이될것”을요구받았고,성장을방해하는강력한장벽과맞서야했다.그런의미에서“성장을단념시키는것과대결하고시대와싸워가는가운데이루어지는”성장이어야했는데,바로그러한서사를박완서작품속에서찾을수있다는것이다.전후한국소설사에서가장걸출한‘장녀성장서사’의탄생이다.

박완서,김향숙,은희경,서영은최은영소설속
불화하고욕망하며극복하고성장하는여자주인공들

1장이전쟁의아수라장속에서《나목》의이경이보여준‘K-장녀’식성장법과그고투를담아냈다면,이어지는장들은1930년대초반생인이경세대이후여성들이1980년대,1990년대,2000년대각각의시간속에서또어떤다른방식으로운명과마주하고살아갔는지보여준다.2장에서는박완서의《도시의흉년》을통해‘여아살해’라는과거의임신중절이슈를경유하여남아선호의세계에서어떻게딸들이탈출했는가확인한다.3장에서는대중소설인《겨울여자》의이화가당대의호스티스담론을전복하면서도동시에남성대중의환상에어떻게공모했는지그이중적양상을읽는다.이렇듯1970년대세편의소설을분석하는데있어핵심은가부장적전통이강력하던시기,남성중심적인세계에서여성들이어떻게각자의방식으로성장하고실패하고또일어서는가를살피는데있다.
4장과5장은1980년대소설을다룬다.4장은이문열의《레테의연가》를통해‘문학소녀길들이기’라는주제아래,80년대에불어닥친문화적개방과여성인권향상의흐름을위협으로받아들이는보수의논리를들여다보면서그것이어떻게여성을순치하려했으며또여성은어떻게그로부터벗어났는지짚는다.5장에서는김향숙의단편들을통해남성중심의운동권문화와는또다른‘중산층가정의데모하는딸들’의모습을살펴보고이를중산층가정의정치성차원에서읽어낸다.
혼란의시기였던1990년대를다룬6장과7장은이시기가장유명한베스트셀러작가였던신경숙과은희경,두작가의작품을대상으로한다.노동자,그중에서도여성노동자를이야기하는소설과성적자유를주장하는중산층엘리트전문직여성을그린양극단의소설을배치했다.6장은신경숙의《외딴방》을1970년대여공수기와여공담론을경유하면서읽어내고,한때‘문학여공’이었던1990년대의소설가가이들의삶을재현하는데어떠한윤리적딜레마를겪는지살핀다.7장은은희경의《마지막춤은나와함께》의진희를고유한개인을넘어서1990년대라는시대적특이성을기입한상징적인물로간주하고,진희의냉소와사소함에대한집착을1980년대에대항하는시대적정서로의미화한다.
2000년대소설중에서는결이다른두작가,서영은과최은영의작품을분석한다.8장은서영은의《그녀의여자》를읽으며남성중심예술가소설의오래된전통을전복하는여성예술가의비타협과급진성을다루고,9장을장식한최은영의《밝은밤》은‘무해함’열풍이부는2020년대적마음의근원을‘여성적관계의의미란무엇인가’에서찾는다.《그녀의여자》가예외적여성의강렬한파괴성을보여준다면《밝은밤》은평범하고약한여성들의우정과사랑을보여준다는점에서반대편에놓여있지만,두작품모두여성과여성의만남을통해남성적전통과관계에대한근본적문제제기를담고있다는점에주목한다.

불같이반짝이고뭉근히타오르는
우리의이야기,계보,어떤연결에관하여

1970년대를시작으로2000년대에이르기까지,시대별로중요한작품을두세편씩배치하였으나“그중요도는반드시문학적‘정전’의의미에국한된것은아니”다.오히려“각시대의전형성이나정상성에공모하면서도거기에저항하는문제적여성들의경우에이책의중요한자리를내주었”다.공모와저항사이,문제적여성인물들을통해여성소설사를재구했다.먼저읽은문학박사정희진은“다학제적방법론을통해문화연구의지평을넓힌,단숨에읽히는이책을통해한국현대사와한국사회를다시경험하게될것”이라호응하며출간을반겼다.
《여자주인공들》은한국현대소설의계급,젠더,도시성에대한글을쓰고연구에매진해온저자가대중을대상으로발표한첫문학비평집이다.기발표한논문을바탕으로,한국소설을사랑하는대중독자라면누구나손에들고책장을넘길수있도록고쳐쓰고새로쓴결과물이다.지면을가로지르는신중하게면밀하면서도뜨끈한온기로살아숨쉬는비평을따라가다보면,얼핏없는듯보였지만실은영화롭게자기의자리를지키던‘목소리’들의존재를의식하고어루만지는읽기체험을하게된다.그리고나의목소리를포개게된다.이경,수연,이화,희원,희재,진희,석화,지연…….그리고이어질우리의이름들을생각하게된다.오자은은“가장큰결핍에서가장강한이야기가만들어진다”고힘주어말한다.한국땅에서여성의자리는오랜시간약자의자리이자결핍된자리였다.2024년겨울,소설이라는프리즘을통해한국여성의삶과마음,운명이걸어온역사를살피는책이우리에게도착했다.가장강하고뜨거운자리에선이름들이독자의품속을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