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엘리트, 반엘리트, 정치적 해체의 경로 | 반양장)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엘리트, 반엘리트, 정치적 해체의 경로 |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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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왜 모든 국가와 사회는 반복적으로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릴까? 그중 많은 사회가 내전, 혁명이나 심각한 수준의 혼란을 겪으며 명멸하고, 소수의 사회만이 대격변 없이 완만하게 혼돈에서 벗어난다.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시기는 100년, 길어야 200년을 넘지 못한다.
피터 터친은 세계 모든 대륙에서 발생한 수백 건의 위기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복잡계 이론에서 성공했던 방법론을 적용하여 ‘왜 사회가 반복적으로 위기에 빠지는지’에 관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한다(이를 역사동역학이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네 가지의 구조적 요인이 위기를 추동한다. 엘리트 과잉생산, 대중의 궁핍화, 국가 재정과 정당성의 약화, 지정학적 요인이 그것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추동 요인은 엘리트 과잉생산인데, 엘리트 내부의 경쟁과 갈등 및 엘리트 진입에 실패한 자들의 불만으로 표출된다.
이와 함께 왜 어떤 위기로부터의 탈출은 끔찍하고(수많은 사람의 죽음, 엘리트층 혹은 지배계급의 절멸이나 몰락 등), 어떤 위기로부터의 탈출은 상대적으로 순조로운지를 이해하고자 시도한다, 앞의 사례들에서는 지도자와 국민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까? 뒤의 사례들에서는 무엇을 잘한 걸까? 최후의 사회적 합의라고 할 수 있는 법원의 정당성마저 취약해진 오늘날 한국 사회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그 답의 단편이라도 찾기를 희망해 본다.
저자

피터터친

저자:피터터친PeterTurchin
1957년모스크바에서태어났으나1977년소련에서추방된아버지와함께미국으로이주했다.뉴욕대학교에서생물학을전공한후듀크대학교에서동물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코네티컷대학교의생태및진화생물학부,인류학과,수학과의교수이며,옥스퍼드대학교인류학과의연구교수다.
터친은이론생물학자로서연구를시작했지만,그의학문적성과는주로‘역사동역학’이라는역사에관한사회과학연구에집중되어있다.역사동역학은복잡계과학과문화진화를이용하여역사상의제국들과근대민족국가의역할을연구한다.그의문제의식은주로‘역사상제국의멸망을설명하는일반적인메커니즘은무엇인가’그리고‘대규모국가와제국이애초에어떻게발달하게되었는가’라는질문에천착해있다.다시말해인간집단을한데모으는사회적힘은무엇이며이는어떤조건에서실패하게되는가라는이러한질문에터친은다수준문화선택론이라는이론적틀을사용하여답하고있다.
《네이처》,《사이언스》등의저널에200편이상의논문을발표했으며,2004년에는가장많이인용되는연구자가운데한명으로알려지기도했다.저서로《초협력사회Ultrasociety》(한국어판2018),《전쟁과평화그리고전쟁WarAndPeaceAndWar》(2005),《장기순환주기SecularCycles》(2009),

역자:유강은
국제문제전문번역가.옮긴책으로《에도로가는길》,《팔레스타인실험실》,《팔레스타인100년전쟁》,《나의팔레스타인이웃에게보내는편지》,《팔레스타인현대사》등이있다.《미국의반지성주의》로제58회한국출판문화상(번역부문)을수상했다.

목차


서론

1부.권력의역사동역학
1장.엘리트,엘리트과잉생산,위기로가는길
2장.한걸음뒤로:역사의교훈들

2부.불안정을추동하는요인들
3장.“농민들은혐오스럽다”
4장.혁명군
5장.지배계급
6장.왜미국은금권정치인가?

3부.위기와여파
7장.국가의와해
8장.근미래의역사들
9장.부의펌프와민주주의의미래

감사의말
부록
A1.새로운역사과학
A2.역사매크로스코프
A3.구조동역학적접근법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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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엘리트내부의경쟁과갈등,엘리트진입에실패한반엘리트,
대중의궁핍화가반복적인정치적불안정을가져온다

스티븐핑커는《지금다시계몽》에서세상은점점더나아지고있으며,과학과이성적사고가사회를진보시키는원동력이라고주장한다.하지만오늘날의혼란스러운상황을보면세상이반드시나아지리라낙관하기어렵다.피터터친에따르면모든복잡한인간사회는반복적인정치적불안정의파고를겪었으며,이는현대에도예외가아니다.터친은나폴레옹시기부터현대에이르기까지세계모든대륙에서발생한약300건의위기사례를확인하고,왜사회가위기에빠져드는지를분석한다.

그에따르면네가지의구조적추동요인이순환적인정치적불안정을가져온다.대중의동원잠재력으로이어지는궁핍화,엘리트내부충돌로귀결되는엘리트과잉생산,쇠약한재정건전성과국가의정당성약화,지정학적요인이그것이다.가장중요한추동요인은엘리트내부의경쟁과갈등인데,이는위기가다가옴을보여주는믿을만한예측지표다.오늘날의미국이나규모가큰강력한제국들의경우에지정학적요인은그다지중요하지않다(아널드토인비에따르면제국은살인이아니라자살로죽는다).

미국(나아가미국이주도하는세계질서)은격동의시기로들어서고있는게분명하다.많은이들이그상징으로트럼프의대통령당선을말한다.트럼프는어떻게미국대통령이되었는가?정치경험없이‘슈퍼리치’로대통령에출마한사람은트럼프가처음이아니다.스티브포브스(1996년과2000년에공화당예비선거에서탈락)와억만장자로스페로(1992년과1996년에무소속후보)는출마했으나실패했다.이들사이의차이가무엇일까?첫째,2016년그리고2024년에는미국대중의궁핍화가1990년보다훨씬심해졌다(앵거스디튼의《절망의죽음과자본주의의미래》에따르면2014년부터미국인의기대수명이감소하고있으며,특히45~54세고졸이하백인노동자의기대수명은급격히감소하고있다).이에자신이뒤처졌다고생각하는미국인들이지배층에대한불만을트럼프에게표를던짐으로써표현했다(터친에따르면뉴딜시대에노동계급의정당이었던민주당은상위1%와10%의정당이되었고,상위1%의정치적수단이었던공화당은포퓰리즘분파에의해장악되었다).둘째,미국의엘리트과잉생산현황이작동했다.이는여러가지지표로확인할수있는데,우선1980년대부터미국슈퍼리치(1,000만달러이상의자산보유)의수가급증하기시작했다.1983년에6만6,000가구였던천만장자의수는2019년에는69만3,000가구로늘어났다(인플레이션을조정한수치다).또한1990년대부터연방의원(상하원모두)이되고자하는부자들의수가늘기시작하여,2000년에비해2018년과2022년에는선거에출마하는부유한지망자의수가두배가까이늘어났다.그리고고학력자가양산되고있다.미국대학은석박사와로스쿨등전문학위소지자를쏟아내고있는데,2000년대에이르러이들을필요로하는자리가고급학위소지자의수에훨씬미치지못하고있다(기본소득담론으로유명한가이스탠딩은이좌절한엘리트지망자들을두고‘프레카리아트’라고부른다).

대중의궁핍화와엘리트과잉생산,그리고이로인해생겨나는엘리트내부의충돌은점차우리의시민적응집성을훼손하고있다.동시에미국사회를지탱하던사회계약이약화되고국민적협력의식이희미해지고있다.그결과국가기관에대한신뢰수준이무너지고공적담론을지배하는사회규범과민주적기관의기능이해체되는모습으로드러나고있다.

역사는구조적인힘들에의해움직인다:
엘리트과잉생산으로달라진역사적경로

미국남북전쟁을촉발한요인은대중의궁핍화와엘리트과잉생산이었다.1820년대와1860년대사이에상대적임금(GDP에서노동자임금으로지불된액수의비중)이50%가까이감소했다(최근50년간벌어진일과비슷하다!).이것이보통사람의복리에미친영향은엄청났다.기대수명이8년감소하고,신장이줄었다.불만의징후는크게늘어난도시의치명적폭동(1855~1860년사이38건)으로도확인할수있다.그리고엘리트과잉생산이있었다.1820년대이후성장의과실대부분이엘리트에게집중되며엘리트의수와부가급증했다.특히원래미국의지배층이었던남부의부자들과철도,철강,광업에기반한북부의새로운백만장자들은경제적이해관계가충돌했다.엘리트의수가급증하며정부공직을둘러싼경쟁이심해졌다.역사책은남북전쟁이노예제를둘러싼충돌이었다고이야기하지만,실상은‘노예정치’를둘러싼싸움이었다.링컨도처음에는노예제를폐지하려고하지는않았고새로운주로확대하는것만반대했으나,그가당선되자남부가연방에서탈퇴하며전쟁이촉발되었다.

2011년이집트혁명(아랍의봄의시발점)을보자.우리는이집트혁명이경찰의과잉폭력,시민적자유와표현의자유의부재,높은실업률,식료품가격상승,저임금등에맞선대규모대중시위의결과라고들어왔다.어느정도는사실이다.하지만표면아래에서움직이는힘들이있었다.1990년대이전에는이집트젊은이가운데소수일부만이고학력계층에진입했는데,무바라크정권은현대화라는목표아래대학교육을대대적으로확대했고,1995년이후대졸학위자가급속하게늘어났다.하지만이런학위를보유한젊은이를위한자리의수는거의변동이없었고,일자리없는대졸자들이대규모반체제시위에혁명군으로나섰다.여기에엘리트내부의갈등이있었다.사다트의후계자였던무바라크는집권하자아들인가말무바라크를후계자로훈련시키면서맘루크정권이래수백년이어져온이집트군사통치의규칙을깨뜨렸다.2011년대규모시위가폭발했을때,군부는무바라크정권의몰락을수수방관했다.이후군부가혁명으로집권한이질적인세력들(무르시정권)을전복함으로써이집트는다시군사통치로복귀했다.
1991년벨로베즈협정으로소련을해체시킨러시아,벨라루스,우크라이나는문화가유사하고,독재에서민주주의로이동중인아노크라시국가라는점에서같았다.하지만이들중가장민주적인우크라이나가가장가난하고불안정한반면,가장독재적인벨라루스가상대적으로번영과안정을누리는것을보면아이러니하다.우크라이나에서2014년혁명이성공하고2021년벨라루스의봉기가실패한이유는지배집단의성격이다르기때문이었다.우크라이나는소련해체이후국유기업의대규모민영화로생겨난부의펌프가올리가르히들의과잉생산과그들간의충돌,거듭된국가붕괴로이어졌다.벨라루스에서는국가가주요산업대기업의소유권을계속보유하면서올리가르히의등장을막았다.2020년루카셴코정권에반대하는대중시위가거세게일어났으나세간의예상과달리정권은무너지지않았다.루카셴코는군사엘리트들과탄탄한연계를구축했고변절자는나오지않았다.벨라루스에서는부의펌프와올리가르히및그들간의충돌이존재하지않았던것이다.

역사의교훈들:어떻게위기에서벗어날수있는가

터친이모은위기DB사례들은어떤결말을맺었을까?전반적인결론은암울하다.인구가크게감소(전쟁,혁명,감염병등)한경우도많았고,3분의2정도의사례에서엘리트계층이평민계층으로떨어지는대규모하향이동이관찰되었다.사회가대대적인영향을거의받지않은채위기를헤쳐나간사례는극히적다.대표적인사례로19세기혁명의시기를잘견뎌낸영국과러시아,20세기대공황이후의미국을들수있다.

19세기중반의영국은의심할여지없이정치적으로불안정한사회였다.전례없이장기간에걸친경제성장이활성화되면서경제엘리트들과대학입학자수가크게늘어나기시작했다.1830~1867년까지의소요사태및이로인한연행자수와사망자수등을이전시대와비교하면영국이겪던정치적불안정의정도를파악할수있다.하지만영국은대규모내전,혁명없이이시기를통과했다.우선광대한제국이었던덕분에과잉생산된엘리트의일부가세계각지(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등)로이주했다.그리고중요한제도개혁들이있었다.소요가잇따르자영국의정치엘리트들은결정적개혁이필요하다는생각을갖게되었다.1832년에는참정권이확대되었고1834년에는구빈법이개정되었으며,이후20년동안수많은개혁이추가로이루어졌다(1846년곡물법폐지등).이런과정을거쳐영국의실질임금은1867년이후50년간두배로높아졌다.한역사학자가말한것처럼,1820년대부터줄곧영국엘리트들은제도를개혁하고,재정-군사국가에서점점복잡해지는상업,산업사회의요구를충족시킬수있는행정국가로변신하는놀라운능력을보여주었다.

또다른사례로는1930년대이후1960년대까지이어진대압착(증세등강력한조세정책으로부유층과저소득층사이의소득격차및노동자들사이의임금격차가급격히좁아진현상)시기를들수있다.19세기말도금시대에미국의경제,정치엘리트들은노동계급의복리에어떤관심도기울이지않았다.하지만폭동이잦아지고(대표적으로1917년세인트루이스폭동으로170명사망,1921년의툴사폭동으로300명사망)소련의사회주의혁명으로불안감이고조되자엘리트들사이에점차안정을위한조치가필요하다는생각이자리잡기시작했다.입법을통해노동조합의단체교섭이합법화되고,최저임금제가도입되었으며,사회보장제가확립되었다.1924년에는이민법이통과되며이민자유입이줄어향후수십년간실질임금을끌어올리는강력한추진력이생겨났다.동시에대공황을거치며엘리트과잉생산이일부해소되었다(백만장자의수가1925년1,600명에서1950년에는900명이하로감소).

역사동역학의예측,대한민국은?

터친은역사에는되풀이되는중요한양상들이존재하며,지난1만년에걸친역사의범위전체에서이를관찰할수있다는것을발견했다고주장한다.그가이끄는이분야를역사동역학Cliodynamics이라고부른다.생태학자로연구자경력을시작한그는1980년대이후컴퓨터의발전과함께동물생태학에서복잡성과학이불러온일대혁명을경험했다.가령왜많은동물개체군이개체수증가와감소의순환을겪는지와같은질문에답하기위해컴퓨터모델링과빅데이터분석을결합한것이었다.그는1990년대이후이방법론을역사에적용했다.이런점에서터친의분석은보수나진보같은가치와무관하다.마치실험실을외부에서바라보듯냉정하게관찰하고,사회가많은사람들이죽거나다칠수도있는대격변없이안정적으로변화해갈수있는방법은없을지를모색한다.

대한민국은1980년대이후대학졸업자를양산하며엘리트를과잉생산한지40년이넘었고,2010년대이후로는불평등도악화되었다.이미갈등이최고조로달한상황에서계엄과대통령탄핵을거치며가장기본적인사회적합의라고할수있는법원의권위마저허물어지고있다.터친의분석에따르면지금대한민국은어디에있으며,어디로가고있는지,어떻게해야이위기에서벗어날지지혜를모아야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