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김명이의 시에서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은 광고 전단지로 거리를 도배하고 날마다 욕망이 전시되는 공간이고, 시인이 꿈꾸는 이상은 그런 현란한 자본주의의 숲을 벗어나 “초록만 있어도 좋”(「겨울 화분」)을 핍진한 생활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이런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 일상의 균열에 대한 섬세한 기록이자 고단한 생활의 서사이다. “짜고 단단한 슬픔”(「흰 달빛 조각하는 변두리의 저녁」)의 언어로 부박한 세상에 시의 뿌리를 내리면서, 생의 울타리로 “무섭도록 번지는 꽃”(「장미의 살점들」)의 열정도 시이고, “내 살 속으로 파고드는 가시”(「장미의 살점들」)의 삶에 대한 성찰도 역시 시라고 말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시와 삶을 일치시키는 푸른 문장을 쓰고 또 쓰겠다는 시인의 의지가 자못 의미심장하다. 어느덧 시인은 이번 시집으로, 불투명한 공기로 가득 찬 도시 지붕 아래 미래의 창문을 하나 활짝 열어젖혔다.
섬, 몽상주머니 (김명이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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