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잘린, 손

당신의 잘린, 손

$14.00
Description
같은 한 줄, 다른 두 편의 이야기. 매드앤미러 프로젝트.
매드앤미러는 ‘매력적인 한 문장이 각기 다른 작가를 만날 때 어떻게 달라질까?’라는 재미있는 상상에서 시작한 텍스티(TXTY)의 프로젝트다.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호러 전문 창작 집단 ‘매드클럽’과 환상문학 웹진 ‘거울’을 모았다.
같은 한 줄에서 출발했으나,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다채로운 매드앤미러의 이야기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바다에서 거대한 손이 올라왔다.

「무악의 손님」 배예람
20년 전, 무악을 뒤덮은 해일과 함께 나타난 거대한 ‘손’.
붙잡지 못했던 그때 그 손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온 가족이 함께 떠났던 무악 여행. 부모님과 떨어져 해변을 거닐던 언니 희령과 동생 희수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해일에 휩쓸려 버린다. 희령은 단단히 박힌 무언가를 붙들며 희수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해일을 견디기에 어린 자매의 손은 너무 작았고, 결국 희령은 희수의 손을 놓쳐 버리고 만다. 희수는 사라지고 희령은 살아남는다.
그 후 20년의 세월 동안 희령은 희수의 그림자 속에, 쉼 없이 자신을 짓밟는 죄책감 속에 몸을 맡긴 채 흐르는 대로 살아왔다.

그리고 20년 후, 희령은 다시 무악의 바다 앞에 돌아온다. 참사 이후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아난 ‘손’은 누군가의 악몽이자 누군가의 희망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손’을 ‘손님’이라고 부르는 신흥 종교까지 생겨난 상황. 희령은 무악으로부터, ‘손님’으로부터 달아나려 하지만 그럴수록 연이어 끔직한 일들이 벌어진다.
바로 그때, 너무나도 그립고 익숙한 목소리가 희령에게 말을 건네고, 잠들어 있던 손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언니, 나 여기에 있어.

「바다 위를 떠다니는 손」 클레이븐
어느 날 고요하던 섬마을로 떠내려온 거대한 ‘손’.
손끝이 스친 자리마다 이름과 온기가 사라진다.
태평양의 작은 외딴섬 세인트 데리. 그 앞바다에 거대한 ‘손’ 하나가 떠오른다. 조사를 자원해 현장에 도착한 해양생물학자 에바 영은 조심스럽게 괴생명체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손의 표면은 미지근한 온기를 지니고 있었고 부패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표본 채취를 위해 잘라낸 단단한 피부 단층이 순식간에 재생하는 광경을 보고 탐사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순간 에바는 직감한다.
이 손은 죽지 않았으며, 어떤 이유에선지 잠들어 있는 ‘살아 있는 존재’라는 것을.
에바가 보고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사건이 발생한다. 작고 조용했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마을은 폐허가 되었고 양팔이 잘린 채 정신이 붕괴된 것처럼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는 사람들만 가득했다. 에바가 데려온 대학원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머지않아 발행된 한 신문의 헤드라인은 다음과 같았다. ‘LA에 상륙한 거대 팔뚝의 공포.’

에바는 새로운 연구팀을 꾸려 핵 잠수정 ‘씨데빌’에 올라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손의 근원지로 파악되는 ‘포인트 니모’로 향한다. 그러나 극에 달한 인간의 이기심은 결국 스스로 끔찍한 재앙을 불러일으키고, 그 재앙의 틈새로 수많은 손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다.
예측할 수 없는 속도로. 설명할 수 없는 방향으로.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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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배예람,클레이븐

저자:배예람
앤솔러지『대스타』에「스타이즈본」을수록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사단법인한국괴물관리협회』,『살인을시작하겠습니다』,『좀비즈어웨이』,에세이『소름이돋는다』등을펴냈다.느슨하더라도포기하지않고이야기를쓰는삶을목표로한다.
끔찍하고잔인한상황속에서인간의보편적인감정을깊이파고드는이야기를좋아한다.무섭고,기괴하고,피가쏟아지고내장이너덜거리는와중에도울컥눈물이차오르는이야기.그런이야기를쓰는사람이될수있기를바라고있다.「무악의손님」역시그런마음에서시작되었다.

저자:클레이븐
2019년에‘환상문학웹진거울’의독자우수단편으로「마지막러다이트」와「컴플레인」이뽑혀필진이되었다.2021년거울총서‘거울아니었던들’에「마지막러다이트」와「컴플레인」이수록되었다.후에장편소설『FTL에어서오세요』를출간하였다.앤솔러지『감정을할인가에판매합니다』에참여하였고,2023년장편소설『록스타로봇의자살분투기』를출간하였다.현재는브릿G에서중·단편을발표하고있다.개인적으로는SF적상상력과코미디혹은호러를뒤섞는것을좋아한다.그리고괴상한괴물들과암담하고기괴한배경,그속에서발버둥치는주인공의모습을담담한어조로그리는것을즐기는편이다.

목차


무악의손님
바다위에떠오른손
MissionCompletionCheck
작가7문7답

출판사 서평

같은한줄,다른두편의이야기.매드앤미러프로젝트.
매드앤미러는‘매력적인한문장이각기다른작가를만날때어떻게달라질까?’라는재미있는상상에서시작한텍스티(TXTY)의프로젝트다.그상상을현실로만들기위해호러전문창작집단‘매드클럽’과환상문학웹진‘거울’을모았다.
같은한줄에서출발했으나,전혀다른이야기가펼쳐지는다채로운매드앤미러의이야기세계로독자들을초대한다.

공통한줄:
바다에서거대한손이올라왔다.

「무악의손님」배예람
20년전,무악을뒤덮은해일과함께나타난거대한‘손’.
붙잡지못했던그때그손이다시꿈틀거리기시작했다.
어린시절온가족이함께떠났던무악여행.부모님과떨어져해변을거닐던언니희령과동생희수는갑작스럽게발생한해일에휩쓸려버린다.희령은단단히박힌무언가를붙들며희수의손을잡았다.그러나폭력적이고무자비한해일을견디기에어린자매의손은너무작았고,결국희령은희수의손을놓쳐버리고만다.희수는사라지고희령은살아남는다.
그후20년의세월동안희령은희수의그림자속에,쉼없이자신을짓밟는죄책감속에몸을맡긴채흐르는대로살아왔다.

그리고20년후,희령은다시무악의바다앞에돌아온다.참사이후바다한가운데우뚝솟아난‘손’은누군가의악몽이자누군가의희망으로군림하고있었다.‘손’을‘손님’이라고부르는신흥종교까지생겨난상황.희령은무악으로부터,‘손님’으로부터달아나려하지만그럴수록연이어끔직한일들이벌어진다.
바로그때,너무나도그립고익숙한목소리가희령에게말을건네고,잠들어있던손이꿈틀거리기시작한다.
―언니,나여기에있어.

「바다위를떠다니는손」클레이븐
어느날고요하던섬마을로떠내려온거대한‘손’.
손끝이스친자리마다이름과온기가사라진다.
태평양의작은외딴섬세인트데리.그앞바다에거대한‘손’하나가떠오른다.조사를자원해현장에도착한해양생물학자에바영은조심스럽게괴생명체를조사하기시작한다.놀랍게도손의표면은미지근한온기를지니고있었고부패하지도않았다.무엇보다표본채취를위해잘라낸단단한피부단층이순식간에재생하는광경을보고탐사대는경악을금치못했다.그순간에바는직감한다.
이손은죽지않았으며,어떤이유에선지잠들어있는‘살아있는존재’라는것을.
에바가보고를위해자리를비운사이사건이발생한다.작고조용했지만분명히존재했던마을은폐허가되었고양팔이잘린채정신이붕괴된것처럼멍하니허공을쳐다보는사람들만가득했다.에바가데려온대학원생들도마찬가지였다.머지않아발행된한신문의헤드라인은다음과같았다.‘LA에상륙한거대팔뚝의공포.’

에바는새로운연구팀을꾸려핵잠수정‘씨데빌’에올라군인들의호위를받으며손의근원지로파악되는‘포인트니모’로향한다.그러나극에달한인간의이기심은결국스스로끔찍한재앙을불러일으키고,그재앙의틈새로수많은손이쏟아져들어오기시작한다.
예측할수없는속도로.설명할수없는방향으로.

[출판사서평]

배예람의「무악의손님」과클레이븐의「바다위를떠다니는손」에는모두‘손’이라는절대적존재가등장한다.세부적으로는다를수있으나‘코스믹호러’라는장르를공유하고있기도하다.하지만두작품은공통점만큼이나차이점또한명확하다.그것은작품의눈,세계를바라보는관찰자의위치에서나온다.이두시점,정확히는시야의용도는명백하다.
「무악의손님」은‘희령’이라는인물의내면에현미경을들이대는방식으로전개된다.독자는확대된시야를통해인물의내면으로내려앉는다.인물이가진비극적기억과인물이느끼는정확한감정에대한절대적공감은‘손’이라는우주적공포조차현미경밖으로밀려나게한다.그리고이야기의끝에닿았을때‘희령’을비추던현미경렌즈는어느새독자의내면을비추고있다.
반면,「바다위를떠다니는손」은절대적인힘을가진미지의존재가세계를파괴하고재창조하는과정을망원렌즈로조망하는형태다.이야기가진행될수록바다처럼광활한시야는인간을벗어나,우리스스로가얼마나작은존재인지를분명한이미지로각인시킨다.이시야에서‘손’은훨씬더실재적이고절대적인공포로다가온다.
문장과장면을공유하고,장르를공유하고,절대적이미지를공유하면서도전혀다른서사적지향점을가진두이야기가조화롭게뒤섞인‘책’.‘매드앤미러’시리즈의다섯번째이야기는본시리즈가궁극적으로지향하고자했던책으로서의매력을완벽히갖추고있는,의심할여지없는수작이다.

손을놓은순간무너진세계,
그곳에남아삶을지키는우리의이야기
배예람의「무악의손님」은재난이후에도그날그시간을벗어나지못한채누군가의그림자로살아가고있는생존자의시선을따라간다.‘희령’은가족여행으로떠난‘무악’의해변에서갑작스럽게발생한해일에휩쓸린다.기적적으로살아남긴했지만당시함께있던동생‘희수’는시신조차찾지못한채사라지고만다.희수의손을끝까지붙잡지못했다는죄책감으로인해희령은20년이지난지금까지도“습관처럼검색창을켜고”“바다,시체,초등학생”등의단어를입력하는사람이된다.20년전,활기차고당당하며심지어괴팍하기까지했던희령은이제더이상세상에없다.껍데기는그대로인채“여덟살주제에남을배려할줄알았던,소심하고우유부단했”던희수의조각처럼,그저남아있다.살아남았다는죄책감.희령에게남은것은오직그것뿐이었다.
그러던어느날,희령은자신의애인‘석후’의제안을거절하지못하고예기치못하게무악으로향한다.20년만에찾은무악은이전의모습이온데간데없고화려한관광지가되어있었다.그곳에서희령은솟아오르며해일을일으켰던재난의상징‘무악의손’과마주한다.무악의손은그자체로무악이라는도시를지탱하는경제적기둥이었다.나아가그것을‘손님’이라고부르며숭배하는종교집단까지존재하는상황에서희령은여러사건을통해손님,나아가‘무악’이라는공간그자체와대립한다.
우리주위에는무수한슬픔이존재한다.동일한사건으로인해발생한슬픔이라해도슬픔의정도,슬픔의길이,슬픔의대상은각기다르다.사회적위치,경제적여건,타고난천성.그어떤이유에서든세상에는세상에존재하는사람의수보다더많은슬픔이존재한다.우리는우리가운데가장오래,가장깊이슬퍼하는사람들을위해그곁을서성인다.당신곁에언제든붙잡을수있는손이있다는것.그것이얼마나거대한위로가될수있는지를알기때문이다.
그러나“남에게슬픔을떠넘기며”살아와“슬픔을모르는”누군가는타인의슬픔을견디지못한다.이제좀그만하라고,그정도면됐다고,그것이너의“약점”이되기전에슬픔을멈추라고말하기도한다.배예람은「무악의손님」을통해그들에게반격한다.
슬픔을멈출수있는것은오직자기자신뿐이라고.

세상의주인이인간이라는불가침의믿음,
그것을짓누르는‘절대적공포’
‘손’은인간을인간아닌것들과구분하는가장‘인간다운’신체기관이다.매일수천가지이상의복잡한작업을수행한다.인간아닌그어떤생명체의앞발도인간의손이가진정교함을따라갈수없다.인간문명이이루어낸거의모든업적은손의업적이라고보아도무방할것이다.우리가매일무언가를만지고,어딘가를가리키고,누군가를붙잡고,‘나’를지키는데쓰는,경이로운존재.이것이돌연우리의의지를벗어나우리를향해적의를드러낸다면어떻게될까?그때도우리는그경이로운힘앞에맞서스스로를‘인간’이고‘영장’이라고칭할수있을까?
클레이븐의「바다위를떠다니는손」은바로그질문을독자앞에던져놓는다.태평양의외딴섬세인트데리,그앞바다에어느날거대한손하나가솟아오른다.처음엔난파선의파편이나고래의사체처럼보였지만,이내충격적인사실이드러난다.그것은따뜻한체온을지녔고,날카로운도구로표면을자르면순식간에재생되며,인류가보유한그어떤장비로도내부를분석할수없는살아있는존재였다.해양생물학자‘에바영’은탐사팀과함께이손을조사하기위해세인트데리로향한다.연구가진행되는동안낯설고경이로운존재에대한호기심은시간이지날수록공포로변해간다.
사건은에바가조사보고를위해잠시마을을떠난사이에일어난다.에바와함께탐사를위해방문했던대학원생들을비롯해세인트데리에있던사람들은양팔이잘린채정신을잃기시작하고,잘려나간손은의지를가진채인간을향해적대적인반응을보인다.온전했던일상은빠르게붕괴한다.비슷한시기LA에서도같은현상이발견되었고국제적인연구팀이꾸려진다.에바를비롯한연구진들은손의근원지로추정되는‘포인트니모’로가기위해핵잠수함‘씨데빌호’에올라해저로향한다.그러나도망쳐도착한곳에낙원은없다는말처럼,절대적존재앞에서인간문명의나약함만을뼈저리게깨달을뿐이다.
우리는오랫동안인간이이세상의유일한문명이며때문에세상의모든것을설명하고이해할수있다고믿어왔다.그러나우리에게있는힘이,우리의사회와문명이어디서왔는지는설명하지도,이해하지도못한다.클레이븐은이작품을통해우리가지닌가장강력한무기였던‘손’이동시에가장취약한약점이될수있음을보여준다.그리고질문한다.우리가다른동물과다른,만물의영장이자세계의주인일수있게기능했던그손이,애초부터우리의것이아니었다면?
결국우리가할수있는것은그질문앞에서말없이서있는일밖에없을지모른다.
이소설은세계가인간의이해를아득히뛰어넘는존재라는것을다시한번우리의눈에깊이각인한다.독자는텍스트로나열된무거운진실앞에어느새침묵으로일관하는자신을발견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