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

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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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보라

저자:정보라
한국현대문학을대표하는소설가이자번역가.SF,판타지,호러등장르문학의문법과현실을결합하며독창적인작품세계를구축해왔다.연세대인문학부를졸업하고,예일대에서러시아·동유럽지역학석사를거쳐,인디아나대에서러시아문학과폴란드문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1998년연세문화상에「머리」가,2008년디지털문학상모바일부문우수상에「호(狐)」가당선되었으며,2014년「씨앗」으로제1회SF어워드단편부문우수상을수상했다.『저주토끼』로2022년부커상국제부문최종후보에올랐고,이듬해국내최초로전미도서상번역문학부문최종후보에도이름을올렸다.『너의유토피아』는영문판이2024년발간된이래,2024년미국주간지[타임]의올해의책에선정되었고,2025년1월현재필립K.딕상후보작으로선정되었다.

지은책으로소설집『저주토끼』『여자들의왕』『아무도모를것이다』『한밤의시간표』『죽음은언제나당신과함께』『지구생물체는항복하라』『작은종말』,장편소설『문이열렸다』『죽은자의꿈』『붉은칼』『호』『고통에관하여』『밤이오면우리는』,에세이『아무튼,데모』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거장과마르가리타』『탐욕』『창백한말』『어머니』『로봇동화』등이있다.대학에서러시아어를전공하여한국에선아무도모르는작가들의괴상하기짝이없는소설들과사랑에빠졌다.어둡고마술적인이야기,불의하고폭력적인세상에맞서생존을위해싸우는여자들의이야기를사랑한다.

목차

내이름을불러줘7
바늘자국35
귀야옹씨의조그만상실에관하여77
작가의말127

출판사 서평

전미도서상,필립K.딕상,부커상,
로커스상,어슐러K.르귄소설상최종후보
정보라의초기작품세계로향하는세개의문

길고양이출신귀야옹씨가펼쳐나가는악몽과도같은인공지능과의싸움을다룬표제작「귀야옹씨의조그만상실에관하여」부터지네요물에게바쳐질제물이될자신의곁을유일하게지켜준사람을위해온몸에바늘자국을새기는여자의이야기인「바늘자국」과여성에게강제적인임출산이당연시되는세상에서,‘이름’을지키려는누군가가자신의존재를증명하려는이야기가잔혹하고도섬뜩한리듬으로전개되는「내이름을불러줘」까지오직정보라의초기작품에서느낄수있는클래식의정수를직접마주해보길바란다.

“혁명이끝났을때그녀는손목안쪽에박힌작은칩과
그옆에새겨진초록색여섯자리숫자가되었다.”

이름을빼앗긴존재들을위한
가장치열하고도눈물겨운호명
「내이름을불러줘」

누구나태어날때부터당연하게갖는이름은개인을호명하는수단이자존재를증명하는상징이되기도한다.그렇다면우리는언제이름을잃을까?이름을잃은자,무명의당사자는자신을어떻게설명할까?
‘그녀’가사는세상은한차례혁명이끝나고오직숫자로만개인을식별한다.그중에서도생물학적여성은각자에게강제배정된남성과관계를맺어야하는,비인간적인방식의임출산을치러야한다.이런과정에서태어난아이들은곧장분리되어국가에귀속된다.
일곱살때혁명을겪으며가족을잃게된그녀는성인이된후수도경비대원이된다.여느때처럼법을어긴자들의공개처형을집행하고감시하던차,한시신이되살아나듯고개를들어“내이름을불러”달라말하는것을듣게된다.놀란그녀는재차확인사살을하지만이후시체의하얀얼굴은환영처럼그녀곁에나타나같은말을반복한다.

세월이흘러그녀역시국가의강제출산제도아래여러아이를낳는다.그녀는한때자신의뱃속에있었지만국가에귀속된아이들에게이름을지어주고,하얀얼굴에게만그이름들을몰래속삭인다.이름을기억하고호명하는것이금기시된곳에서그행위는인간성을지키는유일한저항으로읽힌다.
그러던중그녀는스스로의이름을기억하고있다는한남자를만난다.두사람은국가에서지정한의례적인절차속에서정신적으로가까워지지만현실의문제에부딪혀유의미한관계로이어지지못한다.이후그녀는그의이름과가족들의이름,그리고자신이낳은아이들의이름을마음속에간직한채살아간다.

그녀는세딸과두아들의이름을,오래전에자살한남자의이름을,
이제는잘기억도나지않는부모와오빠와여동생의이름을
몇번이고되풀이해서속삭였다.(27쪽)

숫자로환원된인간과제도에잠식된삶을그리면서도,끝내타인을기억하고애도하려는마음을놓지않는그녀의모습은지워진존재들의목소리에귀기울여온정보라의작품세계를선명하게보여준다.이름을부르는행위가곧인간성을지키는일이되는이소설은,우리가서로를기억한다는것이무엇인지다시묻는다.

“자신이죽기위해서살아있다는사실을,
소녀는아주어렸을때부터잘알고있었다.”

영원히피부에새겨지는문신처럼
사랑으로점철된기억의서사
「바늘자국」

마을사람들은재앙을막기위해20년마다가장아름답고순결한처녀를요물에게제물로바친다.마을의지주집안은대대로친딸대신고아를수양딸로들여희생양으로삼아왔고,소녀역시그런운명을타고난존재다.
사람들은소녀에게부족함없는삶을제공하지만,죽음이예정된그녀와진심으로가까워지기를두려워한다.그런소녀의곁을유일하게지키는이는몸종애련뿐이다.서로가서로의유일한위안이었던두사람의관계는더욱깊어지고,소녀는자신이누구의것도아닌애련의사람임을깊게맹세한다.그러나제물로바쳐지게될그날밤이후두사람의운명은돌이킬수없는방향으로흘러간다.
“나는,죽어도네사람이다.”(46쪽)
「바늘자국」은한국설화와괴담의형식을빌려사랑과상실그리고기억의문제를집요하게파고드는작품이다.특히작품후반부에드러나는‘바늘자국’의의미는서사를재차뒤흔드는충격적인이미지로나타난다.이때의자국은단순한기록의형태를넘어,사라진사랑을붙들기위한몸부림이며,세상이지워버린진실을남기기위한마지막증언이된다.죽음이후에도끝나지않는사랑,복수보다오래남는그리움,누구에게도전할수없었던마음그리고기억이야말로인간을인간답게만드는마지막흔적임을보여주는이번작품은,작가의세계가오래전부터완성되었음을체감하게만든다.

“그녀를포함해서짐승은모두야생의일부였으며
그사실을당연하게알고있었다.
세상을자신의모습대로바꾸려는오만한시도는
아무도하지않았다.”

세계가주목한이시대의소설가
정보라가묻는인간다움에관하여
「귀야옹씨의조그만상실에관하여」

귀야옹씨는길고양이출신이다.도시의골목에서살아가며여섯마리새끼를낳았지만,이유도모른채인간의손에새끼들을잃는다.이후자신에게이름을지어준,이제는집사가된인공지능연구자와함께살아가게된귀야옹씨는여전히상실의기억을품은채새로운삶에적응해나간다.
그러나어느날부터불청객처럼찾아온존재의낯선냄새가집안에풍기기시작한다.귀야옹씨는인간의모습을하고있지만어딘가불길한그존재의냄새가오래전자신에게서가장소중한것을빼앗아간기억과연결되어있음을직감한다.이후귀야옹씨는집사의연구실에서죽은생명을되살릴수있다는기술의가능성과결코되돌릴수없는상실의현실을동시에마주한다.
「귀야옹씨의조그만상실에관하여」는고양이의시선을통해인간중심적세계관을낯설게바라보는작품이다.작품속에서인공지능은단순한기술이아닌인간의욕망과폭력성을비추는거울로기능한다.정보라는인간과비인간,자연과기술의경계를가로지르며인간문명이당연하게여겨온가치들을근본부터되묻는다.그리고그질문의끝에서독자는가장잔혹한존재가누구인지,또진정으로생명을존중하는존재가누구인지를다시생각하게된다.
정보라의초기작품이수록된『귀야옹씨의조그만상실에관하여』에서는오늘날정보라문학을특징짓는핵심적인문제의식이이미선명하게담겨있다는점에서특별하다.이름을빼앗긴존재들의저항,상실이후에도사라지지않는사랑,인간중심적세계관에대한날카로운질문은훗날『저주토끼』와『너의유토피아』로이어질정보라문학의출발점이라할만하다.
세계적인주목을받기전,인간의존엄과기억,연대와애도를향한작가의시선은이미완성에가까운밀도를보여준다.독자들은이책을통해한국SF와호러,괴담과환상문학의지형을바꾸어놓은작가가처음세상에내놓았던질문들과만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