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옆에앉아마른등을만질때.
당신엄마가되어주고싶다고생각한때가있다.”
아픔에아픔을잇고,슬픔에슬픔을포개는글
엄마의암투병,그마지막3년을기록한아들의이야기
“책을읽으며눈시울과목울대가동시에뜨거워졌다.
눈물을참고울음을누르며책장을넘기는손끝이축축했다.
이축축함은남은사람만이가질수있는감각이다.”
-오은시인추천
매일밤아들은엄마의배를마사지한다.항암부작용으로배가뒤틀리는복통이찾아오면엄마의배구석구석을쓸어내린다.그러며나지막하게자장가를부른다.서서히배가따뜻해지면엄마는잠시통증을잊고잠이든다.사람을살리는것은의술이나과학같은원대한무엇이겠지만,삶을살리는것은이처럼아주작은손길일지도모른다.유방암에이어자궁암을진단받은70대엄마와그곁을지키는40대아들의이야기는사랑의또다른이름으로다가온다.누구보다억세고단단했던,하지만이제는작고연약해진엄마의마지막을아들은기록하기로했다.4기말,수술을위해배를열었으나암이너무퍼져다시배를닫아야했던순간,암이잠시줄어들어평범한일상을되찾았던시기,재발을진단받았던날,호스피스에서천천히숨을멈추던시간,그리고엄마가떠나간뒤남겨진것들을이야기한다.
삶과죽음의위태로운경계에서도엄마와아들은서로사랑하기를멈추지않았다.한강에서산책을하며춤을추고,나란히병실에누워과거와미래를그렸다.가장불행한시간은동시에가장행복한시간이되기도했다.엄마의보호자가된아들은아픈엄마의등을어루만지며생각한다.“당신엄마가되고싶다.”고.암따위가멈추지못한,통증과슬픔이뒤엎지못한삶이여기있다.
누구도대신할수없는사람,엄하고단단했던사람
그러나이제는나보다작아진
엄마라는한사람에관한기록
양정훈작가는엄마의암투병이시작된후에야그의삶이보였음을고백한다.병원진료와수술,항암을옆에서돌보기위해20년만에엄마와함께살게되며그동안보지못했던이야기들을발견한다.시골집을탈출해서울로식모살이가는게꿈이었던소녀,하루스무시간쉬지않고풍선을불던여공,장롱하나를마련하지못해눈칫밥을먹던새댁,정작자신의보험금은아까워쓰지못했던보험회사직원.새로알게된엄마가선명히보였다.딸이자여자이며,아내이자어머니이고,무엇보다당신자신으로살았던삶을대신기록하고자했다.
저자는3년에가까운엄마의투병기간을책에담으며한가지깨달은것이있다.“엄마는한번도늦은적이없었다.나는언제나엄마를늦게늦게발견하고말았다.”엄마가챙겨준반찬,엄마의잔소리,엄마의걱정을너무늦게알아차렸음을,가장사랑하는사람을가장늦게발견했음을뒤늦게야깨닫는다.그동안얼마나많은순간엄마의말과표정,그리고마음을모른척하고지내왔는지를.아들은늙고야윈엄마를보며생각한다.더는늦지않고싶다고.그간절한다짐이책곳곳에녹아있다.
“우리는무지하고사랑할시간은많지않으니까.”
서로의슬픔을다정히만지는글
“모두가아프거나아픈이곁에있었다.”저자는엄마를돌보며아픈사람들과그곁을지키는사람들을만났다.항암주사를맞는여덟살아이와그부모를,중풍에걸린아내의걸음에맞춰산책하는남편을.사랑하는이의아픔을함께견디는사람들이보였다.‘환자’와‘보호자’오직그뿐인차가운병원속에서마주한위로와희망의순간들을담았다.
누군가자신의가장약하고아픈부분을꺼낼때,실은나도그렇다고고백하게된다.위암진단을받았다는동료의이야기에저자는엄마의투병사실을꺼낼수있었고,다른동료역시형제가,친한친구가암이나심각한질병과싸우고있음을털어놓는다.서로의아픔과슬픔을공유한것만으로,그럼에도무너지지않고일상을견디고있음을알게된것만으로큰위안이된다.저자가이책을전하는이유도같다.가까운이의마지막을지켜보는사람들,누군가의부재앞에오래혼자였던사람들이덜외로웠으면하는바람뿐이다.자신과비슷한시기를지나는이들이부디절반만슬퍼하기를,곁에남은이들을더깊이사랑하기를바라며엄마와의마지막시간을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