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엄마 그리고 나

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엄마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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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70대 엄마의 암 투병, 그 마지막 3년을 기록한 40대 아들의 이야기. 누구보다 억세고 단단했던, 하지만 이제는 작고 연약해진 엄마를 아들은 기록하기로 했다. 4기 말, 수술을 위해 배를 열었으나 암이 너무 퍼져 다시 배를 닫아야 했던 순간, 암이 잠시 줄어들어 평범한 일상을 되찾았던 시기, 재발을 진단받았던 날, 호스피스에서 천천히 숨을 멈추던 시간, 그리고 엄마가 떠나간 뒤 남겨진 것들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3년에 가까운 엄마의 투병 기간을 책에 담으며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엄마는 한 번도 늦은 적이 없었다. 나는 언제나 엄마를 늦게 늦게 발견하고 말았다.” 엄마가 챙겨준 반찬, 엄마의 잔소리, 엄마의 걱정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음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늦게 발견했음을 뒤늦게야 깨닫는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순간 엄마의 말과 표정, 그리고 마음을 모른 척하고 지내왔는지를. 아들은 늙고 야윈 엄마를 보며 생각한다. 더는 늦지 않고 싶다고. 그 간절한 다짐이 책 곳곳에 녹아 있다. 사랑하는 이의 아픔을 함께 견디는 사람들, 누군가의 부재 앞에 오래 혼자였던 사람들이 덜 외롭기를 바라며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시간을 건넨다.

저자

양정훈

저자:양정훈

엄마의투병이시작된후에야엄마의삶이보였다.시골집을탈출해서울로식모살이가는게꿈이었던소녀,하루스무시간쉬지않고풍선을불던여공,장롱하나를마련하지못해눈칫밥을먹던새댁이있었다.새로알게된엄마를,생을관통하는슬픔과통증속에서도서로를지켜낸엄마와의시간을남긴다.사랑하는이의아픔을함께견디는사람들,누군가의부재앞에오래혼자였던이들과나누고싶다.

월간지〈아트래블〉편집장으로재직했고,《그리움은모두북유럽에서왔다》,《오직한사람을위한여행》등다섯권의책을썼다.

목차


프롤로그_먼길을헤매는동안제자리에서기다리던사람이있었다

1부그럴수없는일
징조|소란|거짓말|진단|감|집을나서며|붙잡고싶은|이상한산책|병원과사람들|수술

2부다이렇게사는줄알았어
침상|희소암|전국노래자랑|요양병원|국|정거장|항암|주사실아이|주름|밥상|고백|응급실|그곳에서|기다린말

3부제자리에있는것들
그럴것같아요|장독|여행|새해|소식|이름짓기|들풀|고딩이|혈관|발|부작용|당신이아픈건|좋은살림|기적같은

4부이팝나무새순으로돋아날거라면
계속|봄의경주|누군가물으면|농담|떠날때|이팝나무|추모공원|대전과서울|책|어죽|비슷한슬픔|수선화|새댁|고양이|연명치료거부의향서|죄인들|미운엄마|불길한신호

5부오래연습한말
여공|종양표지자|다시처음으로|구멍|어째서|팔순|변명|새로운복통|진료공장|자장가와기도|머리카락|당부|두번째삭발|모퉁이에서|그날

6부너는어떻게나에게왔을까
말하나|돌아갈곳|연명의료서도착|빼앗긴소리|같고다른시간|엉망이되어간다|혈전주사|나는나는|절망|전이|통화|그래도|선고

7부정훈아미안해
이훈이에게|무례한|쪼깐이|반드시희망이|마지막약|세점|변화|입원|검은날들|남은시간|모과|신기루병실|호스피스|언젠가는|순간들

8부슬픔이슬픔에게
봄날|투정|남은것|미안하다1|미안하다2|말의숲|둘|한강공원|하루|배신할수없는|다아는바다

에필로그_나도당신처럼울었고당신도나처럼울지못했다

출판사 서평

“가만히옆에앉아마른등을만질때.
당신엄마가되어주고싶다고생각한때가있다.”

아픔에아픔을잇고,슬픔에슬픔을포개는글
엄마의암투병,그마지막3년을기록한아들의이야기

“책을읽으며눈시울과목울대가동시에뜨거워졌다.
눈물을참고울음을누르며책장을넘기는손끝이축축했다.
이축축함은남은사람만이가질수있는감각이다.”
-오은시인추천

매일밤아들은엄마의배를마사지한다.항암부작용으로배가뒤틀리는복통이찾아오면엄마의배구석구석을쓸어내린다.그러며나지막하게자장가를부른다.서서히배가따뜻해지면엄마는잠시통증을잊고잠이든다.사람을살리는것은의술이나과학같은원대한무엇이겠지만,삶을살리는것은이처럼아주작은손길일지도모른다.유방암에이어자궁암을진단받은70대엄마와그곁을지키는40대아들의이야기는사랑의또다른이름으로다가온다.누구보다억세고단단했던,하지만이제는작고연약해진엄마의마지막을아들은기록하기로했다.4기말,수술을위해배를열었으나암이너무퍼져다시배를닫아야했던순간,암이잠시줄어들어평범한일상을되찾았던시기,재발을진단받았던날,호스피스에서천천히숨을멈추던시간,그리고엄마가떠나간뒤남겨진것들을이야기한다.
삶과죽음의위태로운경계에서도엄마와아들은서로사랑하기를멈추지않았다.한강에서산책을하며춤을추고,나란히병실에누워과거와미래를그렸다.가장불행한시간은동시에가장행복한시간이되기도했다.엄마의보호자가된아들은아픈엄마의등을어루만지며생각한다.“당신엄마가되고싶다.”고.암따위가멈추지못한,통증과슬픔이뒤엎지못한삶이여기있다.

누구도대신할수없는사람,엄하고단단했던사람
그러나이제는나보다작아진
엄마라는한사람에관한기록

양정훈작가는엄마의암투병이시작된후에야그의삶이보였음을고백한다.병원진료와수술,항암을옆에서돌보기위해20년만에엄마와함께살게되며그동안보지못했던이야기들을발견한다.시골집을탈출해서울로식모살이가는게꿈이었던소녀,하루스무시간쉬지않고풍선을불던여공,장롱하나를마련하지못해눈칫밥을먹던새댁,정작자신의보험금은아까워쓰지못했던보험회사직원.새로알게된엄마가선명히보였다.딸이자여자이며,아내이자어머니이고,무엇보다당신자신으로살았던삶을대신기록하고자했다.
저자는3년에가까운엄마의투병기간을책에담으며한가지깨달은것이있다.“엄마는한번도늦은적이없었다.나는언제나엄마를늦게늦게발견하고말았다.”엄마가챙겨준반찬,엄마의잔소리,엄마의걱정을너무늦게알아차렸음을,가장사랑하는사람을가장늦게발견했음을뒤늦게야깨닫는다.그동안얼마나많은순간엄마의말과표정,그리고마음을모른척하고지내왔는지를.아들은늙고야윈엄마를보며생각한다.더는늦지않고싶다고.그간절한다짐이책곳곳에녹아있다.

“우리는무지하고사랑할시간은많지않으니까.”
서로의슬픔을다정히만지는글

“모두가아프거나아픈이곁에있었다.”저자는엄마를돌보며아픈사람들과그곁을지키는사람들을만났다.항암주사를맞는여덟살아이와그부모를,중풍에걸린아내의걸음에맞춰산책하는남편을.사랑하는이의아픔을함께견디는사람들이보였다.‘환자’와‘보호자’오직그뿐인차가운병원속에서마주한위로와희망의순간들을담았다.
누군가자신의가장약하고아픈부분을꺼낼때,실은나도그렇다고고백하게된다.위암진단을받았다는동료의이야기에저자는엄마의투병사실을꺼낼수있었고,다른동료역시형제가,친한친구가암이나심각한질병과싸우고있음을털어놓는다.서로의아픔과슬픔을공유한것만으로,그럼에도무너지지않고일상을견디고있음을알게된것만으로큰위안이된다.저자가이책을전하는이유도같다.가까운이의마지막을지켜보는사람들,누군가의부재앞에오래혼자였던사람들이덜외로웠으면하는바람뿐이다.자신과비슷한시기를지나는이들이부디절반만슬퍼하기를,곁에남은이들을더깊이사랑하기를바라며엄마와의마지막시간을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