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간식집 : 겨울 간식 테마소설집

겨울 간식집 : 겨울 간식 테마소설집

$16.80
Description
“계속 씹으면 봄이 올 것 같고 더 오래 씹으면 꽃도 필 것 같다.
창밖. 여전히, 고요히, 어쩌면 영원히, 눈이 쏟아지고 있다.”

환하고 묵묵한 날에 무엇을 드시나요?
소설(小雪)의 계절에 찾아온 온기 나는 간식과 여섯 편의 이야기
《겨울 간식집》 문 활짝 열었습니다!
시절이 변해도 어김없이 돌아오는 겨울의 풍경들을 모은 《겨울 간식집》이 읻다에서 출간되었다. 한국 문학의 장을 풍성하게 채우는 이름들, 박연준, 김성중, 정용준, 은모든, 예소연, 김지연 작가는 저마다 또렷한 작품세계처럼 다채로운 간식들을 하나씩 골라 꺼내어 놓는다.
겨울은 화려한 거리의 풍경을 뒤로하고 의뭉스러운 이들과 적적한 연말을 보내거나(〈귤락 혹은 귤실〉), 동상이몽의 가족 모임에서 벗어나 아늑한 얼굴들을 찾아 연시를 맞이하는(〈모닝 루틴〉) 도피의 계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외면했을 많은 기회를 되새기며(〈포토 메일〉), 켜켜이 쌓인 추억과 영원의 다른 이름을 들여다보는(〈유자차를 마시고 나는 쓰네〉) 회고의 계절. 곁과 마음에 자주 타인이 머무는 이 계절에 우리는 영영 놓아버린 관계를 더듬어보거나(〈한두 벌의 다른 옷〉), 변함없이 사랑하는 사람의 안녕을 빌어보기도 한다(〈겨울 기도〉). 그리고 익숙한 모양새로 우리 앞에 놓일 간식들은 그 모든 풍경을 소환할 것이다.

저자

박연준,김성중,정용준,은모든,예소연,김지연

지은책으로소설《여름과루비》,시《속눈썹이지르는비명》《아버지는나를처제,하고불렀다》《베누스푸디카》《밤,비,뱀》,동화《정말인데모른대요》,산문집《소란》《밤은길고,괴롭습니다》《인생은이상하게흐른다》《모월모일》《쓰는기분》《고요한포옹》등이있다.

목차

박연준
한두벌의다른옷7
겨울레시피|눈송이처럼떠도는마음부르기37

김성중
귤락혹은귤실41
겨울레시피|겨울(낮)잠37

정용준
겨울기도71
겨울레시피|바깥에서바깥보기103

은모든
모닝루틴105
겨울레시피|올해의발견131

예소연
포토메일135
겨울레시피|불쌍히여기지않기37

김지연
유자차를마시고나는쓰네171
겨울레시피|밤밤205

출판사 서평

빨갛게끓인과일과낯선향이걷힌자리
박연준,〈한두벌의다른옷〉

‘나(여름)’는10년전콜센터에서일하며친구성희와시를배웠던과거를떠올린다.시에대한진심은수면아래둔채“시는나중에‘진짜소설’을쓸때도움이될까싶어배우는것”이라고서로와자신을속이던나날들.그러던어느겨울날,‘나’는성희의소개로‘진짜부자’,‘진짜문학도’라는들뜬소문과신비감에휩싸여있는인물영혜의작업실을찾아가게된다.그곳에서영혜가끓여준뱅쇼에서는향기인지악취인지모를냄새가나고.낯선장소,낯선향,낯선사람이만들어내는풍경에나는두근거리며,냄새의원인인팔각을몰래주머니에넣고“주머니속이알수없는붉음으로물들것”같은기분을느낀다.박연준작가의〈한두벌의다른옷〉에서는일상의구원을바라며“타인은아름다워”라고말하는순간,끓는순간휘발되기시작하는어떤마음의핍진한여로가펼쳐진다.

귤에붙은하얀실의이름은귤락
김성중,〈귤락혹은귤실〉

속초로휴가를떠나온‘나(‘결코’)’는우연히발견한에스프레소바의단골이된다.그런데이카페에드나든지한달쯤이지난어느날부터한청년이자꾸“그런데요”라며말을걸어온다.인사도맥락도없이자기이야기를늘어놓는이청년을‘그런데요’라고부르기로하고,‘나’는그의이야기에‘결코’대꾸하지않는다.그때카페사장이나대신‘그런데요’의말에응답하고,나는늘다정한태도를잃지않는사장을‘언제나’로부르기로한다.밤의거리가환해지는연말,저마다독특한사연을가진‘그런데요’와‘언제나’그리고‘결코’는“캐럴과알전구와견디기힘든낙관주의의습격으로부터도피해”엉뚱한내기를시작한다.그것은귤실이하나도남아있지않을때까지먼저귤을까는것.‘나’는누군가귤실이라고말할때마다귤락이바른표현이라고정정한다.취한채귤락혹은귤실을까며세남자는숨김없는속내를털어놓게되는데.김성중작가의〈귤락혹은귤실〉은사소한일탈을꿈꾸는독신자들의휴일한때의풍경을재치있게그려낸다.

넘치게붓고단단한눈덩이처럼동그랗게
정용준,〈겨울기도〉

“흥분하고,좌절하고,자기애로충만했다가곧바로자괴감으로무너지는몸과마음”의스무살,신경.학교도나가지않고연락도두절한채한고시텔에숨게된다.학교조교와함께고시텔을찾은엄마는시종일관짜증을내는딸신경에게직접잡은문어가담긴아이스박스를건네고떠난다.이광경을처음부터끝까지지켜보던고시텔관리인은아이스박스를버리려던신경을제지하고,그속에든문어를손질하기시작한다.문어가삶아지는고소한냄새에고시텔사람들이하나둘모이고,105호여자는다코야키를만들어신경에게나누어준다.다코야키를먹으며의식하지도못했던허기를든든히채우게된신경은105호를따라다코야키를만들게되는데.갑자기어른이되어버린스무살은혼란한마음을어떻게가누어야하는지.정용준작가의〈겨울기도〉는넘치고성근마음들을한데로모아동그랗게말아내는겨울날의작은도약을그린다.

기다리는마음으로빚다보면어느새쌓이는
은모든,〈모닝루틴〉

간만에늦잠을자고일어난설날의아침,은하와민주는스트레칭을하며느긋한오전시간을보낸다.껄끄러운친척들을만나지않고,기름냄새에시달리며억지미소를짓는노동에서해방된것은반가운일이었으나,배가고파지기시작하자명절음식이떠오른다.허기를대충때운채고른영화를보다가졸기를반복하고있던민주와은하에게가족모임에서뛰쳐나온성지가명절음식을한아름들고찾아온다.반가운얼굴들과함께만두를빚는설날.만두피에속을넣는것처럼그시간은둘러앉은사람들의대화로채워진다.은하는설날마다늘애정어린말을건네던생전의할머니를떠올리며돌아오지않을풍경을그리워하고,성지는쏟아지는무신경한질문세례에명절탈출을꿈꾼다.이또한끝이있으리라생각하며화를삼키던성지를기어코눈물짓게만든조카의한마디.그런성지를환대하고아늑한도피처가되어준은하와민주.각자다른경험을갖고있지만,같은곤경을공유하는셋의설풍경은우리에게도결코낯설지않은현실로다가온다.

넓고둥근호떡의앙금은팥이아니라설탕
예소연,〈포토메일〉

예소연작가의《포토메일》은모여있던사람들의훈기가빠져나간곳에남은이들의풍경을포착했다.동생재하가떠난뒤3년간찾지않는집에둘이남아내밀한신경증을공유하는‘나’와할머니.어느겨울밤,‘나’는애인희민과오래된약속을지키기위해아케이드에간다.쇠락한그곳에서둘은수상한전자매장에들러호떡을먹는두아이의대화를VR영상으로감상하게되고.집으로돌아가는길에‘나’는호떡에든앙금이팥인줄알고호떡을먹지않았던영상속아이처럼,“내가모르는사이에외면했을아주많은기회”를생각하게된다.‘나’는동생재하보다더가족처럼살갑게할머니와‘나’의곁을지키는희민의무구함을바라볼때마다왜마음이술렁일까?희민에게마음에도없는가시돋친말을던지는‘나’의얼굴은할머니의얼굴과어딘가닮아있을것이다.

유리병속켜켜이포개진달고신기억들
김지연,〈유자차를마시고나는쓰네〉

새벽어스름의희부연안개가드리운유자밭에서‘나’는땅에파묻혀있던타임캡슐을발견한다.그리고함께유자를따고있던삼촌과‘파도’라는이름의카페를운영하는사장을황급히부르는데.삼촌은교통사고로아내와아들을잃었고,파도의사장은남편과사별했다는비슷한과거를가졌지만,가까운이의죽음이후를살아가는사장과삼촌의태도는어딘가다르다.타임캡슐을열자온통썩어문드러진쓰레기사이로공벌레가기어나온다.세사람은카페파도에모여직접딴유자로유자청을담그기로하고,나는섵탕에포개어져겨우내썩지않을유리병속유자를보며영원의의미를잠시헤아려본다.‘나’의마음을모두꿰뚫어보는것처럼능청스럽고늘숨김없는태도로불쑥다가왔던숙모.나는언젠가우연히들었던숙모의한마디를기억한다.“사는게너무달아…….”

추신.어떻게하면겨울을잘지낼수있을까요?

매번새로운추위를선사하는겨울,각소설의끝에는이계절을잘지내는여섯작가만의방법이부록으로수록되어있다.집에서,바깥에서,혼자혹은반가운이들과함께,가장좋아하는음악과간식을곁에두거나미뤄왔던대화와일을굴려가며우리에게다가올추위를마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