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랑이 되려고 (조우리 장편소설)

당신의 자랑이 되려고 (조우리 장편소설)

$17.00
Description
“그러니까 부탁할게. 내 이름을 알아줘. 기억해 줘. 그리고 불러줘.”

물안개처럼 드리우는 불투명한 내일로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가진 이름들이
각자의 사명을 지키기 위해 한 걸음 내딛는
간절하고 다정한 여름날의 축제
이름을 알고 나면 유일해지잖아. 유일해지면 부르기가 쉬워. 구분이 되는 거야. 구분한다는 건 기억한다는 거고. 알지? 기억에는 시간의 틈새를 메울 힘이 있잖아. 흘러간 것을 끌어당겨 다시 눈앞으로 가져다 놓는 힘. 망각이라는 존재의 죽음을 되돌려 몇 번이고 다시 살고 계속 살게 하는 힘.
-8쪽

퀴어·여성·노동의 이야기가 지금 여기에 더 많이 필요해서. 《오늘의 세리머니》, 《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 《이어달리기》 등 선명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작품 세계를 펼쳐온 조우리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 읻다에서 출간되었다. 전작에서 그러했듯 작가는 사랑하고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나 더 채워 넣는다. 또한 이번에도 기교 없이 정직한 목소리로 현실의 풍경을 그리며 섬세히 마음의 결을 되짚는다.
여기에 그려진 여름 한때의 작은 도약 속에는 가장 일상적인 순간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균열들, 불투명하게 드리운 내일을 마주하고 추동하는 마음들, 서로가 함께하는 시절에 몰두하는 무구한 얼굴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이름들, 그리고 제때에 도착한 위로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저자

조우리

저자:조우리
자기가읽고싶은소설을쓰는소설가.
늘여성,퀴어,노동에관심을둔다.
쓴책으로《라스트러브》《내여자친구와여자친구들》《팀플레이》《이어달리기》《오늘의세리머니》등이있다.

목차


당신의자랑이되려고·7
작가의말·215

출판사 서평

꿈이라고부를만한것들

동천은영화라거나평론이라거나그런것을하는곳이아니었다.꿈이라고부를만한미래를그리는애들은어른이되기만을기다렸다가동천을떠났다.은수와는다른애들,자신이나중에무엇이되어있을지또렷하게상상하는애들.장래희망란에‘직장인’혹은‘사무직’같은단어는적지않는애들.그애들은동천을떠나면다신돌아오지않았다.
-90쪽

《당신의자랑이되려고》는호수가아름다운물안개의도시,충북동천에서오래되고익숙한것들이모두갈아엎어질위기에처하자그에맞서각자가가진평범하지만대체할수없는사명을지키기위해여성들이인형탈을쓰고나서는이야기다.인구가점점감소하여호황기를떠나보낸이곳에각자의이유로머물거나,돌아오거나,떠나온여성들.장을거듭할수록하나씩소개되는그들의사연에는‘인구감소’라는통계에생략되어있던한개인의서사와궤적이새겨져있다.

소설의무대가되는가상의소도시동천시를말하려면서울에빗대어야한다.서울에는있고동천에는없는것.직통으로가는열차,날씨와교통정보를알려줄방송국,‘그릭요거트’같은이름의식자재들,그리고영화를보는극장.사소한디테일들이더해져“서울엔다있고서울에만다있는”현실,지역간풍요의불균형을재현한다.이런이유로선거철만되면동천시의정치인들은발전또발전만을맹목적으로부르짖는다.그런데발전이란무엇인가.“발전이도대체뭔가.돈을많이벌면발전인가.건물을많이지으면발전인가.얼마나?언제까지?서울만큼이면되나?그럴수가있나?그럼서울에는서울을발전시키겠다고말하는사람이없나?”소설속에서는그럴듯한대의명분을내세우는보수적인집단의견고한위계,주먹구구식운영과우스운탁상공론이이어진다.그과정을거쳐서울에는없고동천시에만있던것들도사라질위기에처한다.동천호수영화제와동천시마스코트동천선녀,그리고동천시특산품복숭아같은것.

더재밌고더좋은것이시시각각쏟아지는오늘날,사라져도눈에띄지않을것들을지키고기억하기위해소설속이름들은여름날두꺼운인형탈을쓰고‘전국마스코트자랑대회’에출전한다.발전하기위해서가아니라,기억하기위해서.그럼으로써내가기억하는당신의자랑이되려고.우리가거리에서축제에서마주치는귀엽고믿음직한마스코트들,그인형탈안에서애틋한꿈을품고,기꺼이땀흘리는여성들의이야기가여기에있다.

책속에서

마스코트는어디서든눈에띄고가능한한오래기억되고다시마주치면반가워야해.마스코트가해야할가장중요한일은이름을알리는거야.이름을모르는마스코트는의미없는조형물에불과해.그냥있고,있는게다인거야.저기뭐가있구나,여기이런게다있네,하면서어쩌면찰나의관심을받을수도있겠지만.그정도에만족할거라면왜굳이마스코트가필요하겠어?
---p.7

마스코트의얼굴은웃는얼굴.초롱초롱한눈동자를표현하기위해검은동공안에자리잡은흰별은망사재질이었다.그곳으로마스코트인형탈을쓴사람이바깥을볼것이다.세영은찍히지않을걸알면서도,찍힌다해도쓸데없다는걸알면서도그사람의눈을향해줌을당겼다.
---p.10

“안녕하세요,오애란씨.저는박세영입니다”하고인사하면기쁜선물을받은사람처럼활짝웃었다.오애란,그이름은할머니가스스로에게선물한이름이었으니까.
---p.20

영원히그런매일을살수있을것같았다.그게좋아서라기보다다른걸좋아하지않아서,좋은걸달리찾을수가없어서시간이흐르는대로흘러가고있었다.
---p.69

“동천을새롭게바꾸겠습니다.하나부터열까지싹다!”취임식에서강판수가호기롭게외친말에은수는발뒤꿈치부터정수리까지온몸을관통하며올라오는소름을느꼈다.저거,진심이구나.
---p.93

영혼이라니.언니는그런말을잘도했다.눈에보이지않고손에잡히지도않는,낭만적이고,뜬구름같은말을.
---p.107

세영은일시정지버튼을눌렀다.영상속지수의눈빛은다정했다.그건분명세영을향한위로의눈빛이었다.그때,지수는알았을까.자신의위로가,꼭필요한순간에세영에게도착하리라는걸.
---p.190

“마스코트의이름에는마스코트의사명이담기는법입니다.복숭아의복,동천시의동.바로제이름처럼요.”
---p.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