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ㅁ’에들어갈무한한단어들을상상하며
문학의‘애매’한미래를
함께맞이하고돌파하는젊은작가들
나는‘애매’의애매함을좋아한다.의미생산이넘치는이시대에서표명하기위해애쓰지않는모호한상태.이들은‘ㅇ’의유연함과‘ㅁ’의모남사이에있다.동시대와의유연한관계,작가적인모난개성,그사이를채우는건다른무엇이아닌각각의소설들이다.
―민병훈
《애매한사이》는같은학교문예창작과를졸업하고소설가,시인,출판인이되어함께계속읽고쓰는문학동인‘애매’의첫소설집이다.소설가최미래,성해나,이선진,김유나,시인조시현,출판인최현윤이저자로참여했다.이책에서는‘애매’의자음인‘ㅇㅁ’에서각자채집한단어들을소재로하는여섯편의소설을엮어소개한다.
한명의쓰는사람이작가가되어책을출간하고,그책이독자의손에닿기까지.일련의과정에는우리에게익숙한틀이존재한다.이틀바깥에존재하는‘좋은글’,‘계속쓰는사람들’을발굴하는것은문단의과제로여겨져왔고,이고민에서독립적이고다채로운시도들이생겨났다.여기에함께응답하고,문학의다음을상상하는마음으로애매의첫책,《애매한사이》를선보인다.서로너무달라서하나로결집되지않고그래서함께‘애매하기’를자처하는이들.각자다른역할로문학의곁을지켜온젊은작가들은같은시대를어떻게포착하고감각할까.
민병훈작가가추천의글에적었듯‘문학’과‘공동체’는언뜻사이가먼것처럼보이지만,단순한친분을넘어함께목소리를모으고새로운일을도모하는애매의순수한열정이정체된시장에활력을주기를,문학장의논리에새로운흐름이되기를바란다.
한권이라기엔애매한
‘ㅇㅁ’에서시작한다는느슨한규칙아래모인6명의글은제각각다른시선과문제의식을가지고저마다의목소리를낸다.최미래작가의〈얕은바다라면〉에는서로의결핍을맞대고한시절을지나온연인과자연스레닮아갔던‘입맛’을추억하는인물이있고,성해나작가의〈구의집:갈월동98번지〉에는80년대한국의폐쇄적인시대상속평범한악인의성실하고묵묵한‘야만’이있다.조시현작가의〈파수破水〉는주머니속작은‘올무’에서시작해결국구멍밖으로역류하고마는일상안에돌출된낯선징조들을,최현윤작가의〈너희소식〉은모든것이‘이미’벌어지고있는“미친세상”의긴박함과그곳에서끝없이갱신되는얼굴들,소식들,장면들을마주치는한개인의무상함을그린다.이선진작가의〈볕과끝〉에는화창한날들을지나한여름에연인을위해두터운‘양말’을뜨며이별을준비하는뙤약볕같은사랑의끝이,뒤이어오는김유나작가의〈부부생활〉에는안온한얼굴로범죄를모의하고,“네가나를망하게할수있다면나도너를망하게할수있다”는사실에안락함을느끼며꽉쥔손을놓지않는사랑이있다.
이토록다르게변주되는소설의끝에는서로의글에보내는코멘트가있고부록으로는6인의에세이와‘텔레스트레이션’게임을변형한‘애매스트레이션’게임이실려있다.둘러앉아보드게임을하는친구들,서로의글을나누어읽고다정한감상을보내는동료들,그럼에도글을쓸때는혼자가되는애매동인의면면을한권에담았다.
문학동인애매(愛枚)
애매(愛枚)의뜻은사랑애(愛)에낱매(枚)를써서‘우리가써나간글한쪽한쪽을사랑하다’라는뜻이지만,대부분의사람들은우리를‘애매(曖昧)한모임이라애매구나’라고합니다.여섯명의동인구성원이각각소설가,시인,출판인으로이루어져있기에그렇지요.소설의결또한다양해흔히말하는‘○○파’라고일컬어명명할수도없습니다.문학또한그런애매함을지향하는게아닐까요.선(善)과윤리의기준에대해,단호한규칙의기이함에대해,연약한것이주는강력한힘에대해.정답이없는모든것을고민하고질문하는것이문학의일중하나이니까요.누군가는모임이권력의다른말이라고생각하기도하고,또누군가는문학은혼자하는일이라고말합니다.모두맞는말입니다.그래서애매는서로의파수꾼인동시에,‘함께’하는연대의의미를다져가며,다양한사람들과의연결을통해글을쓰고책을만들기를지향합니다.그렇게세상의한쪽한쪽을사랑하는동시에,영원히애매(曖昧)한모임으로남을수있기를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