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이웃

다정한 이웃

$17.00
Description
“나는 우리가 지금처럼 좋은 친구로 남기를 바랄 뿐이야.”

한 해의 끝을 수놓는 화려한 불빛들과
우리가 말하지 않았던 관계의 끝
《다정한 이웃》에서는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는 한인 교민 여성 4명의 삶이 교차한다. 12월 25일 무더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한나, 애슐리, 미아는 새로 리모델링을 마친 도은의 집에 모인다. 도은이 주최한 부부 동반 파티였지만 어쩐지 도은의 남편 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도은에게 장난스레 후이의 행방을 묻지만 순간 도은은 대답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들뜬 얼굴에서 웃음기가 머물렀다가 떠나갈 동안, 그 짧은 침묵 속에서 누군가는 의심을 증폭하고 누군가는 설핏 알아챈 진실을 곧바로 외면한다. 이날부터 1월 1일까지, 홀연히 사라진 후이의 빈 자리에 한 방울씩 고여드는 진실은 끝에 이르러 역류하고 만다. 박서련 작가의 말처럼 첫 장면에서 이미 “이야기 끝에 도사린 피비린내를 감지하면서도” 독자를 마지막 페이지까지 숨 가쁘게 내달리게 만드는 것은 한나, 애슐리, 미아 그리고 도은의 삶을 그리는 “서수진의 디테일”이다. 작가는 함께 잔을 부딪치며 한 해의 마지막과 시작을 기념하는 다정한 이웃들, 한 폭의 그림처럼 매끈한 그 풍경에 짙은 명암을 새겨 넣는다.

저자

서수진

저자:서수진
서울에서태어났다.2020년《코리안티처》로제25회한겨레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해2022년〈골드러시〉로제13회젊은작가상을받았다.경장편《유진과데이브》《올리앤더》를썼으며소설집《골드러시》를냈다.현재호주시드니에살고있다.

목차

12월25일―ChristmasDay·7
12월26일―BoxingDay·35
12월27일―TheLastSaturday·71
12월28일―TheLastSunday·103
12월29일―TheDay·135
12월30일―NewYear’sEveEve·167
12월31일―NewYear’sEve·193
1월1일―NewYear’sDay·199

작가의말·210

출판사 서평

?한겨레문학상·젊은작가상수상작가서수진신작장편소설
?박서련추천

“나는우리가지금처럼좋은친구로남기를바랄뿐이야.”

한해의끝을수놓는화려한불빛들과
우리가말하지않았던관계의끝

소설가서수진의신작장편소설이읻다에서출간되었다.서울에서태어나호주시드니에살고있는작가는한겨레문학상을수상한데뷔작《코리안티처》를통해‘k-열풍’뒤에그늘진한국사회의모순과그속에서고학력여성이겪게되는부조리를예리하게포착하며첫걸음을뗐고,이후젊은작가상을수상한〈골드러시〉등여러작품을통해타국에발을붙이고살아가는이방인의정서를밀도높은문장으로그리며한국문학의장에또렷한발자국을남겨왔다.
《다정한이웃》에서는호주시드니에살고있는한인교민여성4명의삶이교차한다.12월25일무더운크리스마스를맞이한한나,애슐리,미아는새로리모델링을마친도은의집에모인다.도은이주최한부부동반파티였지만어쩐지도은의남편후이의모습이보이지않는다.사람들은도은에게장난스레후이의행방을묻지만순간도은은대답하지않는다.사람들의들뜬얼굴에서웃음기가머물렀다가떠나갈동안,그짧은침묵속에서누군가는의심을증폭하고누군가는설핏알아챈진실을곧바로외면한다.이날부터1월1일까지,홀연히사라진후이의빈자리에한방울씩고여드는진실은끝에이르러역류하고만다.박서련작가의말처럼첫장면에서이미“이야기끝에도사린피비린내를감지하면서도”독자를마지막페이지까지숨가쁘게내달리게만드는것은한나,애슐리,미아그리고도은의삶을그리는“서수진의디테일”이다.작가는함께잔을부딪치며한해의마지막과시작을기념하는다정한이웃들,한폭의그림처럼매끈한그풍경에짙은명암을새겨넣는다.

잘안다고생각했던불행의목록에서수진의디테일이첨가되는순간이야기의그물은견고해지고,친친감긴나는이야기끝에도사린피비린내를감지하면서도고개를돌리지못한다.그리하여잘닦여반짝이던여성4인방의일상이단일주일사이에산산조각나고그들각자가외면해온진실이피투성이로드러날때,또하나의진실을인정할수밖에없게되는것이다.이런이야기를쓸수있는사람은서수진밖에없다는사실.
―박서련(소설가)

중독으로얼룩진일상을문질러닦는여성들,
외면할수록검게불어나는진실에대하여

―네시작은미약하였으나네나중은심히창대하리라.
한나는여전히믿을수없었지만,그렇기에더욱간절히기도했다.기도하고또기도해서믿을수없는것을믿게되고,그렇게창대해지기를바랐다.
―93쪽

소설의틀은사라진후이의수상한정황을좇는추적스릴러이지만,서사에서스펜스를더하는것은그의실종을둘러싼이웃들의사생활이다.소설속에등장하는남성인물들은각자섹스,도박,마약등에깊이중독되어있고,그것을인정하지않는안일한태도로그들곁에머무는여성4인방의삶에균열을낸다.그리고4인방은서로가겪는환멸과곤경을의심하기만할뿐꺼내어나누지않는다.
“‘한국인은한국인이등쳐먹는다’라는말을들으며주위를경계하는시기”를거쳐타국에서의“실패와고독이불쏘시개가되어”단박에가족같은사이가된이들.빈부의정도,외양과취향,동거인의국적도모두다른도은,한나,애슐리,미아를묶어주는얇은실은이방인이라는정체성이다.이들은그미약한경계밖으로튀어나가지않기위해각자가생각하는정상성에천착하거나작은커뮤니티안에서돌출된존재가되지않기위해위선을택한다.흥미로운지점은위태롭지만결코순진하지않은이4명의여성들이그위선의대가를알면서도감수한다는것,자신이만든견고한경계안으로타인이불쑥침범할때,더는견딜수없다고느낄때는한치도망설이지않는다는것이다.
지루함과불안함을얼마간지우기위해시작하고,그존재에익숙해지는시기를지나없으면삶을영위하지못하고빠르게피폐해지는것이중독의과정이라면도은,한나,애슐리,미아는믿음에중독되어있다.서로를구원할수있다는믿음,문제의근원을파고들지않고잠깐의상황만모면하면된다는믿음,그럼으로써다음이있을거라는믿음.《다정한이웃》은단일주일만에삶을완전히침식시키는잘못된믿음에대한이야기이자,그것이인도한곳에서자신의민낯을비추어보고,민낯을비추는거울까지제손으로깨뜨리고야마는어떤공동체에대한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