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취소

전부 취소

$18.00
Description
이분법이라는 과녁 위를 난사하는 몸,
보란 듯이 어긋난 위반의 글쓰기
“내가 나를 트랜스젠더로 부르는 것은 자신의 삶과 신체를 창조의 대상으로 삼은 조물주들, 투명한 레이저가 가득한 사무실을 떠들썩한 놀이터로 만드는 익살꾼들, 상상하기를 멈추지 않는 위대한 실천가들의 계보에 나를 기입하겠다는 뜻이다.”

은유 인터뷰집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의 인터뷰이로, 《한편 11호: 플랫폼》의 필자로 한국문학 독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한영 번역가 호영의 첫 산문이 읻다에서 출간되었다. 세상이 정해둔 이분법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규범과 규준에 보란 듯 취소선을 그어버리는 호영의 글 서른네 편이 해독제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호영

저자:호영
한국어와영어를오가며번역하고글을쓴다.이해를초과하는말,말로붙잡히지않는마음으로인해변한다.

목차


은혜8
호박잎같은사랑16
생일,기일23
정확한사랑29
환장33
더는미룰수없을때38
손상53
30대의트랜지션61
b에게66
일기:목소리,식욕,체온73
STRAWBERRYSWISHER/NOONEONTHECORNER78
초대109
시선,칼날:일기2022년2~9월112
나는이제야알았다119
밤이온다122
용서하지말것129
부끄러움을아는사람:일기230409132
우리끼리니까해보는말135
생산적인일을하나도못한내가미워지면웹툰을번역한다140
열개의진실145
아무것도아닌일151
자전거타는법158
동네에서163
라이너노트:번역이랑172
동성애는‘용인’되고트랜스젠더는존재자체가부정당하는이유197
트랜스섹슈얼계보207
클럽에서210
내가젠더좀바꿨다고더나은사람이됐을것같아?215
lovelanguage218
파도225
탕국236
몸을씻다욕하는사람241
냄새없는영화,믿을수없는사람248
트랜스트랜스258

출판사 서평

트랜스,트랜스

한국어와영어,몸과마음,여성과남성이라는이분법의경계를흐트러뜨리는저자는이모두를체화한사람으로서,혹은이모두를무화시키려는입장에서글을쓴다.책은“30대에의료적트랜지션을시작”한그의담담하고내밀한고백(“그냥여자로살기힘든거플러스,365일나를최소한으로작게접어서손톱만큼도드러내지않고,아무도나를모르고나조차도나를알지못하게감춘채로사는게힘들었어”)으로부터시작한다.그러나이책은트랜지션의료적과정을추적하거나정체성의여정을시간순으로매끄럽게봉합한서사가아니다.자신의선택을가족에게이해받지못하는데에서오는자의아릿한뒷모습,동료들에게‘진정한나’를보여줄수없다는데서오는자기분열의면면,그럼에도곁을지켜주는사람들과길바닥에서,클럽에서,방구석에서흘려보낸시간의흐름을포착한다.저자는이시간들이야말로내가‘나’일수있는시간들이었다고말하며,‘나’라는단일한정체성안에는복수의친구들과동료들이있음을상기시킨다.

겹눈의시선으로관찰한일상박물지

낯선영화,익숙하지않은대중매체,처음들어보는외국의지명??호영의글은겹눈을가진사람만이바라볼수있는아득한지평을선사한다.

그러나지금은나풀거리고발을구르고때려부수게두세요
주체라는,주체할수있다는환상
내몸은완전히내것이아니고그건남들도마찬가지고
이건좋든나쁘든그러하다는점
목적에눈을감는시간
그녀는그물에걸린이슬을핥아낸후여러포즈를취해달아났다

그러나여기서‘겹눈’이라는표현은단순히그가오랜외국생활을경험했기에다소간낯선감각의글을쓴다는의미만은아니다.오히려‘겹눈’은“왜동성애는‘용인’되지만,트랜스젠더는존재자체가부정당할까?”하는질문에대답할때,“왜여성과연대해야하는지”되물을때,우리가지을다소아연한표정과그에따라오는깨달음의순간까지를포함하는단어일것이다.

“돌이켜보면나는번역이라는과정을통해가장먼저트랜지션해왔다.”

“출발어의문장을도착어의세계에서어떻게재구성해야할지도무지알수없는이야기에목덜미가붙잡히”는저자는허연의시집《불온한검은피》,정지돈의소설《…스크롤!》등한국문학을번역하는한국문학번역가이지만,“생산적인일을하나도못한자신이미워지면”BL웹툰번역을하고,“오랫동안흠모해온가수이랑의가사”들을번역하는등대중예술의전방위를소개하는일을해왔다.책의마지막꼭지에서그는왜자신이경계를흐트러뜨리는‘trans’한수행을하게되었는지,‘transgender’와‘translator’가교차되는자리에무엇이남는지탐구한다.미국내아시아인으로살았던경험과번역하고싶은책을만났을때의느낌을경유해저자는독자에게되묻는다.“왜매번경계에서사는사람들,땅에발붙이지도세상살이를초월하지도못한존재들에게매혹되는걸까?”자,이제질문에대답하기위해호영의글을읽을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