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지 않아서 웃지 않음 (선우은실 생활비평 산문집)

웃기지 않아서 웃지 않음 (선우은실 생활비평 산문집)

$18.00
Description
이건 웃긴 건가 웃기지 않은 건가
고민하는 동안 일단 나는 웃었다, 왜?
어제와 오늘의 표정을 단호히 되묻는 글쓰기 생활자의 기록
선우은실 평론가의 첫 산문집 《웃기지 않아서 웃지 않음》이 읻다에서 출간되었다. 201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꾸준히 여러 지면에 글을 발표해 온 작가는 작년 그간 써왔던 글을 모아 단단한 물성을 가진 첫 평론집 《시대의 마음》을 펴냈다. ‘생활비평 산문집’을 표방한 이번 책은 성실한 활동을 이어온 비평가의 일일을 기록한 책이자, 예사로운 생활 속에서 느끼는 ‘화’의 감정을 자신의 언어로 다시 비평하는 시도가 될 것이다. 작가는 총 세 개의 부를 거쳐 어린 날 아직 언어로 소화되지 않았던 이름 모를 불편과 기쁨을 내밀하게 되짚고, 오늘날 30대, 비혼, 여성, 비평가로서 마주치는 곤경과 곤란을 해석한다. 김금희 작가의 말처럼 “발랄하고 매몰찬 듯 너그러우며 도전적인” 글의 면면에는 ‘알고 싶다’와 ‘모르고 싶다’ 사이에서 서성이며, 약속된 마감을 지키기 위해 고투하는 한 글쓰기 생활자의 흔적이 여과 없이 담겨 있다.

여전히 나를 화나게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아주 메마르고 건조하며 고갈되어 있다. 합본된 원고를 다시 읽으면서 어떤 날의 감정이 아직 과거가 되지 않았음을 느꼈다. 내게 살아간다는 것은 더는 ‘앎’만의 문제는 아니다. ‘느낌’을 피치 못하게 되었다.
-서문에서
저자

선우은실

저자:선우은실
생활에보탬이되는비평이하고싶다/힘이든다/비평은나의힘
여섯가지경우의수를두고매일다른마음으로비평하는삶을마주한다.
2016년부터비평활동을시작했다.
평론집《시대의마음》이있다.

목차

서문
표면에대한이야기5

되묻기
장미이불과담뱃갑13
웃기지않아서웃지않음18
가족시트콤연대기24
미래예언적블랙코미디36
덮어쓰기50
비오는날집에는아무도없다56
그녀에게바라는,그녀는가지지않은것64
오늘만큼살아있다72
과자의시간78
먹는일83
돌봄의시야91
엄마의가족과가족이데올로기102
콘도수영장111

오늘의표정
흔들리는나무121
아무일도벌어지지않고하루를보낼수있어야한다는사실122
생활에대하여132
이모할머니의장례식139
아는게힘,모르는게약148
유감의역사154
모두가호신용품을사지는않는다161
‘여자’아닌척하기167
여자(아이)기억175
잊어버려지게되었다184
견디다190
상하다195

글쓰기생활자의작업복
미도리노트와일기장203
만년필207
핸드크림212
연필과결혼하지않은사람의자기만의방216
스탬프찍는기분223
고통을발견할줄아는눈이세상을더나아지게할지는않을지라도235

출판사 서평

어제와오늘의표정을단호히되묻는글쓰기생활자의기록
선우은실평론가생활비평산문집《웃기지않아서웃지않음》

스스로를“잘견디기위해”타인을이해해보기를선택한한사람의눈이밝고영민하게빛난다.책의제목과달리나는그의글에연신웃었고읽는온도도무척따뜻했다.
_김금희(작가)

이름모를결핍의출처

매번실망할것을알면서도데려다줄래,데리러올래,뭔가같이할래물어보는이결핍은어디에서온걸까?
-67쪽

‘생활’에대하여말하려면자연히한집에서한시절을공유한가족들과의기억이소환된다.늘“가장곤란한문제는내가‘나’인상태에서벗어날수없다는것”이기때문에.백지앞에오래앉아떠올린어린날의장면들은작가가공부한이론들을통해비로소이해되기도하지만,“이해의시도”를거듭하는‘나’의결핍은자주논리의영역에서비껴간다.작가는딸인자신과맺은크고작은약속을쉽게저버리는엄마를존중해야한다는의무감을느낀다.“그것이그녀의‘선택’이고‘여성의선택’이며나는이러한믿음을삶에서실현하고싶어서페미니즘을공부”했기때문에.그러나그녀가‘나의엄마’여서.엄마의선택은‘나’의결핍이되기도한다.반대로병환이깊은와중에도늘채신을갖추고,어린나에게동전과지폐를가득채운“담뱃갑용돈”을건네던할아버지앞에서“나는어른의눈치를보지않고가장나다울수있었다”.훗날작가는할아버지가젊은시절서슬퍼런가부장이었다는사실을알게되었음에도불구하고“그를좋아하는마음을물리고싶지않다”는솔직하고내밀한고백을펼쳐보인다.

고통을발견할줄아는눈이
세상을더나아지게하지는않을지라도

‘앎’이이토록고단한것이라면.가족을이해해보기로시도할수록‘증’의기억을기어코건드리고,7년간쉬지않고활동했음에도성별이나출신대학을이유로나의노고를쉽게지우는사람들을주기적으로마주치고,쓰면쓸수록“내가아껴온일이,마음을써온일이내가필요로하는것가운데어떤것하나도래하리라약속해주지않을수있다는사실이나를불안하게”만든다면.그렇다고생계혹은생명이크게위태로웠던적도없는무사한나날들이었지만,그렇기에더욱작가는“못견딜것같은”느낌을지우지못한다.
모두함께하하웃을때혼자만웃지않을이유를떠올리고무표정으로응답하는데엔그자체로큰용기가필요하다.하지만웃지않을이유를알게된이후라면이전으로돌아갈수없다는사실을작가는안다.“고통을발견할줄아는눈이세상을더나아지게하지는않을지라도”나와타인의존재를뭉뚱그리지않고계속세상과의대화를시도하는마음.‘앎’의벽에부딪힐때마다애증하는글쓰기로보통의‘화’를기록한그의문장들속에서는정직한온기와유머마저느껴진다.홀로된공간에서책상앞에놓인작은소도구들을연장삼아그는계속쓴다.자다가내일눈뜨지않을수있으면좋겠다는생각을품고오늘만큼만살아있기위하여.

“오직너만이가능한자비를지녔다는자부심으로”.이한문장은영원히뇌리에남는다.자신의고통을제대로볼수있는자가타인의고통또한제대로볼수있다.자신의미덕을제대로볼수있는자가타인의미덕또한볼수있다.오직내가그것을지녔기에,타인의그것또한헤아릴수있음에비로소마주할수있는환희,그리고그에대한자부심으로.
-239쪽

추천사

김금희(작가)
얼마전나는저자와만나텍스트가좋으면오히려그에대한글을쓰기가어려워진다는데동의했다.자기자신을구성하고있는인간관계들을촘촘히분석해들어가면서그들에대한자기내부의감정적반향에골몰하고〈웬만해선그들을막을수없다〉나〈심슨가족〉시리즈등모두가열광한대중매체물에숨겨진의미,더나아가그것이포착하고있던미래세상의기미까지절묘하게설득해나가는이발랄하고매몰찬듯너그러우며도전적인산문을대체내가무슨말로설명할수있을까.

이책에는스스로를“잘견디기위해”타인을이해해보기를선택한한사람의눈이밝고영민하게빛난다.책의제목과달리나는그의글에연신웃었고읽는온도도무척이나따뜻했다.콘도수영장에서튜브를이리저리끌어주는그의할아버지와돌봄노동자로일하며조카인저자에게그어려움을나눌책선물을받는이모,마지막까지주위사람들과친교를유지하며끈끈한자매애아래비혼여성으로서의삶을마친이모할머니,‘딸’과‘엄마’사이에서갈등하다원가정에대한애착의유지를선택함으로써매번자기자신을지켜내는그의엄마까지.선우은실평론가는우리주위에늘존재하지만미처간파하지못한타인들의면면을자기언어로그려내고애정있는생기를불어넣는다.마르셀프루스트가자신의단편소설에서그린“다른이의슬픔을헤아릴줄아는성정을”선물받은어느주인공처럼.그가이런글들을써서고맙고계속써나갈것이기에미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