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의 발견 : 김종광 소설

안녕의 발견 : 김종광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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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종광

저자:김종광
1971년보령에서태어나고자랐다.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에서공부했다.1998년<계간문학동네>여름호로데뷔했다.2000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희곡「해로가」가당선되었다.소설집『경찰서여,안녕』『모내기블루스』『낙서문학사』『처음의아해들』『놀러가자고요』『성공한사람』『안녕의발견』이있다.
청소년소설『처음연애』『착한대화』『조선의나그네소년장복이』,장편소설『야살쟁이록』『율려낙원국』『군대이야기』『첫경험』『똥개행진곡』『왕자이우』『별의별』『조선통신사』『산사람은살지』,산문집『사람을공부하고너를생각한다』『웃어라,내얼굴』,기타『광장시장이야기』『따져읽는호랑이이야기』『조선청소년이야기』등이있다.

목차

암소가술마신집
어린애를지켜라
우리소풍을위하여
알아야면장을하지
시골악귀
71년생향토맨들
토론배우는시간
뭐라도배우는시간
농사는처음이지?

해설삶을소설로,소설을삶으로_신수진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여보게들,황진이가백번쓰다버린개짐같은년이왔네.
암소집에웬똥물에튀긴꽈배기같은년이들어앉았어.”

만렙욕쟁이할머니부터주정뱅이망나니에보이스피싱범죄단까지,
더이상연예인이웃고떠들며힐링하고먹방하는시골은없다!

자연인의인기가드높다.타락한도시를벗어나공기좋고,물좋고,조용한자연속공간에서매일같이아침을맞는그들의모습을동경어린시선으로보는사람도있다.자연인까지는아니라도좋다.한적하고인심좋은시골에서전원생활을즐길수만있다면…….그러나여기그런도시인의환상을산산이깨부수는작가가있다.그의이름은김종광.벌써7권의소설집과10권이넘는장편소설을펴낸베테랑소설가다.
김종광소설의세계관은충청도에위치한작은동네‘안녕시’이다.한때광산업의열풍을타고수많은외지인이몰렸던안녕시는,현재정부에서지원하는농사직불금과화력발전소일자리에의존해겨우그형태를유지하고있다.그렇게젊은사람들은일자리를찾아도시로떠나고,그빈자리를늙어서도늙을수없는노인과외국인들로채운안녕시는……시끄럽다.시끄러워도보통시끄러운게아니다.
육탄전을서슴지않는욕쟁이할머니는기본이다.허구한날술에취해동네잔치에모인노인들을보고“고려장파티구나야!”하는망나니는옵션이다.다문화가정의자녀들이학교에서다수가된지는오래고,그조그만동네에서도머시기당과보시기당으로나뉘어서로못잡아먹는건예삿일이다.거기에도시에서배운젊은것들이들어와뿌리깊은유교관습을뒤흔든다.
그렇게작가는말한다.늙었지만도시보다다이나믹하고,느리지만그만큼오래물고늘어지는게진짜시골이라고.

“농촌엔챗지피티가뽑아준답처럼뻔한게없더라고요.
알고보니모든게펄펄살아숨쉬는역동의현장이더라고요.”

충청도식완곡어법의재미와묘미를온전히담아낸클래식문학의힘
챗지피티도정답을알수없는톡톡튀는‘힙’한사투리입담

충청도사람들은직접적으로감정을드러내는법이없다.상대가말의의중을알아채면다행이고,못알아들으면그런대로무시하면된다.그래서김종광의소설에등장하는인물은하나같이겉과속이다르다.
이문구작가의소설「암소」의후사격인「암소가술마신집」에는주인집에서머슴살이를하고세경을떼였던박선출과그의부인신실이야기가나온다.훗날신실은남편을버리고시골로내려와옛주인집을매입하게되는데,귀향하자마자부터욕쟁이동네할머니와각을세우며온갖비속어를내뱉는다.하지만그런와중에도동네대소사를모두챙기며결국안녕시민의일부가되는데,이는‘말’이라는껍데기보다그안에담긴‘진심’을어떻게받아들일것인가에대한질문을던진다.
시골권력지도와행정집행의진수를보여주는「알아야면장을하지」는첨예한갈등앞에서도결코격식을잃지않는안녕시어른들의면모를보여준다.듣기싫은상대방의의견엔점잖게“멧돼지고라니운우지정나누는소리”라며무시하고,그치열하던정쟁도밥때가되면칼같이그만두는대화합의면모를보인다.「토론배우는시간」,「뭐라도배우는시간」역시충청도사투리의‘힙’함을잘드러내는소설이다.책많이읽는분이라며소개를받자주인공기분은“도서관이웃다가사레들릴소리”라며손을휘젓고,목에핏대를올리는사람들에겐“근력들좋으시네”라며칭찬을던진다.피터지게싸우는와중에도해학과유머를포기할수없는원조충청도인들의본능이여기저기묻어나는소설집,『안녕의발견』이다.

“우리는모두치고받고싸우며웃고울리는
‘인생’이라는드라마의주인공이다.”

부당하고불편한현실일지라도포기하지않고독하게살아내온
무명씨들의저마다파란만장한이야기

그런데묘하다.분명도시인들은상상하기힘든억세고드센충청도안녕시민의삶을기록했는데,이상하게도읽으면읽을수록따뜻하다.평생드잡이해온친구사이에표준어로는설명하기힘든우정이오가고,술만마시면동네사람들을못살게구는망나니에게서눈물처럼뜨거운회한이느껴진다.피한방울섞이지않은,오히려불편한관계로얽힌세여자가인생의동반자가되는과정은‘진짜가족’이어떻게탄생하는지보여준다.
김종광소설의주인공은‘변방의사람’들이다.안녕시에서콧방귀좀낀다는71년생들은끝내도시에정착하지못한토박이들이고,경제주도권을거머쥐고새롭게부상하는젊은세대는머나먼땅에서국제결혼으로들어온외지인과그의자녀들이다.지식인의삶을살다귀농해토박이보다도더거칠게사는사람이있는가하면,영감죽고서야한글떼고졸업가운입는할머니들도있다.
하지만그들역시‘사람’이다.이소설은도시보다모든게부족한시골에서,오히려도시인보다더활기차고다양하게살아가는시골사람들의이야기를다룬다.그리고척박한그들의삶은결국‘어떻게든돈을벌어야지’가아니라‘그래도사람은살아야지’로귀결된다.「우리소풍을위하여」는하는짓은밉지만누구보다도가슴은뜨거운국제결혼부부의이야기를들려주며,더많은것을가졌지만더많은것을잃고사는도시인들의사고를반성하게끔한다.「어린애를지켜라」는작은생명을지키기위해자기목숨을아끼지않는팔십넘은노인들의결기를통해진짜어른의자세란무엇인가고민하게하고,「농사는처음이지?」는역동적인시골농사풍경과대학생들의콜라보를시연하며도시와농촌이어울려살아갈수있는방안을제시한다.
이책은충청도문학의맥을잇는김종광소설가의일곱번째소설집이다.그긴시간과꾸준한집필속에서그의이야기꾼으로서의자질은더욱강화되었고,사투리는더욱맛깔스럽게진화했다.시쳇말로‘힙’하다.할머니,할아버지들이가진우리네감수성이젊은사람들사이에가장핫한MZ템으로변화했듯,아이러니하게도현실그대로의시골을긴시간끈질기게직시한김종광의소설에서우리는새로운‘힙’함을느끼게된다.
그‘힙’한소설집의제목은「안녕의발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