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세상에 맞설 때 (반양장)

시가 세상에 맞설 때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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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여전히 우리의 봄은 멀기만 하다”
봄이 왔다고 생각했다. 제국주의 세력이 물러나고,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이 물러나고, 시민들을 향해 총을 발포한 살인마들이 물러나고, 봄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겨울, 우리는 보았다. ‘계엄령’이라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군용차가 다시 도로를 질주하고, 군인들을 태운 헬리콥터가 국회의사당에 내려앉는 모습을. 그리고 깨달았다. 견고해 보였던 민주주의가 언제든 무너질 수 있음을, 여전히 봄은 멀기만 하다는 사실을.
계엄령은 몇 시간 뒤 해제되었다. 하지만 계엄을 막은 건 독재자의 변심도, 총칼을 든 군인도 아니었다. 계엄령이 선포되자마자 국회로 달려가 온몸으로 군용차를 막아내고, 휴대전화로 실시간 상황을 알린 시민들이었다. 그 어떤 야만의 폭력으로도 막을 수 없는, 불의에 맞서는 시민들의 저항 정신이 다시 한번 민주주의를 살렸다. 그리고 그날 시인은 보았다. 그들의 가슴에 시 한 편이 살아 숨쉬는 모습을.
“시는 시대가 위독할 때마다 가장 먼저 일어나 가장 먼저 사람을 지켰”고, “침을 튀기는 분노”로 “목소리를 가진 눈동자“로 “절실함이 주는 행동”으로 우리를 깨어 있게 했다. 그리하여 부조리를 고발하고, 불의와 싸우고, 슬픔과 연대하며, 다시금 희망으로 나아가게 했다. 이 책은 그렇게 “세상의 모든 폭력과 고통에 항거했던 사람의 이야기”이자 김남주, 윤동주, 신경림 등 “시로 맞설 수밖에 없었던 시인들의 숭고한 정신”을 담아낸 저항시선집이다. 이 책을 추천한 류근 시인의 말처럼 “시인은 저항하는 존재이며, 저항하지 않는 시는 가짜”다. 이렇게 병들고 나쁜 시대”에 세상에 맞선 시들을 다시 읽을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다.
저자

황종권

시인은저항하는존재다.본능적으로저항하고본질적으로저항하고숙명적으로저항하고운명적으로저항한다.삶에저항하고죽음에저항하고존재의덧없음에저항하고시대에저항하고우주의질서에저항하고안락과환란과불의와슬픔과허위와하여간사람으로살아서마주하는모든대상에저항한다.저항하지않는시는가짜다.이렇게병들고나쁜시대에대표적저항시선을만날수있다는것은얼마나큰위안인가.더욱이시편마다붙여진황종권시인의해설은깜짝놀랄만큼깊고아름답다.그역시비루한삶에끊임없이저항하는천상시인인것이다.

목차

머리말
그날당신의손에시가있었다

1장|고함의시“세상에외치다”
학살1-김남주
낫은풀을이기지못한다-민병도
슬픈일만나에게-박정만
오버로크-이태정
역사가홀대받는이유-전윤호
대설주의보-최승호
착각-김명기
맑고흰죽-변희수
유류품-김주대
아무도슬퍼하지않는고독사-심은섭
석유시추사업과시-이향란
새들도세상을뜨는구나-황지우
서민생존헌장-하린

2장|연대의시“눈과귀와마음을열고”
이제야꽃을든다-이문재
사람값-송경동
빼앗긴들에도봄은오는가-이상화
침묵의대가-마르틴니묄러
이런내가되어야한다-신경림
방아쇠없는세계-황종권
울컥-송종찬
못-박제영
독(毒)을차고-김영랑
설움이나를먹인다-허은실
걸레와양심-문병란
시인들-류근


3장|저항의시“한치의물러섬도없이”
겨울비-백무산
심부름-오성인
돌을던지면환해지는햇살-이재훈
그래도나는일어서리라-마야안젤루
예언서2-김사인
광야-이육사
쉽게씌어진시-윤동주
용산을추억함-박소란
광기의재개발-서효인
무음의저항-전선용
오오하느님-양성우
워크에식(Workethic)-강백수
노동의새벽-박노해

4장|희망의시“한걸음더나아가리라”
축제-김해자
봄인데말이야-함순례
화마-문경수
실업-여림
진정한여행-나짐히크메트
난장이화가로뜨렉전시장에서-이건청
아방가르드-권수진
알고리즘-백인경
살구-이혜미
하트✽어택-권누리
당신이다시벚나무로태어나-이명윤
귀가-도종환

출판사 서평

★★★〈김어준의겸손은힘들다〉류근시인강력추천★★★
★★★김남주,윤동주,신경림…지금우리가꼭읽어야할저항시50선★★★
세상의모든폭력과고통에항거했던시인들의목소리
시로서맞설수밖에없었던그숭고한정신을담다


“시는시대가위독할때마다
가장먼저일어나가장먼저사람을지켰다”

탄광속의카나리아처럼시대의고통과절규를먼저듣는시인들
권력이사람을죽이고,시궁창같은현실로옭아매어도거리로나서는시인들

시무용론이화제가된적이있다.세상에이렇게재미있는게많고볼거리도많은데,도대체누가바쁜시간쪼개어시를읽느냐는것이다.시인들의어려운생활도시무용론을거드는데한몫했다.오래전어느언론사가등단작가100명을조사한결과시인의연평균수입액은고작30만원으로나타났다.시는사회적으로나경제적으로나하등쓸모없어보였다.
하지만그럼에도시인들은시를썼다.가난했지만,가난을핑계삼아펜을놓지는않았다.백인경시인의말처럼처음부터“시는산업이영역이아니었”기때문이다.시는자본주의가득세한세상에서돈의노예로전락하지않게만드는버팀목이었고,검은욕망으로부터최소한의인간다움을지키게해주는방패였다.그리고가장낮은곳에서부조리한것들과맞서싸우는,가지지못한자들을위한무기였다.
그리하여시는불의가득세하는모든곳에있었다.일제강점기제국주의세력에나라가짓밟힐때에도,총칼을든군인들이쿠데타로권력을장악했을때에도,탱크를탄계엄군이국민을상대로살육을저지를때에도시는그곳에있었다.두눈을부릅뜨고그들의만행을지켜보았으며,총알이빗발치는와중에도주먹을쥐고앞으로나섰다.그렇게“시는시대가위독할때마다가장먼저일어나가장먼저사람을지켰다”.경제적으로도사회적으로도무능했지만,결국사람을지켜낸건시였다.이책은그렇게세상과맞서싸웠던대표시50편을추려낸저항시선집이다.


“시의정신은본디저항이다”

제주4.3,5.18민주화운동,전태일분신항거,용산참사,세월호참사,이태원참사…
가장낮은곳에서가장소외된사람들과연대하는시인들의마음

시는가장낮은곳에서,가장소외된사람들곁에있을때빛을발한다.이책에실린50편의시는높은곳을바라보지않는다.가장낮은곳에서더낮은곳에있는사람들을감싸안는다.
변희수시인의「맑고흰죽」은제주4.3사건피해자인무명천할머니(故진아영할머니)가평생죽만먹고산목이메는사연을맑고흰언어로풀어냈다.김남주시인의「학살1」은1980년광주를짓밟았던계엄군의잔혹함과살아남은자의슬픔을,오성인시인의「심부름」은국가폭력에동조할수밖에없었던아버지의씻을수없는상처를날것의언어로드러냈다.
시인들의시선은경제발전이라는미명하에희생당해야했던가난한사람들의곁에도머물렀다.이태정시인의「오버로크」와박노해시인의「노동의새벽」은전태일열사로대표되는60~70년대노동자들의잘려나간청춘을,하린시인의「서민생존헌장」은재벌대기업발전을위해“새빈민을창조”하는자본주의국가의민낯을드러냈다.
2000년대이후로는국민을지켜야할국가가오히려국민을외딴곳으로몰아넣는행태를비판하고,슬픔에연대하려는시가주목을받았다.박소란시인의「용산을추억함」은용산참사의상처를,김주대시인의「유류품」과허은실시인의「설움이나를먹인다」는세월호참사의슬픔을내안으로끌어들였다.이문재시인의「이제야꽃을든다」는“애도의이름으로애도를막는”이태원참사의실상을널리고발하며,심은섭시인의「아무도슬퍼하지않는고독사」는무관심속에죽어가는소외된자들을돌아보게했다.


“이제이시들의주인은우리가되어야한다”

김남주,신경림,최승호,황지우,백무산,김해자,윤동주,도종환,마야안젤루…
12.3비상계엄시대에다시읽어야할저항시50선

치열한투쟁끝에군사정권이물러나고,국민이직접손으로뽑은민주주의정부가들어선지30년이넘었다.그사이우리나라는역사상유래를찾기힘들정도로빠른경제발전을이루어냈고,K문화를수출하는문화강국이되었다.긴겨울이지나고봄이찾아온것같았다.이책의저자인황종권시인도그렇게생각했다.저항의시대는이제끝났다고.그러나2024년12월3일늦은밤,믿을수없는광경을목도했다.대통령이비상계엄을선포한것이다.이어군용차에탄군인들이국회의사당을점거하기위해몰려들었고,여러대의헬리콥터가서울하늘을낮고빠르게가로질렀다.
사태를보며시인은깨달았다.우리는“여전히민주주의를위협당할수있고,국가적횡포가자행될수있는세계에살고있다”는것을.“대통령의말한마디에우리가수호하던자유와평등이단번에빼앗길수있다는사실”을.하지만칼바람을뚫고국회의사당으로달려간건군인뿐만이아니었다.여기저기서통행이막힌도로를뚫고시민들이모여들었다.소총을든군인들과맞서싸우며스마트폰을들고실황을생중계했다.
이에시인은“국가가폭압적인권력을휘두를때마다무덤을뚫고살아나는”시들을떠올렸다.김남주,신경림,최승호,황지우,백무산,김해자,윤동주,도종환,마야안젤루…폭력과야만의시대를정면으로살아낸국내외시인들의목소리를.그리하여이책이탄생했다.1부〈고함의시〉에는세상의부조리를고발하는시들을,2부〈연대의시〉에는슬픔을공유하고서로의손을맞잡는시들을,3부〈저항의시〉에는불의에항거하는시들을,4부〈희망의시〉에는아픔을치유하고더나은세상으로한걸음전진하는시들을그러모았다.그리고황종권시인만의목소리로한땀한땀“깊고아름다운”해설을수놓았다.그렇게다시생명을얻은시들이모인이책의이름은『시가세상에맞설때』이다.
우리의저항은아직끝나지않았다.